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퍼블리카의 실험: 프로퍼블리카(ProPublica)는 탐사 보도로 유명한 미국의 비영리 언론사다. 프로퍼블리카는 지난 6일 미국 애리조나주의 발달 장애 정책에 관한 탐사 보도 기사를 발행했다. 그런데 기사 형식이 기존과 달랐다.
- 애리조나주는 발달 장애인이 시설 대신 가족과 지역 사회 속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훌륭한 정책이지만 재정 악화로 정부 지원을 제때 받기 어렵다. 프로퍼블리카는 애리조나 지역지와 함께 이 문제를 심층 취재했다.
- 이 프로젝트에는 발달 장애를 가진 많은 사람들이 참여했다. 그들은 자신의 경험을 공유했고, 설문지 제작에도 참여했다. 그러나 기사가 기존 방식대로 발행되면 참여자들이 기사를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었다.
- 프로퍼블리카는 기사를 여러 버전으로 냈다. 평소 해오던 대로 영어 기사를 내보냈고, 더 많이 읽히기 위해 스페인어 번역본도 냈다. 그리고 발달 장애인이 이해하기 쉬운 텍스트 버전, 이해하기 쉬운 오디오 버전도 제작했다.
쉬운 말로 번역하다: 프로퍼블리카 기사의 중심에는 발달 장애인들이 있었다. 주인공들이 당연히 기사에 접근할 수 있어야 했다. 그래서 발달 장애가 있는 사람도 이해할 수 있도록 기사를 쉽고 친근한 언어로 ‘번역’했다.
- 쉬운 언어 번역에는 몇 가지 규칙이 있다. 문장을 짧게 쓰고, 전문 용어를 없애고, 목록은 글머리 기호로 바꾸고, 시간순으로 적고, 새로운 등장인물이 나오면 그 사람의 역할을 명확히 설명하는 것이다.
- 기존 방식의 기사는 이렇다. “카이라 웨이드가 가장 좋아하는 색은 분홍색이다. 11살인 이 아이는 도로 여행과 영화 ‘몬스터 주식회사’를 좋아한다. 그녀는 사람들이 웃는 모습을 보는 것을 좋아한다. 선호하는 음식은 국수와 쌀이다.”
- 위 기사가 쉬운 언어 버전에서는 이렇게 바뀐다. “카이라 웨이드는 11살이다. 그녀는 좋아한다: △분홍색 △영화 ‘몬스터 주식회사’ △웃는 사람을 보는 것 △국수와 쌀.”
더 많은 사람이 접근할 수 있도록: 이번 프로젝트에서 쉬운 언어 번역은 털리도대학교에서 장애를 연구하는 베카 몬테레온 교수가 맡았다. 몬테레온 교수는 이제까지 지적 장애, 발달 장애에 관한 글들이 그들과 ‘함께’ 쓰이거나, 그들을 ‘위해’ 쓰이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이 경우 ‘이해를 못하니 내가 대신 결정하겠다’ 같은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몬테레온 교수는 “쉬운 말로 적으면 더 많은 사람이 같은 정보에 접근할 수 있다”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