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많은 자금이 필요하다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소설에 등장하는 한 인물은 파산 과정을 이렇게 설명한다. “두 가지 방법으로 파산했지. 서서히, 그러다 갑자기.” 코로나19 판데믹 사태에 대한 경제적 대처가 이런 패턴을 따르고 있다. 경제적인 피해가 심각할 것이라는 예측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정책 결정자들은 몇 주 동안이나 망설였다. 하지만 불과 며칠 사이에 선진국들의 태도는 단호해졌다. 여러 정부들은 이제 전시 체제에 돌입했고, 경제 활동에 대한 국가의 대대적인 개입과 통제를 약속하고 있다.

정치인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새로운 표현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whatever it takes)”다. 이는 2011년부터 2019년까지 유럽중앙은행의 총재를 지냈던 마리오 드라기(Mario Draghi)의 발언에서 빌려온 것이다. 그는 2012년에 자신이 유로존 위기의 해결과 경제 회복을 촉진시키는 일에 진지하게 임하고 있다는 사실을 투자자들에게 납득시키기 위해 이런 표현을 사용했다. 드라기 전 총재의 공언은 상당히 급진적인 것이었다. 그러나 지금 정치인들이 제안하고 있는 것은 강도가 다르다. 경제가 작동하는 방식을 전면적이고 구조적으로 변화시키겠다는 것이다.
 
급변하는 전망치/ 세계 GDP*, 직전 분기 대비 변화† (단위: 퍼센트)/ 바이러스 출현 이전(붉은색), 2월 5일 기준(파란색), 3월 2일 기준(하늘색), 3월 18일 기준(노란색), 전망치(하늘색 영역)/ 출처: 도이체방크/ *유로 권역, 미국, 중국, 일본 가중 평균/ †연 단위로 환산
전례 없던 약속들이 쏟아지고 있다. 3월 16일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Emmanuel Macron) 대통령은 바이러스 사태와 관련해 “기업 규모와 상관없이 그 어떤 기업도 파산의 위험에 직면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독일은 바이러스에 타격을 입은 기업들에게 제한 없이 현금을 투입하겠다고 약속했다. 일본은 2월에 서둘러 정리한 재정 공급안을 통과시켰는데, 3월 10일이 되자 추가적으로 4300억 엔(4조 8275억 원)이 넘는 재정 투입과 함께 그보다 거의 4배나 되는 저금리 대출안을 의결했다. 영국은 3000억 파운드(GDP의 15퍼센트) 이상을 기업들에게 대출해 주겠다고 밝히고 있다. 미국은 1조 달러(GDP의 5퍼센트)가 훨씬 넘는 재정 공급안을 통과시킬 수도 있다. 지금까지 발표된 추가적인 재정 지원 총액을 가장 보수적으로 추정한다고 하더라도 전 세계 GDP의 2퍼센트가 투입될 전망이며, 이는 2007~2009년의 글로벌 금융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쏟아부었던 것보다도 많은 금액이다.

 

가슴이 철렁하는 느낌


이러한 급진적인 대응은 코로나 바이러스가 일차적으로는 공중 보건의 비상 상황이지만, 동시에 경제적인 비상사태라는 것을 깨달은 데서 비롯되었다. 입이 쩍 벌어질 정도로 나쁜 중국의 경제 지표는 전 세계에 닥쳐올 일을 암시하고 있다. 2020년의 첫 두 달 동안 모든 주요 지표는 심각하게 부정적으로 나타났다. 산업 생산은 전년 대비 13.5퍼센트 하락했고, 소매 판매는 20.5퍼센트, 고정 자산 투자는 24.5퍼센트 하락했다. 2020년 1분기의 GDP는 전년 대비 10퍼센트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에서 경기 위축이 마지막으로 보고된 것은 40여 년 전으로, 문화 대혁명이 막바지일 때였다.
대형 스크린의 몰락/ 주말 영화관 박스오피스 매출/ 1년 전 같은 기간 대비 변화(단위: 퍼센트)/ 유럽(청록색), 미국(노란색), 일본(붉은색), 중국(하늘색), 나머지 아시아 국가(파란색)/ 출처: 골드만삭스
다른 분야에서도 우울한 수치가 쏟아지고 있다. 공식 통계는 발표되는 데 시간이 걸리는 반면, 민간 부문은 경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공개한다. 음식점 예약 플랫폼 오픈테이블(OpenTable)에 따르면, 전 세계 식당 이용객 수는 절반으로 감소했다. 미국 5대 공항을 통해 들어오는 국제선 이용객 숫자는 최소 30퍼센트 하락했다. 영화관 박스오피스 수입도 크게 줄었다(표 참조).

