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1월 14일 정치, 경제
리포트: 정부 예산 설명서
매년 10~12월이면 신문과 방송에 내년도 정부 예산안 소식이 오르내린다. 예결위, 소소위, 쪽지 예산 같은 용어가 자주 나오지만, 제대로 된 설명은 찾기 어렵다. 정부 예산은 어떻게 꾸려지고, 국회 심사는 어떻게 이뤄질까. 정부의 예산안 편성부터 국회 통과까지 전 과정을 해설한다.

핵심 요약: 국가를 집으로 생각하면 정부 예산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개인이 자신의 연봉 내에서 월세와 식비를 지출하고 여행비를 저축하듯, 정부도 새해가 오기 전에 내년도 수입과 지출을 계획하고 국회의 심사를 받아 확정한다. 예산안 처리 과정과 주요 키워드를 정리했다.
국가라는 집: 국가 재정은 규모가 크고 체계가 복잡해 어렵게 느껴지지만, 기본 구조는 집안 살림과 같다. 학원비는 교육부 예산, 도어락 설치는 국방부 예산, 식비는 농림부 예산, 교통비는 국토교통부 예산으로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 우선순위의 문제: 개인이 비싼 겨울 코트를 새로 장만하면 한동안 외식을 줄이듯, 국가 역시 한 분야의 예산을 늘리면 다른 분야의 예산을 줄여야 한다. 쓸 수 있는 돈이 한정돼 있기 때문이다.
  • 2021년도 예산안: 정부는 내년에 555조 8000억 원을 지출할 계획이다. 수입은 483조 원으로 예상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경기가 침체돼 법인세 등 세금 수입이 줄어들 전망이다. #내년 예산안 보기
  • 어디에 얼마를 쓰나: 정부는 내년에 보건과 복지, 일자리 분야에 전체 지출의 36퍼센트를 쓴다. 일반 행정과 지방 행정에 15.6퍼센트, 교육에 12.8퍼센트, 국방에 9.5퍼센트를 지출할 계획이다.

국가의 통장: 국가가 이렇게 쓰는 돈은 여러 주머니에서 나간다. 개인에 비유하면 용도별로 통장 여러 개를 쓰는 셈이다. 국가 재정은 예산(일반회계, 특별회계)과 기금으로 이뤄진다.
  • 예산: 일반회계와 특별회계로 나뉜다. 일반회계는 국가 재정의 기본이 되는 예산이고, 특별회계는 특정한 사업에 사용하는 예산이다. 개인으로 치면 일반회계는 주거래 통장, 특별회계는 자녀 교육비 통장과 개념이 비슷하다.
  • 기금: 일반회계, 특별회계보다 탄력적이고 안정적인 자금이 필요할 때는 기금을 설치해 운영한다. 국민연금기금이 대표적이다. 국가재정법상 예산과 기금은 다르지만, 통상 ‘예산’이라고 하면 ‘일반회계+특별회계+기금’을 의미한다.

국가의 가계부: 국가의 통장까진 살펴봤다. 그럼, 국가는 돈을 어떻게 벌고 쓸까. 해마다 정부는 내년도 국가 수입이 얼마나 될지 예상하고, 이에 따라 어디에 얼마를 쓸지 계획한다. 이러한 수입과 지출 계획을 합해 ‘예산안’이라고 한다.
  • 세입: 국가의 1년 수입을 세입이라고 한다. ‘세입’의 ‘세(歲)’는 한 해를 뜻한다. 내년 한 해 동안 법인세 등 세금을 얼마나 거둬들일 수 있을지, 국가사업 운영으로 얼마나 벌 수 있을지 등을 예상한 장부가 ‘세입 예산’이다.
  • 세출: 예상 수입을 바탕으로 한 해의 지출 계획을 세운다. 어디에 얼마를 쓸지 계획한 장부가 ‘세출 예산’이다. 개인과 달리 국가는 경제가 어려울 때 지출을 늘려 경기를 활성화한다. 부족한 금액은 나라 빚을 내서 메꾼다.

