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3월 26일 경제
스포츠가 사라진 세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등 세계 5대 프로 축구 리그부터 미국 프로 농구, 대학 농구 토너먼트까지 주요 스포츠 경기가 대부분 취소되면서 전 세계 스포츠 팬들이 상실감을 호소하고 있다. 2018년 합법화 이후 성장 가도를 달려온 미국 스포츠 도박 시장이 위기에 놓였다.

핵심 요약: 무관중 경기를 열었던 호주 프로 축구 리그가 24일로 중단되면서 지구상의 스포츠는 사실상 전멸 상태다. 스포츠가 사라진 세계에서 경제적, 심리적 불안은 커지고 있다.
스포츠 비즈니스: 세계 스포츠 산업 시장의 가치는 1500조 원으로 추산된다. 막대한 중계권료와 입장권 수익에 상품 판매, 콘텐츠 유통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경기가 취소되면 협회, 구단은 경제적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 포브스에 따르면 분데스리가 팀들이 남은 9경기를 치르지 못할 경우 약 7억 7000만 유로(1조 250억 원)의 손실이 발생한다. 5월에 스포츠 경기가 재개된다는 가정하에 추산한 미국 스포츠 업계의 손실 규모는 최소 50억 달러(6조 1430억 원)에서 최대 100억 달러(12조 2900억 원)에 달할 전망이다.
  • 상장된 구단들의 기업 가치는 폭락했다. 이탈리아 축구팀 유벤투스 주가는 24일 0.75유로로 한 달 만에 28퍼센트 하락했다. 미국프로농구(NBA) 팀 뉴욕 닉스와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뉴욕 레인저스 소유주인 매디슨스퀘어가든코퍼레이션(MSG) 주가도 한 달 간 27퍼센트 떨어졌다.

낙타부터 바이든까지: 위기의 스포츠 도박 업계는 러시아 탁구, 벨라루스 축구부터 몽골의 낙타 경주까지 세계 각국에서 열리는 스포츠 경기를 찾아내고 있다. 심지어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토론회를 스포츠 도박에 접목시키는 사례도 등장했다.
  • 2018년 스포츠 도박 금지법 위헌 판결 이후 미국 전역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점쳐졌던 프로 스포츠 도박 시장은 위기에 몰렸다. ‘3월의 광란’으로 불리는 대학 농구 토너먼트가 열리는 3월은 스포츠 도박 시장이 가장 활성화되는 시기다. 2019년에는 3월에만 85억 달러(10조 4700억 원)이 도박 자금으로 유입됐다.
  •  스포츠 도박 사이트 팬듀얼(FanDuel)은 2009년 설립 이후 최초로 정치 분야의 내기를 제안했다. 15일 열린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 토론회에서 조 바이든과 버니 샌더스 가운데 누가 ‘코로나바이러스’를 더 많이 언급할 것이냐 등이 내기 대상이었다.

스포츠와 심리: 전문가들은 스포츠의 부재가 사람들의 우울감은 물론 소비 심리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좋아하는 스포츠 경기를 잃은 상실감은 외출 금지로 인한 타격을 심화시킬 수 있다.
  • 경제학자 타일러 코웬(Tyler Cowen)은 소수의 선수들을 선발해 코로나바이러스 검사를 한 후, 일정 기간의 격리를 거쳐 TV 중계 관계자들만 입회한 가운데 경기를 여는 방안을 제안했다. 보건, 경제, 정치적 영향을 우선시해야 하지만, 집에만 있는 사람들에게 용기를 북돋우는 일 역시 중요하다는 것이다.

결론: 코로나19 판데믹 사태는 경제, 정치를 넘어 세계인의 심리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어려운 시기마다 긍정적 에너지를 주었던 스포츠의 부재는 심리적 재난을 초래하고 있다.
2020년 3월 26일 경제
세상의 모든 것을 팝니다. 아마존 주식까지도
미국의 CEO들이 코로나 판데믹으로 뉴욕 증시가 폭락하기 전인 2월 초부터 지난 주말까지 자사 주식을 대량 매각해 손실을 최소화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특히 제프 베조스 아마존 CEO는 34억 달러어치(4조 1800억 원)를 팔았다.

