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9월 24일 사회
한국의 힙을 느끼세요
‘이 세상 흥이 아니다’. 우리나라 관광 홍보 영상이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퓨전 국악 밴드 이날치, 댄스 컴퍼니 앰비규어스가 참여한 홍보 영상 3편의 유튜브 조회 수가 23일 기준 7000만 회를 넘었다. 서울, 부산, 전주 영상이 공개됐고, 이달 안에 목포, 강릉, 안동 영상도 공개된다.

핵심 요약: 영상의 핵심은 ‘힙’한 비트가 더해진 전통 음악과 중독성 있는 춤이다. 기존 홍보 영상에서 흔히 봤던 자연 경관, 전통 음식, 유명 스타들은 없다. 공익 광고의 틀에서 벗어나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자는 취지다. 글로벌 PR의 방향성을 제시했다는 평가다.
여기가 힙의 나라입니까: 이번 홍보 영상은 잔잔한 음악과 한국의 자연환경, 발전상이 차례로 나오는 기존 공식을 완전히 깼다.
  • 영상에서 빨간 정장, 조선군 모자와 갓을 쓴 사람들이 청와대, 서울 자하문 터널을 지난다. 물안경과 수영모에 검은 정장을 차려입고 부산 광안리 해변도 거닌다. 이들은 명소를 누비며 판소리에 맞춰 중독성 있는 댄스를 춘다. 절에서 빗질하던 스님도 함께 춤춘다. 누가 쳐다보거나, 앞질러 지나가도 말없이 춤만 추는 모습이 1분 40초짜리 영상의 전부다.
  • 배경 음악은 ‘요즘 노래’로 불리는 이날치의 ‘범 내려온다’이다. 이날치는 판소리 ‘수궁가’ 등 국악을 현대 음악으로 재해석해 인기를 얻고 있다. 한국인에게는 의외성을, 외국인에게는 이색적인 감상을 느끼게 했다는 평가다. “전통 음악이 이렇게 힙한 민족이 있을까”, “광고인데 자꾸 보게 된다”는 반응이 대다수다. ‘커버 댄스’, ‘리액션 영상’까지 등장했다.
  • 공식을 따르지 않은 점이 유효했다. 한국관광공사는 앞서 송중기, 엑소와 같은 한류 스타를 앞세워 광고를 만들었지만 세계적인 인기를 끌지는 못했다. 빌딩 숲 속 시민들의 미소, 외국인이 배낭 메고 고궁을 거니는 ‘필수 요소’도 모두 빠졌다. 대신 글로벌 콘텐츠가 됐다. 목포, 강릉, 안동 편이 완성되면 6개 도시 춤을 따라 하는 챌린지가 진행될 예정이다.

랜선 홍보의 진화: 기존 홍보 영상이 지닌 따분한 룰과 이미지를 벗어나려는 노력은 각국에서 진행되고 있다.
  • 저는 태국이 싫어요: 영상 속 영국 남성이 여권과 지갑이 든 가방을 도둑맞은 뒤 태국이 싫다고 절규한다. 하지만 태국인들의 도움을 받아 가방을 찾고, 이내 태국의 아름다운 풍경에 빠지게 된다. 군부 쿠데타로 관광 산업이 위기에 처하자 태국 관광청이 만든 영상으로 큰 화제가 됐다.
  • 랜선 여행 오세요: 영국 관광청은 자전거를 타고 런던을 한 바퀴 돌아보는 것 같은 360도 VR 영상을 공개했다. 스위스는 ‘꿈은 지금, 여행은 나중에’라는 모토로 산악 마라톤을 생생하게 소개하는 영상 캠페인을 하고 있다. 체코도 ‘집에서 만나는 체코’를 테마로 생생한 VR 투어를 진행한다. 
  • 스타 대신 크리에이터: 말레이시아는 우리나라 파워 유튜버와 협업해 홍보 콘텐츠를 만든다. 딱딱한 소개가 아니라 문화, 음식, 여행지, 라이프 스타일 등을 다뤄 인기다. 로스앤젤레스 관광청도 유튜버 ‘영국 남자’와 체험기 형식의 영상을 만들었다.

