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화탄소 포획 전략
2화

이제는 역배출이 필요하다

탄소 배출 시설에서 탄소 제거 시설로

영국 요크셔의 드랙스(Drax) 발전소 구석에 있는 전용 도로 한쪽에는 많은 양의 검은 석탄이 쌓여 있다. 그 반대편에 세워진 열차에는 목재 펠릿이 가득 실려 있다. “오래된 방식과 새로운 방식이죠.” 한 직원이 말했다.

가동을 시작한 지 50년도 되지 않은 드랙스(위 사진)는 영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화력 발전소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건설된 화력 발전소이기도 하다. 거대한 6기의 보일러 중에서 아직 석탄으로 가동되고 있는 보일러는 2기에 불과하다. 그마저도 지난 3월부터 11월 말까지는 가동되지 않고 있었다. 2019년 상반기 드랙스에서 생산한 전기 중 석탄 비중은 6퍼센트에 불과하다. 나머지 전기는 모두 목재 펠릿으로 생산된 것이다. 드랙스는 바이오매스 연료를 태워서 영국 내에서 생산되는 재생 에너지의 11퍼센트를 공급하고 있다. 이는 영국 전역의 태양광 패널 생산량과 비슷한 수치다.

드랙스 그룹이 소유하고 있는 드랙스 발전소는 단순한 전력 공급 시설 이상이 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탄소 제거 시설이 되는 것이다. 드랙스 발전소에서는 펠릿을 연소하면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대기 중으로 내뿜는 것이 아니라, 지하의 저장고로 보낸다. 이들은 기후 정책 입안자들이 “역배출”이라고 부르는 중요한 처리 과정을 개척하는 시설이 되고자 한다.

2015년의 파리 기후 협약은 지구의 기온이 산업화 이전보다 섭씨 2도 이상 오르지 않도록 해야 하고, 이상적으로는 섭씨 1.5도를 넘지 않아야 한다고 규정한다. 현재의 기온은 산업화 이전보다 벌써 1도 올랐다. 이 수치는 계속해서 상승하고 있다. 주원인은 매년 430억 톤에 달하는 이산화탄소 배출이다.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방법으로 (1.5도는 고사하고) 2도라는 목표라도 달성할 수 있는 기회를 얻으려면 대량 배출국들은 현재 제시하는 규모보다 훨씬 더 많은 양을 줄여야 한다.

파리협정은 이러한 한계를 인정하면서, 대기 중으로 방출되는 이산화탄소의 양을 대폭 줄이는 것뿐 아니라 그만큼의 양을 없애야 한다고 보고 있다. 정부 간 기후 변화 협의체(IPCC)가 지난해 검토한 시나리오에 의하면, 파리협약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금세기 말까지 대기 중에서 이산화탄소를 1000억~1조 톤 제거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중간값은 7300억 톤인데, 이것만 해도 지구촌 전체가 10년 이상의 기간에 방출하는 규모다.

드랙스에서 하고 있는 일이 바로 이것이다. 육지와 바다의 식물들은 수십억 년 동안 대기 중의 탄소를 흡수해서 바이오매스로 만들어 왔다. 바이오매스 안에 들어 있는 탄소는 최근까지도 대기 중에 있었던 것이기 때문에 드랙스 같은 발전소에서 태우더라도 재생 에너지가 된다. 식물들이 빨아들인 것을 대기 중으로 되돌려 놓는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바이오매스를 확보하고 운반하는 과정에서의 배출 문제가 있기는 하지만, 공급 체계가 잘 갖춰진다면 영향은 상당히 줄어들 것이다. 드랙스에서 사용하는 목재 펠릿들은 제재소에서 사용할 수 없는 목재들이나 미국에서 가져온 기타 부산물로 만들어진다. 그런 다음 철도와 해상을 거쳐 운송되고, 마지막으로 이렇게 기차에 실려 와서 분쇄되고 연소된다.

바이오매스를 태우지 않고 그냥 두면, 내부의 탄소는 그대로 남아 있게 된다. 지구 위 식물의 수가 늘어나면 대기 중에서 더 많은 이산화탄소를 빨아들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숲을 가꾸거나 농지를 개량하는 것은 여러 면에서 좋은 생각이다. 탄소가 저장되는 공간을 어느 정도 확보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다만 실효성 있는 방법이 아닐 뿐이다. 기후 변화를 완화하려는 노력이 실패해서 식물들이 자라기에 적당한 온도의 시원한 기후가 유지되지 않는다면, 숲은 다시 줄어들거나 불에 타서 결국에는 사라질 수도 있다.

