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은 어떻게 세계를 바꾸는가
완결

습관이 된 배달, 보이지 않는 소비

온라인 유통 산업의 거대한 속임수는 구매한 물건이 집에 도달하는 과정을 생각하지 않게 해서 더 많은 구매를 일으키는 것이다.


10여 년 전, 영국의 백화점 체인 존 루이스(John Lewis)는 하늘색 그러데이션 색상의 기다란 물류 창고(shed)를 지었다. 1억 파운드(1511억 5400만 원)의 비용이 든 이 창고는 윈저(Windsor)성을 담고도 남을 만한 6만 386제곱미터의 규모를 자랑했다. 존 루이스는 지역명을 따서 마그나 파크1이라는 이름을 지었다. 밀턴킨스(Milton Keynes)의 동쪽에 위치한 이곳은 창고, 도로, 적재함, 하역장으로 구성된 ‘물류 캠퍼스(logistics campus)’였다. 마그나 파크1은 잉글랜드 남부에 있는 존 루이스 백화점에 물품을 공급하기 위해 지어졌다. 그러나 존 루이스는 마그나 파크1의 완공과 동시에 그 규모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당시 이커머스 시장은 급격히 성장 중이었으며, 존 루이스의 창고는 배송 물량이 열두 배 증가한 2006년과 2016년 사이에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존 루이스는 6만 2709제곱미터 규모의 마그나 파크2를 추가로 건립했다. 곧이어 주문량이 폭증하고 있었던 자사 슈퍼마켓 체인 웨이트로즈(Waitrose)의 물류 창고도 추가로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웃긴 일이죠.” 이 모든 시설을 설계하고 건축한 쳇우드(Chetwood)사의 지역 책임자 필립 스탠웨이(Philip Stanway)는 말했다. “존 루이스의 경영진들은 업계 최신 전망을 회의에 들고 와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건 망했어. 이게 새로운 전망이야.’” 그는 경영진들이 황급히 수치를 업데이트하던 모습을 묘사하며 말했다. “그 속도에 맞춰 창고를 짓는 것은 불가능했습니다.”

결국 웨이트로즈의 물류 창고는 9만 2903제곱미터에 달하는 규모로 확장되었다. 존 루이스는 더 많은 물량을 감당하기 위해 마그나 파크2의 공사가 끝나기도 전에 마그나 파크3를 짓기로 결정했다. 마그나 파크3는 앞서 지어진 창고들 보다 약간 작은 규모였다. “더 이상의 건설 부지가 남아 있질 않았기 때문이죠. 그 규모가 남은 부지의 전부였으니까요.” 스탠웨이가 설명했다.

존 루이스의 물류 공간 확보를 향한 열망의 중심에는 우리 모두에게 익숙한 가정 배송(home delivery) 서비스의 폭발적인 증가가 있었다. 우리의 클릭과 스와이핑이 거대한 붐을 일으킨 것이다. 이커머스 산업의 몇 가지 지표는 새로운 현상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 마그나 파크1~3와 같은 거대 창고들은 수백만 개의 물품들이 전역으로 배송되기 직전인 마지막 순간을 관장하기 때문에 특히나 생생한 수치를 제공한다. 에식스(Essex)주 틸버리(Tilbury)에 위치한 영국 최대 아마존(Amazon) 주문 처리 센터의 면적은 18만 5806제곱미터다(1997년 아마존의 최초 임대 창고의 면적은 8639제곱미터에 불과했다). 뉴욕의 일일 택배 배송량은 2009년 36만 건 미만에서 오늘날 150만 건 이상으로 치솟았다. 중국은 노란색 헬멧과 유니폼을 입는 메이투안(美团) 스쿠터 배달원들이 7월의 한 주말에만 3000만 건의 음식을 배달했다. 엄청난 양의 폐기물에 대한 수치도 있다. 배달에 사용된 포장재는 현재 미국의 연간 쓰레기 배출량의 30퍼센트를 차지한다. 종이 박스 제작에는 10억 그루의 나무가 투입되고 있다. 전 세계 온라인 판매 수익은 2017년에 3조 8000억 달러(4639조 8000억 원)에서 2024년 6조 달러(7326조 원)에 달할 것이라는 파격적인 전망도 있다.