예산안 처리 과정: 국가의 한 해 살림을 정부 혼자 결정하진 못한다. 각 부처가 예산 계획을 세워 기획재정부에 제출하면, 기획재정부가 국가 살림을 고려해 부처별 예산을 심의하고 최종안을 만든다. 이 안을 국회가 심사하고 의결한다.
  • 6~8월: 우리나라 정부의 가계부는 기획재정부가 쥐고 있다. 매년 5월 말까지 각 부처는 내년도 지출 계획을 세워 기획재정부에 제출한다. 모든 부처가 ‘내년에는 돈이 더 필요하다’고 주장하는데, 기획재정부가 국가 차원에서 이를 조율한다.
  • 9월 3일: 기획재정부가 모든 부처의 예산안을 심의해 확정한 뒤, 새해가 시작되기 120일 전까지(9월 3일) 정부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한다. 정부 예산안과 첨부 서류, 사업별 설명서 등을 모두 합하면 수천 페이지가 넘는다.
  • 10월: 국회가 상임위원회별로 정부 예산안을 심사한다. 교육부 예산은 국회 교육위원회가 심사하는 식이다. 교육부 업무를 잘 알고 있어서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다. 지출 계획이 합당한지, 예산 낭비는 없는지 검토한다.
  • 11월: 국회 상임위원회 심사가 끝나면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종합 심사를 실시한다. 예결특위는 국회의원 50명으로 구성된다. 상임위 차원을 넘어 국가 차원에서 예산안을 검토하고, 예산을 깎거나 늘린다.
  • 12월 2일: 국회 예결특위 심사가 끝나면 예산안이 국회 본회의로 올라간다. 재적 의원 과반수가 출석해, 출석 의원 과반수가 찬성하면 의결된다. 국회는 새해가 시작되기 30일 전까지(12월 2일) 예산안을 의결해야 한다.
  • 추가경정예산: 매년 정부는 위 절차를 거쳐 ‘본예산’을 확정한다. 그런데 코로나19나 태풍처럼 비상사태가 발생해 수입과 지출 계획을 추가로 세워야 할 때도 있다. 이때 정부는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 국회에 제출한다.

예산 확보 경쟁: 권력은 예산에서 나온다. 정부가 예산을 편성하는 6~8월에는 기획재정부 예산실 앞에 각 부처 공무원들이 몰려든다. 국회가 예산을 심사하는 10~12월에는 국회의원실 앞이 붐빈다. 예산을 더 타내고 덜 깎이려고 설득 작업을 벌이는 것이다.
  • 예산 감액: 국회는 정부의 내년 지출 계획에서 이 사업이 왜 필요한지, 왜 이 금액이 필요한지 따진다. 근거가 타당하지 않으면 예산을 삭감한다. 국회 예산 심사 과정에서 단 몇 분 사이에 수십 억짜리 사업이 백지화되기도 한다.
  • 예산 증액: 예산을 줄이는 건 국회의 고유 권한이지만, 예산을 늘릴 때는 정부의 동의가 필요하다. 그래서 거래도 일어난다. 국회가 정부 역점 사업을 감액하지 않는 대신, 정부도 국회 관심 사업의 증액에 동의를 해주는 식이다.
  • 지역구 예산: “근린공원 조성에 15억 원 확보!” 동네에서 한번쯤 봤을 현수막이다. 국회 심사 과정에서 의원들은 지역구 예산 확보에 힘쓴다. 당 대표, 원내대표, 예결위원장 등 정치적 입지가 높을수록 지역구 예산 확보에 유리하다.
  • 소소위: 예산 규모가 크고 심사 기일도 촉박하다 보니, 국회는 법정 처리 시한을 며칠 앞두고 법에도 없는 ‘소소위’라는 실무 협의체를 가동해 심사를 해왔다. 여야 의원 3~4명과 소수 관료가 모여 막판 몰아치기 예산 심사를 한다.
  • 쪽지 예산: 소소위의 예산 심사는 작은 회의실에서 진행된다. 공식적인 속기록도 남지 않는다. 회의실 문을 굳게 닫고 심사를 하는데, 이때 동료 의원들이 회의실 안으로 쪽지를 들여보낸다. 자기 지역구 예산을 잘 봐달라는 뜻이다.

결산: 한 해 예산을 다 쓴 뒤에 검사를 받는 절차도 있다. 바로 결산이다. 2020년 예산을 예로 들면, 2021년 초에 정부는 결산에 대해 감사원의 검사를 받고, 2021년 5월 31일까지 국회에 결산 보고서를 제출한다. 국회는 정부가 계획대로 돈을 잘 썼는지 심사한다. 문제를 발견하면 정부에 시정을 요구한다.