숲을 새로 조성하거나 복원해서 탄소 저장 공간으로 만드는 일의 가장 큰 문제점은 어느 정도의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규모가 어마어마하게 커야 한다는 것이다. IPCC가 검토한 시나리오들을 보면, 새로 조성하거나 복원하는 숲의 면적은 거의 러시아 면적 정도가 되어야 한다. (사과 모종을 심고 나눴던) 전설적인 인물 조니 애플시드(Johnny Appleseed)라고 해도 대략 2000억 톤 정도의 이산화탄소만 흡수할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필요하다고 여기는 수준에 비해서는 한참 부족하다.

드랙스가 시도하는 바이오 에너지를 이용한 탄소 포집 및 저장(BECCS) 방식은 식물을 심었을 때와 동일한 면적의 땅에서 더 많은 탄소를 포집할 수 있다. 비결은 바이오매스를 단순한 탄소 저장소가 아니라 재생 에너지 연료로 사용한다는 것에 있다.

 

연소의 문제점


탄소 포집 및 저장(CCS) 기술의 초기 용도는 화력 발전소의 굴뚝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한 다음에 깊은 땅속에 묻는 것이었다. 계획대로만 된다면 발전소는 거의 탄소 중립 상태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 바이오매스를 연소하는 발전소에서 같은 기술을 적용하면 이곳에서 파묻는 이산화탄소는 고대의 화석 안에 있던 것이 아니라, 최근까지 살아 있었던 식물들이 갖고 있었던 것이다. 비교적 최근의 대기 안에 있던 이산화탄소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역배출이라는 마술이다. 그리고 BECCS는 이산화탄소를 없애는 과정에서 전기까지 만들어 낸다. 광합성을 통해 나무의 줄기와 잎에 저장된 태양 에너지는 바이오매스가 연소되면서 전기로 바뀐다. 이산화탄소를 없애는 비용을 자연이 치르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탄소 셔플링/ 대기권, 생물권, 토양층 사이 탄소의 흐름/ 하늘색: 대기권, 청록색: 생물권, 노란색: 토양층/ 화석 연료 연소(에너지 제공), 화석 연료의 탄소가 대기권으로 방출된다/삼림 조성과 농지 개간(중립), 대기권의 탄소가 생물권에 저장된다/탄소 포집 및 저장(CCS) (에너지 제공 가능), 화석 연료의 탄소가 다시 토양층에 저장된다/ 바이오에너지 (에너지 제공), 바이오매스의 탄소가 최근에 있었던 대기로 다시 방출된다/ 공기 중에서 직접 포집 (에너지 소요), 대기 중의 탄소가 토양층에 저장된다/ 바이오에너지를 이용한 CCS (에너지 제공), 대기 중에 있다가 생물권에 흡수된 탄소가 다시 토양층에 저장된다/ 자료: 네이처, 이코노미스트
예상대로 이런 방식에도 어려움은 있다. 연소를 위해 바이오매스를 조금씩 주기적으로 가져간다고 하더라도, 필요한 정도의 규모를 갖추기 위해서는 넓은 땅이 필요하다. 그리고 BECCS라는 똑똑한 버전은 고사하고 그 원형인 CCS조차도 아직 목표를 달성한 적이 없다. 수십 년 동안 논의만 되고 있는 실정이다. IPCC가 보고서에 그 내용을 담은 것도 벌써 2005년의 일이다. CCS가 탄소 배출 없는 에너지 생산의 주역이 되기를 희망했던 이들도 있다. 하지만 기술적, 경제적, 이데올로기적인 이유로 그렇게 되지 못하고 있다.

세계에는 약 2500개의 석탄 화력 발전소가 있고, 수천 개의 천연가스 화력 발전소, 철강 공장, 시멘트 공사장 등을 비롯한 기타 시설들이 있다. 이런 곳들은 이산화탄소를 만들어 낸다. CCS 지지 단체인 세계 탄소 포집 및 저장 협회(GCCSI)에 따르면, 이들 시설에서 어느 정도의 CCS 설비를 갖춘 곳은 겨우 열아홉 곳에 불과하다. 이들 산업 배출원의 포집량을 합산하면 연간 4000만 톤으로, 전체 배출량의 0.1퍼센트 정도다.

