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4월 13일 경제
승부사 손정의, 마지막 승부
투자 거품론이 불거지면서 위기를 맞고 있는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포브스》 5월호 인터뷰에서 투자 기업 88개사 가운데 15개가 파산할 수 있다는 부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소프트뱅크가 운영하는 10조 엔 규모의 비전펀드는 위워크, 우버, 슬랙 등 글로벌 스타트업에 대규모 투자를 했다가 손실을 입었다.

핵심 요약: 업계에서는 손 회장의 투자 전략이 축소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손 회장은 “위워크 투자금은 알리바바가 1주일 만에 벌어들일 수 있는 규모”라면서 “전략은 변하지 않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위기의 손정의: 손 회장은 소프트뱅크를 통해 전 세계 1140여 개 기업에 투자했다. 그러나 투자사의 저조한 실적에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치면서 소프트뱅크 보유 자산 4조 5000억 엔(50조 3000억 원)을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 185억 달러(22조 4312억 원)를 투자한 위워크는 지난해 9월 미국 증시 상장을 추진했다가 실패했다. 기업 가치는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 우버와 슬랙도 미국 증시 상장 이후 주가가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 측근들도 떠나고 있다. 올해 들어 비전펀드의 파트너급 고위 관계자 네 명이 사임했다.

나는 천재다: 손 회장은 스티브 잡스, 워런 버핏 등과 비견되는 천재로 꼽혀 왔다. 그의 성장 과정은 소설 속 영웅담을 연상시킨다.
  • 재일 교포 3세인 손 회장은 일본 규슈의 한인촌에서 자랐다. 아버지는 차별로 위축된 아들을 북돋워 주기 위해 ‘너는 천재다’라는 말을 입버릇처럼 했다. 손 회장은 ‘정말 내가 천재인가’ 생각하면서 자신감을 갖게 됐다고 한다.
  • 그는 열일곱에 혼자서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다. 1977년 UC버클리 재학 시절에는 전자 사전에 활용된 기술인 언어 번역기를 개발해 샤프에 특허권을 팔았다. 당시 돈으로 1억 엔 이상을 벌었다.

승부사 손정의: 1981년 단 두 명의 직원과 함께 창업한 소프트뱅크를 공격적인 인수·합병과 투자를 통해 글로벌 통신 기업으로 키워 냈다. 다수가 주목하지 않는 분야를 발굴하고 과감하게 투자하는 승부사 기질이 있는 인물이다.
  • 1986년 벤처 기업이었던 마이크로소프트의 소프트웨어를 일본에 독점 판매해 수익을 올렸다. 1996년에는 야후 지분을 인수해 현재 일본 포털 1위인 야후재팬을 설립했다. 2006년에는 보다폰재팬을 인수해 아이폰을 독점 판매하며 소프트뱅크를 성장시켰다.
  • 야후, 알리바바, 슈퍼셀 등에 초기 투자해 수천 배에서 1만 배에 달하는 수익을 올렸다. 2000년 닷컴버블 붕괴로 자산 99퍼센트가 증발됐던 위기를 알리바바 투자로 극복했다.

마지막 승부: 손 회장은 2016년, 60세에 은퇴한다는 계획을 철회하고 최소 5년 더 소프트뱅크를 경영하겠다고 발표했다. 후계자까지 정해진 상태의 급작스런 결정이었다. 인류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패러다임 전환이 오고 있어서 인공지능 분야 투자를 해야 한다는 이유였다. 그의 예언대로는 아니지만, 코로나19 이후 세계 경제가 패러다임 전환을 맞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손 회장이 투자한 전자 상거래, 자율주행차, 인공지능 기업들이 코로나 사태의 수혜를 입을 것이라는 기대도 높다. 승부사 손정의의 마지막 승부는 지금부터인지도 모른다.
2020년 4월 10일 경제
중국판 스타벅스의 사기극
‘중국판 스타벅스’ 루이싱 커피가 대규모 회계 조작으로 몰락 위기에 처했다. 주가는 폭락했고, 채무를 갚지 못한 경영진은 주식을 내놨다.

핵심 요약: 루이싱(瑞幸) 커피는 배달 서비스 특화, 수시로 쿠폰을 발급하는 적극적인 마케팅 등으로 중국에서 최단기간에 유니콘 기업이 되었다. 지난 5월 미국 나스닥에도 상장했다. 루이싱의 몰락으로 중국 유니콘 스타트업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루이싱 커피는: 2017년 설립된 중국의 커피 체인이다. 첫 매장을 연 지 1년 만에 2073개 매장을 냈고, 2019년 말에는 4910개 매장으로 성장해 중국에서 스타벅스 매장 수를 제쳤다. 2018년 7월 2억 달러(2440억 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를 유치하면서 창립 9개월 만에 유니콘 기업 반열에 올랐다.
  • 루이싱은 매장 주문을 받지 않는다. 커피 주문과 결제, 수령 알람은 스마트폰 앱을 통해 이루어진다. 18분 만에 음료를 배달하는 시스템도 갖췄다.
  • 저렴한 가격, 공격적인 마케팅도 빠른 성장 요인으로 꼽힌다. 톨사이즈만 판매하는 루이싱 커피의 아메리카노는 21위안(3600원)으로, 27위안(4700원)인 스타벅스보다 저렴하다. 위치 정보를 활용한 맞춤형 광고, SNS 홍보, ‘2+1’, ‘5+5’ 할인 쿠폰 발급으로 고객을 모았다.
  • 중국 커피 시장은 성장하고 있다. 중산층이 늘고 밀레니얼 세대가 주 소비층으로 성장하면서 차를 주로 마시던 중국의 커피 소비량은 빠르게 늘었다.

