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4월 24일 정치
미셸을 다시 백악관으로!
미국의 전 영부인 미셸 오바마가 민주당 부통령 후보로 부상하고 있다. 미국 민주당의 대선 후보로 사실상 확정된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21일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미셸 오바마의 의향이 있다면 러닝메이트로 선택하겠느냐”는 질문을 받고 “당장에라도 받아들일 것”이라고 말했다.

핵심 요약: 바이든 전 부통령은 꾸준히 미셸을 부통령 후보로 언급하고 있다. 미셸은 그동안 정치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혀 왔지만, 전국적인 지지를 받으면서 민주당의 대선 승리를 이끌 인물로 꼽히고 있다.
미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여성: 미셸은 미국에서 대중적인 인기가 가장 높은 여성 명사로 꼽힌다. 강력한 팬덤을 이끌고 있어 차기 대선 후보로도 거론된다.
  • 미셸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승리한 지난 대선에서 최고 스타로 떠올랐다.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 지지 연설의 명문장 ‘그들이 저급하게 갈 때, 우리는 품격 있게 간다(When they go low, we go high)’는 유행어로 자리 잡을 정도였다. 당시 갤럽의 정치인 지지율 조사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보다 10퍼센트포인트 높은 64퍼센트를 기록하기도 했다.
  • 품위 있으면서도 강단 있고, 겸손한 미셸은 이른바 ‘진보 엘리트주의’에 지친 미국 민주당 지지자들에게는 새로운 희망이다. 뛰어난 변호사이자 사회 운동가인 동시에 따뜻한 엄마이기도 한 미셸은 정치권에서 대체할 인물을 찾기 어려운 독보적인 매력을 갖고 있다.
  • 2018년 발간한 자서전 《비커밍》은 전 세계에서 1000만 부 팔렸다. 출판사 펭귄 랜덤하우스 측은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자서전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 미셸은 2018년과 2019년 2년 연속 갤럽의 ‘미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여성’ 1위에 올랐다.

바이든-오바마 2020: 오바마 대통령을 여전히 지지하는 민주당 지지층 상당수는 미셸의 출마를 기대하고 있다.
  • 미셸은 오바마 대통령 시절에 대한 향수가 큰 미국 진보 세력에게는 필승 카드다. 흑인, 여성 등 바이든 전 부통령이 공략하기 어려운 지지층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 측면에서도 미셸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 올해 78세인 바이든은 ‘중도 성향의 고령 백인 남성’이라는 민주당 내 기득권 세력을 상징하는 인물이라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특히 지난해 성추행 의혹으로 여성 유권자들의 지지를 잃었다는 점은 큰 걸림돌이다. 젊은 흑인 여성 부통령과의 조합이 바이든의 약점을 보완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전망: 미셸은 자서전에서 선출직에 나설 뜻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 바이든조차 “미셸이 다시 백악관 근처에 살고 싶어 하는 것 같지 않다”고 말할 정도로 가능성은 높지 않은 편이다. 그러나 미셸만큼 바이든의 승리 확률을 높일 수 있는 부통령 후보가 없는 상황에서 트럼프의 재선을 막고자 하는 진보 세력의 미셸에 대한 강력한 지지는 꺾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2020년 4월 17일 정치
미국은 왜 WHO와 싸울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4일 세계보건기구(WHO)에 대한 자금 지원 중단을 지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 확산을 은폐하고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WHO에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미국 정부의 자금 지원을 일시 중지하고 자금의 효용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핵심 요약: 미국은 2019년에 WHO 연간 예산의 18퍼센트가 넘는 5억 5300달러(6135억 원)를 제공한 최대 지원국이다. 보건 전문가들은 코로나19가 확산하는 상황에서 미국이 위험한 결정을 내렸다고 비판하고 있다.
 