왜 이렇게 적을까? 기술적으로 커다란 어려움이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중공업 시설 규모에 CCS 설비를 갖추기 위해서는 많은 비용이 든다. 만약 이산화탄소를 배출할 수 있는 권리에 가격이 매겨져 있었다면, 예를 들어 1톤당 100달러 정도만 책정됐더라도, 탄소 포집 기술에 대한 관심이 크게 늘어나 비용이 낮아졌을 것이다. 가격 하락도 없고, 투자를 장려할 수 있는 인센티브나 벌금도 거의 없다. 기후 변화에 대응하는 행동을 촉구하는 친환경 진영은 대부분 CSS를 지지하려 하지 않는다. 그들은 CSS를 화석 연료 기업들이 사업을 지속하면서 기후 변화 문제 해결에 참여하는 것처럼 보이게 만드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이는 친환경 운동가들이 질색하는 상황이다. 전력 기업들은 풍력과 태양광 분야의 비용이 현저하게 하락하는 것을 보고 재생 에너지 분야 투자를 늘리고 있다.

그래서 드랙스의 CSS 시설은 현재 주요 보일러 설비의 바깥에 펜스로 분리되어 있는 회색의 해상 컨테이너 안에 설치되어 있다. 주변의 거대한 건물들과 파이프가 둘러싸고 있는 자그마한 시설이다. 첫 번째 컨테이너에서 10퍼센트의 이산화탄소를 포함하고 있는 연소 가스는 이산화탄소 분자를 단단하게 붙잡아 두는 역할을 하는 용액을 통과한다. 탄소를 함유하게 된 용액은 두 번째 컨테이너로 이동해서 가열되는데 이곳에서 용액은 기화되어 이산화탄소를 붙잡아 두아야 하는 부담에서 벗어난다.

이 시험용 장치가 매일 포집하는 이산화탄소는 1톤에 불과하다. 연소 가스가 유입되는 파이프의 지름은 30센티미터 정도다. 그 위의 높은 곳에는 현재는 사용되지 않는 또 다른 파이프가 있다. 석탄을 때던 시절에는 모든 연소 가스가 이 파이프를 거쳐서 탈황 시설로 이동했다. 2층 버스 위에 2층 버스를 한 대 더 올리고도 지나갈 수 있을 만큼 거대하다. 드랙스는 이 파이프를 (CSS에) 사용하기 위해 투자하려 하고 있다.

이산화탄소를 포집하는 비용을 조달하기 위해서 보조금이나 탄소 배출 가격을 비롯한 개입이 필요하지 않은 경우도 있다. 배출권을 판매하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이산화탄소를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것은 전혀 새로운 내용이 아니다. 1760년대에 영국의 위대한 화학자인 조지프 프리스틀리(Joseph Priestley)가 ‘고정된 공기(fixed air)’라 불렀던 이산화탄소를 만들어 낸 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스위스의 제네바에서 요한 야콥 슈베프(Johann Jacob Schweppe)라는 재주 많은 사업가가 탄산수라는 것을 팔기 시작했다. 당시만 하더라도 이는 대부분 천연에서 얻은 것이었고, 오늘날에도 여전히 탄산 음료를 비롯한 다양한 분야에 사용되고 있다. 온실들은 식물의 생장을 촉진하기 위해서 이산화탄소를 사용한다.

 

이용 사례


역배출과 관련한 방법들 대부분의 문제는 포집한 이산화탄소가 대기 중으로 다시 돌아간다는 것이다. 탄산 음료를 마신 후에 트림할 정도의 시간만 지나도 그렇게 된다. 그러나 한 가지 주목할 만한 예외가 있다. 석유 업계에서는 반세기 동안 암석층에 조용히 잠들어 있는 석유를 찾아내기 위해서 유정 안으로 이산화탄소를 주입해 왔다. 이른바 석유 회수 증진법(EOR)이라는 기술이다. 그런데 이 방법을 통해서 남아 있는 석유를 뽑아내더라도, 많은 양의 이산화탄소는 땅속에 머물러 있게 된다.

