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롭테크 시대의 부동산
2화

테크놀로지와 부동산

부동산 시장에 침투하는 기술 혁명

멀리서 바라보면 대부분의 집들은 똑같아 보인다. 비행 고도에서는 댈러스, 로스앤젤레스는 물론 뉴욕까지도 대부분의 주거지에는 별 차이가 없다. 베이지색 혹은 회색의 지붕들이 깔끔한 패턴으로 배치되어 있는 형태다. 햇볕이 많은 기후의 지역으로 가면 그런 단조로움 속에서 밝은 터키색의 직사각형 수영장들이 가끔 나타난다. 하지만 주택의 가치를 산정하는 일에 있어서는 세부적인 차이가 중요하다. 입지, 면적, 방의 개수, 마감재 등을 비롯한 1000가지 다른 요소들은 이 집이 20만 달러인지, 아니면 200만 달러인지를 결정한다.

이런 이유로 부동산 시장은 오랫동안 파편화된, 지역 단위 시장이었다. 전국부동산협회(NAR)에 따르면 미국 내에는 200만 명의 부동산 중개인이 있다. 이는 미국 노동력의 1퍼센트를 약간 상회하는 수준이다. 중개인은 매년 몇 건 일어나지 않는 거래를 위해 주택을 평가하고, 부동산을 마케팅하고, 매물 확인 일정을 짜는 등 많은 일을 한다. 비벌리힐스의 몇몇 거리처럼 중개인 한 명이 마을 전체 시장을 장악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로스앤젤레스 전역과 무성하게 뻗은 교외 지역으로 범위를 확대해 보면, 그 중개업자의 시장 점유율은 거의 0으로 급격하게 떨어진다.

부동산은 세계 최대의 자산 시장이다. 미국 내 주거용 부동산의 가치는 약 34조 달러(4경 555조 원)에 달하는데, 이는 미국 상장 기업 전체의 시가 총액에 버금가는 규모다. 상업용 부동산과 점포용 부동산의 가치는 약 16조 달러(1경 9083조 2000억 원)에 달한다. 이 분야까지 더하면 부동산 시장의 가치는 상장 기업 시가 총액을 가볍게 뛰어넘는다. 지난 수십 년간, 이 시장의 특징은 작은 규모와 터무니없이 높은 거래 수수료였다.(표 참조) 미국에서 주인이 바뀌는 주택의 비율은 연간 7퍼센트에 불과하다. 2019년 미국의 주택 거래액은 1조 5000억 달러(1789조 500억 원)다. 중개인에게 수수료로 지급된 비용은 750억 달러(89조 4525억 원)로, GDP의 약 0.4퍼센트에 해당한다. 다른 금융 자산의 거래 수수료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수준이다. 미국에서는 매년 약 40조 달러(4경 7700조 원) 상당의 주식이 거래된다. 기관 투자자들이 브로커들에게 지불하는 수수료는 가장 비쌌을 때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져 있는데, 총 100억 달러(11조 9270억 원)가 되지 않는다.
주택의 진실/ 미국, 주택 거래액 규모(신축 주택 제외), 단위: 조 달러/ 주거용 부동산 거래 수수료(%)/ 하늘색: 2002년, 자주색: 2015년/ 1949년 이후 2018년 현재 주택 건설, 전체 주택 수에서 차지하는 비율(%)/ 아이바잉(iBuying, 주택 즉시 매입) 기업들이 영업 중인 지역/ 부동산 테크놀로지 기업에 대한 밴처 캐피털의 연간 투자액(단위: 조 달러)/ 자료: 레드핀, CB인사이츠, 국제 부동산 리뷰, 블룸버그, 슈어필드, 인구 조사국, 리마인.
미국에서는 매각 시 중개인에게 지불하는 주택 가격의 5~6퍼센트에 해당하는 수수료 외에도 국세와 대출금 수수료 등 다른 부가 비용이 발생한다. 매매 과정에서 주택 가격의 10분의 1 이상의 비용이 지출된다는 의미다. 높은 비용은 주택 보유자들이 오랫동안 거주하는 이유 중 하나일 수 있다. 1950년대에는 한 지역에서 매년 20퍼센트의 가정이 이사를 했다. 현재는 9퍼센트만 이사한다.