꼭, 다시 만나요: 코로나로 관광이 멈춘 시대, 랜선을 통해 브랜드를 알리는 일은 개별 국가에도 중요한 과제가 됐다. 여행이 돌아왔을 때 꼭 가보고 싶은 나라, 도시, 장소가 되기 위한 새로운 실험과 시도는 계속될 전망이다.
2020년 9월 24일 경제
화려했던 테슬라의 ‘배터리 데이’, 결과는 23조 원 증발
미국 전기차 기업 테슬라의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가 23일 열린 ‘배터리 데이(Battery Day)’에서 “3년 후에 완전 자율 주행 전기차를 지금의 반값인 2만 5000달러에 판매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배터리 데이 이후 테슬라의 시가 총액 23조 원이 사라졌다.

핵심 요약: 주주 총회 겸 신기술 발표 행사로 열린 배터리 데이는 세계 전기차 업계의 판도를 바꿀 혁신적 내용이 나올 것으로 주목을 받았다. 일론 머스크는 기대에 부응하고자 새로운 원통형 배터리 ‘4680’과 함께 ‘반값 전기차’와 ‘완전 자율 주행’을 내세웠다. 시장은 “혁신이 보이지 않았다”는 싸늘한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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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9월 24일 사회
내 죽음은 누구의 것일까
교황청이 22일 안락사와 조력 자살을 ‘살인 행위’로 규정하고 반대하는 입장을 거듭 확인했다. 교황청은 17쪽 분량의 서한을 통해 안락사 법안을 승인한 정치인은 중대한 죄의 공범이 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핵심 요약: 네덜란드, 벨기에, 룩셈부르크에서는 적극적 안락사가 합법이다. 스위스는 조력 자살도 허용한다. 우리나라도 2018년부터 소극적 안락사를 시행하고 있다. 삶을 끝낼 권리를 둘러싸고 세계 각국과 종교계, 의료계의 논의가 한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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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9월 23일 사회
설문: 표현의 자유, 어디까지 허용해야 할까?
웹툰의 선정성과 여성 혐오가 논란이 되고 있다. 웹툰 작가 기안84가 네이버에 연재 중인 웹툰 ‘복학왕’이 여성 혐오 논란에 휩싸이자, 동료 작가 주호민은 “시민 독재의 시대가 열린 것”이라며 표현의 자유를 옹호했다.

핵심 요약: 여성 혐오냐, 표현의 자유냐. 웹툰의 내용을 둘러싸고 논쟁이 뜨겁다. 만화는 만화일 뿐이라며 표현의 자유를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과, 혐오의 자유까지 인정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 충돌하고 있다.

설문: 웹툰 속 혐오 표현, 어디까지 허용해야 할까?
70%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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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마 눈 뜨고 볼 수 없는 웹툰: 국내 웹툰 시장 규모가 올해 1조 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한국의 대표 콘텐츠로 자리 잡았지만, 선정성과 여성 혐오 논란이 되풀이되고 있다.
  • 웹툰 작가 기안84가 네이버에 연재 중인 웹툰 ‘복학왕’이 문제가 됐다. 무능한 여성이 남자 상사와 성관계를 맺고 정직원에 채용된 듯한 상황이 연출됐다. 여성 혐오 지적이 일자 작가는 해당 장면을 수정하고 사과문을 냈다.
  • ‘헬퍼2: 킬베로스’도 선정성 논란이 일었다. 이 웹툰에는 강간, 불법 촬영, 아동 성 착취 장면이 예사로 등장한다. 18세 등급임을 감안해도 참기 힘들 정도라는 지적이 이어지자 작가는 사과문을 내고 휴재를 선언했다.
  • 작가들의 사과로 논란이 가라앉는 듯했지만, 주호민의 발언이 불을 다시 지폈다. 영화 〈신과 함께〉의 원작자인 웹툰 작가 주호민은 “과거에는 국가가 검열을 했지만 이제는 시민이 한다. 시민 독재의 시대가 열린 것”이라고 말했다.