트럼프는 왜: 미국 정부의 코로나19 대응에 대한 언론이 비판이 잇따르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WHO 책임론을 거론해 왔다. 사태의 책임을 WHO의 초기 대응 실패로 돌리려 한다는 지적이다.
  • 트럼프 대통령은 WHO가 중국 정부가 제공한 코로나19에 대한 잘못된 정보를 세계 각국에 확산시키면서 문제를 키웠다고 주장하고 있다. WHO가 중국을 옹호하느라 대응에 늦었다는 것이다.
  • WHO는 지난 1월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여행 금지 조치에 반대하는 입장을 밝혀 갈등을 빚은 적이 있다. 당시 WHO의 권고에도 대부분의 주요 국가가 여행 금지 조치를 단행했고, 미국 내에서는 결과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선택이 옳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WHO와 중국: 테드로스 아드하놈 게브레예수스 WHO 사무총장은 2017년 사무총장 선거전에서 ‘중국 정부의 향후 10년간 600억 위안(10조 3900억 원) 투자 약속’을 앞세워 당선됐다. 이 때문에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WHO가 중국의 눈치를 보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일었다.
  • 게브레예수스 사무총장은 지난 1월 28일 “중국이 전 세계로 코로나19가 확산되는 것을 효과적으로 막아 냈다”고 말해 논란을 일으켰다.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 선포도 두 차례나 미루다가 1월 30일에 선포했다. 세계적 대유행을 뜻하는 판데믹 선언은 3월 11일에야 이뤄졌다.
  • WHO가 코로나 조기 방역에 성공한 대만의 조언을 묵살했다는 의혹도 있다. 지난해 12월 말, 대만이 코로나19의 사람 간 전염 가능성을 경고했으나 대만을 독립국으로 인정하지 않는 중국을 염두에 둔 WHO가 이를 무시했다는 것이다. 게브레예수스 사무총장은 최근 “대만에서 자신을 비방하는 공격이 나오고 있다”고 말해 더 큰 논란에 휩싸였다.

전망: 미국의 2020년 지원금 가운데 절반은 아직 지급되지 않은 상태다. 법적으로 트럼프 정부는 이 자금을 지급하지 않고 미국 내 보건 관련 프로그램에 투입할 수 있다. 의회가 이를 막을 방법은 없지만, 향후 추진되는 세출 관련 법안을 통해 행정부를 통제할 가능성은 있다. 특히 판데믹 시기에 WHO의 자금이 끊기면 전 세계적인 재앙이 벌어질 수 있다는 보건 전문가들의 경고가 잇따르고 있어 트럼프 정부의 입장이 달라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2020년 4월 15일 정치
‘코로나 영웅’ 파우치의 해고 위기
미국의 ‘코로나 영웅’ 앤서니 파우치 국립 알레르기 전염병 연구소(NIAD) 소장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갈등 파문에 휩싸였다. 파우치 소장은 12일 CNN 인터뷰에서 코로나19 사태 조기 대응과 관련해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 많은 반발(pushback)이 있었다”고 말했다가 경질설이 나오자 “단어 선택의 실수”라고 해명했다.

핵심 요약: 미국 최고 전염병 전문가인 파우치 소장은 냉정하면서도 차분한 소신 발언으로 국민적 지지를 받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파우치 소장의 CNN 인터뷰 직후 ‘파우치 해고(#FireFauci)’ 해시태그가 포함된 우파 정치인의 글을 리트윗했다.
트럼프 vs. 파우치: 대선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은 경기 회복에 관심을 두고 있다. 그러나 파우치 소장 등 보건 전문가들이 경제 활동 정상화에 반대하고 있어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 파우치 소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사회적 거리 두기 완화 제안을 반대하고, 말라리아 치료제를 신뢰할 수 있다는 대통령의 발언도 반박했다.
  • 보수 강경 세력은 파우치 소장을 공격하고 있다. 공화당 정치인들은 “파우치가 미국 경제를 무력화시켰다”며 해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 파우치 소장에 대한 협박이 잇따르면서 미국 연방 보안관국은 4월 초부터 경호를 강화하고 있다.

국민 영웅의 신념: 올해 79세인 파우치 소장은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조지 H. W. 부시 대통령 등에게 에이즈, 에볼라 등 전염병 정책을 조언한 전문가다.
  • 조지 H. W. 부시 대통령은 1988년 10월 대선 후보 토론회에서 “누가 당신의 영웅이냐”는 질문을 받고 “파우치 박사가 떠오른다”며 “당신은 아마 들어본 적 없겠지만, 에이즈에 대한 연구를 열심히 하고 있는 훌륭한 연구자이고 최고의 의사”라고 답했다. 부시 대통령의 아들인 조지 부시 대통령은 2008년 파우치 소장에게 미국 최고의 시민상인 대통령 자유의 메달을 수여했다.
  • 파우치 소장은 자신의 업무 스타일과 관련해 영화 〈대부〉에 등장하는 “개인적인 문제는 없어, 이건 완전히 비즈니스야”라는 대사를 인용하면서 “해야 할 일이 있다면 말도 안 되는 짓을 하는 사람도 상대해야 한다”고 말한 적이 있다.
  • 파우치 소장에 대한 국민적 지지가 높아지면서, 파우치 소장의 얼굴 사진을 넣은 도넛까지 등장했다. ‘우리는 파우치를 믿는다(In Dr. Fauci we trust)’는 메시지가 적힌 자동차 범퍼 스티커, 머그컵, 병따개도 팔리고 있다.