이러한 구식 모델은 이제 무너지기 일보 직전이다. 미국의 중개 수수료와 정보 사용료는 다른 부유한 국가들에 비해서 높은 수준으로 유지되어 왔다. 하지만 이제 규제 당국과 사법부가 부동산 업계의 이러한 관행에 반경쟁적인 요소가 있는지 살펴보기 시작했다.

기술 발전은 빠르고, 간편하고, 저렴한 주택 매매를 보장한다. 2012년까지만 해도 벤처 투자가들이 부동산 테크놀로지, 즉 프롭테크(prop tech) 분야에 투자한 금액은 연간 수천만 달러에 불과했다. 2019년에는 그 금액이 60억 달러(7조 1562억 원)로 상승했다. 4대 프롭테크 기업으로 꼽히는 컴퍼스(Compass), 오픈도어(Opendoor), 레드핀(Redfin), 질로우(Zillow)의 시가 총액을 합하면 230억 달러(27조 4321억 원)에 달한다. 이들은 온라인 매물 등록부터 부동산 중개인의 생산성을 돕는 도구까지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기업들 중에는 ‘중간 구매자(intermediate buyers)’ 역할을 하는 곳도 있다. 주택 거래의 속도를 높이기 위해 매도인 측에 직접 현금을 지급하는 것이다.

기술은 이미 다른 거대 자산 시장을 변화시켜 왔다. 50년 전만 하더라도 주식 거래는 불투명했고 유동성은 떨어졌으며 비용은 비쌌다. 세계 최대의 헤지펀드인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Bridgewater Associates)를 설립하기 전인 1970년대 초 뉴욕증권거래소 현장에서 일했던 레이 달리오(Ray Dalio)는 당시만 해도 정상적이라고 여겨졌던 관행들에 대해 한탄을 쏟아낸다. “딜러들은 펀드 매니저들을 접대했는데, 그 비용이 얼마인지는 아무도 몰랐을 겁니다.” 하지만 기술은 주식 거래의 많은 영역을 접수했다. 오늘날 주식 시장은 투명하고 유동성이 높다. 거래 비용은 거의 0에 가깝다.

주택 시장은 주식 시장과는 구조적으로 다르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모든 주식은 동일하지만, 모든 조건이 정확히 같은 집은 없다. 이사할 집을 고르는 데에는 정서적인 요소가 더 큰 역할을 한다. 대부분의 구매자와 판매자들은 연쇄적으로 이어져 있다. 주택을 내놓는 미국인의 3분의 2는 동시에 다른 집을 구입하려 한다. 이러한 연쇄 과정의 한 부분에서 지연이 발생하게 되면 이어진 모든 거래가 지연된다.

하지만 이런 어려움이 있다고 하더라도 미국인들이 내는 높은 수수료를 정당화할 수는 없다. 다른 선진국 대부분에서는 온라인 플랫폼이 등장하면서 구매 예정자들이 스스로 부동산을 검색할 수 있게 된 덕분에 중개 수수료가 하락했다. 미국의 중개인들은 다른 나라 부동산 중개인보다 훨씬 더 종합적인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그보다는 거의 모든 중개인들이 주택 매물을 등록하고 검색하는 다중 매물 등록 서비스(MLS)와 이를 규제하는 관련 협회인 전국부동산협회(NAR)와 연관된 네트워크 효과가 더 크게 작용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NAR에 등록된 모든 중개인들은 매물을 MLS에 등록해야 한다. 그 대신 다른 매물 정보를 이용할 수 있다. 업계의 관행에 따르면 구매자의 수수료를 판매자가 지불해야 하는데, 수수료는 MLS에 명시되어 있다. 펜실베이니아대학교 와튼스쿨의 메이지 웡(Maisy Wong)은 중개인들이 3퍼센트 미만의 수수료가 책정된 부동산을 덜 소개함으로써 수수료를 높게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밝혔다.

이러한 시스템은 구매자들이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부동산을 검색할 수 없게 만드는 요소로 작용했다. 중개인들이 자신들의 매물을 다른 중개 사이트에 등록하지 못하도록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2008년에 법무부는 MLS의 매물 목록 데이터가 이런 식으로 제한되어서는 안 되며, 온라인 플랫폼과도 공유되어야 한다고 결정했다. 질로우와 레드핀은 현재 MLS 목록을 공개하고 있다. 하지만 수수료 기준은 “저렴한” 중개료가 도입되는 것을 여전히 어렵게 만들고 있다. 2017년에 미국 시장에 진출한 영국 기업 퍼플브릭스(Purplebricks)는 주택 가격과는 무관하게 4000 달러(480만 원) 전후의 매매 수수료를 책정했다. 2년 동안 손실을 기록한 끝에 이들은 결국 미국 시장에서 철수하게 된다. 2015년에 설립된 중개 업체 렉스(REX)는 수수료의 절반을 구매자에게 돌려준다. 하지만 이러한 리베이트는 미국의 많은 주에서는 불법이다.