통계는 모든 종류의 제품들을 망라한다. 식료품과 주류, 의약품까지도 집으로 배송할 수 있다. 새해 전날에는 칩과 보드카를, 새해에는 아스피린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이끼 정기 배송 서비스(Moss of the Month Club)에 가입할 수도 있다(여기서 moss는 대마초의 은어가 아니다. 물론 미국 샌프란시스코나 덴버에서는 원한다면 대마초도 배달 받을 수도 있다). 노스햄튼 파충류 센터(The Northampton Reptile Centre)에서는 애완 타란튤라 거미를 위한 메뚜기 20팩 묶음을 주문할 수도 있다. 대부분의 택배는 친숙한 갈색 종이 상자에 담겨 아마존 같은 소매 업체로부터 배송된다. 아마존은 미국의 연간 배송량 1650억 건 중 거의 절반을 담당한다.

온라인 유통 산업의 거대한 속임수는 구매한 물건이 집에 도달하는 과정을 생각하지 않게 해서 더 많은 구매를 일으키는 것이다. 상품과 배송의 여정을 분리시키는 것은 아마존의 가장 큰 성공 전략이기도 하다. 아마존의 설립자인 제프 베조스(Jeff Bezos)는 고객들이 온라인 쇼핑을 할 때 배송에 드는 비용과 시간과 같은 요인을 고려하는 것을 원치 않았다. 그는 배송과 구매를 서로 상관없는 일로 만들기 위해 배송 시간을 끊임없이 단축시켜 왔다.

빠른 배송 속도를 강조한 아마존의 전략으로 다른 업체들도 배송을 서두르기 시작했다. 이는 곧 우리가 무언가를 즉각적으로 소유할 수 없다면 소유할 가치가 없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믿게 만들었다. 마치 제품이 이동할 때 중력이나 공기 저항과 같은 자연계의 영향을 받는 물리적인 물체라는 것을 잊어버리기나 한 듯 말이다. 오직 기업들만이 이 점을 잘 알고 있다. 우리가 엄지손가락 끝으로 몇 인치 반경을 움직여 물건을 고르고 구매하는 동안, 기업들은 그 어느 때보다도 빠른 배송을 위해 물리적 세계를 재정렬하느라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온라인 쇼핑의 시간 단축에 대한 강조는 오프라인 쇼핑의 기회비용이 너무 높다는 가정을 내포한다. 인터넷은 우리에게 시간을 약속하고 바로 되가져가 버린다.


번거로움 없이 문 앞에서 택배 상자를 마주하는 일은 매혹적이다. 우리는 택배 산업의 규모와 의미를 완전히 파악하기도 전에 택배에 크게 의지하게 되었다. 수천 년간 인류의 발전은 이동의 용이성과 속도에 따라 결정되었다. 필요한 식량과 재화를 얻기 위해 두 다리로 걷고, 동물을 타고, 항해하며, 대륙과 하늘을 가로지르는 능력이 중요했다. 이러한 인류 발전 모델은 근 20년 만에 완전히 뒤집어졌다. 현대의 인류 발전은 과거와는 반대로 식량과 물건이 우리를 직접 찾아오게 하는 것이다. 이동성이 아니라 비이동성에 달려 있다.

오늘날의 이커머스 배송은 우유, 신문, 피자를 한 번에 한 개씩 배달하던 기존의 서비스와 근본적으로 다르다. 인터넷 쇼핑으로 고객은 시장 전체를 한눈에 둘러보며 선택을 고민하는 시간을 즐긴다. 지금과 같은 온라인 몰의 조상은 20세기 초 피아노와 서적부터 이발소 의자까지 십만 개가 넘는 상품 목록을 미국 전역에 보내던 시어스(Sears) 카탈로그일 것이다. 카탈로그를 통해 집 전체를 주문할 수도 있었다. 더불어 필요한 부품들까지 모두 구매하면 기차 두 량에 실어 배송받을 수 있었다. 물론 배송비는 무료가 아니었다.

시어스 카탈로그의 목적은 소비자의 선택 범위를 지속해서 확장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커머스 산업의 주목적은 시간을 단축하는 것이다. 1999년 당시 베조스는 소비자들을 즉각적으로 만족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는 일에 사로잡혀 있었다. 아마존은 뉴욕 전역에서 ‘비디오, 게임, DVD, 음악, 잡지, 서적, 음식 및 생필품’의 한 시간 이내 배송을 약속한 코즈모닷컴(Kozmo.com)에 6000만 달러(732억 6000만 원)를 투자했다. 코즈모는 2001년에 문을 닫았지만 베조스는 계속해서 다른 모델을 찾아 나섰다. 그는 한때 맨해튼 모든 구역의 대학생들을 고용해 그들의 아파트에 상품을 비축한 후, 자전거로 배달하는 아마존 즉각 배송을 제안하기도 했다.