핵심 요약: S&P500 지수는 지난달 19일 고점 대비 30퍼센트 넘게 하락했다. 그러나 수백 명의 기업 임원들은 역사적인 하락장에서 자사주를 재빨리 매각해 19억 달러(2조 3450억 원)의 잠재적 손실을 피할 수 있었다.
세상의 모든 것을 팝니다. 회사 지분까지도: 자사 주식을 가장 많이 매각한 사람은 아마존의 CEO 제프 베조스였다. 뉴욕 증시가 고점을 찍기 직전인 2월 첫 주에 34억 달러(4조 1800억 원) 상당의 주식을 처분했다. 보유 지분의 3퍼센트다. 증시가 폭락한 3월 20일까지 주식을 보유하고 있었다면 3억 1700만 달러(3900억 원)의 손실을 입을 수 있었다고 WSJ이 전했다.
  • 사실 베조스는 최근 몇 년간 꾸준히 자사주를 매각해 왔다. 지난해 7~8월에도 28억 달러(3조 4400억 원) 규모의 주식을 팔았다. 2017년에는 9억 4100만 달러(1조 1600억 원), 2016년에는 14억 달러(1조 7200억 원) 상당의 주식을 처분했다.
  • 베조스는 자신이 설립한 민간 우주 탐사 기업 ‘블루 오리진’에 자금을 대기 위해 연간 10억 달러(1조 2300억 원) 규모의 아마존 주식을 팔 것이라고 2017년에 밝힌 바 있다.
  • 한편 블룸버그 통신이 집계하는 억만장자 지수에 따르면 베조스의 순자산은 25일 현재 1190억 달러(146조 원)로 세계 1위다. 올해에만 벌써 45억 달러(5조 5500억 원)가 늘었는데, 세계 부자 순위 10위 내에서 연초 대비 자산이 증가한 사람은 베조스가 유일하다.

같은 기간 자사주를 매각해 손실을 최소화한 또 다른 CEO:
  • 세계 최대의 자산 운용사 블랙록의 CEO 래리 핑크도 2500만 달러(307억 원) 규모의 자사 주식을 팔았다.
  • MGM 리조트 인터내셔널의 CEO 제임스 뮤렌은 2월 19~20일에 자사주 2220만 달러(273억 원)어치를 팔았다.
  • 뉴욕 증권거래소를 운영하는 인터콘티넨털 익스체인지(ICE)의 CEO 제프리 스프레처도 같은 기간 1800만 달러(221억 원) 규모의 주식을 처분했다.

결론: 코로나 확산이 이들의 지분 매각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그러나 시장의 관점에서는 어떤 이유로든 CEO가 자사 주식을 대량 매각하는 것이 결코 좋아 보이지는 않는다.
2020년 3월 25일 경제
테크 기업들이 새로운 기회를 맞았다
코로나19로 인한 소비 위축, 성장 둔화의 위기 속에서 구글,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등 5대 글로벌 테크 기업은 오히려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재택근무, 이동 금지령의 확산으로 디지털 플랫폼 의존도가 높아진 데다, 테크 기업들의 서비스가 ‘국가적 자산’으로 인식되기 시작하면서 정부의 규제도 약화할 것으로 보인다.

핵심 요약: 글로벌 테크 기업들의 서비스 사용자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급증하고 있다. 디지털 플랫폼이 삶의 핵심 인프라로 자리 잡으면서 이들 기업의 경제적, 사회적 영향력은 더 커질 전망이다.
새로운 도약의 기회: 주요 테크 기업들은 사용자 급증으로 새로운 도약의 단계에 진입하고 있다.
  • 페이스북의 CEO 마크 저커버그는 18일 기자들과의 콘퍼런스콜에서 왓츠앱, 페이스북 메신저 음성 통화 이용량이 평소보다 두 배 이상 증가했다고 밝혔다.
  • 마이크로소프트는 19일 온라인 협업 소프트웨어 ‘팀스(Teams)’ 사용자가 일주일 만에 3200만 명에서 4400만 명으로 40퍼센트 급증했다고 밝혔다.
  • 아마존은 온라인 상거래 수요 급증으로 10만 명의 창고 관리 근로자를 신규 채용하기로 했다.
  • 중국 의존도가 높아 5대 테크 기업 가운데 가장 위기에 취약할 것으로 보였던 애플도 건재하다는 평가다. 중국의 공장 설비는 대부분 정상화됐다. 디지털 서비스에 비용을 지출하는 소비자가 증가하는 가운데 18일에는 아이패드와 맥북 신형을 공개하기도 했다.

위기를 버티는 힘: 물론 코로나19 사태가 호재는 아니다. 글로벌 경기 침체는 수익 구조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러나 5대 테크 기업들은 천문학적 규모의 현금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정부의 규제도 약화할 가능성이 있다.
  • 구글과 페이스북은 핵심 수익원인 광고 시장의 위축으로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실제로 5대 테크 기업의 시가 총액은 최고점을 기록한 2월 19일 이후 1조 달러 이상 급감했다.
  • 그러나 5대 테크 기업이 보유한 현금 자산은 3500억 달러(434조 원)에 달한다. 애플이 보유한 현금만 1000억 달러(124조 원)다. 현재의 추세라면 애플은 매출이 고갈 상태에 빠지더라도 4년 가까이 연구·개발과 지출을 지속할 수 있다.
  • 테크 기업들은 규제 당국의 협력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구글은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를 도와 검사를 받을 수 있는 인근 진료소를 안내하는 웹사이트를 개발하고 있다. 미국 정부에서는 페이스북 등이 수집하고 있는 위치 정보를 바이러스 확산세 분석에 활용한다는 구상도 나오고 있다.