표현의 자유, 어디까지 허용해야 할까: 이번 논란을 단순히 일부 작가의 문제로만 한정해서는 안 된다. 웹툰의 위상이 커진 만큼 웹툰 내 표현의 자유를 어디까지 허용해야 할지에 대한 공론의 장으로 삼아야 한다.
  • 현재 웹툰은 국가의 검열을 받지 않는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한국만화가협회에 웹툰 규제를 맡겨 왔다. 협회 내 심의 기구가 자율적으로 웹툰을 조사해서 문제가 있을 경우 내용 수정 등 권고 조치를 내리지만 강제성은 없다.
  • 이번에 문제가 된 작품과 작가를 비판하는 사람들은 표현의 자유가 혐오할 자유까지 포함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차별과 혐오 문제에 대한 사회적 눈높이가 높아진 만큼 보다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 한편 표현의 자유를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헬퍼2: 킬베로스’의 경우 애초 18세 등급이라 문제될 것이 없고, 만화는 만화일 뿐이라는 것이다. 외부에서 작품에 개입한다면 창작의 자유를 억압하던 군사 독재 시절의 검열과 다를 것이 없다는 주장이다. 

자유는 어떻게 해악이 되는가: 뉴욕대 로스쿨에서 법·정치철학을 가르치는 제러미 월드론은 말할 권리가 있다면 막을 권리도 있다고 주장한다. 혐오 표현을 규제해야 한다는 뜻이다. 표현의 자유가 한 사람에게 불쾌감을 주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사람이 속한 집단을 공격하고, 공공의 선(善)을 파괴한다면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관련 주제 읽기: 불안한 사냥꾼의 사회 ― 우리는 왜 서로를 혐오하는가
2020년 9월 23일 정치, 사회
이탈리아 국민의 선택, “국회의원 줄여”
이탈리아 국민은 국회와의 ‘거리 두기’를 선택했다. 이탈리아에서 20~21일 이틀간 실시된 의원 감축 개헌안 국민 투표에서 69.9퍼센트의 찬성표가 나왔다. 다음 총선이 있는 2023년부터 이탈리아 상·하원 의원 수는 현재 945명에서 600명으로 3분의 1이 줄어든다.

핵심 요약: 이탈리아가 고비용 저효율의 국회를 개혁했다. 이탈리아의 국회의원 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을 훨씬 웃돌지만, 생산성은 최저 수준이다. 한편 우리나라는 국회의원 수가 선진국에 비해 많지 않지만, 효율 면에서는 역시 좋은 평가를 못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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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9월 23일 정치
나라는 왕실이 아닌 국민의 것
두 달째 이어지고 있는 태국의 반정부 시위가 왕실 개혁 문제로 번지고 있다. 입헌 군주제인 태국에서 왕실을 모독하면 최대 15년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다. 인터넷과 표현의 자유에 익숙한 젊은 세대들이 왕실을 흔들고 있다.