정부 예산 제도가 더 궁금하다면: 국가 재정의 이해
2020년 8월 21일 정치, 사회
전세를 월세로 돌릴 때 알아야 할 것들
정부가 전세를 월세로 전환할 때 적용되는 ‘전월세 전환율’을 4퍼센트에서 2.5퍼센트로 낮추기로 했다. 최근 임대차 3법 개정으로 전세 매물이 줄어들고 전세가 월세로 바뀌자 내놓은 대책이다.

핵심 요약: 전월세 전환율 인하로 세입자의 월세 부담이 줄어들 수 있지만, 신규 세입자에는 적용되지 않고 집주인이 새 제도를 지키지 않아도 처벌할 수 없어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달라지는 전월세 전환율을 간단히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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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5월 12일 정치
프리랜서도 실업 급여 받을 수 있을까?
고용 보험 가입 대상이 저임금 비정규직, 특수 고용직, 예술인, 자영업자 등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0일 취임 3주년 연설에서 “‘전 국민 고용 보험 시대’의 기초를 놓겠다”고 밝혔다.

핵심 요약: 코로나19로 고용 위기가 현실화되면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돼 왔다. 일자리를 잃은 근로자에게 실업 급여를 지급하는 고용 보험은 고용 위기에 대응하는 기본적인 안전망으로 꼽힌다.
고용 보험: 고용 보험은 근로자에게 보험금을 받아 실직했을 때 실업 급여를 지급하는 제도다.
  • 근로자를 고용하는 사업주는 의무적으로 고용 보험에 가입해야 한다. 보험료는 사업주와 근로자가 반씩 부담해 급여의 1.6퍼센트를 납입한다. 정규직은 대부분 가입되어 있다. 2019년 기준 정규직 임금 노동자의 고용 보험 가입 비율은 87.2퍼센트였다.
  • 반면 비정규직, 프리랜서, 플랫폼 노동자 등 특수고용노동자, 예술인, 자영업자 등은 고용 보험 의무 가입 대상이 아니다. 비정규직의 고용 보험 가입률은 44.9퍼센트, 자영업자의 가입률은 0.4퍼센트에 불과하다. 비정규직은 보험료 부담이나 사업주 강요 등으로 가입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자영업자의 경우 보험료 전액을 혼자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어떻게 바뀌나: 고용 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노동자들의 가입을 독려하고, 특수고용노동자, 프리랜서, 예술인 등을 고용 보험 가입 대상에 포함시키겠다는 방침이다.
  • 플랫폼 노동자 등 특수고용노동자를 고용 보험 대상으로 지정하기 위해서는 보험료 부과 방식의 개선이 필요하다. 현재는 사업주가 노동자에게 지급하는 임금을 기준으로 보험료를 책정하지만, 특수고용노동자의 경우 자영업자로 분류돼 있어 기준 임금 산정이 어렵기 때문이다. 노동자가 여러 사업체를 통해 소득을 얻는 경우, 사업주가 부담하는 절반의 보험료를 어떻게 분배할지도 쟁점이다.
  • 보험료 부담이 큰 자영업자의 가입을 늘리기 위해서는 정부가 보험료 일부를 부담해야 한다. 청와대는 이와 관련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 정부는 고용 보험의 사각지대에 있는 취업 준비생, 장기 실업자, 영세 자영업자 등에게 취업 지원 서비스와 구직 촉진 수당을 지원하는 국민 취업 지원 제도 도입도 공식화했다. 고용 보험 다음 단계의 안전망인 셈이다.
  • 문제는 재원 확보다. 고용 보험은 근로자와 사업주가 낸 보험금을 운용해 실업 급여를 지급한다. 적자가 나면 정부 예산으로 채우는 구조다. 고용 보험 기금은 2018년 적자로 돌아섰고, 2019년에는 적자 폭이 2배 이상 늘어 2조 원을 넘었다. 적자가 더 확대되면 가입자들이 내는 보험료가 인상될 수 있다.

전망: 코로나19로 실업 문제에 대한 대응책을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러나 제도 시행을 위해서는 법률안 정비부터 가입자와 정부의 추가 부담에 대한 사회적 합의까지 상당한 준비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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