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3일 경제, 사회
악어의 운명은 ‘버킨백’
세계적인 패션 브랜드인 프랑스의 에르메스가 호주 최대 규모의 악어 농장을 만든다. 바다 악어 5만 마리를 양식할 수 있는 규모다. 농장의 악어는 에르메스의 핸드백, 지갑, 신발 등을 만드는 가죽을 얻을 목적으로 키워진다. 

핵심 요약: 에르메스는 악어 농장을 운영하면서 납품받는 것보다 더 좋은 품질의 가죽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길 기대한다. 동물 보호 단체들은 에르메스가 사치품을 위해 동물을 죽인다고 항의한다. 악어 농장이 부른 이런 동물 학대 논란은 인간의 욕심과 에르메스의 경영 전략, 경제를 키우려는 호주 지역 정부의 계산이 맞아떨어진 결과다.
가죽계의 다이아몬드: 악어 가죽은 질기고 튼튼한 데다, 세월의 흔적이 묻을수록 가치가 더해져 가죽계의 다이아몬드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1975년 ‘멸종 위기에 처한 동식물의 국제 거래에 관한 협약(CITES)’ 체결로 야생 악어 거래가 어려워지자 가죽을 얻기 위한 농장이 생기기 시작했다.
  • 에르메스의 대표 상품은 악어 가죽 수제품인 ‘버킨백’이다. 기본 모델 가격이 1000만 원대다. 수억 원짜리도 있다. 영화 〈기생충〉에서 부자 박 사장의 아내(조여정)가 운전기사(송강호)와 장 보면서 들어 ‘부의 상징’을 단적으로 보여 줬던 그 가방이다. 버킨백 하나 만드는 데 3~4장의 악어 가죽이 필요하다.
  • 세계 동물 보호 단체들은 “사치품에 쓸 가죽을 얻으려고 동물을 죽이는 행위”라며 에르메스의 농장 설립에 반대한다. 동물의 털, 가죽 대신 합성 소재를 쓰는 비건 패션 확대 움직임에도 역행한다고 주장한다. 구찌, 베르사체, 버버리 등은 최근 몇 년 사이 모피와 동물 가죽 사용을 중단한다고 선언했다.
  • 에르메스는 강행한다는 입장이다. 물량과 품질,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서다. 버킨백은 엄청난 가격에도 주문 뒤 2년 이상 기다려야 할 정도로 인기다. 악어 가죽은 상처가 없어야 가치가 높은데, 납품을 받는 가죽으로는 한계가 있다. 이미 호주 지역 정부의 농장 개발 허가가 떨어졌다.

호주 지역 경제의 축: 악어 알을 배양해 기르고, 가죽을 벗긴 뒤 가공하는 시설을 갖출 농장은 호주 북부 노던 준주(Northern Territory)에 들어선다. 아프리카, 동남아 등에도 악어 농장이 있지만 명품 업계가 선호하는 최고는 호주 북부에 서식하는 바다 악어다. 7미터까지도 자라 큰 가방을 만들 수 있다.
  • 노던 준주에는 에르메스와 루이비통 등에 악어 가죽을 공급하는 농장이 몰려 있다. 영국 가디언은 에르메스의 이번 농장 설립을 지역 악어농장협회 전 회장이 주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 지역 악어농장협회가 국제 회계 법인에 의뢰해 2017년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악어 농장이 지역 경제에 벌어다 준 돈은 연간 1억 670만 달러(약 1188억 원) 규모다. 주 정부도 악어 산업이 고용 창출 등에 큰 역할을 한다고 보고 있다.
  • 협회는 동물 단체의 반대에 대해 “농장에서 기를 악어 알은 허가를 받고 수확하며, 서로 싸워 상처가 나지 않게 분리해 기르고,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해 클래식 음악도 틀어 준다”고 밝혔다. 좋은 환경에서 인도적 방법으로 길러 문제가 없다는 설명이다.  

