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6월 4일 사회
천안문 시위 31주년…격랑의 홍콩
홍콩 경찰이 4일 천안문 민주화 시위 31주년 추모 촛불 집회를 불허했다. 1989년 천안문 시위 발생 이듬해인 1990년에 첫 추모 집회가 열린 이후 처음이다. 경찰의 금지에도 주최 측은 밤 8시 빅토리아 파크에서 1분간 침묵하는 집회를 벌이고, 홍콩 시내에 부스 100개를 설치해 시민들에게 촛불을 나눠 줄 예정이다.

핵심 요약: 천안문 민주화 시위 추모 집회는 ‘일국양제’를 상징하는 행사다. 특히 올해는 송환법 반대 시위 1주년, 홍콩 보안법 도입 결정 일주일 만에 열려 많은 홍콩 시민들이 결집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홍콩 경찰은 코로나19 확산 예방을 시위 불허의 이유로 들었지만, 사실상 집회를 탄압하는 정치적 목적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민주주의의 최대 위기: 범죄인 인도법안, 이른바 홍콩 송환법 추진은 잠정 중단됐지만 1년도 안 돼 중국 정부가 홍콩 보안법을 의결하면서 홍콩의 민주주의는 더 큰 위기를 맞았다.
  • 천안문과 탱크맨: 1989년 6월 4일 중국 대학생과 시민들은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시위를 벌였다. 공산당 독재에 분노한 이들은 ‘민주화’와 ‘부정부패 척결’을 외쳤다. 중국 정부는 탱크 등을 동원해 대학생과 시민들을 무자비하게 진압했다. 중국 정부는 희생자 수가 300명이 안 된다고 발표했지만, 수천 명에 달한다는 외신 보도가 잇따랐다. 광장에서 맨몸으로 탱크를 막아선 시민의 모습은 중국 민주화의 상징처럼 여겨진다.
  • 삭제된 기억: 1989년 6월 4일은 중국 SNS나 인터넷 포털에서 검색할 수 없다. 중국 정부는 SNS에서 천안문 집회와 관련된 모든 언급을 검열하고 있고, 공개적인 토론이나 기념행사도 금지하고 있다. 역사의 일부지만 후세대에게 교육하지 않는다. 이렇게 중국에서 천안문이 철저히 삭제된 것과 달리 홍콩에선 1997년 중국 반환 이후에도 추모 집회가 계속됐다. 천안문 시위 추모 집회가 ‘일국양제’의 상징으로 떠오른 이유다.
  • #6431truth: 시위 주최 측은 6월 4일 천안문 민주화 시위 31주년이라는 의미의 해시태그 #6431truth를 사용해 SNS 추모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민주화 운동을 지지하는 지련회 초우한텅(鄒幸彤) 부주석은 “촛불 집회를 금지할지 여부는 정부 당국에 달려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에게 달려 있다”며 “사람들의 마음이 그곳에 있는 한 빅토리아 공원의 촛불은 켜질 것”이라고 밝혔다.

사람도, 돈도 떠나는 홍콩: 국가 보안법 통과 이후 홍콩 ‘엑소더스’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 올 1~4월 약 2400명의 홍콩 시민이 대만 이주 신청서를 작성한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배 이상 늘어난 규모다. 미국 행정부가 홍콩의 특별 지위 박탈 절차를 시작하자 ‘탈 홍콩’ 행렬이 시작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 미국이 홍콩 내 자산을 처분하려는 움직임도 포착되고 있다. 미국은 홍콩 주재 미국 총영사관이 보유한 1조 6000억 원 상당의 건물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계기로 홍콩 내 국제 자본 유출이 가속화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단순한 자산 정비가 아니라, 미국이 앞으로 홍콩을 특별 대우하지 않겠다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는 분석도 있다.

전망: 홍콩 행정 수반인 캐리 람 행정장관은 3일 홍콩 국가보안법에 대한 의견을 전달하기 위해 베이징에 방문했다. 국제 사회의 압박과 비판에도 홍콩 보안법 입법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밝힌 것이다. 홍콩은 안팎으로 걷잡을 수 없는 격랑에 빨려 들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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