석유 산업계에서 EOR 기법을 쓰는 데 필요한 이산화탄소는 연간 2800만 톤에 달하는데, 업계는 이를 자연에서 수집하느라 나름의 불편을 겪고 있다. (일부 천연가스 유정 안에는 질 좋은 가스 속에 다량의 이산화탄소가 섞여 있기도 하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EOR 기법으로 매일 50만 배럴의 석유가 추가로 생산되고 있다. 이는 전 세계 생산량의 0.6퍼센트 규모다. 바로 이 지점이 CCS가 파고들 수 있는 시장으로 보인다. 화석 연료를 태워서 나온 이산화탄소를 사용해서 더 많은 화석 연료를 얻는 아이러니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흔치 않은 탄소 포집 시설/ 대규모 탄소 포집, 활용·저장 시설, 2019년 10월 현재/ 최소 포집 용량/ 연간 이산화탄소 포집량, 단위: 백만 톤/ 큰 동그라미: 8, 작은 동그라미: 1/ 하늘색: 운영 중/ 주황색: 건설 중/ 보라색: 개발 중/ 자료: 세계 탄소 포집 및 저장 협회(GCCSI)
미국 텍사스에서는 EOR 기법이 주기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로 인해 미국 남부의 이 지역은 탄소 포집을 위한 신기술을 시도하려는 기업들의 인기를 얻고 있다. 넷파워(Net Power)라는 스타트업은 휴스턴 외곽에 새로운 형태의 가스 화력 발전소를 건설했다. 대부분의 가스 화력 발전소는 천연가스를 공기 중에서 연소시켜서 물을 끓이고, 이를 이용해서 터빈을 구동한다. 넷파워는 순수한 산소에서 천연가스를 연소시켜서 뜨거운 이산화탄소를 만들어 내고, 그 힘으로 직접 터빈을 돌린다. 그리고 이렇게 만들어진 이산화탄소는 순수한 형태이기 때문에, 필터를 추가적으로 거칠 필요 없이 곧바로 EOR 작업에 사용할 수 있다.

텍사스에는 옥시덴탈 석유(Occidental Petroleum)가 카본 엔지니어링(Carbon Engineering)이라는 캐나다 기업과 함께 건설하는 공장도 들어설 예정이다. 카본 엔지니어링은 공기 중에서 이산화탄소를 직접 추출하는 공기 직접 포집(DAC)이라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이산화탄소가 공기 중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0.04퍼센트로 매우 낮은 수준이기 때문에, DAC는 매우 어려운 사업이다. 하지만 캘리포니아주가 탄소 배출권 거래 제도를 시행하면서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이용하는 EOR 석유 생산 방식이 매력적인 산업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들은 2022년까지 옥시덴탈이 보유하고 있는 거의 고갈된 유정 내부에 공기 중에서 포집한 이산화탄소 50만 톤을 주입하는 방안을 계획하고 있다.

땅속으로 이산화탄소를 주입하는 방식에는 EOR 기법만 있는 것이 아니다. 스타토일(Statoil)에서 사명을 변경한 노르웨이의 석유 기업 에퀴노르(Equinor)는 오래전부터 북해의 유전에 이산화탄소를 주입해 왔다. 노르웨이는 탄화수소 산업에서 배출하는 가스에 엄격한 탄소세를 부과하고 있는데, 에퀴노르는 이 방법으로 세금을 피하는 동시에 자신들의 기술을 증명해 보이려 하고 있다. 쉐브론(Chevron)은 가스에서 이산화탄소를 뽑아내 저장하는 내용을 포함한 임대 계약을 맺고 오스트레일리아 연안의 고르곤(Gorgon) 천연가스 유전 개발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그 결과 연간 4백만 톤 규모의 대형 프로젝트가 만들어졌다. EOR을 제외한 시설 중에서는 가장 큰 규모이고 CCS 시설로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드랙스와 같은 규모의 배출량을 처리할 수 있다.

유럽에서는 고르곤과 같은 거대 이산화탄소 저장 시설을 운영하는 방식을 다른 많은 탄소 배출원들에도 적용해야 한다는 생각이 널리 퍼지고 있다. 이에 따라 탄소 저장 인프라를 공유하는 클러스터를 만들자는 흐름이 형성되고 있다. 에퀴노르, 쉘(Shell), 토탈(Total)은 두 곳의 다른 석유 기업과 함께 노르웨이에서 CCS를 하나의 서비스 산업으로 만드는 방안을 제안하고 있다. 이산화탄소를 배출한 업체로부터 돈을 받고 수집한 다음 선박으로 베르겐까지 운송하고, 파이프라인을 통해서 바다에 있는 주입구로 보낸다는 것이다. 지난 9월 에퀴노르는 이 사업과 관련해 일곱 곳의 잠재 고객을 확보했다고 발표했다. 여기에는 산업용 가스 생산 업체인 에어 리퀴드(Air Liquide)와 철강 회사인 아르셀로미탈(ArcelorMittal)이 포함되어 있다.

