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바꾸는 식탁
6화

북저널리즘 인사이드; 식탁에서 변화를 시작하다

덴마크 코펜하겐의 레스토랑 노마(Noma)는 뉴 노르딕 퀴진(New Nordic Cusine)이라는 새로운 흐름을 만들었다. 단순히 음식을 요리하는 방식이 아니라, 음식이 지역과 사회,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철학이다. 노마의 셰프 르네 레드제피(Rene Redzepi)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동참한 뉴 노르딕 선언에는 북유럽 지역의 특색을 가진 재료 사용부터 지역 생산물과 생산자에 대한 지원, 계절의 변화 반영, 동물 복지와 건전한 생산 과정 촉진, 농업과 어업, 식품 도소매 산업 종사자와 소비자, 연구자, 교사, 정치인 등과의 협업에 이르기까지 음식이 사회와 연결되는 다양한 방식이 포함돼 있다.

《가디언》은 뉴 노르딕 퀴진을 다룬 기사에서 이런 흐름이 북유럽에 그치지 않고 전 세계적으로 음식을 다루는 사람들의 태도를 바꾸고 있다고 분석한다. 지금 유명 셰프들은 더 이상 고든 램지(Gordon Ramsay) 같은 무자비한 주방의 독재자도, ‘분자 요리’로 이름을 날렸던 레스토랑 엘 불리(El Bulli)의 페란 아드리아(Ferran Adrià) 같은 과학자도 아닌, 더 나은 세상을 향한 원정대가 되었다. 음식을 만드는 사람들이 사회 변화의 최전선에 선 셈이다.

본문에 등장하는 내추럴 와인과 곡물 본연의 맛을 내는 빵을 만드는 사람들도 그런 변화를 이끌고 있다. 지나치게 현대화되고 산업화되어 화학 물질로 뒤덮인 음식을 원래 상태로 되돌리려 한다. 이들이 만드는 변화는 가장 원시적인 지점에서 출발한다. 재배, 발효 같은 기초적인 단계에 집중하면서 사회와 경제, 문화를 바꾸는 것이다.

전 세계 사람들은 매일, 매 끼니 음식을 소비한다. 세계인이 1분마다 소비하는 음식의 양은 평균 5216톤에 달하고, 세계 음식 시장은 2018년 기준 8조 7000억 달러(1경 730조 원) 규모다. 음식이 삶의 방식과 산업, 경제에 큰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한편으로 음식은 단순히 생명을 유지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일상적인 행복, 문화에 대한 소속감이기 때문에 변화시키기 어려운 영역이기도 하다. 사랑하는 음식에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에게 반발심이 들고, 취향에 맞는 음식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사실만 받아들이려 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가공육 업계가 베이컨에 대한 과학적 사실을 은폐해 온 방식, 대체 우유가 실제 영양분과 상관없이 각광받는 것, 비거니즘에 대한 거센 반발은 모두 이런 맥락에서 나타난 현상이다.

음식을 먹는 것은 우리가 일상에서 가장 자주 내리는 정치적 의사 결정이다. 어떤 음식을 좋아하고, 자주 먹고, 거부하는지는 그 사람의 사회적, 경제적, 문화적 배경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도 보여 준다. 저자들이 취재한 음식을 둘러싼 갈등과 변화의 이야기는 매 끼니 우리가 내리는 선택의 무게를 느끼게 한다. 사회의 흐름을 주시하며 정치적 의견을 나누고, 내가 바라는 사회의 모습을 떠올리며 투표에 참여하듯이, 음식을 먹을 때에도 이 결정이 세상을 어디로 향하게 만들지 고려해야 한다. 계속 먹어 왔으니까, 내가 좋아하는 음식이니까 같은 이유는 더 이상 결정을 회피할 핑계가 될 수 없다. 더 나은 세상을 상상하고 있다면, 식탁에서 변화를 시작할 차례다.

소희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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