핵심 요약: 태국 역사상 유례없는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정부 개혁을 요구하며 시작된 시위가 왕실 비판으로 옮겨붙었다. “국가는 왕실이 아닌 국민의 것”이라는 명판까지 나왔다. 금기를 깨트린 이번 시위의 발단은 ‘레드불 스캔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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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9월 22일 사회
선택적 양심의 자유는 없다
전쟁 게임을 즐기던 사람이 9년 만에 종교 활동을 재개하며 입영을 거부한다면 정당할까. 대법원이 21일 이를 정당한 병역 거부로 볼 수 없다며 병역법 위반에 따른 유죄를 확정했다. 해당 남성은 징역 10월에 집행 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핵심 요약: 유죄를 받은 A씨는 앞서 양심에 반해 총기를 들 수 없다며 병역을 거부했다. 그는 과거 공동 공갈 사건 등으로 7차례 입건된 전력이 있다. 법원은 “병역 거부가 깊고, 확고하고, 진실한 양심에 따른 것인지 의문이 든다”고 유죄 이유를 설명했다.
게임할 땐 양심 절전 모드: 재판부는 “신념이 깊다는 것은 사람의 내면 깊이 자리 잡은 것으로, 모든 생각과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뜻한다”고 말했다.
  • A씨는 2012년부터 자기 계발 등의 이유로 입영을 계속 미뤘다. 헌법재판소가 양심적 병역 거부를 인정한 두 달 뒤인 2018년 8월 입영 통지서를 다시 받은 그는, 한 달 뒤 9년 만에 종교 활동을 다시 시작하며 신념을 이유로 군대에 가지 않았다. 총기로 다른 유저를 죽이는 게임인 배틀그라운드와 오버워치를 즐긴 사실도 확인됐다. 그는 “(전쟁) 게임을 할 때는 양심이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 또 과거 공동 공갈, 무면허 음주 운전 등으로 7차례 입건됐다. 모두 성서 교리에 어긋나는 행동이다. 재판부는 결국 A씨가 병역을 거부할 만큼 진실한 종교적 신념이 없음에도 병역을 회피했다고 판단했다. “진실한 양심은 그 사람의 삶 전체를 통해 형성되고 어떤 형태로든 실제 삶으로 표출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신의 양심을 입증하세요: 양심적 병역 거부자들은 올해부터 병무청 대체역 심사 위원회의 심사를 통과하면 대체 복무를 할 수 있다. 단, 심사 과정이 까다롭다.
  • 2018년 대법원은 군사 활동을 거부하는 ‘양심적 병역 거부자’를 처벌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이후 해마다 600명씩 생기는 양심적 병역 거부자들이 대체 복무를 할 수 있는 법이 시행됐다. 대법원은 “병역 거부자는 양심이 깊고 확고하며 진실한 것이라는 구체적인 소명 자료를 제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주장만으로는 양심을 인정받기 힘들다는 뜻이다.
  • 지난 6월 말부터 대체 복무 신청과 심사가 시작됐다. 병무청은 지난달 31일 기준 448명에 대해 대체역 편입 결정을 내렸고, 이들 중 64명이 다음 달 26일 처음 소집된다고 밝혔다. 이들은 복무 관련 교육을 4주간 받은 뒤 교도소와 구치소 등에서 3년간 취사·간병·환경 미화·시설 보수 업무의 보조를 맡게 된다.
  • 법원처럼 대체역 심사 위원회도 한 개인이 살아온 발자취를 세심히 살핀다. ‘양심의 실체’, ‘양심의 진실성’, ‘양심의 구속성’으로 나눠 모두 16개의 항목을 살펴본다. 병역 거부 신청자는 모두 10가지 서류를 내야 한다. 범죄 경력 및 수사 경력 조회 회보서, 초·중·고등학교 생활 기록부, 주변인 3명 이상에게 받은 진술서가 포함된다.

이런 복무는 처음이라: 양심적 병역 거부의 유무죄 판단과 대체역 심사의 핵심은 ‘양심의 일관성’이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 양심을 증명하는 데서 오는 우려도 있다. 재판에서 영화나 게임 다운로드 내역, 위치 정보 수시 열람 등 개인 정보 침해가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대법원이 인정한 무기를 들지 않을 권리, 대체 복무를 할 권리를 위해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진정한 양심’의 기준을 다듬어 나가야 한다.
2020년 9월 22일 사회
손흥민의 4골이 대단한 이유
잉글랜드 프로 축구 프리미어리그(EPL) 토트넘의 손흥민이 20일 사우스햄턴과의 경기에서 혼자 4골을 몰아치며 팀의 5 대 2 승리를 이끌었다. 세계 최고 수준의 EPL에서 아시아 선수가 한 경기에 4골을 넣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핵심 요약: 1992년 출범한 EPL에서 한 경기에 4골 이상을 넣는 ‘오버 해트트릭(over hat trick)’을 기록한 선수는 손흥민을 포함해 28명뿐이다. 손흥민 스스로도 프로 축구 선수 생활을 시작한 이후 처음이다. 우리나라 선수라서 열광하는 소위 ‘국뽕’이 아니다. EPL 한 경기 4골은 다시 보기 힘든 진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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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9월 22일 정치, 경제
하나의 세계, 두 개의 인터넷
미국 정부가 중국 테크 기업 제재를 강화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20일부터 중국 메신저 앱 ‘위챗’의 미국 내 다운로드를 금지했다. 이날부터 틱톡 사용도 금지될 예정이었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오라클과 월마트의 틱톡 투자를 승인하면서 금지 조치가 일주일 미뤄졌다.

