우리의 사무실은 달라져야 한다
2화

런던의 혁신적 사무실 둘러보기

사무실을 새롭게 디자인하다

지금까지 수 세기에 걸쳐 수많은 사업체들이 시티 오브 런던(City of London)[1]의 오래된 성벽 안에 자리를 잡아 왔다. 이곳의 지리적 조건은 예전과 동일하다. 하지만 스퀘어 마일(Square Mile)[2] 속 상업의 사원이라고 할 수 있는 사무실 내부에서는 엄청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20세기의 초의 사무실들은 공장의 배치를 모방해서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미국의 초기 경영 컨설턴트인 프레데릭 테일러(Frederick Taylor)가 장려했던 방식으로, 관리자를 중심으로 타자수와 사무원들이 줄을 맞춰 배치되는 구조다. 1960년대에는 독일에서 고안된 뷔로란트샤프트(Bürolandschaft)라는 덜 엄격한 방식이 영국 해협을 건너왔다. 1980년대에는 “큐비클 팜(cubicle farms, 칸막이와 파티션으로 구분된 사무 공간)”이 도입되었다. 오늘날에는 시티 오브 런던의 약 40만 명 화이트칼라 노동자 간 위계질서를 평준화하고, 형식에 구애받지 않는 일터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오픈 플랜 사무실(open plan office, 칸막이를 최소화한 개방형 사무 공간)과 비지정 “핫데스크”가 도입되고 있다.

아래에 소개하는 런던의 새로운 사무실 세 곳은 최신의 트렌드를 보여 주고 있다. 약 7000명의 투자 은행 직원들은 골드만삭스의 유럽 지역 본부를 위해 특별히 설계된 8층 건물로 이사를 가고 있었다. 이 건물에는 18년이라는 기간과 10억 파운드(1조 4713억 5000만 원)라는 비용이 투입되었다. 인근에는 최근 어려움을 겪고 있는 스타트업 위워크(3화 참조) 지점이 한 곳 있는데, 이 지점은 시티 오브 런던 내에서 2300명에 달하는 “회원”들에게 코워킹 스페이스를 임대해 주고 있다. 회원들은 골드만삭스 본부 공간의 절반 규모를 3분의 1의 가격으로 이용하고 있다. 아래쪽으로 스레드니들(Threadneedle) 스트리트의 신축 건물 22비숍스게이트(Bishopsgate)에서는 62층 높이에 달하는 “수직 마을” 건설 작업이 마무리되고 있었다. 이 건물에는 1만 2000명의 노동자들이 입주할 예정이다.

 

개선되는 공간


이 지역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성벽 외부의 지역에도 영향을 미친다. 기업의 사무실은 글로벌 성장의 엔진이다. 40곳의 선진국에서 전체 노동력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2억 명 정도의 사람들이 책상에서 힘들게 일하고 있다. 영국에서 책상에 앉아 일하는 노동자들이 집으로 가져가는 소득은 전체 소득의 55퍼센트에 이른다. 기술의 발달과 업무 속성의 변화로 시티 오브 런던과 다른 지역의 ‘책상 노동자’들의 삶은 달라지고 있다. 사무실을 관리하는 고용주, 사무실들을 보유한 부동산 소유주들의 생활도 변하고 있다.

부동산 소유주부터 살펴보자. 개발사들은 기술을 활용해 임차인들의 늘어나는 요구에 부응해 더 좋은, 더 유연한 공간을 만들 수 있게 되었다. 다른 모든 것들과 마찬가지로 최근의 건물은 기술로 가득 차 있다. 비숍스게이트에 지어지고 있는 고층 건물에서는 에어컨 시스템 같은 자원의 사용을 최적화하기 위해 매일 100만 개의 데이터 포인트를 수집한다. 오픈 플랜 사무실 내부의 소음을 줄여 주는 특수한 유리도 장착했다. 그리고 엘리베이터와 화장실을 가운데의 통로 쪽이 아닌 주변부에 배치하는 방법으로 바닥 면적 전체를 활용할 수 있게 만들었다. 건물의 설계자들은 직원들이 여러 층에서 서로 어울리고 창의적인 생각을 발전시킬 수 있도록 해달라는 요구 사항을 전달받았다. 계단은 이제 소방 훈련이 있을 때 걸어 내려가는 곳이 아니라, 만남의 장소가 되었다.