2005년, 아마존은 이틀 내 배송을 약속하는 연간 유료 회원제 프라임(Prime) 서비스를 개발했다. 프라임은 2019년 11월 현재 1억 명 이상의 가입자를 보유하고 있으며 고객의 즉각적인 만족도는 마치 마약과도 같다. 미국의 시장 조사 업체 CIRP(Consumer Intelligence Research Partners)에 따르면, 프라임 회원의 93퍼센트는 1년 후에도, 98퍼센트는 2년 후에도 가입을 유지한다. “참을성 있는 사람들을 위한 것이 아니다(Not for patient people)”라는 프라임의 슬로건은 정확하다. 프라임 회원 세 명 중 한 명은 장바구니에 담은 상품을 이틀 내에 받을 수 없다는 사실을 아는 즉시 지워 버린다. 2019년 여름, 아마존은 프라임 배송 시간을 이틀에서 하루로 단축했고, 10월부터는 식료품을 두 시간 이내에 무료로 배송한다. 프라임 서비스 개발 당시 이 프로젝트의 사내 코드명은 미래상(Futurama)이었다. 배송 시간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빨라질 것을 예측하듯 말이다.
존 루이스의 물류 창고 마그나 파크 ⒸAP S/Alamy
온라인 쇼핑의 시간 단축에 대한 강조는 오프라인 쇼핑의 기회비용이 너무 높다는 가정을 내포한다. 옆 도시에 있는 더 좋은 서점으로 운전해 가는 대신, 더 가치 있는 일을 하는 데 시간을 투자할 수 있다는 의미다(“시간은 돈이다. 둘 다 절약하라”는 아마존 프라임의 또 다른 슬로건이다). 사람들은 도시 생활에서 시간에 점점 더 쫓기게 되면서 기회비용인 시간을 더 세밀하게 줄여 나갔다. 며칠, 몇 시간 단위로 계획을 세우던 것을 몇 분 단위로 단축했다. 배송 시간도 이에 맞춰 줄어들었다. 이제 콩 한 캔을 사기 위해 12분을 걸어 근처 상점으로 가는 대신 한 시간 내 배송의 수수료를 지불하는 것이 절약된 시간만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물론, 기회비용의 원칙은 12분 동안 수수료만큼의 가치를 생산할 것이라는 가정에 기반한다. 그러나 우리는 높은 확률로 그 시간을 인스타그램에 허비하고 만다. 인터넷은 우리에게 시간을 약속하고 바로 되가져가 버린다.

이커머스 쇼핑에는 우리가 지불하는 금액 외에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 일부는 이미 인식하고 있는 것이고, 일부는 막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한 것이다. 물류 창고 노동자들이나 택배 트럭 운전자들의 부담에 대한 논의는 즉각적으로 시작됐다. 전에 없던 막대한 물량과 빠른 속도를 추구하는 배송 수요의 상승은 공공 기반 시설, 도시, 기업에 보이지 않던 변화무쌍한 압력을 가하고 있다. “소비자들이 공급망에 엄청난 부담을 주고 있습니다.” 공업 건축 회사 스티븐 조지 + 파트너스(Stephen George + Partners)의 경영 파트너 제임스 니콜스(James Nicholls)는 말했다. “특히 같은 제품을 다섯 가지 색상으로 주문해서 입어 본 뒤, 그 중 네 가지를 돌려보낼 때 그렇습니다.”