핵심 요약: 트럼프 행정부의 중국 인터넷 기업 때리기와 중국의 반격은 단순한 무역 갈등에 그치지 않는다. 하나의 세계가 두 개의 인터넷으로 갈라지는 현상으로 해석할 수 있다. 미국이 이끄는 인터넷과 중국이 이끄는 인터넷으로 나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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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9월 21일 정치, 사회
RBG: 나는 반대한다
미국 진보의 아이콘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연방대법관이 18일 세상을 떠났다. 향년 87세로 연방대법관 중 최고령이었던 긴즈버그는 최근까지 암 투병 생활을 해왔다.

핵심 요약: 미국 연방대법원의 이념 지형은 보수 5명, 진보 4명이었다. 대선을 6주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후임 대법관 임명을 강행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대법원의 보수 색채가 더 짙어질 수 있다.
나는 반대한다: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연방대법관은 여성과 소수자를 억압하는 권력에 맞서 “나는 반대한다”를 외쳐 왔다. 기득권층은 그를 ‘마녀’라 불렀지만, 젊은 세대에게 그는 진보의 아이콘이었다.
  • 긴즈버그는 1933년 뉴욕에서 태어났다. 코넬대를 졸업하고 하버드대 로스쿨에 진학했다. 컬럼비아대 로스쿨로 편입해 1959년 공동 수석으로 졸업했지만, 유대인이고 여자인 데다 엄마라는 이유로 한동안 로펌에 취직할 수 없었다.
  • 1970년대 인권 변호사로 활동했다. 성차별 사건을 주로 맡았다. 대법원까지 올라간 사건 6건 중 5건에서 승소해 사회 변화를 이끌었다. 교수 시절에는 섹스(sex)라는 말 대신 젠더(gender)라는 말을 처음 사용했다.
  • 1993년 빌 클린턴 대통령의 지명으로 미국 역사상 두 번째 여성 대법관이 된다. 대법관이 된 뒤에도 소수자를 대변했다. 남성만 입학 가능한 군사 학교에 여성 입학을 허용했고, 동일 노동에 대한 남녀 동일 임금을 옹호했다.
  • 대법관 재임 중에 소수 의견을 하도 많이 내서, 젊은 세대는 그를 흑인 래퍼 ‘노토리어스 B.I.G’에 빗대 ‘노토리어스 R.B.G’라는 애칭으로 불렀다. 긴즈버그의 얼굴이 그려진 티셔츠, 머그컵, 문신 등이 밈(meme)으로 인기를 끌었다.
 
대법원의 정치 지형: 긴즈버그는 숨을 거두기 며칠 전 손녀에게 “나의 가장 강렬한 소망은 새 대통령이 취임할 때까지 교체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연방대법원의 보수화를 우려한 말이었다.
  • 미국 연방대법원은 미국 최고의 사법 기관이다. 대법원은 판결을 통해 미국인과 미국 사회의 가치관을 변화시켜 왔다. 여성의 낙태권을 개인의 사생활 보호 권리로 인정하고, 성적 지향에 따른 차별을 금지한 것이 대표적이다.
  • 연방대법관 9명은 종신직이다. 중도 사퇴하거나 사망하면 대통령이 후임 대법관을 지명하고, 상원 인준을 거쳐 임명된다. 현재 상원은 공화당이 과반을 차지하고 있다.
  • 그동안 연방대법원의 이념 지형은 보수 5명, 진보 4명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긴즈버그의 후임으로 보수 성향의 대법관을 지명하면 6 대 3으로 보수 색채가 짙어진다. 트럼프 대통령은 후임 대법관을 신속히 지명하겠다고 밝혔다.
  • 한편 민주당은 반발하고 있다. 긴즈버그의 후임은 오는 11월 3일 치러지는 대통령 선거의 승자가 지명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정 후보가 대선 결과에 불복하고 소송을 제기할 경우, 최종 판단은 연방대법원이 내리게 된다.

발을 치우라: 여성이고 엄마이고 유대인이었던 긴즈버그는 ‘합법적’ 차별에 맞서 싸웠다. 때로 급진적이라는 비판을 받았지만, 그가 요구했던 것들은 단순했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호의를 베풀어 달라는 것이 아니다. 다만 내가 형제들에게 요구하는 것은 우리 목을 밟고 있는 그 발을 치우라는 것이다.” 지난 주말 연방대법원 앞에는 수백 명의 시민들이 모여 촛불을 들고 고인을 추모했다. 긴즈버그의 전투는 끝났지만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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