폭로: 머디 워터스 리서치가 2월 1일 공개한 익명 보고서는 루이싱 매장에 설치된 비디오 1만 1260시간 분량을 근거로 루이싱이 하루 평균 판매 건수를 지난해 3분기와 4분기에 69퍼센트와 88퍼센트 이상 부풀렸다고 주장했다.
  • 루이싱 커피는 내부 조사를 거쳐 4월 2일 보도자료를 내놓고 류지안(刘剑) 최고운영책임자(COO)와 임직원이 2019년 2분기부터 4분기까지 매출 22억 위안(3797억 원)을 부풀렸음을 인정했다. 루이싱의 2019년 1~3분기 매출인 29억 위안(5006억 원)과 맞먹는 규모다.
  • 발표 직후 루이싱의 나스닥 주가는 장중 85퍼센트까지 떨어졌다. 시가 총액 66억 3000만 달러(8조 900억 원)가 증발한 것이다. 주가 폭락으로 루이싱은 5억 1800만 달러(6320억 원)에 달하는 채무를 갚지 못하게 되었고, 부채를 갚기 위해 루정야오(陸正耀) 회장과 첸즈야(錢治亞) 사장의 지분 총 6억 1081만 주를 담보로 내놨다.
  • 루이싱은 막대한 투자금을 신규 매장 출점과 공격적인 마케팅에 쏟아부었고, 커피를 팔수록 손해를 보는 구조였다.

전망: 이 사건을 계기로 지금까지 높은 평가를 받았던 중국 스타트업에 대한 불신론이 불거지고 있다. 중국 3위 전자상거래 업체 핀둬둬(拼多多), 전기차 제조 스타트업 웨이라이(蔚來·NIO) 등에 대해서도 검증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모두 수년째 투자금을 소모하면서 기업 덩치를 키웠고, 수익을 내지 못하면서 미국 증시에 상장한 중국 기업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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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4월 8일 경제
배달의 전쟁
음식 주문 앱 배달의민족이 새로 도입한 요금 체계에 비판이 일자 공식 사과했다. 개선책을 마련하고, 이달에 업주들이 낸 수수료의 절반을 돌려주기로 했다. 월 정액 광고료 방식에서 주문 건당 수수료 부과 방식으로 요금제를 개편한 지 6일 만이다.

핵심 요약: 배달의민족은 요금제 개편으로 전체 업소의 절반이 비용 절감 효과를 누린다고 밝혔지만, 점주들은 수수료 부담이 커진다고 반발하고 있다. 수수료 논란이 독과점 문제로 번지면서 배민과 요기요의 합병 심사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배민의 수익 모델 전환: 한국 배달 앱 시장 1위 기업인 배달의민족(배민)이 지난 1일 수익 모델을 광고에서 수수료로 전환했다. 배민의 수수료 모델 도입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 2015년 7월까지 배민은 주문 1건당 6.5퍼센트의 수수료를 받았다. 그러나 점주들의 부담이 크다는 비판이 나오자 수수료를 폐지하고 광고 1개당 8만 8000원을 받는 광고 모델을 도입했다. 광고를 낸 업소를 앱 화면 상단에 배치하는 방식이다.
  • 지난 1일 배민은 다시 수수료 모델을 들고 나왔다. 주문 1건당 5.8퍼센트의 수수료를 받는다. 배민은 일부 업소가 광고 여러 개를 구입해 앱 화면 노출과 주문을 독식하는 폐해를 줄이기 위해 새 요금제를 도입한다고 밝혔다.
  • 배민은 요금제 개편으로 전체 업소의 52.8퍼센트가 비용 절감 효과를 누릴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소상공인연합회는 월매출 1000만 원인 업소의 경우 요금 부담이 월 26만 원(광고 3건 이용 시)에서 58만 원으로 뛴다고 반박하고 있다.
  • 이번 수수료 논란은 한 회사의 수익 모델 전환에 그치지 않는다. 배민 등록 업소가 24만 개가 넘기 때문이다. 정치권도 곧바로 반응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독과점의 횡포를 막겠다며 공공 배달 앱을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수수료가 흔드는 배달 시장: 국내 온라인 배달 음식 시장의 규모는 9조 7365억 원이다. 최근 코로나 확산으로 배달 주문이 급증했는데, 사태 종식 이후에도 소비 행태의 변화로 시장 규모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에 따르면 국내 배달 앱 시장 점유율은 배달의민족이 55.7퍼센트로 1위다. 2위는 요기요(33.5퍼센트), 3위는 배달통(10.8퍼센트)이다.
  • 그런데 배달 앱 1~3위를 한 회사가 운영하게 될 수 있다. 요기요와 배달통을 소유한 독일 딜리버리히어로는 지난해 12월 배민 인수를 발표했다. 인수 절차가 마무리되면 딜리버리히어로는 한국 배달 앱 시장을 독식하게 된다.
  • 지난해 12월 30일 배민과 요기요는 기업 결합 신고서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출했다. 공정위는 양사의 결합이 시장 경쟁을 저해해 소비자 피해로 이어질지 등을 심사해 합병 승인 여부를 결정할 방침인데, 6일 수수료 문제를 집중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결론: 수수료 논란이 커지고 있지만, 배민은 주문 건당 수수료 부과 방식을 백지화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2009년 이베이가 G마켓을 인수할 때 공정위는 향후 3년간 판매 수수료를 동결하는 조건으로 기업 결합을 승인한 바 있다. 당시 사례를 고려할 때 배민 입장에서는 이번이 요금제에 손을 댈 수 있는 당분간 마지막 기회일 수 있다.
2020년 4월 1일 경제
스타트업 투자 전망
미국의 데이터 분석업체 ‘피치북(PitchBook)’에 따르면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듬해 미국의 VC(벤처 캐피탈) 투자 금액은 전년 대비 28퍼센트 감소했다. 코로나 위기에도 같은 패턴이 반복된다면 올해 스타트업에 투자되는 금액은 전년보다 390억 달러(47조 5600억 원) 줄어들 수 있다.