전망: 파우치 소장은 일단 5월부터 지역 상황을 고려해 점진적으로 경제 활동을 시작할 수 있다고 밝혔다. 5월 1일을 경제 정상화 시점으로 고려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을 지지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이다. 그러나 그는 트럼프 대통령 앞에서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밝히는 인물이다. 파우치 소장은 경제 활동 정상화에 대해 언급하면서 대선 투표가 치러지는 가을에서 초겨울에 코로나19가 다시 확산할 가능성을 경고하기도 했다. 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파우치 소장과 같은 신뢰받는 전문가가 반드시 필요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파우치 소장을 내치기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2020년 4월 14일 정치
우주는 나의 것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우주 자원 개발을 장려하는 행정 명령에 6일 서명했다. 행정 명령은 입법과 비슷한 효력을 갖는다. 트럼프 대통령은 행정 명령에서 “미국은 우주를 인류 공동의 재산(global commons)으로 보지 않는다”고 명시해 국제 조약과 상관없이 미국인들이 우주 자원을 상업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핵심 요약: 미국은 달 탐사를 위해 ‘아르테미스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50년 전에는 달 착륙이 목표였다면, 이번에는 달 체류와 채굴이 목표다. 2024년까지 달에 우주 비행사를 보내고, 2028년까지 달의 남극에 기지를 건설할 계획이다. 달의 자원을 채굴해 화성 탐사에도 도전한다.
다시 달 탐사에 나서는 인류: 1969년 7월 20일 미국 우주선 아폴로 11호가 인류 최초로 달 착륙에 성공했다. 당시 달 탐사는 냉전을 벌이던 미국과 소련이 자국의 과학 기술을 과시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이뤄졌다. 50년이 지난 지금, 세계 각국과 민간 기업들이 다시 달 탐사에 나서고 있다. 과거와 달리 이번에는 실리적인 목적이 있다.
  • 2018년 달의 극지방에서 얼음의 증거가 발견됐다. 얼음에서 물과 산소, 수소를 얻으면 로켓 연료에 필요한 자원을 달에서 직접 조달할 수 있다. 달 채굴에 성공하면 화성 등 더 먼 곳을 탐험할 수 있게 된다. 달이 ‘은하계 주유소’가 되는 것이다.
  • 달에는 헬륨3, 희토류, 백금, 우라늄 같은 희귀 자원이 풍부하다. 첨단 전자 제품에 사용되는 희토류는 80퍼센트가 중국에서 나온다. 중국이 마음만 먹으면 수출 제한을 무기로 삼을 수 있다. 지구에서 구하기 어렵다면, 달 채굴이 대안이 될 수 있다.
  • 미국, 중국, 인도, 러시아 등 세계 주요국은 물론이고, 스페이스X, 블루 오리진 같은 민간 우주 기업들도 달 탐사와 우주 광물 채취 사업에 뛰어들었다.

우주의 소유권: 국제법상 달과 천체에는 소유권을 주장할 수 없다. 그러나 공해상에서 바다를 소유하지 않고도 물고기를 잡을 수 있듯, 달과 천체의 소유권이 없어도 그곳의 자원을 사용할 수 있다는 해석이 많다.
  • 1967년 미국과 러시아의 주도로 만들어진 ‘외기권 우주 조약’에 따르면 어떤 국가도 우주 공간과 천체에 주권을 주장할 수 없다. 그러나 국가가 아닌 민간의 우주 자원 이용을 금지하는 조항은 없다. 이 때문에 민간의 우주 개발에는 이 조약보다 당사국의 국내법이 우선 적용되는 추세다.
  • 1979년 프랑스, 호주, 인도 등은 ‘달 조약’을 체결하고 달과 천체의 자원은 인류 전체의 이익을 위해서만 사용하기로 했다. 그러나 미국과 러시아는 이 조약에 가입하지 않았다.
  • 2015년 미국은 미국 기업과 시민이 소행성 자원을 채굴하고 소유할 수 있도록 하는 ‘상업적 우주 발사 경쟁력법’을 제정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행정 명령은 이 법의 효력을 재차 공식 확인한 것이다.