 

보낸 이에게 반송


북해의 비어 있는 가스 유전에 이산화탄소를 채우는 것과 비슷한 프로젝트들은 네덜란드 정부의 지원을 요청하고 있다. 로테르담 항만 당국은 이러한 계획을 지지한다. 영국에서도 움직임이 일고 있다. 주역은 드랙스를 포함한 북부의 중공업 업체들이다.

GCCSI는 이산화탄소를 포집 및 저장하거나 사용하기 위한 프로젝트들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고 밝힌다. 이러한 움직임들은 일부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 추세는 주의해서 살펴봐야 한다. 우선 현재 전 세계에서 포집하고 있는 탄소의 양은 기후 변화에 제동을 거는 데 필요한 수십억 톤이 아니라 수천만 톤에 불과하다. 고르곤 프로젝트가 1년 동안 포집하는 탄소의 양을 전 세계는 단 한 시간 만에 배출하고 있다.
두 번째로는 과거 이런 분야에 대한 공공의 지원을 살펴보면, 일관성이 없거나 형편없는 계획들이었던 경우가 많았다. 2012년 영국 정부는 CCS 분야에 10억 파운드(1조 5690억 원)의 기금 지원을 약속했지만, 2015년에 중단했다. 해당 기금을 받기 위해 경합했던 프로젝트는 두 개였다. 하나는 스코틀랜드에 있는 기존의 가스 화력 발전소에서 이산화탄소를 포집하겠다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요크셔에 CCS 설비를 갖춘 새로운 석탄 화력 발전소를 짓겠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두 계획 모두 폐기되었다. 보리스 존슨(Boris Johnson) 총리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총선 캠페인에서 CCS 분야에 8억 파운드(1조 2550억 원) 투자를 공약하고 있는데, 이 공약은 과거의 약속들보다 더 신빙성이 없어 보인다.

그래도 아직은 희망의 근거들이 남아 있다. 2008년 미국에서는 세금 공제와 관련한 45Q 조항이 신설되었다. 이는 CCS 기법을 통해서 격리된 이산화탄소에 대해서 7500만 톤 한도로 혜택을 주겠다는 내용이었다. 이런 조건하에서는 돈이 되는 7400만 톤에서 프로젝트가 끝나 버리거나, 7600만 톤 이후로는 투자자들의 관심이 떨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불행하게도 당시에는 알지 못했다. 45Q 조항은 지난해 수정되었다. 7500만 톤이라는 상한선이 사라진 대신 시간 제한이 생겼다. 2024년 1월 1일 이전에 가동되고 있는 모든 프로젝트가 수혜 대상이 되는 것이다. 이로 인해 다양한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유럽 연합(EU)도 최근 CSS를 위한 재정 지원을 발표했다. CCS와 재생 에너지 및 에너지 저장 분야에 약 100억 유로(13조 2000억 원)에 이르는 혁신 기금을 지원하는 형태다. 이 프로젝트를 위한 첫 번째 지원금이 2020년에 집행될 예정이다. EU 집행 위원회의 기후 변화 총국 대표 위원인 크리스티안 홀즐라이트너(Christian Holzleitner)는 이 기금의 목적이 화석 연료를 이용한 에너지 생산에서 탄소를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철강이나 시멘트와 같은 탄소에서 벗어나기 힘든 산업에서 CCS 기법의 개발을 지원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이는 재생 에너지 정책과 함께 진행된다면 효과가 있을 것이다.

세제 혜택이나 실험적인 탄소 포집 시설, 최신의 전기 생산 방식, 그리고 허브 인프라에 관한 이야기들이 화제가 되고 있지만, 아직 충분하지는 않다. 바이오 에너지를 이용한 탄소 포집 및 저장(BECCS) 시설을 많이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탄소 포집 및 저장(CCS) 분야 안에서도 아직 가야 할 길이 많이 남아 있다. 바이오매스를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공급하기 위한 시설 역시 마찬가지다. 캐나다의 청정 에너지 기업 카본 엔지니어링과 그 경쟁사라고 할 수 있는 공기 직접 포집(DAC) 분야의 클라임웍스(Climeworks)나 스카이트리(Skytree) 같은 기업들이 순수한 이산화탄소를 얻는 방식에도 아직은 상당히 많은 비용이 든다. 새로운 시장을 찾아내고 기술 혁신과 규모의 경제를 통해 비용을 낮출 수 있다면 하나의 해결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대기 중으로 뿜어져 나가는 이산화탄소의 대부분이 아주 오랫동안 지금과 같은 상태로 머물러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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