국제선 여행이 차질을 빚게 되면 무역도 피해를 입는다. 전 세계 항공 화물의 절반 이상이 여객기를 통해 운송되기 때문이다. 지난 금융 위기의 경험을 고려하면, 공급망의 붕괴와 소비자들의 수요 위축이 결합되면 GDP보다 무역이 훨씬 더 심각한 피해를 입을 수 있다. 캐나다, 중남미, 미국의 항구들이 결성한 미국항만관리협회(AAPA)는 2020년 1분기의 화물량이 전년도에 비해 20퍼센트 이상 줄어들 수 있다고 경고한다.

공식 통계도 하나둘씩 발표되고 있다. 뉴욕주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매달 발표하는 엠파이어(Empire) 제조업 지수의 3월 지수는 2009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하며 가파르게 하락했다. 노르웨이의 2월 실업률은 2.3퍼센트였으나, 3월 17일에는 5.3퍼센트로 상승했다. 미국의 실업률은 최근 급증하고 있다.

모든 것이 암울한 전망을 부채질하고 있다. 모건스탠리가 3월 17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유로존의 2분기 GDP는 전년 동기 대비 12퍼센트 떨어질 것으로 추정된다. 믿기 힘든 수준의 추락이다. 일본 경제는 이번 분기에 2퍼센트 위축되고, 다음 분기에 추가로 2퍼센트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대부분의 분석이 올해 상반기에 전 세계의 GDP가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으며, 2020년 전체로 보아도 성장은 미미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2007~2009년 금융 위기 이래 최악의 실적이다.

이마저도 낙관적인 전망일 수 있다. 3월 17일 골드만삭스의 애널리스트들은 유럽 이외의 선진국 경제권에 대해서는 “전면 폐쇄 시나리오를 가정하지 않고” 전망했다고 언급했다. 유럽이나 아시아에 비해 아직 발병 초기 단계에 있는 미국에 대한 전망은 한없이 낙관적인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중국의 성장세가 꺾이고 유럽에도 커다란 침체가 나타나고 있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세계 최대의 경제 대국인 미국에도 같은 상황이 벌어질 수 있음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미국 재무부 장관 스티븐 므누신(Steven Mnuchin)은 의회에서 경기 부양 대책이 통과되지 않을 경우 실업률이 20퍼센트까지 오를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국회의 협상 전략이 있을까? 쇼핑몰이 텅 비고, 공장 가동은 멈추고, 금융 시장이 휘청거리는 상황에서 국회 의원들이 이 주장에 반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비록 올해 상반기, 특히 2분기에 속이 뒤틀리는 수준의 GDP 감소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기는 하지만,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올해 하반기에는 다시 정상 수준을 회복하고, 2021년에는 경제 성장이 더 속도를 내서 잃어버린 시간을 벌충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판단은 어느 정도 중국의 경험을 토대로 한 것이다. 중국 대형 기업의 90퍼센트 이상은 공식적으로 사업을 재개했다. 중국 증시는 2월 초만 하더라도 세계 최악의 상태였지만, 현재는 최고의(혹은 가장 덜 나쁜) 성적을 보여 주고 있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바이러스 억제 및 방지 조치가 1년 이상 이어질 위험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그렇게 된다면, 세계 경제 생산량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예상하는 것보다 낮아질 수 있다.