배송에 대한 압박이 세상을 어떻게 재구성 하는지는 ‘라스트 마일 (last mile)’이라는 개념으로 이해할 수 있다. 라스트 마일이란 소비자가 물건을 수령하는 최종 구간을 뜻한다. 예를 들어 어떤 제품이 마그나 파크3 물류 창고를 출발해서 버밍엄(Birmingham)에 있는 아파트에 도착하는 구간이다. 라스트 마일은 운송 산업을 지배하고 있다. 라스트 마일을 혁신할 방법으로 드론, 낙하산, 자율 주행 자동차, 비행 창고(zeppelin warehouses), 로봇을 활용한 배송이 대중의 이목을 끌었다. 그러나 하루하루가 전쟁인 배송 현장에서는 그 누구도 이에 대해 진지하게 이야기하지 않는다. 지금 가장 해결이 시급한 라스트 마일의 문제는 보다 기초적이고, 단순하며, 고전적인 것들이다. 상자를 포장하는 최선의 방법은 무엇인가? 배송 시 교통 체증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택배 수령인이 부재할 경우 해결 방법은 무엇인가? 산더미 같은 종이 상자 쓰레기는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라스트 마일은 배송 산업에서 가장 비싸고 까다로운 구간이 되었다.

 

이제 기업들은 더 빠른 주문 처리와 라스트 마일 구간 단축을 위해 소규모 물류 센터를 전국 각지에 설치해야 한다.


영국에서 라스트 마일이 창고에서 매장까지의 운송을 의미하던 시절, 상품의 여정은 주로 매년 수백만 건의 화물을 처리하는 영국 중부에서 시작되었다. 밀턴 케인스(Milton Keynes) 인근 존 루이스(John Lewis) 창고에서 출발하여 M1 고속도로를 타고 노팅엄(Nottingham)까지 올라간 다음, 다시 버밍엄을 지나 내려오면 물류 업계의 황금 삼각 지대(Golden Triangle)가 완성된다. 적어도 지난 40년간 영국 기업들은 이 삼각 지대 안에 물류 창고를 배치해 왔다. 삼각 지대에서 출발할 경우, 휴식 없이 주행 가능한 법적 최장 운송 시간인 4시간 30분 안에 영국 전역의 95퍼센트에 도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삼각 지대에 대한 의존도는 매우 높았다. 서퍽(Suffolk)의 펠릭스토우(Felixstowe) 선착장으로 들어온 파마산 치즈 한 팩이 삼각 지대 안의 창고로 운송되어 분류된 다음, 다시 펠릭스토우에 있는 테스코(Tesco) 매장으로 보내지는 경우도 있었다.

어느 날 오후, 삼각 지대 안의 마을 럭비(Rugby)에서 물류 단지를 건설해 운영하는 부동산 회사 프롤로지스(Prologis)의 수석 부사장 로빈 우드브릿지(Robin Woodbridge)를 만났다. 워릭셔(Warwickshire) 카운티에 위치한 이 지역의 도로는 매우 완만하다. 낮은 봉우리의 능선을 따라 이동하거나 풍차들을 지나다 보면 갑자기 화물차 무리와 거대한 창고들을 마주하게 된다. 우리는 이런 곳에 존재하는 창고나 택배 시설에 대해 낯설고도 간접적인 친숙함을 가지고 있다. 온라인에서 주문한 물건을 애타게 기다리면서 배송 추적을 할 때 이 시설들의 이름과 위치를 알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기다리는 물건이 이곳 어딘가에 멈춰 있을 때, 그래서 이 시설들의 모습과 기능 또는 배송 오류의 이유를 상상해 보려고 할 때뿐이다.

우드브릿지와 나는 프롤로지스 소유의 더프트(Dirft; Daventry International Rail Freight Terminal, 대번트리 국제 철도 화물 터미널)로 향했다. 우드브릿지가 부동산 사업을 시작한 1991년 당시 더프트에서 가장 큰 창고의 크기는 대략 1만 1148제곱미터였다. 그로부터 10년 후, 프로로지스가 아마존의 첫 번째 창고를 지을 때 이커머스 산업이 번성하기 시작했고 창고의 크기도 거대해지기 시작했다. 현재 더프트에서 가장 큰 창고는 9만 2903제곱미터 규모의 슈퍼마켓 체인 세인즈버리(Sainsbury’s) 창고다.

황금 삼각 지대 초기를 점유하던 창고들은 기업 간의 거래를 위한 B2B 비즈니스 화물들을 관리했다. 대량 운송을 위해 지어진 창고의 화물들은 대성당의 단상처럼 하나로 높이 솟은 공간에 차곡차곡 쌓여 있었다. 당시 화물 운반에서 시간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다. 지게차가 선반 꼭대기에 있는 화물을 트럭으로 천천히 운반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커머스 전용 창고는 물건을 저장하고 고객에게 신속히 전달할 수 있는 완전히 새로운 수준의 정교함을 요구했다. 이런 창고는 주문을 접수하고 포장을 할 직원들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물품들을 낮은 선반에 놓아야 한다. 낮은 선반들을 더 많이 넣기 위해 기업들은 창고 안에 중이층(中二層)을 지어 넣었다. 그 결과, 전자 상거래용 창고는 15미터 높이의 B2B용 창고보다 더 높은 21미터 높이가 되었다.