불만스러운 주택 판매자들은 부동산 중개인들의 반경쟁적인 행위에 대해 집단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판매자들은 구매자의 중개인에게 과도한 수수료를 지불하도록 강요당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구매자와 판매자의 수수료 사이의 연계를 끊어 내고자 한다. 법무부도 업계의 반경쟁적인 관행에 대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 법무부는 중개인들이 수수료 비율로 매물을 검색할 수 있는지 살펴보고 있다.

 

새로운 중개인


부동산 시장은 사실 주식보다는 채권 시장과 비교하는 것이 더 적절하다. 채권은 만기(기한이 만료될 때까지의 기간)와 표면 금리(이자율)에 따라서 그 종류가 매우 다양하다. 그래서 구매자와 판매자를 연결하는 것이 쉽지 않다. 투자은행 같은 기관들은 유동성을 창출하기 위해서 회사채의 재고를 보유하고 있다가 고객들이 언제든 매입 또는 매도할 수 있도록 보증하는 중개자 역할을 한다. 주식 거래 비용보다는 수수료가 조금 더 짭짤하긴 하지만, 그래도 부동산 수수료에 비하면 훨씬 낮은 수준이다.

이와 비슷하게 즉시 구매자, 또는 ‘아이바이어(i-buyer)’라고 불리는 중개인들이 부동산 시장에서 세력을 키워 가고 있다. 2014년 샌프란시스코에서 설립된 오픈도어는 현재 20개 이상의 도시에서 영업하고 있다. 질로우와 레드핀은 2018년에 아이바잉(i-buying)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러한 기업들은 방대한 양의 데이터와 최신 머신러닝 알고리즘을 활용해서 주택의 가치를 평가하고 초기의 거래를 제안하는데, 판매인이 요청한 후 몇 시간 내로 제안이 이루어지는 경우도 많다. 로스앤젤레스 인근의 커비너(Covina)에 사는 한 커플은 2019년 크리스마스 이브에 질로우에 거래를 요청했는데, 12월 26일에 매물 확인을 받고, 바로 다음날 계약 조건을 수락했다. 그들은 거래 마감일을 2020년 3월로 설정했는데, (이렇게 빨리 처리될 줄 알았다면) 12월 28일로 당길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들이 이사를 가고 나면 이제는 질로우가 그 집을 팔게 된다. 보통은 30일에서 90일 내로 판매를 완료한다. 수수료는 통상적인 수준인 6~7퍼센트인데, 통상 판매자가 중개인에게 지불하는 수준과 거의 동일하다. 그러나 훨씬 빠르고 간편한 절차로 매각할 수 있다. 또 다른 프롭테크 기업인 노크(Knock)는 다른 모델을 도입했다. 주택 소유주에게 새로운 집을 사준 후에 그들이 그곳으로 이사하고 나면 예전의 집을 파는 것이다.

미국 전체를 기준으로 보면, 아이바이어들은 아직도 작은 규모다. 이들은 2019년에 모두 89억 달러(10조 6150억 원) 상당의 주택 6만 채를 구입했다. 이는 전체 주택 거래액의 0.5퍼센트에 해당한다. 하지만 이들이 부동산을 구입한 18곳의 지역으로 범위를 좁히면 이들의 시장 점유율은 3퍼센트가 된다. 아이바이어 업체들이 몇 년 동안 영업해 오고 있는 애리조나의 피닉스나 노스캐롤라이나의 롤리(Raleigh) 같은 곳에서는 더욱 높은 점유율을 나타내고 있다.