핵심 요약: 코로나 판데믹으로 스타트업들의 투자 유치가 어려워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위기 속에서도 투자 유망 업종은 있다. 헬스테크, 웰니스, 푸드테크, 사물인터넷 부문은 상대적으로 자금 조달에 유리하다. 반면 차량 공유 서비스 등 모빌리티 부문은 어려움이 예상된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시대의 투자: 스타트업은 경제 위기에 특히 취약하다. 이 시기에는 VC들이 더 보수적으로 투자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 글로벌 금융 위기 이듬해인 2009년 미국의 VC 투자 금액은 전년 대비 28퍼센트 감소했지만, 투자 건수는 5퍼센트 감소에 그쳤다. 투자 규모는 줄었지만 스타트업이 투자자를 찾을 수 있는 기회는 크게 줄지 않은 것이다.
  • 특히 엔젤과 시드 단계(투자금 100만 달러 이하)는 불황 속에서도 투자 금액과 건수 모두 33퍼센트 증가했다. 반면 초기(투자금 400만 달러 이하), 후기(투자금 800만 달러 이하) 단계에서는 투자 금액과 건수가 7~35퍼센트 감소했다.

2020년 코로나 위기 시대의 투자: 코로나 판데믹은 스타트업의 투자 환경에 전반적으로 악영향을 미치겠지만, 일부 산업에서는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
  • 헬스테크, 웰니스: 원격 의료 규제가 풀리고 정부 투자가 증가해 투자에 유리환 환경이 조성될 것이다. 질병 예방 및 모니터링 제품, 영양 보충제, 가정 의료 운동 제품 및 서비스, 원격 의료, 디지털 생체 인식, 웨어러블, 개인 맞춤 의약품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 푸드테크: 코로나 불황 이후 폭증했던 배달 음식 수요가 내려갈 수 있겠지만, 식당 폐쇄로 배달 음식에 익숙해진 소비자들이 늘어 영구적으로 시장은 더 커질 것이다. 공유 주방, 온라인 식료품점, 배달 로봇, 키친테크 등이 대상이다.
  • 모빌리티: 차량 공유 서비스는 운행 횟수가 줄고 비용이 증가해 어려움이 예상된다. 우버와 리프트는 이미 카풀 서비스를 중단했다. 소비자들이 지출을 줄여 전기차 판매가 감소할 수 있다. 저유가 국면도 내연 기관 차량에 유리하게 작용한다.
  • 기타: 사물인터넷(IoT) 부문은 센서 기술에 관심이 많은 인텔, 퀄컴, 소니, 삼성이 주요 투자자인데, 이들이 비용 절감에 나서면 스타트업 투자가 지연될 수 있다. 미국 소비자들이 현금 사용을 재고하게 되면서 디지털과 모바일 결제가 강세를 보이고, 일자리와 이주가 감소하면서 송금 서비스가 침체될 것이다.

결론: 코로나 여파로 경기 침체가 이어지면서 국내외 스타트업들이 매출 감소와 투자 차질을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2008년 불황 시기를 살펴보면 투자 규모는 줄었어도 투자 유치의 기회는 크게 줄지 않았다. 엔젤과 시드 단계의 투자는 오히려 늘었다. VC업계도 10여 년 전보다 더 크고 견고해졌다. 피치북의 보고서는 미국 사례를 다루고 있지만,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에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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