글로벌 금융 위기에서 얻은 가장 큰 교훈은 아마도 정부가 불황에 진지하게 대처하고 있음을 시장과 가계에 납득시키면서 거대한 규모로 단호한 대처를 하는 데는 많은 비용이 소요된다는 사실일 것이다. 이번에 잘 진행된다면, 각국 중앙은행과 정부는 당초 예측했던 것보다 훨씬 적은 비용을 들이게 될 수도 있다. 은행을 구제해 준다는 약속을 한다면, 고객들이 예금을 인출하거나 구조가 필요한 상황에 처할 가능성이 줄어들 것이다.

이번에는 중앙은행들이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2월 이후로 금리를 1.5퍼센트포인트 인하했다. 다른 나라의 중앙은행도 뒤따르고 있다. 하지만 더 이상 큰 폭의 금리 인하는 불가능하다. 바이러스가 확산되기 전부터 이미 오랫동안 금리는 매우 낮은 수준이었다.

 

재정으로 대응하라


모든 중앙은행이 최대한 과감하게 대응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중국의 기준 금리는 1.5퍼센트로 아직 더 낮출 수 있는 여유가 있다. 하지만 물가 상승률이 꽤 높기 때문에(아프리카 돼지 열병으로 사육 돼지 두수가 크게 줄어들고 가격이 상승했다) 여전히 동결되어 있다. 중앙은행들은 보다 창의적인 정책을 시도할 수도 있다. 3월 19일 유럽중앙은행 이사회는 국채와 회사채를 포함해 모두 7500억 유로(1011조 5175억 원) 규모의 채권 매입 프로그램을 개시하는 데 합의했다. 하지만 실질적인 조치는 현재 재정 전선에서 벌어지고 있다.

각국 정부는 서로 더 규모가 크고 효과적인 경기 부양책을 내놓기 위해 경쟁하고 있다. 모든 국가가 백신과 치료법을 개발하고 병상을 늘리기 위해 보건 영역에 많은 비용을 지출하고 있다. 하지만 추가적인 지출의 대부분은 기업과 시민을 위한 것이다.

기업 부문부터 살펴보자. 발병세가 누그러진 중국은 사람들이 밖으로 나와 물건을 구매하게 만들기 위해 애쓰고 있다. 광둥성의 포산(佛山)시는 차량 구매 보조금을 지급하기 시작했다. 지역의 상점과 식당에서 이용할 수 있는 쿠폰을 지급하는 도시들도 있다. 난징(南京)시는 이번 달에만 3억1800만 위안(557억 8038만 원)어치의 전자 바우처를 지급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국가는 이제 막 최악의 발병 단계에 접어들었다. 소비자가 자취를 감추면서, 많은 기업들은 정부의 도움을 받지 못하면 도산할 전망이다. 《이코노미스트》의 추산에 따르면, 선진 경제권에서 사람들이 사회 활동을 기피하게 되면 소비자 지출의 40퍼센트가 영향을 받는다. 레저 및 접객 업종의 기업들이 특히 흔들리고 있다. 스코틀랜드의 전형적인 시골에 위치한 무어 오브 란노치(Moor of Rannoch) 호텔은 고객 감소로 인한 보험금을 전혀 받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신종 질병인 코로나19에 대해서는 기존 보험 약관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임대료나 인건비 등 기업의 고정 비용을 줄여 주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다. 중국 재정부는 기업에 부과하는 사회 보장 기여금을 최대 5개월까지 면제해 주기로 했다. 중국 정부는 또한 대부분의 기업에게 전기 요금을 한시적으로 5퍼센트 낮춰 주고, 단기간 부가세도 인하할 방침이다. 영국 정부는 소매, 접객, 레저 부문의 모든 기업들에게 1년 동안 사업세를 면제해 주기로 했다. 하지만 정부가 기업의 비용 절감을 위해 얼마나 지원할 수 있느냐와는 별개로, 수많은 기업의 매출은 더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기업이 현금 흐름을 유지할 수 있게 하는 조치가 필요하다. 많은 은행은 기업 고객이 이용할 수 있는 거액의 당좌 대월 제도[1]를 제공하고 있다. 영국은 은행이 계속해서 대출을 해줄 수 있도록 은행에 저금리 자금을 제공하고 손실에 대한 국가의 보증을 약속하고 있다. 은행으로부터 대출을 전혀 받을 수 없는 소규모 업체 대부분에게는 상환 의무가 없는 최대 2만 5000파운드(3648만 원)의 현금 보조금이 지급된다.

