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사무실은 달라져야 한다
3화

위워크의 위기와 금융의 불안

WeWorry

이달 초, 위워크는 기업 공개(IPO)를 연기했다. 위워크의 상장 이후 기업 가치가 투자자 가치 평가액인 470억 달러(56조 3671억 원)의 5분에 1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분명해진 이후의 결정이었다. 예비 투자자들은 부실한 관리 시스템, 부족한 투명성, 무모한 확장, 불확실한 규모의 경제 등을 문제 삼기 시작했다. 올해 상반기에만 14억 달러(1조 6814억 원)의 손실을 기록한 이 회사는 현금을 절실히 필요로 하고 있다. 위워크의 공동 창업자 애덤 노이만이 수년간 공을 들여 온 일반 투자자들과 채권업계, 벤처 캐피털들은 회사에 변화가 없다면 더 이상의 자금을 투입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보였다. 변화는 이번 주에 일어났다. 노이만이 최고경영자 자리에서 내려오기로 한 것이다. 이러한 변화가 파산으로 가는 내리막길에 놓인 위워크의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을까? 그리고 위워크의 위기는 투자자들의 손해를 뛰어 넘는 다른 종류의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인가?

위워크의 전망부터 살펴보도록 하자. 이 회사의 현금 보유액은 대략 25억 달러(3조 37억 5000만 원)로, 2017~2018년 총 손실액과 맞먹는다. 현재와 비슷하거나 더 빠른 속도로 자금을 투입한다면, 1년 안에 바닥날 수 있는 규모다. 위워크의 IPO 투자 설명서에 169번이나 등장하는 노이만이 사임했다는 사실은 방향 전환의 신호라고 볼 수 있다. 그동안 무슨 수를 써서든 성장이라는 목표를 달성하려고 해왔던 회사의 계획이 책임 있는 자본 관리 쪽으로 전환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손실이 줄어든다면, 투자자들은 돈줄을 조금 더 풀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결과는 장담하기 어렵다. 노이만은 비상임 회장 자격으로 여전히 이사진에 남아 있다. 좀 더 겸손해진 버전의 새로운 위워크는 노이만이 내세웠던 거창한 비전보다는 덜 매력적인 투자 대상으로 보일 것이다.

경제 전반에 미치는 악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그 영향은 위워크라는 회사와 투자자들을 넘어서는 수준일 수도 있다. 첫 번째로, 위워크의 문제는 과대평가된 다른 스타트업들과 그들을 후원하는 벤처 캐피털 기업들, 특히 소프트뱅크에 대한 전망을 어둡게 만들고 있다.

두 번째로, 이 회사가 발행한 6억 6900만 달러(8038억 350만 원) 규모의 정크본드 보유자들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 데이터 제공업체인 블룸버그에 따르면, 위워크에 4400만 달러(528억 6600만 원)를 빌려준 투자 기업 로드 애비트(Lord Abbett), 2100만 달러(252억 3150만 원) 정도를 투자한 것으로 알려진 독일계 보험사 알리안츠 등 거물급 투자자들이 위험에 노출돼 있다. 하지만 6억 6900만 달러라는 돈은 9조 달러에 달하는 미국의 기업 채권 시장 규모에 비하면 미미한 규모다. 따라서 금융 시장 전반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다.

문제가 되는 것은 따로 있다. 금융업계와 규제 당국은 위워크를 비롯한 공유 오피스 업계의 기업들이 금융 안정성을 해칠 가능성을 우려한다. 보스턴 연방준비은행의 에릭 로젠그렌(Eric Rosengren) 총재는 9월 20일 열린 학술 회의에서 “사무 공간과 관련한 새로운 사업 모델이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선 일반적으로 사무 공간을 장기 임대 계약으로 확보해서, 작은 회사들에게 짧은 기간 동안 임대하는 공유 오피스의 사업 구조를 지적한다. 소규모 기업들은 매출액 의존도가 크기 때문에 경기 불황에 더 취약하다. 자연히 공유 오피스 기업들도 불황에 취약해진다. 다음으로, 공유 오피스 기업들은 종종 특수목적법인(SPE)의 명의로 공간을 임대한다. 이 경우, 공유 오피스 기업이 임대료를 지불하지 못하더라도 건물주는 기업의 대차대조표 전체에 대한 문제를 제기할 수 없게 된다. 마지막으로, 건물주가 타격을 입으면 건물주에게 대출을 해준 은행들이 손실을 떠안게 된다.

하지만 특수목적법인을 활용하는 것은 사무실 임대업에서는 익숙한 방식이다. 시카고 대학교 부스 경영대학원의 조셉 파글리어리(Joseph Pagliari)는 부동산을 소유한 이들 대부분은 “이미 그런 위험성을 반영해서 임대료를 책정하고 있다”고 말한다. 현재 위워크 사무 공간의 약 5분의 2는 경기 침체의 영향을 덜 받는 거대 기업들이 임대하고 있다. 위워크의 투자 안내서를 보면 전 세계적으로 약 470억 달러(56조 4705억 원)에 달하는 임대차 계약이 설정되어 있다. 만약 위워크가 내일 당장 망한다면, 임대차 계약의 당사자들은 타격을 받을 것이다. 위워크의 부채가 거액이긴 하지만, 미국의 상업 부동산 임대업 규모만 따져도 14~17조 달러에 달한다는 것을 고려하면 아주 작은 부분에 불과하다. 사실, 미국에서 신규로 체결된 상업용 임대 계약 중에서 유연한 사무 공간이 차지하는 비중은 8퍼센트 수준이다. 구조적인 리스크를 평가할 때, 가장 많은 영향을 받는 것은 주식이다. 부동산 매니지먼트 기업인 컬리어스(Colliers)는 2018년 중반 현재 미국 내 상위 19개 도시에 있는 사무 공간 전체에서 공유 오피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1.6퍼센트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위워크가 무너진다고 하더라도, 미국 금융 시스템의 근간이 흔들리지는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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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스타트업 #공간 #조직문화 #금융 #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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