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9월 22일 사회
선택적 양심의 자유는 없다
전쟁 게임을 즐기던 사람이 9년 만에 종교 활동을 재개하며 입영을 거부한다면 정당할까. 대법원이 21일 이를 정당한 병역 거부로 볼 수 없다며 병역법 위반에 따른 유죄를 확정했다. 해당 남성은 징역 10월에 집행 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핵심 요약: 유죄를 받은 A씨는 앞서 양심에 반해 총기를 들 수 없다며 병역을 거부했다. 그는 과거 공동 공갈 사건 등으로 7차례 입건된 전력이 있다. 법원은 “병역 거부가 깊고, 확고하고, 진실한 양심에 따른 것인지 의문이 든다”고 유죄 이유를 설명했다.
게임할 땐 양심 절전 모드: 재판부는 “신념이 깊다는 것은 사람의 내면 깊이 자리 잡은 것으로, 모든 생각과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뜻한다”고 말했다.
  • A씨는 2012년부터 자기 계발 등의 이유로 입영을 계속 미뤘다. 헌법재판소가 양심적 병역 거부를 인정한 두 달 뒤인 2018년 8월 입영 통지서를 다시 받은 그는, 한 달 뒤 9년 만에 종교 활동을 다시 시작하며 신념을 이유로 군대에 가지 않았다. 총기로 다른 유저를 죽이는 게임인 배틀그라운드와 오버워치를 즐긴 사실도 확인됐다. 그는 “(전쟁) 게임을 할 때는 양심이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 또 과거 공동 공갈, 무면허 음주 운전 등으로 7차례 입건됐다. 모두 성서 교리에 어긋나는 행동이다. 재판부는 결국 A씨가 병역을 거부할 만큼 진실한 종교적 신념이 없음에도 병역을 회피했다고 판단했다. “진실한 양심은 그 사람의 삶 전체를 통해 형성되고 어떤 형태로든 실제 삶으로 표출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신의 양심을 입증하세요: 양심적 병역 거부자들은 올해부터 병무청 대체역 심사 위원회의 심사를 통과하면 대체 복무를 할 수 있다. 단, 심사 과정이 까다롭다.
  • 2018년 대법원은 군사 활동을 거부하는 ‘양심적 병역 거부자’를 처벌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이후 해마다 600명씩 생기는 양심적 병역 거부자들이 대체 복무를 할 수 있는 법이 시행됐다. 대법원은 “병역 거부자는 양심이 깊고 확고하며 진실한 것이라는 구체적인 소명 자료를 제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주장만으로는 양심을 인정받기 힘들다는 뜻이다.
  • 지난 6월 말부터 대체 복무 신청과 심사가 시작됐다. 병무청은 지난달 31일 기준 448명에 대해 대체역 편입 결정을 내렸고, 이들 중 64명이 다음 달 26일 처음 소집된다고 밝혔다. 이들은 복무 관련 교육을 4주간 받은 뒤 교도소와 구치소 등에서 3년간 취사·간병·환경 미화·시설 보수 업무의 보조를 맡게 된다.
  • 법원처럼 대체역 심사 위원회도 한 개인이 살아온 발자취를 세심히 살핀다. ‘양심의 실체’, ‘양심의 진실성’, ‘양심의 구속성’으로 나눠 모두 16개의 항목을 살펴본다. 병역 거부 신청자는 모두 10가지 서류를 내야 한다. 범죄 경력 및 수사 경력 조회 회보서, 초·중·고등학교 생활 기록부, 주변인 3명 이상에게 받은 진술서가 포함된다.

이런 복무는 처음이라: 양심적 병역 거부의 유무죄 판단과 대체역 심사의 핵심은 ‘양심의 일관성’이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 양심을 증명하는 데서 오는 우려도 있다. 재판에서 영화나 게임 다운로드 내역, 위치 정보 수시 열람 등 개인 정보 침해가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대법원이 인정한 무기를 들지 않을 권리, 대체 복무를 할 권리를 위해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진정한 양심’의 기준을 다듬어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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