아르테미스 프로젝트: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민간 기업들과 협력해 ‘아르테미스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2024년까지 달에 남녀 우주 비행사 두 명을 보내고, 2028년까지 달의 남극에 기지를 건설하는 프로젝트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달 기지를 발판으로 화성 탐사에까지 나설 계획이다.

결론: 트럼프 대통령은 경제 성장에 방해가 되는 파리 기후 변화 협약에서 탈퇴하고 화석 연료 산업을 지원해 왔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자원은 채굴하고 소유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대기권 밖의 자원도 마찬가지다. 미국은 국제 조약과 상관없이 달을 채굴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머지않아 다른 국가들도 국제 조약을 우회하는 길을 낼 것이다.
2020년 4월 10일 정치
굿바이, 버니
버니 샌더스 미국 상원의원이 8일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하차했다. 경선 승리가 사실상 어려워지자 내린 결정이다. 그는 “대권 도전은 멈췄지만 정의를 위한 투쟁은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핵심 요약: 샌더스 상원의원이 사퇴하면서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민주당 대선 후보로 사실상 확정됐다. 오는 11월 3일 미국 대선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대결하게 된다.
시대가 샌더스를 따라잡았다: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은 ‘민주적 사회주의자’를 자처한다. 부자에게 세금을 더 걷어 경제적 불평등을 해소하고, 월스트리트 규제를 강화하고, 전 국민에게 의료 보험을 제공하고, 공립 대학에서 무상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미국을 북유럽 사회민주주의 국가처럼 만들겠다는 것이다.
  • 샌더스 상원의원은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초반에 선두를 달렸다. 샌더스가 선전하자 민주당 중도파의 표심이 조 바이든 전 부통령으로 향했다. 급진적인 성향인 샌더스가 대선 후보로 확정될 경우, 본선에서 외연 확장이 어렵지 않겠냐는 판단이 작용한 것이다.
  • 2016년 경선도 비슷했다. 당시 샌더스는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과 맞붙어 경선 초반 돌풍을 일으켰다. 특히 20대가 열광했다. 그러나 중도 좌파 성향의 전통적인 민주당원들은 힐러리 전 장관을 지지했다. 샌더스는 기득권의 벽을 넘지 못하고 끝내 경선에서 사퇴한다.
  • 샌더스가 경선에서 하차하자 이른바 ‘샌더스 리스크’가 사라져 뉴욕 증시가 올랐다. 샌더스는 급진적이라는 평가를 받지만 그가 오래전부터 제기해 온 의제들은 이미 상당수가 보편화됐다. 부유세 부과, 대학 무상 교육은 더 이상 급진 좌파의 과격한 정책이 아니라 민주당 주류와 공화당 내에서도 거론되고 있다.

미국 대선 전망: 코로나19 확산으로 미국 대선 일정이 멈춰 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상 최고의 주가와 일자리 창출이라는 자랑거리를 잃었고,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국민의 관심 밖으로 밀려났다.
  • 공화당 대선 경선은 일찌감치 트럼프 대통령의 승리로 끝났다. 당내 경쟁을 가볍게 통과한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민주당 대선 주자들을 견제해 왔다. 특히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을 ‘졸린(sleepy) 조’라 부르며 집중 공격했는데, 유독 샌더스에 대해서는 “잘하고 있다”며 치켜세웠다. 본선 경쟁자로 급진 좌파인 샌더스가 더 쉬운 상대였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 민주당은 주별 경선 일정을 미루고, 7월 중순 열릴 예정이던 전당 대회도 8월로 연기했다.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사회적 거리 두기’에 따라 유세를 멈추고 집에서 인터넷 방송을 하는 사이, 트럼프 대통령은 연일 TV에 등장해 코로나 대응 브리핑을 하고 있다.
  • ‘트럼프 대 바이든’ 맞대결이 확정됐지만 이번 선거는 ‘트럼프 대 코로나’ 구도로 흘러갈 것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스는 “코로나가 선거 운동의 다른 모든 이슈들을 덮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 위기에 잘 대응했는지 한 가지 이슈만 남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결론: 워싱턴포스트는 2016년 미국 대선을 앞두고 샌더스 돌풍이 일자 “샌더스가 시대를 따라잡은 게 아니라 시대가 그를 따라잡았다”고 썼다. 샌더스가 40여 년 전부터 급진적이라는 지적을 받으며 제기해 온 의제들에 기성 정치권과 국민이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샌더스의 말처럼 대선 도전은 끝났지만 정의를 위한 투쟁은 계속 이어지길 기대한다.
2020년 3월 31일 정치
쿠오모 주지사가 보여 준 리더십
앤드루 쿠오모 미국 뉴욕 주지사가 재난 영화에 나올 법한 탁월한 리더십으로 코로나 위기에 대처하고 있다. 29일 현재 뉴욕주는 코로나 확진자가 6만 명에 달해, 미국 내 피해가 가장 큰 지역이다. 쿠오모 주지사는 팩트와 감동이 있는 브리핑을 통해 국민의 신뢰를 얻고 있다.