이커머스 창고는 바닥 공사 또한 매우 중요한 영역으로 바꿔 놓았다. B2B 창고의 콘크리트 바닥은 레이저 보정을 통해 정확한 평탄도로 제작된다. 이로 인해 지게차가 화물을 가장 높은 선반으로 들어 올리면서도 바닥에 고정될 수 있었다. 배송에서 속도가 점점 더 중요해지면서 로봇 장치들(robotic pickers)이 창고를 채우기 시작했다. 이를 위해 바닥은 FM2(Free Movement 2) 표준에서 FM1(Free Movement 1) 표준으로 더 평평해져야 했다. 이러한 ‘초평탄 바닥(superflat floors)’에서는 10분의 1밀리미터의 오차도 문제가 될 수 있다. 로봇 장치의 미세한 오작동이 창고 전체의 운용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고 수천 건의 배송을 지연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몇 시간 단위로 줄어든 배송 일정을 맞추기에는 중앙 집약적 창고 구조와 거대한 규모로 충분하지 않았다. 이제 기업들은 더 빠른 주문 처리와 라스트 마일 구간 단축을 위해 소규모 물류 센터를 전국 각지에 설치해야 한다. 이런 물류 창고는 많은 양의 화물을 비축할 수 없지만, 데이터 분석가들이 설계한 배송 효율 향상 전략을 적용하기는 쉽다. 우드브릿지는 몇 년 전 한 배송 업체 시설에서 목격했던 아마존 택배 상자들을 회상하며 말했다.

“내가 질문했어요. 수령인이 적혀 있지 않은 이 상자들은 누구를 위한 것이죠?” 그 상자들 속에는 비디오 게임이 들어 있었는데, 게임회사 일렉트로닉 아츠(Electronic Arts)가 매년 출시하는 피파(Fifa) 시리즈 최신판이었다. “그들이 답했어요. 만약 당신이 지난 3년 동안 이 게임을 샀다면, 이번에도 재구매할 확률이 높다는 것을 아마존은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당신이 주문 버튼을 누르기만을 기다리면서 미리 포장해 놓은 것입니다. 당신이 버튼을 클릭하자마자 상자에 당신의 이름을 붙이고, 바로 배송이 시작되는 거죠.”

 

종이 상자는 배송 세계의 가장 강력한 상징이다. 이는 소비와 환경 문제 사이의 곤란한 선택지를 상기시킨다.


비디오 게임은 중국에 있는 공장에서 영국 도시 외곽의 창고에 이르기까지 지구의 절반을 횡단하면서 몇 주를 보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비디오 게임에게 가장 위험한 시간은 가장 저렴한 방법으로 창고에서 구매자의 선반까지 빠르게 배송되는 라스트 마일 구간이다. 보통의 택배 상자는 구매자에게 전달되지 전까지 열일곱 번 정도 떨어뜨려진다. 화물로 가득 찬 트럭의 맨 아래에 놓인 상자는 그 위에 쌓인 상자들의 무게를 버텨야 한다. 트럭이 반쯤 비어 있을 때, 도시에서 흔히 그렇듯 트럭이 정지할 때마다 상자들은 서로 부딪치며 흐트러진다. 아마존의 ‘고객 포장 경험(customer packaging experience)’ 부서 책임자인 킴 허친스(Kim Houchens)는 택배 상자가 온전한 형태로 배달되는 것은 경이에 가깝다는 듯이 암울하게 말했다. “작은 트럭이 도로의 웅덩이를 포함해서 동네의 모든 곳을 거치게 되거든요.”