다른 나라도 비슷한 계획을 시행하려 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국영 대출 기관을 통해 최대 1조 6000억 엔(17조 9628억 원)의 긴급 대출금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소규모 기업을 지원할 계획이다. 대출금 담보와 이자는 면제된다. 월 매출액이 15퍼센트 이상 떨어진 소규모 기업들이 지원 대상이다. 독일에서도 부유한 지역에 속하는 바이에른주는 고용 인원 250명 이하의 중소기업에 대해 5000유로에서 3만 유로까지 긴급 자금을 지원한다고 3월 16일 발표했다. 유럽 연합(EU) 집행위원회는 이미 국가 지원 규정을 완화해 각국 정부가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을 도울 수 있도록 했다.

두 번째 재정적 대응은 시민에 대한 지원이다. 실업을 막고, 실업이 발생하더라도 급격한 수입 감소로 인한 고통을 줄이기 위한 조치다. 세계은행(World Bank)의 경제 전문가 우고 젠틸리니(Ugo Gentilini)는 25개국 이상이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경제적 대응의 일환으로 현금을 지원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브라질은 노동 인구의 약 40퍼센트를 차지하는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각각 200헤알(4만 8200원)을 지급할 예정이다. 소규모 사업체의 세금 납부 기한을 연장하고, 연말이었던 연금 지급 시기는 앞당긴다. 호주는 연금 수령자, 퇴역 군인, 저소득 계층에게 750호주달러(55만 3600원)의 현금을 일시 지원한다.

북유럽은 기업의 정리 해고를 막기 위한 정책에 앞장서고 있다. 독일은 쿠르츠아르바이트(Kurzarbeit, 단기 근로)라는 노동 시간 단축 제도의 기준을 완화했다. 이 제도는 어려움에 처한 기업이 직원의 노동 시간을 줄이고, 노동자들에게는 삭감된 급여의 60~67퍼센트를 국가가 지급하는 방식이다. 독일 연방 노동 당국에 따르면, 쿠르츠아르바이트 신청서가 “지붕을 뚫을” 정도로 쌓이고 있다. 독일은 2008~2009년의 경기 침체 때도 이 제도를 활용해 실업률 상승세를 절반으로 줄였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제 더 많은 기업이 이 제도를 활용할 수 있다. 임시직 노동자도 혜택을 받는다. 정부는 기업들이 피해를 입은 노동자를 대신해 내야 하는 사회 보험 부담금을 보전해 줄 계획이다.

 

덴마크식 밥벌이


덴마크 정부는 노동력의 30퍼센트 이상을 감축할 위험이 있는 기업의 직원들에 대해 오는 6월까지의 급여 중 75퍼센트를 지급할 예정이다. 노르웨이 정부는 실업 수당을 강화했다. 정리 해고된 노동자들에게 퇴직 후 최초 20일 동안은 이전에 받던 급여와 동등한 수준의 임금을 정부가 보장한다. 2주 이상 일하지 못한 프리랜서 직군의 노동자는 직전 평균 수입의 80퍼센트를 지급받는다. 스웨덴은 해고된 노동자의 수입 절반을 국가가 보전하고, 나머지 금액 대부분은 고용주들이 부담하도록 할 것이다.

