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평등은 생각보다 심각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극단적인 대립, 가짜 뉴스, 소셜 미디어의 영향이 거센 세상에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동의하는 보편적인 믿음은 있다. 그리고 이 믿음은 오늘날 정치의 화두다. 부유한 나라에서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다는 생각만큼 확고한 믿음은 없을 것이다. 우리는 신문에서 불평등에 관한 기사를 읽고, 세상이 불평등하다고 말하는 정치인의 이야기를 듣고, 일상생활에서 불평등을 체감한다. 여기에 자극받은 포퓰리스트들은 이기적인 대도시의 엘리트가 평범한 사람들의 사다리를 걷어차 버렸다고 말한다. 불평등에 대한 믿음은 좌파에게도 한 줄기 희망이다. 이들은 부를 재분배하는 급진적인 방식을 제안하고 있다. 기업들도 사회적 공익을 위한 노력을 강조하는 경우가 많다. 모두가 실패했다고 생각하는 자본주의 모델에 동조하는 것으로 보이지 않기 위해서다.

지금의 자본주의 모델이 실패했다는 것은 어떤 측면에서는 사실이다. 기회는 한정되어 있다. 미국의 대학교육 비용은 많은 가정에서 감당할 수 없는 수준으로 치솟았다. 부유한 나라 전반에서 임대료와 집값이 폭등했고, 대부분의 일자리가 집중되어 있는 화려한 도시에 사는 일은 더 힘겨워졌다. 오래된 산업이 몰락하면서 기업 시설이 들어서 있던 도시와 마을이 빈곤해졌다는 사실도 명백하게 드러났다. 여러 자료들에 의하면 불평등이 건강과 기대 수명에 미치는 영향은 더 악화되고 있다.

그러나 불평등이 치솟았다는 생각은 너무나 당연한 믿음으로 자리 잡았고, 여기에 대한 엄밀한 검증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는 실수였다고 할 수 있다. 믿음을 떠받치는 네 개의 근거를 살펴보면, 생각만큼 확실하지 않기 때문이다(이 근거들은 주거나 지역이 아니라 소득이나 자산과 관련이 있다). 2화에서 더 자세히 분석하겠지만, 새로운 연구 결과는 네 개의 근거를 흔들고 있다.

첫 번째 근거는 소득 상위 1퍼센트가 최근 수십 년 동안 다른 계층과의 격차를 더 벌렸다는 주장이다. 이러한 주장은 2011년에 있었던 ‘월스트리트를 점령하라’ 시위 이후에 제기되었다. 이는 미국 외의 지역에서는 사실로 입증되기 어렵다. 영국의 소득 상위 1퍼센트의 소득액은 세금과 공과금을 제하고 나면 1990년대 중반보다 높지 않다. 그리고 공식 자료에 의하면, 미국에서조차도 상위 1퍼센트의 소득은 2000년까지는 상승했지만 이후로는 비슷한 수준으로 불안정하게 유지되고 있다. 미국이 최근 수십 년 동안 불평등에 제동을 걸기 위해 여러 정책들을 시행해 왔다는 사실은 쉽게 잊히곤 한다. 예를 들어 미국은 저소득층에게 정부가 건강 보험료를 지급하는 메디케이드(Medicaid) 정책을 2014년에 확대한 바 있다.

몇몇 경제학자들은 소득 수치들을 다시 정밀 분석했다. 이들이 내린 결론에 의하면, 미국 상위 1퍼센트의 소득은 1960년대 이후로 거의 변화가 없다. 기존 연구자들은 불평등 수치를 산출하기 위해 소득 신고 자료를 사용했는데, 그 과정에 오류가 있었다는 것이다. 기존 연구 결과는 가난한 사람들의 결혼율 하락을 수치에 반영하지 못했다. 인당 소득이 아닌 가구당 소득으로 불평등 지수를 산출했는데, 가난한 사람들의 결혼이 줄어들면서 가구 수가 늘어난 것은 고려하지 않았던 것이다. 또한 기업 이윤은 우리가 알고 있던 것보다 많은 부분이 중산층에게 흘러들어 가고 있다. 중산층이 연금 기금을 통해 기업 주식을 소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1960년대에는 미국 퇴직 연금이 기업 주식의 4퍼센트만을 보유했지만, 2015년에는 50퍼센트를 보유했다.

두 번째 근거는 가계 소득과 임금이 장기간 오르지 않고 있다는 것인데, 이것 역시 흔들리고 있다. 1979년부터 2014년까지 물가 상승률을 적용해 미국의 중간 소득 성장률을 추정한 자료들을 보면, 8퍼센트 하락했다는 자료부터 51퍼센트 상승했다는 자료까지 다양하다. 각 당파들은 그중 자기 입맛에 맞는 수치만을 골라 말하곤 한다. 이렇게 커다란 차이가 나타나는 것은 물가 상승과 정부 이전 지출을 어떤 식으로 다루었는지, 가계를 어떻게 정의했는지 등에 따라 수치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가장 낮은 수치는 믿기 어렵다. 소득이 줄어들었음을 주장하려면, 휴대 전화에서부터 동영상 스트리밍, 콜레스테롤 억제제 스타틴에 이르기까지 지난 40년 동안 이루어진 재화와 서비스 혁신이 중간 소득층의 생활을 전혀 개선하지 못했다고 말해야 한다. 믿기 어려운 주장이다.

