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4월 14일 정치
적폐 청산 대 민생 파탄, 심판의 날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미래통합당 지지자들의 ‘민생 파탄’이라는 표현이 문재인 정부를 연상시킨다며 투표 독려 문구로 사용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반면 여당 지지자들의 ‘적폐 청산’ 문구는 허용했다. 현행 공직선거법은 투표 참여를 권유할 때 특정 정당이나 후보자를 추천하거나 반대하는 내용은 금지하고 있다.

핵심 요약: 선거 때마다 여야는 서로 상대를 심판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번 선거에서 민생 파탄이 정권 심판을, 적폐 청산이 야당 심판의 메시지로 해석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승패를 좌우한 역대 선거의 심판론을 살펴본다.
탄핵 세력 심판: 2004년 17대 국회의원 선거는 대통령 탄핵이 핵심 의제로 부상했던 ‘탄핵 선거’였다. 탄핵에 반대하는 촛불 집회가 열리는 등 반대 여론이 확산하면서 여당의 탄핵 세력 심판론이 힘을 얻었다.
  • 야당 한나라당은 여당을 지지하는 발언을 한 노무현 대통령이 선거법을 위반했다며 사상 초유의 현직 대통령 탄핵 소추안을 가결시켰고 역풍을 맞았다.
  • 여당 열린우리당은 152석으로 과반 확보에는 성공했으나 압승을 거둘 것이라는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다. 박근혜를 당 대표로 앞세운 ‘정권 견제론’이 일부 효과를 거둔 한나라당이 121석으로 선전했다.

안정론과 견제론: 2008년 18대 국회의원 선거는 이명박 정부 출범 44일 만에 치러진 선거였다. 새 정부 출범 효과로 50퍼센트 대 지지율을 보였던 여당 한나라당은 안정적인 국정 운영을 강조했다.
  • 이명박 정부 임기 초반의 방향을 설정하는 선거가 되면서, 여론은 새 정부에 힘을 실어 주자는 안정론 쪽으로 기울었다.
  • 한나라당이 전체 의석 수의 3분의 2가 넘는 200석을 확보할 것이라는 주장까지 나왔지만, 결과는 153석의 과반 확보였다. 야당 통합민주당은 81석에 그쳤다.

누가 심판할 것인가: 2012년 19대 국회의원 선거는 이명박 정부 임기 마지막 해, 차기 대선을 8개월 앞두고 치러졌다. 대선 주자를 전면에 내세운 대선 전초전이었다.
  • 제1야당 민주당은 재야 세력과 통합해 민주통합당을 창당했고, 여당 한나라당은 새누리당으로 당명을 바꾸고 이명박 정부와의 차별화에 나섰다.
  • 여당 내 야당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은 유력 대선 후보 박근혜가 이끄는 새누리당이 152석을 얻었다. 민주통합당은 127석에 그쳤다.

정권 심판론: 2016년 20대 국회의원 선거는 세월호 참사 2주기와 맞물려 치러졌다. 정권 심판론과 더불어 기성 정치에 대한 심판론이 확산했다.
  • 야당 더불어민주당이 123석으로 제1당이 됐다. 여당 새누리당은 122석에 그쳤다.
  • 양당 체제를 심판 대상으로 삼은 국민의 당이 38석으로 약진했다.

전망: 선거는 본질적으로 심판이다. 그러나 여야가 주장하는 상대에 대한 심판이 핵심은 아니다. 더 중요한 것은 유권자의 정치권에 대한 심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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