결론: 5대 테크 기업들은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급성장했다. 코로나19 판데믹 사태는 새로운 영향력 확대의 계기가 될 수 있다. 디지털 플랫폼이 개인의 일상부터 정부의 시스템까지 침투하게 되면 이들의 지배력은 더 커질 수 있다.
2020년 3월 24일 경제
세계는 코로나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전 세계를 마비 상태에 빠뜨린 코로나19가 인류의 역사를 좌우할 거대한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판데믹 사태 이후 국가의 힘이 강화되면서 ‘감시 사회’가 탄생하고, 글로벌 공급 체인 재편으로 국제 경제의 체계도 달라질 것이다.

핵심 요약: 코로나19의 확산 통제를 위해 각국 정부는 일시적으로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하는 조치를 시행할 가능성이 높다. 국제적으로 흩어져 있는 생산 시설은 소비 지역과 가까운 곳으로 이동하면서 세계 경제의 연결은 약화할 것이다.
통제 vs. 자유: 《사피엔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는 《파이낸셜타임스》 기고를 통해 우리 사회가 전체주의적 감시와 시민의 힘 사이에서 중요한 선택을 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은 미국의 느슨한 문화가 엄격한 문화로 바뀔 가능성을 시사했다. 스티븐 월트 하버드대 교수는 《포린폴리시》에 위기 대응을 위한 국가 주도의 긴급 조치가 판데믹 사태 이후에도 지속되면서 덜 개방적이고, 덜 자유로운 세계가 될 것이라고 썼다.
  • 유발 하라리는 국가의 감시 체계가 개인의 ‘피부 아래(under the skin)’로 침투해 체온이나 혈압 등 생체 정보를 관리하게 될 수 있다고 말한다. 특히 슬픔, 기쁨, 분노 같은 감정이 생체 정보와 같은 생물학적 작용으로 나타난다는 점에서 감정이 통제되는 사회가 도래할 가능성을 경고한다.
  • 토머스 프리드먼이 인용한 메릴랜드대 미셸 겔판드 교수의 글은 자유보다 규칙을 중시하는 ‘엄격한’ 국가로 중국, 싱가포르, 오스트리아 등을 꼽고, 이들 국가가 역사적으로 기근, 전쟁, 자연재해, 전염병 등의 재앙을 겪으면서 엄격한 제도를 갖추게 되었다고 분석한다. 강력한 제도와 규칙은 생명을 구하는 방법 중 하나라는 것이다.
  • 스티븐 월트는 코로나19 임시 조치로 정부가 새로운 힘을 얻을 것이라 전망했다. 또 국제 사회의 힘과 영향력이 서양에서 동양으로 이동하는 경향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본다. 한국, 싱가포르, 중국 등 코로나19에 잘 대응하고 있는 나라들과 난관에 빠진 미국과 유럽이 대조되면서 ‘서양’이라는 브랜드의 광채가 퇴색될 수 있다는 것이다.

새로운 자본주의: 미국 외교 협회 선임 연구원을 지낸 과학 저널리스트 로리 개럿은 세계 각국에서 생산된 제품을 빠른 속도로 운송해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현대 자본주의 시스템의 변화를 예상했다. 미국 해병대 대장 출신의 존 앨런 브루킹스 연구소 소장은 경제 위기로 국가 간 긴장과 갈등이 심화할 것이라 우려했다.
  • 로리 개럿은 생산 설비를 세계 각지에 배치하고, 물류 시스템을 통해 재고를 제로에 가깝게 유지하면서 실시간으로 생산물을 소비지에 배송하는 현 시스템이 완전히 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업은 위기관리를 위해 생산 설비를 해외에서 소비 지역으로 옮기고, 재고를 비축해 두는 방향으로 전략을 수정할 것이다.
  • 존 앨런은 코로나19로 경제 활동이 위축되면 위기에 취약한 노동자가 많은 개발 도상국이 큰 위기를 맞게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이에 따라 국제 사회의 체계가 불안해지고 국가 간 갈등이 확산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결론: 분명한 것은 코로나19가 세계를 완전히 다른 형태로 바꿔 놓을 것이라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더 나은 세계를 만들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다음과 같이 주문한다. 과학, 공공 기관, 미디어에 대한 신뢰를 재건해야 한다(유발 하라리). 개인과 기업의 생존을 위해 관대한 자금 지원을 해야 한다(토머스 프리드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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