세 번째 근거는 부자들이 소유한 무자비한 기업이 노동자를 착취하고, 일자리를 해외로 이전하고, 공장을 자동화하면서 자본이 노동력을 완전히 압도했다는 인식이다. 부자들이 축적한 자본이 불평등을 주도한다는 주장은 토마 피케티(Thomas Piketty)의 책 《21세기 자본》의 핵심 주제다. 이 책으로 그는 2014년 스타 경제학자가 되었다. 1980년대에 강연 때마다 강당을 가득 채웠던 밀턴 프리드먼(Milton Friedman) 이후로 처음 있는 일이었다. 피케티의 이론에 다른 경제학자들이 전부 동의하는 것은 아니지만, 부유한 나라의 GDP에서 노동자에게 돌아가는 몫은 줄어들고 투자자의 몫은 늘어났다는 주장은 널리 받아들여졌다. 지난 10년간 주가가 급등하면서 대중도 이런 주장에 공감하게 되었다.

하지만 최근 연구에 의하면, 대부분의 부유한 국가에서 노동 지분율이 줄어든 것은 거대 기업 때문이 아니라, 주택 가격이 상승해 주택 소유자에게 이익이 돌아갔기 때문이다. 주택을 제외하고, 자본 소득이나 근로 소득 한쪽으로 분류하기 힘든 자영업 직군의 소득을 제외하면 대부분 국가에서 노동 지분율이 줄어들지 않았다. 2000년 이후의 미국은 예외다. 하지만 미국도 자본주의의 근본적인 결함을 드러냈다기보다는 규제에 실패했다고 보아야 한다. 미국의 독점 금지 규제 당국과 법원이 용인할 수 없을 정도로 느슨하게 운영되면서, 일부 산업에서 지나친 독과점이 발생하게 되었다. 일부 기업들은 고객들에게 지나친 가격을 부과해 비정상적으로 높은 이윤을 올리고 있다.

마지막 근거는 자산에서 부채를 뺀 부의 불평등이 급증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 역시 미국이 아닌 유럽에서는 입증하기 어려운 주장이다. 덴마크는 데이터가 세분화되어 있는 몇 안 되는 국가 중 하나인데, 상위 1퍼센트의 자산 비중이 지난 30년 동안 오르지 않았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미국에서는 가장 부유한 집단이 멀찌감치 앞서가고 있다. 이는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미국에서조차 부를 추정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작업이다.

 

부자들의 손쉬운 돈벌이라는 착각


미국 민주당 대선 주자인 엘리자베스 워런(Elizabeth Warren) 상원 의원의 선거 운동 진영은 미국 내 최상위 0.1퍼센트의 부유층이 소유한 자산 비중이 1978년에는 7퍼센트였지만 2012년에는 22퍼센트로 상승했다고 계산한다. 하지만 신뢰할 수 있는 최근 추산에 따르면, 상승 폭은 이들이 생각하는 것의 절반에 불과하다(투자자들이 세무 당국에 신고하는 자본 소득으로부터 이들이 가진 부의 규모를 어떻게 추정하는가에 따라 차이가 발생한다). 이러한 계산 착오는 워런 의원과 버니 샌더스(Bernie Sanders) 상원 의원을 비롯한 정치인들에게 문제가 될 수 있다. 이들이 추진하고 있는 부유세를 통해 거두는 세수가 예상보다 적을 수 있기 때문이다.

불평등에 대한 몇 가지 주장이 의심스럽다고 해서 경제적 불평등을 개선하는 일이 시급하지 않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여러 정책의 기반이 되는 가정이 정확한지는 확인할 필요가 있다. 영국 노동당과 같이 소득과 부의 급진적인 재분배에 찬성하는 이들은 불평등이 자신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심각하다는 사실을 확실히 증명해야 한다. 특히 이들의 정책이 위험을 감수하는 투자를 막는 것과 같은 파급 효과를 불러온다면 더욱 그렇다. 한 추정치에 따르면, 워런 의원의 부유세가 도입되면 미국의 경제 규모는 10년 후에 2퍼센트 줄어들 전망이다.

이러한 논쟁이 해결될 때까지 정책 입안자들은 보다 확실한 명제에 근거해 정책을 만드는 것이 좋다. 부유한 국가의 주택 시장은 젊은 근로자들로부터 돈과 기회를 박탈하고 있다. 좋은 일자리를 제공하는 도시에서는 건물 수요가 많기 때문이다. 미국 경제에는 경쟁을 활성화하기 위한 독점 금지법의 혁명이 필요하다. 그리고 불평등 추세와는 별개로 의사, 변호사, 은행 간부 등 수많은 고소득 노동자들이 불필요한 규정과 면허, 고숙련 이주 노동자에 대한 비상식적인 취업 제한 등에 의해 경쟁에서 보호받고 있는데, 이런 규정도 완화되어야 한다.

이와 같은 정책을 시행하려면 정부는 집단 이기주의와 기업의 로비에 맞서야 할 것이다. 그러나 불평등을 줄이고 성장을 촉진시킬 수 있다. 그리고 이 정책들은 나중에 잘못되었다고 판명될 수도 있는 소득이나 부의 불평등에 대한 믿음에 기반을 두고 있지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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