핵심 요약: 앤드루 쿠오모 뉴욕 주지사는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필요한 지도자의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사실을 숨김없이 전달하고, 계획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영감을 불어넣는다. 트위터에서는 ‘대통령 쿠오모’ 해시태그(#PresidentCuomo)까지 나오고 있다.
쿠오모 이력: 앤드루 쿠오모는 빌 클린턴 행정부의 주택도시개발부 장관, 뉴욕주 검찰총장을 거쳐 2011년부터 뉴욕 주지사를 맡고 있다. 우리에겐 생소한 이름이지만 정치 명문가 출신이다.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조카딸과 결혼했다가 2003년 이혼했고, 아버지 마리오 쿠오모는 1983년부터 1994년까지 뉴욕 주지사를 지냈다. 

쿠오모 타임: CNN, MSNBC, 폭스 뉴스 등 케이블 뉴스와 지역 텔레비전 방송국들이 매일 쿠오모 주지사의 브리핑 영상을 내보내고 있다. 한국 상황에 비유하자면, 코로나 위기 속에서 국민들이 대통령, 보건복지부 장관만큼이나 시장의 브리핑에 집중하고 있는 것이다. 
  • 쿠오모 주지사는 군더더기 없는 슬라이드를 화면에 띄우고 병상 수부터 인공호흡기 개수까지 코로나에 관한 거의 모든 통계와 최신 정보를 공개한다. 이후 “개인적인 조언(Personal Advice)”이라는 제목의 슬라이드와 함께 당부 사항을 전달한다.
  • 최근에는 CNN 앵커로 일하고 있는 동생의 프로그램에 출연해 코로나 대응 상황을 설명하다가, 엄마가 가장 사랑하는 자식이 누구인지를 놓고 동생과 티격태격 농담을 주고받아 인간적인 면모가 부각되기도 했다.

쿠오모의 화법: 쿠오모 주지사는 잘못된 일은 단호하게 지적한다. 그러면서도 시민을 격려하며 영감을 불어넣는다. ‘나’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를 위해 힘을 모으자며 공공의 목적에 호소한다. 과장하거나 축소하지 않고 솔직하게 말한다.
  • 3월 20일 식료품점, 약국 등을 제외한 업종에 재택근무 명령을 내리며 모든 책임을 자신에게 돌렸다. “내게 모든 책임이 있다. 이번 결정이 달갑지 않고 누군가를 비난하고 불평하고 싶다면, 나를 탓해라.”
  • 3월 21일 사회적 거리 두기를 따르지 않고 시립 공원에 인파가 모인 사진이 공개되자 단호하게 경고했다. “무감하고 오만하며 자멸적이고 무례한 행동이다. 당장 멈춰라. 농담이 아니다.”
  • 경고 이후에는 고난의 의미와 국가의 정체성을 말하며 시민의 마음을 달랬다. “고난에 대처하며 우리는 더 강해진다. 역경과 도전을 이겨 내기 때문에 미국이 미국일 수 있다. 우리는 위기를 극복할 것이고, 미국은 더 위대해질 것이다.”
  •  3월 25일 뉴요커로서의 자부심을 강조했다. “우리(뉴요커)의 친밀함과 포용, 열린 마음이 우리를 특별하게 만든다. 우리에겐 6000명의 봉사자와 4만 명의 의료진이 있다. 거리의 상인들이 자신도 돕겠다고 나선다. 이것이 뉴욕이다. 우리가 서로를 대하는 방식은 무너지지 않는다.”
  • 3월 28일 현 상황이 장기화될 것이라고 솔직하게 말했다. “단거리 경주가 아니라 마라톤이다. 혼란스럽고 갑작스럽고 충격적인 일이지만 받아들여야 한다. 이것이 새로운 현실이다. 쉬운 답은 없다. 우리 모두가 헤쳐 나갈 방법을 찾아야 한다.”

