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8월 26일 사회
코로나 두 번 걸릴 수 있다
코로나19에 걸려 완치됐다가 다시 감염된 사례가 처음으로 홍콩에서 확인됐다. 홍콩대 연구진은 지난 3월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았던 33세 남성이 4개월 반 만인 이달 중순에 다시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핵심 요약: 그동안 코로나 재감염 가능성이 제기돼 왔지만, 재감염자가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환자는 첫 감염의 면역성이 4개월 반밖에 지속되지 않았다. 백신이 개발되더라도 주기적으로 예방 접종을 받아야 할 수 있다. 한편 드문 사례여서 아직 결론 내리기 어렵다는 반론도 있다.
코로나에 두 번 걸린 남자: 지난 3월 코로나에 걸렸다가 완치된 33세 홍콩 남성이 다시 코로나에 걸렸다. 지난 15일 유럽에서 항공편으로 홍콩에 들어오다가, 공항 검역에서 코로나 양성 반응을 보였다. 7~8월 유럽에서 유행하던 코로나 변종이 발견됐다.
  • 홍콩대 연구진은 이 남성의 몸에서 검출한 바이러스를 분석한 결과, 3월과 8월 바이러스의 염기 서열이 달랐다고 밝혔다. 3월에 감염된 바이러스가 남성의 몸에 남아 있던 것이 아니라 다른 바이러스에 재감염된 것이다.
  • 이제까지 세계 여러 국가에서 재감염으로 추정되는 사례가 있었지만, 이번 홍콩 사례는 연구실에서 확인된 최초의 재감염이다. 그동안 코로나에 감염됐다가 완치된 사람은 몸속에 항체가 생겨 다시 감염되지 않는 것으로 여겨졌다.
  • 백신은 매우 약하게 만든 바이러스를 몸속에 주입해 항체를 형성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진다. 그러나 4개월 반 만에 재감염된 사례가 나오면서 면역이 생겨도 감기처럼 수시로 걸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그래도 희망은 있다: 반대되는 입장도 있다. 재감염 사례가 한 건이라 아직 결론을 내리기 어렵고, 최초 감염 때 생긴 면역성이 재감염 때 증상을 완화했을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 이 남성은 첫 감염 당시 3일 동안 발열, 기침 등의 증상을 보였지만, 이번에는 아무 증상도 없었다. 홍콩대 연구진은 “재감염 증상이 최초 감염 증상보다 경미할 수 있다”고 밝혔다.
  • 미국 예일대 면역생물학과의 아키코 이와사키 교수는 최초 감염이 재감염을 무증상으로 만들 만큼 환자를 보호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또 재감염 바이러스가 전염성이 있는지 여부도 아직 불분명하다.
  • 미국 컬럼비아대의 바이러스 학자인 안젤라 라스무센 교수는 재감염 사례 하나로 결론을 내릴 수 없고, 연구의 로데이터(raw data)도 공개되지 않아 평가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백신 무용론은 무용하다: 재감염이 확인되면서 백신이 나오더라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비관적인 의견이 있다. 그러나 재감염 사례는 전 세계 코로나 확진자가 2300만 명을 넘어선 가운데 처음 발생했다. 세계보건기구(WHO) 역시 “환자 한 명의 경우를 근거로 섣불리 결론을 내리지 말아야 한다”고 경고한다. 현재까지 재감염은 극히 드물고 증상도 없었다. 이번 사례가 백신 무용론으로 흘러서는 안 된다.
2020년 8월 12일 사회
민주주의의 목소리가 체포됐다
홍콩 언론 재벌이자 대표적 반중 인사로 꼽히는 지미 라이 《빈과일보》 사주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10일 체포됐다. 홍콩 경찰은 200여 명을 투입해 《빈과일보》사옥을 압수 수색하고 지미 라이의 두 아들도 체포했다.