미국은 이보다는 약한 정책을 통과시켰다. 컨설팅 기업 옥스퍼드 이코노믹스(Oxford Economics)에 따르면, 가난한 사람들에게 제공되는 의료 보장 서비스인 메디케이드(Medicaid)를 위한 연방 차원의 자금 지원은 300억 달러 증가할 전망이다. 올해 12월 말까지 자금이 고갈되지 않는다는 가정하에 말이다. 또한 미국은 1000만 명의 자영업자를 포함해 약 3000만 명의 노동자를 위한 새로운 유급 병가 제도를 도입했다. 이는 금액으로 따지면 1억 달러가 넘는 규모다. 하지만 이 부문에서 미국은 다른 선진국을 겨우 따라잡고 있을 뿐이다. 다른 국가들은 훨씬 더 후한 병가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대부분의 선진국과 달리 미국은 관대한 실업 보험 등 자동적으로 경제 안정을 돕는 제도가 거의 없다. 미국이 다른 선진국만큼의 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정부 재량에 의한 재정 지출이 더 많이 필요하다.

미국은 실제로 많은 재정 지출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 각 가정에 직접 현금을 지급하겠다는 트럼프 행정부의 계획이 의회의 승인을 받게 되면, 가장 의미 있는 정책이 될 것이다. 이는 홍콩이 지난 2월에 도입한 정책과 상당 부분 비슷하다. 홍콩 정부는 모든 영주권자에게 1만 홍콩달러(160만 원)를 직접 지급할 계획이다. 므누신 미국 재무부 장관은 미국인 1인당 1000달러(124만 원)의 수표를 지급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이는 민간 부문 노동자의 일주일 평균 임금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추가적인 지원 가능성도 있다. 약 5000억 달러(620조 원)에 달하는 직접 지원금이 지급될 수 있다.

일부 경제학자들은 이런 정책을 미심쩍어한다. 한 가지 이유는 정책을 시행해도 북유럽 국가들이 계획한 것과는 달리 기업의 해고를 막는 데는 역부족이라는 전망이 있기 때문이다. 홍콩의 사례를 보면, 실제 집행에도 문제가 있을 수 있다. 홍콩의 재무 장관은 지원금을 늦여름에 처음 지급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이미 지난주에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에게는 너무나도 늦은 시점이다. 므누신 장관은 훨씬 더 이른 시기에 지원금이 지급될 것이라고 약속하고 있다.

 

파란만장한 과거


미국은 예전에도 비슷한 일을 했지만, 인상적인 성과를 내지는 못했다. 미국 정부는 경기 둔화를 막기 위해 2001년과 2008년 두 차례 수표를 발행했다. 사람들은 그 돈의 대부분을 저축했다. 약간의 현금을 추가로 갖고 있다는 심리적 안정감이 미국 국민들에게 중요했을 수는 있겠지만, 전체적인 성과는 눈에 띄지 않았다. 민주당의 대선 예비 후보인 버니 샌더스가 현명한 경제 정책으로 유명하지는 않지만, 지금의 위기가 끝날 때까지 매달 모든 가정에 2000달러(248만 원)를 주자는 그의 제안은 지금 필요한 정책에 가까워 보인다.
실제로 전 세계에 더 많은 재정적 부양책이 필요하게 될 것이다. 코로나바이러스의 확산을 억제하지 못한다면 더욱 그렇다. 일본 정부는 이번 달 말에 차기 회계 연도 예산안을 통과시키고 난 이후에야 코로나바이러스를 고려한 추가 예산안 작업을 시작할 수 있다. 영국 의회는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모든 지원을 무제한 제공할 수 있는 전권을 리시 수낙(Rishi Sunak) 재무 장관에게 부여했다.