아이바잉에 적합한 시장도 있다. 집들이 비슷한 신축 주택들인 경우, 이 모델은 가장 효과적으로 작동한다. 댈러스의 교외 지역은 공장에서 찍어 낸 듯 똑같은 주택들로 가득하다. 이런 주택은 가격을 매기기가 쉽다. 비슷한 주택이 최근에 팔렸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2010년에 서로 나란히 붙은 위치에 똑같이 지은 두 채의 주택이 있다면 현재 그 차이는 크지 않을 것이다. 반면 1920년대에 브루클린 인근에 지어진 브라운스톤 주택들은 서로 완전히 다른 형태일 수도 있다. 노크의 션 블랙(Sean Black)은 너무 특이해서 아이바잉 방식에 적합하지 않은 시장도 있다고 말한다. 테크 기업 직원들이 많이 살고 있는 샌프란시스코 남쪽의 팰토앨토에서는 거대 기업이 상장하고 나면 주택 가격이 뛰어오르곤 한다. 맨해튼의 금융 중심 지구 인근에 있는 트라이베카의 아파트들은 은행가들이 두둑한 보너스를 챙긴 몇 년 동안 가격이 치솟고 있다.

오픈도어에 투자한 벤처 캐피털 기업 앤드리슨 호로위츠(Andreessen Horowitz)의 알렉스 람펠(Alex Rampell)은 아이바잉 업체들이 유동성 풀을 만들어서 투자자들이 규모에 맞게 임대용 부동산을 매입하고 싶게 만들 것이라고 말한다. “기관 투자자들은 확실한 임대 수익률을 달성하기 위해서 부동산을 매입하기 때문에 가격 불확실성에 민감하지 않습니다.”

아이바잉 업체들의 성공 여부는 알고리즘이 적정 가격을 파악할 것인가에 달려 있다. 레드핀의 브리짓 프레이(Bridget Frey)는 가장 중요한 요소로 입지를 꼽는다. 입지는 다른 요소들과도 상호 작용한다. “참고할 수 있는 수천 가지의 변수들 중에서 어디에 무게를 두어야 하는지 알고리즘이 판단하려면, 입지에 대한 정보가 필요합니다.” 수영장은 샌디에이고에서라면 추가점을 받겠지만 뉴저지에서는 감점 요소가 되는 경향이 있다. 애틀랜타에서는 골프장과 가까운 것이 매우 중요하다. 질로우는 애틀랜타에서 서비스를 시작하기 전에 직원 한 명이 구글맵에서 모든 골프장들을 추적해서 이를 하나의 변수로 추가할 수 있었다. 질로우 설립자인 리치 바튼(Rich Barton)은 자사 알고리즘에서 특이한 점을 발견했는데, 지난 몇 년 동안 침실이 많은 것을 부정적인 조건으로 분류하고 있었던 것이다. “처음엔 결함으로 보였습니다. 하지만 면적이라는 요소를 고려하면, 방이 많다는 것은 실제로는 그 주택의 가치를 낮추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인력이 완전히 배제되는 것은 아니다. 시애틀의 질로우 사무실에서는 한 무리의 젊은 직원들이 구글 맵을 확대해 들여다보는 데에 많은 시간을 쓴다. 판매자가 가격 감정을 요청한 주택들의 이미지를 살펴보면서 뭔가 특이한 점은 없는지 확인하고 있는 것이다. 레드핀의 브리짓 프레이는 알고리즘이 인간을 능가하는 수준에 이르기를 원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레드핀도 주택 매물을 확인하기 위해 중개인들을 활용하고 있으며, 이들의 평가와 알고리즘의 평가가 다른 경우에는 중개인들의 의견을 따르고 있다.

이런 알고리즘을 구축하는 부서의 책임자들은 모두 자신들의 ‘바이박스(buy-box)’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그들은 어느 지역이든 가장 비싸거나 가장 저렴한 주택을 구입하는 대신, 중간에서 60퍼센트 지점에 있는 것을 선호한다. 평균적인 주택일수록 자신 있는 제안을 하기가 더 쉽기 때문이다. 특이한 집일수록 불확실성은 더 커진다. 그리고 불확실성이 더 커진다는 것은 더 낮은 가격을 제시해야 한다는 의미다. 그것도 거래가 성사되는 경우에나 가능한 일이다. “때로는 다른 집들보다 훨씬 저렴한 집도 있고 더 비싼 집들도 있는데, 왜 그런지 정확히 알 수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질로우의 스탠 험프리스(Stan Humphries)의 말이다.