결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뚜렷한 근거 없이 낙관론을 폈다가 국가 비상사태를 선언했다. 초기 방역에 실패했다는 지적에는 “나는 전혀 책임이 없다”고 응수한다. 그사이 앤드루 쿠오모 주지사는 정확하고 솔직한 언어로 국민의 신뢰를 쌓아 나가고 있다.
2020년 3월 24일 정치
앤드루 양이 옳았다
코로나19 확산으로 휴업과 실직, 소비 위축과 고용 감소가 가시화되자 세계 주요국이 현금 살포에 나섰다. 금리 인하 등 통화 정책이 한계에 다다르자 국민에게 현금을 직접 지급해 소비를 진작하겠다는 것이다.

핵심 요약: 코로나19가 실리콘밸리의 진보주의자들이 주창해 온 ‘보편적 기본소득(Universal Basic Income)’을 정치 현실로 바꾸고 있다. 기본소득의 ‘재난 버전’이 기본소득 논의를 앞당기고 있다.
실리콘밸리에서 워싱턴까지: 코로나19가 경제를 강타하자 주요국 정부가 국민에게 현금을 직접 지급하기로 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 따르면 홍콩, 대만, 싱가포르, 호주, 중국, 일본 등은 직접 소득 지원 조치를 도입했거나 검토하고 있다. 미국은 전 국민에게 현금 1000달러(125만 원)를 지급할 방침이다.
  • 기본소득이란 소득이나 자산, 고용 여부와 관계없이 정부가 모든 국민에게 정기적으로 일정 금액을 지불하는 제도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샘 알트만 오픈AI CEO 등이 대표적인 기본소득 찬성론자다.
  • 얼마 전까지만 해도 미국에서 기본소득 개념은 제도 정치권의 의제가 아니었다.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 참여한 정치 신인 앤드루 양은 18세 이상 모든 국민에게 기본소득으로 매달 1000달러를 지급하겠다고 제안해 화제를 모았지만, 지지율이 오르지 않자 지난 2월 중도 사퇴했다.
  • 그러나 앤드루 양 사퇴 한 달 만에 코로나19 사태로 식당과 술집, 영화관이 문을 닫으면서 급여를 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나타나고, 이들이 식료품비와 집세, 공공요금을 감당할 수 없게 되자, 워싱턴의 정책 입안자들도 한시적이나마 기본소득의 필요성을 인정하게 됐다.
  • 미국의 보수적인 경제학자 그레고리 맨큐 하버드대 경제학 교수도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선별하기가 어렵다는 점을 감안할 때, 모든 국민에게 1000달러짜리 수표를 가능한 한 빨리 보내는 것이 좋은 시작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민간, 지방 정부에서 중앙 정부까지: 한국 상황도 비슷하다. 국내에서는 민간 정책 연구 기관 LAB2050의 윤형중 정책팀장이 지난달 26일 재난기본소득 아이디어를 처음 제안한 이후, 정치권을 중심으로 논의가 활발하다.
  • 이재웅 전 쏘카 대표는 지난달 29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글을 올려 생존 위기에 처한 소상공인, 프리랜서, 비정규직, 학생, 실업자 1000만 명에게 한 달간 50만 원을 지원하자고 요청했다.
  • 김경수 경남도지사(8일)와 이재명 경기도지사(12일)는 모든 국민에게 100만 원씩 지급하자고 정부와 국회에 제안했다. 소요 예산은 51조 원이다. 이재명 지사는 현금이 아닌 지역 화폐 지급을 주장한다.
  • 이미 지방 정부를 중심으로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전북 전주, 경기 화성, 강원, 서울, 부산 기장 등이 생계에 어려움을 겪는 계층에게 40~200만 원의 현금을 지급할 계획이다.
  • 한편 중앙 정부는 부정적인 입장이다. 전 국민 지급은 형평성의 문제가 있고 재정 여건도 충분하지 않으며, 지난 17일 국회를 통과한 추가 경정 예산에 취약 계층에 대한 현금 지원이 포함돼 있다는 것이다.

결론: 미국의 사회보장법은 1929년 대공황 이후 대량 실업이 발생하자 뉴딜 정책의 일환으로 1935년에 제정됐다. 기본소득 역시 코로나 사태로 논의가 급진전되고 있다. 기본소득 도입에 부정적이던 보수당의 대표마저 코로나 극복을 위해 재난기본소득 같은 과감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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