핵심 요약: 지미 라이는 30년 동안 반중 투사로 살아왔다. 2014년 홍콩 ‘우산 혁명’과 지난해 송환법 반대 시위에 참여한 뒤 중국 정부로부터 시위의 배후로 지목 당했다. 홍콩 야권은 이번 체포가 언론 자유에 대한 탄압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사업가에서 민주 투사로: 지미 라이는 자신을 자유를 외치는 ‘반란군’이라고 표현한다. 중국 관영 매체는 ‘홍콩에 재난을 안기는 4대 인물’의 첫 번째로 그를 꼽았다.
  • 지미 라이는 13살에 중국 본토에서 홍콩으로 건너와 의류 공장에서 일하며 돈을 벌었고, 이후 의류 브랜드 지오다노를 만들었다. 성공한 사업가인 그가 언론에 뛰어든 계기는 1989년 일어난 천안문 사건이다. 그는 1995년 반중국 매체인 《빈과일보》를 창간했다.
  • 《빈과일보》는 2014년 ‘우산 혁명’과 지난해 송환법 반대 시위 당시 홍콩 경찰의 무자비한 진압을 앞장서 보도했다. 사람들이 집회에 가져갈 수 있도록 전단을 인쇄해 신문에 내보내기도 했다. 지미 라이는 언론 사업으로 번 돈의 일부를 반중국 단체와 민주화 인사를 돕는 데 썼다. 정부의 압박을 받은 홍콩 기업들이 광고를 중단해 《빈과일보》의 모회사 넥스트 디지털은 경영난을 겪었다.
  • 테러 공격에도 시달렸다. 2008년에는 자택 나무에 사제 폭탄이 설치됐고, 지난해 정체를 알 수 없는 남성들이 자택에 화염병 테러를 벌였다. 올해 2월과 4월에는 반중 집회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체포됐다. 이번에 그는 외국과의 유착, 선동적인 언행 등의 혐의로 체포된 것으로 알려졌다. 7월부터 시행된 홍콩 국가보안법은 ‘외세와의 결탁’ 등을 범죄로 보고 최대 무기 징역형을 내릴 수 있도록 했다. 지미 라이는 지난해 7월 미국 백악관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직접 만나 홍콩인권법 제정을 촉구했다.

민주주의 랠리: SNS를 중심으로 ‘지미 라이와 《빈과일보》 구하기’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 지미 라이 체포 이후 넥스트 디지털 주가는 장 초반 17퍼센트 가까이 떨어졌다. 하지만 SNS를 중심으로 지미 라이를 돕자는 글이 올라오면서 한때 344퍼센트 폭등했다. 민주파 국회의원 시우카춘은 “내일 《빈과일보》가 백지로 나오더라도 신문을 살 것”이라는 글을 올렸다. 넥스트 디지털 주식 거래 인증 샷도 올라오고 있다. 11일 《빈과일보》는 평소보다 5배가량 많은 50만 부 인쇄됐고, 홍콩 시내 곳곳에서 신문을 사려는 시민들이 새벽부터 줄을 섰다.
  • 지미 라이에 이어 ‘우산 혁명’의 전면에 나섰던 아그네스 차우 등 민주화 인사들이 잇따라 체포되면서 중국 정부를 향한 비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유엔 인권 고등 판무관실 대변인은 “이번 체포는 국제인권법과 홍콩의 기본법으로 보호되는 권리에 지장을 주지 않도록 재검토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계속 싸울 것”: 11일 발행된 《빈과일보》 1면의 헤드라인은 ‘계속 싸울 것’이다. 지미 라이는 6월 “아무것도 없이 홍콩에 왔고, 이곳의 자유는 나에게 모든 것을 줬다. 지금은 받은 만큼의 자유를 갚기 위해 싸울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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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6월 4일 사회
천안문 시위 31주년…격랑의 홍콩
홍콩 경찰이 4일 천안문 민주화 시위 31주년 추모 촛불 집회를 불허했다. 1989년 천안문 시위 발생 이듬해인 1990년에 첫 추모 집회가 열린 이후 처음이다. 경찰의 금지에도 주최 측은 밤 8시 빅토리아 파크에서 1분간 침묵하는 집회를 벌이고, 홍콩 시내에 부스 100개를 설치해 시민들에게 촛불을 나눠 줄 예정이다.