재정 정책은 얼마나 더 멀리 나아갈 수 있을까? 국제 통화 기금(IMF)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약 35개의 선진국은 모두 1조 5000억 달러(1860조 원, GDP의 2.9퍼센트)에 달하는 재정 적자를 기록했다. 평균 적자가 GDP의 5퍼센트로 상승한다는 비현실적이지만은 않은 가정을 하면, 올해 선진국의 총부채는 4조 달러(4960조 원)를 넘기게 될 것이다. 투자자들은 이렇게 막대한 정부 지출에 자금을 대야 한다. 바이러스에 대한 공포가 시작된 후 사람들이 안전한 투자처를 찾으면서 0.5퍼센트까지 떨어졌던 10년 만기 국채의 수익률은 최근 들어 1퍼센트를 넘어섰다. 이는 기업과 투자자가 현금을 위해 가장 안전한 자산마저 팔아치우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정부가 계획 중인 대규모 대출에 대한 불안감을 보여 준다.
도구 상자 뒤지기/ 세계 통화 정책 비율* (단위: 퍼센트)/ 3월 18일 현재 각국 중앙은행에 남아 있는 통화 정책 선택지/ 미국, 유로존, 일본, 영국/ 달러 유동성을 위한 스와프(SWAP) 라인 공조, 규제 유예, 양적 완화–국채, 양적 완화–회사채, 양적 완화–주식 및 ETF 펀드/ 마이너스 금리/ 국채 매입/ *모건스탠리가 평가한 경제권별 구매력 평가 지수(PPP) 기반 GDP 가중 평균/ 출처: 모건스탠리
역사적인 기준에서는 1퍼센트도 여전히 매우 낮은 수준이기는 하다. 인구 고령화 등 여러 가지 이유로 리스크가 작은 국채에 대한 수요는 전례 없을 만큼 많았다. 적어도 평소에는 말이다. 일본은행은 10년 만기 국채의 수익률을 0에 가깝게 만들기 위해 최대한 많은 채권을 사들이겠다고 약속했다. 투자자들은 성장세가 더딘 유럽 국가들을 비롯한 일부 선진국의 국채에 대해 불안감을 갖고 있다. 유럽중앙은행은 이탈리아처럼 시장의 의심을 받고 있는 부채가 많은 국가들이 보다 저렴하게 돈을 빌릴 수 있게 하는 개입 방안을 새로 내놓아야 한다. 그렇게 한다고 해도 위기를 모면하려는 유로존의 의지에 대한 의구심을 완전히 떨쳐 내지는 못할 것이다.

대규모의 재정 지출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는 데 있어 중요한 문제는 실현 가능성이 아니라 실용성이다. 미국 재무부는 하루아침에 수 조 달러의 신규 채권을 발행할 수 없다. 하지만 연준이 지폐와 채권을 발행할 수 있고, 연준은 재무부의 계좌를 신뢰할 수 있기 때문에 재무부가 거액의 자금을 즉시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컨설팅 기관인 판테온 매크로이코노믹스(Pantheon Macroeconomics)의 이안 셰퍼슨(Ian Shepherdson)은 말한다. 이렇게 발행한 채권은 나중에 투자자들에게 판매될 수도 있다. 이러한 접근 방식은 화폐를 찍어 내는 것과 마찬가지이긴 하지만, 요즘 같은 어려운 시기에는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질 위험은 거의 없다.

코로나19가 경제에 가한 타격은 개인 차원에서도, 국가 경제 차원에서도 선진국들에 피해를 입힐 것이다. 하지만 이들 국가는 비교적 유리한 편이다. 강력한 의료 시스템과 함께 적어도 현재까지는 저렴하게 돈을 빌려주는 투자자가 있다. 선진국과 마찬가지로 바이러스의 위협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가난한 국가들은 돈을 빌릴 여유도 부족하고, 보호 제도의 수급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비율이 높은 편이다. 부유한 나라들은 힘든 시기를 겪고 있지만, 곧 이 위기를 헤쳐 나갈 것이다. 가난한 국가들의 전망은 더 불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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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세계경제 #금융 #돈 #정책 #건강 #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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