허친스는 라스트 마일 구간이 “큰 위협(hazards)“이라고 말했다. 아마존에서 그녀의 임무는 종이 상자가 험난한 라스트 마일을 견딜 방법을 고안해 내는 것이다. 재료 과학자인 그녀는 혹독한 환경에 대해 잘 알고 있다. 과거에 그녀는 나사 우주복 디자인 회사와 ‘사막의 폭풍 작전(Operation Desert Storm; 1991년 걸프 전쟁의 작전)’에 사용된 군용 낙하산과 탄두 조끼를 개발하는 회사에서 근무했다. 이 화려한 이력은 급행 배송 시대에 평범한 종이 상자를 과학적으로 설계하는 데 필요하다. 이제 대학들도 포장 디자인 연구실을 가지고 있다. 럿거스공대(Rutgers School of Engineering) 연구실은 상자 라벨의 접착력을 시험하고 있다. 유피에스(UPS)와 페덱스(FedEx)는 사내 연구원을 고용해 상자로 제작할 골판지를 연구한다. 허친스 팀은 2014년 7명에서 시작해 현재 85명으로 성장했으며, 800개 이상의 각기 다른 크기와 등급의 상자를 시험한다. 상자가 재활용 쓰레기통으로 가기 전, 몇 분 동안 지속되는 결함은 엄청난 연구 대상이 된다.

2019년 8월, 시애틀 교외에 있는 로우스(Lowe’s) 인근 건물 외부에서 작업 중인 허친스를 만났다. 이곳은 그녀의 팀이 아마존 종이 박스의 성능을 시험하는 곳이다. 포장이 끝난 상자가 옆면, 가장자리, 반대 방향 등 17가지 방향으로 어깨높이의 받침대에 놓여 있다. 페달을 밟자, 받침대는 날아가고 상자들이 바닥으로 곤두박질쳤다. 다른 한쪽에서는 큰 소리를 내며 진동하는 플랫폼이 시내를 질주하는 화물 트럭 내부 상황을 모의 테스트하고 있었다. 플랫폼 위에는 어느 장난감 회사의 상자가 바벨 두 개에 눌려 가장자리가 갈라지고 한 면은 찌그러진 채 고통받고 있었다. 근처 TV 화면에서는 상자들이 탑 모양의 높은 저장고에 쏟아져 들어가면서 서로 부딪치는 모습을 담은 애니메이션이 재생되고 있었다. 그것은 마치 이길 수 없는 테트리스 게임 같았다.
ⒸJorg Greuel/Getty Images
종이 상자는 배송 세계의 가장 강력한 상징이다. 이는 소비와 환경 문제 사이의 곤란한 선택지를 상기시킨다. 골판지의 내구성 강화를 위해 단 1mm의 두께를 더하더라도, 수백억 개의 상자로 만들어진다면 상당한 면적의 숲이 사라질 수도 있다. 무거운 상자에는 더 많은 비용과 더 많은 연료가 투입된다. 다른 회사와 마찬가지로 아마존은 가볍고 강한 상자를 디자인하여 라스트 마일의 충격을 완화하려 노력했다. 아마존은 한때 과도한 포장으로 악명 높았다. 충격 흡수 비닐로 포장된 세 켤레의 양말, 겹겹의 비닐에 싸인 머리 끈, 지나치게 큰 상자 안에 들어있는 조그마한 웹캠 상자의 사례가 소셜 미디어에 넘쳐 났다. 허친스는 2016년을 기점으로 아마존 포장재 무게가 25퍼센트 감소했다고 말했다. 2019년 8월, 아마존은 업체들에게 과도한 포장에 대한 과태료를 부과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종이와 플라스틱 비닐은 아마존의 전체 탄소 발자국(carbon footprint) 중 일부에 불과하다. 2019년 9월 아마존의 발표에 따르면 이들 전체의 탄소 발자국은 이산화탄소 4400만 4000톤에 달한다. 이는 월마트보다는 적지만 애플, UPS, 덴마크보다는 큰 수치이다. 그러나 이 수치는 배송과 오프라인 쇼핑 중 무엇이 환경에 더 나쁜 영향을 끼치는지 명확하게 보여 주지는 않는다. 2009년 에든버러(Edinburgh)에 위치한 헤리엇와트대(Heriot-Watt University) 연구원들은 쇼핑객 한 명이 한 개의 물건을 사기 위해 12.8마일(20.6 킬로미터)을 주행할 경우, 온라인 주문보다 24배 많은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킨다고 추정했다. 물론 빈번한 두 시간 배송과 잦은 반품으로 온라인 쇼핑객의 탄소 발자국이 과거보다 훨씬 더 커져 버린 라스트 마일 물류 세계에서 2009년이 까마득한 옛날로 느껴지는 것은 사실이다.