그렇기는 하지만 아이바잉 업체들은 영업 지역에서 적정한 가격에 가까운 제안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질로우의 연구에 따르면 초기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은 판매자의 최종 매매가는 제안 가격과 0.2퍼센트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콜로라도대학교의 마이크 델프레트(Mike DelPrete)는 독자적으로 수행한 연구에서 질로우와 오픈도어가 제안하는 평균적인 가격은 업계 표준 모델이 제시하는 가격의 98.6퍼센트이고, 이는 시장 가격에 비해 1.4퍼센트 더 저렴하다고 밝혔다.

레드핀의 글렌 켈먼(Glenn Kelman) 사장은 적정 가격을 파악하는 것이 사업 모델의 작동에 매우 중요하다고 말한다. “만약 우리가 주택을 저렴하게 사거나 너무 많이 고치려고 한다면, 우리 회사는 다른 부동산 투자 기업처럼 평가받기 시작할 겁니다. 그건 우리가 원하는 것과는 정반대입니다.” 테크 기업들은 부동산 투자 기업들보다 더 높은 가치를 평가받고 거래되는 경향이 있다. 아이바잉 업체들은 편리성과 유동성을 제공하는 비즈니스를 하고 있는 것이지, 수익을 위해서 플리핑(flipping, 낮은 가격에 집을 사서 리모델링을 거친 뒤 되파는 투자 방식)하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중요한 문제는 아이바잉이 과연 수익성이 있느냐 하는 것이다. 이들 중에서 아직 수익을 내고 있는 업체는 없다. 질로우의 주택 구입 비즈니스는 수익 1달러당 1.40달러의 비용을 지출하고 있다. 이 기업의 매출은 대부분 파트너 중개인들에게 구매자를 유인하는 광고를 판매하는 것으로 거두고 있다.

 

자유 계약 시대의 중개인


또 다른 혁신도 부동산 중개인 업무의 상당 부분을 갉아먹고 있다. 레드핀과 오픈도어는 원격 전자 자물쇠를 사용하고 있다. 구매자들은 중개인 없이도 주택에 들어갈 수 있다. 레드핀 앱을 이용하면 산타 모니카에 있는 침실 두 개짜리 예쁜 아파트에 혼자서도 들어가 볼 수 있다. 만약 이 아파트를 사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면 중개인과 상담하지 않고도 앱에 있는 양식을 작성해서 계약을 마무리할 수 있다.

하지만 미국 내 최대 규모 프롭테크 기업들이 모두 부동산 중개인을 불필요하게 만드는 일에 도박을 걸지는 않는다. 레드핀의 관심사는 중개 비용을 낮추는 것이다. 레드핀에 자신의 집을 등록한 판매자들은 (여전히 기존의 구매자 측 중개 수수료를 부담해야 하긴 하지만) 통상적인 3퍼센트가 아닌 1퍼센트라는 저렴한 수수료를 지불한다.

2012년에 설립해 현재 60억 달러(7조 1562억 원) 이상의 가치를 지닌 컴퍼스(Compass)는 중개인들을 돕는 일에 가장 집중하고 있는 기업이다. 컴퍼스가 제공하는 도구를 이용하면 기존의 단조롭고 힘든 업무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고, 중개인들은 보다 생산적으로 일할 수 있다. 컴퍼스가 중개인들을 위해 만든 플랫폼은 부동산 매물을 등록할 최적의 시기를 분석해 주고, 구매자들이 좋아할 만한 매물 목록을 자동으로 전송해 준다. 컴퍼스의 설립자인 로버트 레프킨(Robert Reffkin)은 중개인들이 컴퍼스를 활용하면 더 많은 계약을 성사시킬 수 있다고 말한다. “만약 컴퍼스가 실패한다면, 그건 중개인의 역할에 대한 저의 믿음이 잘못되었기 때문일 겁니다.”

그러므로 수수료의 인하는 반드시 중개인들의 주머니 사정을 어렵게 만든다는 의미는 아니다. 수수료가 낮아지면 생산성이 높아질 수 있다. 그리고 낮아진 수수료의 영향으로 사람들이 더 자주 이사를 다닐 수 있다면, 수수료 인하로 인한 손실은 상쇄될 수도 있을 것이다. 고객들은 의심의 여지없이 혜택을 받게 된다. 사람들은 집을 구입하는 일을 인생에서 이혼 다음으로 가장 많은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시간이라고 평가한다. 만약 스트레스가 조금이라도 줄고 거래 비용도 저렴해진다면, 반가운 변화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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