핵심 요약: 천안문 민주화 시위 추모 집회는 ‘일국양제’를 상징하는 행사다. 특히 올해는 송환법 반대 시위 1주년, 홍콩 보안법 도입 결정 일주일 만에 열려 많은 홍콩 시민들이 결집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홍콩 경찰은 코로나19 확산 예방을 시위 불허의 이유로 들었지만, 사실상 집회를 탄압하는 정치적 목적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민주주의의 최대 위기: 범죄인 인도법안, 이른바 홍콩 송환법 추진은 잠정 중단됐지만 1년도 안 돼 중국 정부가 홍콩 보안법을 의결하면서 홍콩의 민주주의는 더 큰 위기를 맞았다.
  • 천안문과 탱크맨: 1989년 6월 4일 중국 대학생과 시민들은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시위를 벌였다. 공산당 독재에 분노한 이들은 ‘민주화’와 ‘부정부패 척결’을 외쳤다. 중국 정부는 탱크 등을 동원해 대학생과 시민들을 무자비하게 진압했다. 중국 정부는 희생자 수가 300명이 안 된다고 발표했지만, 수천 명에 달한다는 외신 보도가 잇따랐다. 광장에서 맨몸으로 탱크를 막아선 시민의 모습은 중국 민주화의 상징처럼 여겨진다.
  • 삭제된 기억: 1989년 6월 4일은 중국 SNS나 인터넷 포털에서 검색할 수 없다. 중국 정부는 SNS에서 천안문 집회와 관련된 모든 언급을 검열하고 있고, 공개적인 토론이나 기념행사도 금지하고 있다. 역사의 일부지만 후세대에게 교육하지 않는다. 이렇게 중국에서 천안문이 철저히 삭제된 것과 달리 홍콩에선 1997년 중국 반환 이후에도 추모 집회가 계속됐다. 천안문 시위 추모 집회가 ‘일국양제’의 상징으로 떠오른 이유다.
  • #6431truth: 시위 주최 측은 6월 4일 천안문 민주화 시위 31주년이라는 의미의 해시태그 #6431truth를 사용해 SNS 추모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민주화 운동을 지지하는 지련회 초우한텅(鄒幸彤) 부주석은 “촛불 집회를 금지할지 여부는 정부 당국에 달려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에게 달려 있다”며 “사람들의 마음이 그곳에 있는 한 빅토리아 공원의 촛불은 켜질 것”이라고 밝혔다.

사람도, 돈도 떠나는 홍콩: 국가 보안법 통과 이후 홍콩 ‘엑소더스’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 올 1~4월 약 2400명의 홍콩 시민이 대만 이주 신청서를 작성한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배 이상 늘어난 규모다. 미국 행정부가 홍콩의 특별 지위 박탈 절차를 시작하자 ‘탈 홍콩’ 행렬이 시작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 미국이 홍콩 내 자산을 처분하려는 움직임도 포착되고 있다. 미국은 홍콩 주재 미국 총영사관이 보유한 1조 6000억 원 상당의 건물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계기로 홍콩 내 국제 자본 유출이 가속화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단순한 자산 정비가 아니라, 미국이 앞으로 홍콩을 특별 대우하지 않겠다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는 분석도 있다.

전망: 홍콩 행정 수반인 캐리 람 행정장관은 3일 홍콩 국가보안법에 대한 의견을 전달하기 위해 베이징에 방문했다. 국제 사회의 압박과 비판에도 홍콩 보안법 입법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밝힌 것이다. 홍콩은 안팎으로 걷잡을 수 없는 격랑에 빨려 들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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