이렇게 해서 임차인들은 15년이 넘는 장기 임대 기간 동안 적응해 나갈 수 있는 유연한 공간을 제공받는다. 골드만삭스의 런던 본부 건물(이곳은 골드만삭스가 개발해 매각한 뒤, 25년 사용권을 임대했다.)은 브렉시트와 같은 혼란스런 상황으로 인한 인원 감축에 대비해 외벽의 일부를 철거해서 절반의 공간을 전대[3]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22비숍스게이트의 임차인들은 위워크의 경쟁사인 컨빈(Convene)이 운영하는 10만 제곱피트(9290제곱미터)에 달하는 가변형 공간을 이용할 수 있다.

부동산 조사 회사인 그린 스트리트 어드바이저스(Green Street Advisors)의 피터 파파다코스(Peter Papadakos)는 부동산 소유주들이 건물의 유지 관리에 더 많은 비용을 들여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한다. 이에 따라 사무실 임대 수익률은 현재의 5퍼센트에서 4퍼센트 수준으로 줄어들 수도 있다. 자동화와 임시직의 증가로 미래의 인력 규모를 예측하기 어려운 많은 기업들은 10~15년에 달하는 신규 임대 계약에 묶이는 것을 꺼린다. 부동산 소유주에게 직접 임대하는 기존의 형태에서 벗어나 공유 오피스를 대안으로 물색하는 기업들도 있다. 공유 오피스 기업들은 현재 런던과 뉴욕에 위치한 사무 공간의 5퍼센트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고객 대부분은 소규모 사업체들이다. 하지만 거대 은행인 HSBC는 위워크가 런던에 문을 여는 6300석 규모의 새 지점에서 1100개의 좌석을 사용하기로 했다.

부동산 소유주들은 공유 오피스 기업들의 장기간 임대 계약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그들이 걱정하는 것은 임차인의 사업 전망이다. 위워크의 난관으로 불확실성은 커지고 있다. 위워크는 2018년 초부터 20억 달러(2조 3950억 원) 이상의 손실을 기록하고 있으며, 생존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보여 주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컨설팅 기업인 CBRE의 닉 라이트(Nick Wright)는 위워크가 성공하든 실패하든 기존의 소유주-임차인 모델은 변화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기업 임차인들의 생활 방식도 바뀌고 있다. 일반적으로 수만 명의 근로자를 둔 기업들은 본사 건물은 소유하고 지점은 임대하는 방식을 취한다. 이러한 전략은 시간이 지날수록 큰 비용 부담이 된다. 미국과 영국의 서비스 부문 상위 75개 기업이 향후 10년 동안 지출할 임대료는 1460억 달러(174조 8350억 원)에 달한다. 근로자 1인당 연간 부동산 임대료는 5000달러(598만 7500원) 정도다. 자리를 비우거나 수시로 이동해야 하는 근로자들로 인해 업무 시간 중 실제로 사용되는 책상의 비율은 40~50퍼센트에 그치고 있다. 이런 비효율성 때문에 경영진은 계속해서 사무실 비용을 줄이는 방법을 고민하게 된다. 불경기에는 더 그렇다. 사무실 비용은 자산 관리와 인건비 지출의 10분의 1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모두 임금이라는 사실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부동산 컨설팅 기업인 쿠시먼 앤드 웨이크필드(Cushman & Wakefield)의 데스피나 카치카키스(Despina Katsikakis)는 그러한 방식의 비용 절감이 근로자들의 복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경고한다.

