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가 샌더스를 따라잡았다: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은 ‘민주적 사회주의자’를 자처한다. 부자에게 세금을 더 걷어 경제적 불평등을 해소하고, 월스트리트 규제를 강화하고, 전 국민에게 의료 보험을 제공하고, 공립 대학에서 무상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미국을 북유럽 사회민주주의 국가처럼 만들겠다는 것이다.
- 샌더스 상원의원은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초반에 선두를 달렸다. 샌더스가 선전하자 민주당 중도파의 표심이 조 바이든 전 부통령으로 향했다. 급진적인 성향인 샌더스가 대선 후보로 확정될 경우, 본선에서 외연 확장이 어렵지 않겠냐는 판단이 작용한 것이다.
- 2016년 경선도 비슷했다. 당시 샌더스는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과 맞붙어 경선 초반 돌풍을 일으켰다. 특히 20대가 열광했다. 그러나 중도 좌파 성향의 전통적인 민주당원들은 힐러리 전 장관을 지지했다. 샌더스는 기득권의 벽을 넘지 못하고 끝내 경선에서 사퇴한다.
- 샌더스가 경선에서 하차하자 이른바 ‘샌더스 리스크’가 사라져 뉴욕 증시가 올랐다. 샌더스는 급진적이라는 평가를 받지만 그가 오래전부터 제기해 온 의제들은 이미 상당수가 보편화됐다. 부유세 부과, 대학 무상 교육은 더 이상 급진 좌파의 과격한 정책이 아니라 민주당 주류와 공화당 내에서도 거론되고 있다.
미국 대선 전망: 코로나19 확산으로 미국 대선 일정이 멈춰 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상 최고의 주가와 일자리 창출이라는 자랑거리를 잃었고,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국민의 관심 밖으로 밀려났다.
- 공화당 대선 경선은 일찌감치 트럼프 대통령의 승리로 끝났다. 당내 경쟁을 가볍게 통과한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민주당 대선 주자들을 견제해 왔다. 특히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을 ‘졸린(sleepy) 조’라 부르며 집중 공격했는데, 유독 샌더스에 대해서는 “잘하고 있다”며 치켜세웠다. 본선 경쟁자로 급진 좌파인 샌더스가 더 쉬운 상대였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 민주당은 주별 경선 일정을 미루고, 7월 중순 열릴 예정이던 전당 대회도 8월로 연기했다.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사회적 거리 두기’에 따라 유세를 멈추고 집에서 인터넷 방송을 하는 사이, 트럼프 대통령은 연일 TV에 등장해 코로나 대응 브리핑을 하고 있다.
- ‘트럼프 대 바이든’ 맞대결이 확정됐지만 이번 선거는 ‘트럼프 대 코로나’ 구도로 흘러갈 것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스는 “코로나가 선거 운동의 다른 모든 이슈들을 덮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 위기에 잘 대응했는지 한 가지 이슈만 남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결론: 워싱턴포스트는 2016년 미국 대선을 앞두고 샌더스 돌풍이 일자 “샌더스가 시대를 따라잡은 게 아니라 시대가 그를 따라잡았다”고
썼다. 샌더스가 40여 년 전부터 급진적이라는 지적을 받으며 제기해 온 의제들에 기성 정치권과 국민이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샌더스의 말처럼 대선 도전은 끝났지만 정의를 위한 투쟁은 계속 이어지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