욕심이 악어를 사치품으로 만든다: 에르메스와 호주 지역 정부의 경제적 이해타산이 맞아떨어졌지만, 결국 악어 농장은 ‘부의 상징’ 버킨백을 갖고 싶은 사람들의 욕심이 만들어 낸 결과다. 수요가 없으면 공급이 없고, 지역까지 나서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사치품을 향한 욕망이 농장에서 태어날 수만 마리 악어를 오로지 인간 팔에 걸쳐질 비싼 핸드백으로 만들고 있다.
11월 19일 경제, 사회
‘지구의 콩팥’이 불타고 있다
세계 최대의 습지인 남미의 판타나우가 불타고 있다. 브라질 당국은 올해 2만 1115건의 화재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1998년 공식 집계를 시작한 이후 가장 많다.

핵심 요약: 판타나우는 오염 물질을 정화하고 이산화탄소를 머금는 ‘지구의 콩팥’이다. 야생 동식물 15만여 종이 사는 생태계의 보고이기도 하다. 하지만 올해 계속된 화재로 6만 제곱킬로미터가 잿더미가 됐다. 화재 원인은 역시 사람이다.
지구의 콩팥, 판타나우: 판타나우는 세계에서 가장 큰 습지다. 전체 면적은 한반도와 비슷한 22만 제곱킬로미터다. 80퍼센트는 브라질에, 나머지는 볼리비아, 파라과이에 걸쳐 있다. 
  • 판타나우는 기후 변화를 막는 역할을 한다. 습지가 온실가스의 주범인 이산화탄소를 저장하기 때문이다. 습지 식물은 주변의 오염 물질을 흡수하고 분해해 물을 정화한다.
  • 산소를 내뿜는 식물들로 가득한 아마존을 ‘지구의 허파’로 부르듯, 판타나우는 ‘지구의 콩팥’으로 불린다. 콩팥처럼 노폐물을 배설하고 생태계 항상성을 유지시키기 때문이다.
  • 판타나우는 야생 동식물 15만여 종이 서식하는 생태계의 보고이기도 하다. 2000년 판타나우의 일부가 유네스코 세계 자연 유산에 등재됐다.

불타는 판타나우: 올해 1~10월까지 판타나우에서 발생한 화재는 2만 1115건이다. 1998년 공식 집계가 시작된 이래 가장 많은 불이 났다.
  • 계속된 화재로 서울 면적의 100배가 넘는 6만 제곱킬로미터가 불에 탄 것으로 관측된다. 불길을 피하지 못한 야생 동물의 피해도 막심하다. 외신은 곳곳에서 까맣게 탄 동물 사체가 발견되고, 화상을 입은 동물 구조 활동이 벌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 기후 변화를 막는 판타나우지만, 역설적으로 기후 변화 탓에 화재에 휩싸이고 있다. 우기에도 강수량이 적어 습지에 물이 순환하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전례 없던 가뭄과 함께 기후 비상 상황이 발생했다”고 화재 원인을 분석한다.
  • 농지 개척을 위한 방화도 끊이지 않지만, 브라질 당국이 소극적으로 대응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브라질의 판타나우 담당 기관은 예산이 부족해 화재 진화에 나서기 어렵다고 밝혔다. 담당 기관장은 사의를 표했다.

모두 연결돼 있다: 브라질 국립 우주연구소는 남미 대륙 한가운데 위치한 판타나우의 화재 연기가 강한 바람을 타고 4000킬로미터 이상 퍼지면서 페루, 볼리비아, 파라과이, 아르헨티나, 우루과이 상공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연기는 눈에 보이지만 이산화탄소는 눈에 보이지 않는다. 탄소를 머금던 지구의 콩팥이 망가지고 있다. 판타나우에서 역대 최악의 화재가 계속되는 이유와 화재가 가져올 재앙, 이 모든 것은 연결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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