직원들의 사기를 떨어뜨리지 않으면서 사무 공간을 최적화하기 위해 골드만삭스는 런던의 신사옥에 근무하게 될 직원들에게 일할 장소를 선택할 권리를 주고 있다. 직원들은 비지정 좌석과 개인 사무실, 격식 없이 함께 어울리는 공간 가운데서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이 은행의 100명이 조금 넘는 간부들이 쓰고 있는 사무실도 그들이 자리를 비울 때에는 회의실로 사용하게 된다. 골드만삭스는 이러한 활용법을 통해 책상 점유율을 20퍼센트가량 끌어올렸다고 말한다. 22비숍스게이트에 설치된 것과 같은 소음 차단 유리는 없지만, 노이즈 캔슬링 헤드폰이 있어서 집중력을 떨어뜨리는 소음을 쉽게 차단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기업들은 같은 수의 노동자를 고용하면서 더 적은 공간을 쓰게 되었다.

기업가 단체인 영국 사무 환경 위원회(BCO)에 따르면, 영국에서 책상 한 개가 차지하는 공간은 지난 9년 동안 10퍼센트가 줄어든 10제곱미터가 되었다. 22비숍스게이트 개발업자인 스튜어트 립튼(Stuart Lipton) 경은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동물을 우리에 가두는 걸 좋아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 안에 사람들이 들어가 있는 것은 좋은 일입니다.” 기업들이 고밀화의 한계치에 다다르게 되면, 공간이 줄어든 직원들(업무 공간의 변화로 인한 영향을 최종적으로 받는 사람들)에게 다른 방식으로 보상을 해줘야 한다. 위워크의 책상은 일반적인 사무 직원용 책상보다 3분의 1이 작다. 대신 임차인들에게 질소 커피를 마시거나, 즉흥적으로 회의를 갖거나, 탁구를 할 수 있는 넓은 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일반적인 사무실에서 그런 사치스런 행위를 위한 공간은 바닥 면적의 3~4퍼센트 수준이다. 입주자들은 이제 개발사들이 최소한 두 배의 공유 공간을 제공해 줄 것을 원한다. 비숍스게이트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26층(사진 참조)의 암벽 등반 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 골드만삭스는 층마다 “사무 공간 홍보 대사(workplace ambassadors)”를 배치했는데, 이들은 직원들의 복지를 담당하고 있다.

화이트칼라 근로자들과 대접받고 싶어 하는 예비 직원들이 더 편안하고 행복할 수 있도록, 그리고 고용주의 바람대로 생산성을 높일 수 있도록 사무실은 개선되고 있다. 기업이 임금으로 지급하는 비용 가운데 10퍼센트가 병가로 쓰인다. 하버드 대학교 연구에 따르면 골드만삭스와 22비숍스게이트처럼 공기의 질을 개선하면 입주자들의 인지 기능이 향상된다. 자연광을 접할 수 있는 환경에서도 생산성 향상 효과가 나타났다. 워윅 대학교의 앤드류 오스왈드(Andrew Oswald)는 사람들이 행복감을 느낄 때 생산성이 12퍼센트 증가한다고 발표했다. 소비재 기업인 유니레버는 “사내 복지 프로그램”에 1달러를 투자하면 기업에 2.5달러의 이익이 돌아온다고 추산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직원들이 다른 나라에 있는 새로운 사무실로 이동하면 스스로의 생산성에 관해 더 많이 생각하게 된다고 말한다.(실제 결과를 측정한 것은 아니다.)

개선되어야 할 부분은 여전히 많다. 데이터 제공 기업 리즈먼(Leesman)이 최근 전 세계의 사무직 근로자 60만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40퍼센트가 현재 일하고 있는 사무실이 생산적인 업무를 방해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핫데스크는 골칫거리가 될 수도 있다. 앞서 살펴본 런던의 사무실 세 곳이 사무 공간 운영과 설계의 결정판도 아니다. 그러나 이들을 통해 우리는 가까운 미래의 사무실을 내다볼 수 있다.
[1]
시티 오브 런던은 런던의 한 가운데에 자리하고 있는 금융 중심 특별 행정 구역이다. 이곳에는 로마 시대에 지어진 성벽의 잔해가 일부 남아 있다.
[2]
스퀘어마일(Square Mile, 제곱마일)은 시티 오브 런던의 별칭이다. 이 구역의 면적이 약 1제곱마일(2.90제곱킬로미터) 밖에 되지 않을 정도로 작아서 붙은 이름이다.
[3]
임차인이 빌린 공간을 다른 이에게 다시 임대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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