게다가 모든 사람들이 단 하나의 물건을 구매하기 위해 시내를 가로질러 운전하지는 않는다. 우리의 구매 패턴은 도매와 다르게 다양하다. 많은 사람들이 걸어서 근처 상점에 가고, 그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런던, 파리, 뉴욕과 같은 대도시 사람들은 반경 12.8마일 이상을 이동해야만 구할 수 있는 물건을 상상하기 어렵다. 일부는 필요한 것 보다 더 많은 것들을 온라인에서 주문한다. 또 깊은 시골에 사는 일부 소비자에게는 배송 트럭이 굳이 경로를 바꿔서 방문하고 있다. 배송 트럭이 도착했을 때 집에 있지 않은 몇몇은 다시 방문해야 한다. 우리는 삶의 다양한 형태만큼이나 다양한 방식으로 쇼핑을 하고 있다.

 

도시들은 교통 체증, 새로운 승차 서비스, 공기 질 저하, 치솟는 부동산 가격으로 이미 과부하에 걸려 있다. 라스트 마일은 위협을 키우고 있다.


라스트 마일 구간은 짧을수록 도시들과 날카롭고 긴장된 관계를 형성한다. 번화한 대도시들은 트럭의 행렬, 물류 센터, 주차 문제, 버려진 상자 등으로 라스트 마일의 영향을 더 크게 느끼고 있다. 배송 시간이 이틀에서 하루로, 두 시간으로, 한 시간으로 계속 단축되면서 라스트 마일 구간은 더 광범위하게 확장되어 도시를 거치게 된다. 라스트 마일의 뿌리인 바쁘게 돌아가는 이커머스 시장은 우리가 사는 도시와 가정에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다.

도시들은 교통 체증, 새로운 승차 서비스, 공기 질 저하, 치솟는 부동산 가격으로 이미 과부하에 걸려 있다. 라스트 마일은 위협을 키우고 있다. 2019년 여름 아마존이 뉴욕에 두 개의 라스트 마일 창고를 열자, 대형 기업들 역시 도시의 부지를 사들이고 있다. FedEx, UPS, DHL과 같은 운송 업체들의 배송 트럭은 교통 체증을 가중시킨다. 배송 차량 운전자들은 짐을 싣고 내리기 위해 도로 한편을 독점한다. 도시들은 도로에 연석을 세워 배송 차량들에 맞서고 있다.

도시는 많은 양의 라스트 마일 배송 서비스를 감당할 수 있도록 설계되지 않았다. UPS를 비롯한 배송 업체들도 이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런던 중심부를 담당하는 UPS 물류 센터는 켄티시 타운(Kentish Town) 전철역 인근에 있다. 이곳에는 매일 밤 170대의 트럭이 돌아오는 지하 주차장이 있다. 9월의 정오 무렵, 물류 센터를 방문했을 때 이곳은 한산했다. 트럭들은 배송을 위해 나가 있었고 한두 시간 뒤에 물건을 실으러 들어온 뒤, 다시 나가서 늦은 시간에 들어올 예정이었다. 만약 내가 아침이나 저녁 시간에 그 센터를 방문했다면 하역기와 분류기가 내는 소음 때문에 정상적인 대화를 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피터 해리스(Peter Harris)는 헬리콥터에 탔을 때처럼 헤드셋과 마이크를 써야 했을 것이라고 농담했다.

마른 체형에 적갈색 수염을 기른 해리스는 런던 버스 회사의 정비공으로 일하다가 30여 년 전 UPS에 합류했다. 현재 그는 국제 지속 가능성(the international sustainability) 책임자로, UPS 배송의 미래를 설계한다. 즉, 배송할 차량의 종류, 교통 체증을 해소할 방법, 화물을 보관할 공간 등을 결정하는 것이다. 수십 년 전만 해도 UPS 배송의 80퍼센트는 B2B 배송이었지만, 이제 B2B와 가정 배송의 비율은 50 대 50이 되었다. 세계에서 가장 큰 도시들에서는 신속하고 효율적인 배송에 대한 압박이 특히 심하다. “런던에서 제대로 할 수 있다면, 어디든지 해낼 수 있습니다.” 가수 프랭크 시나트라가 물류 업계의 중역이 되기로 결심했다고 말하는 듯 비장한 목소리로 해리스가 말했다.

UPS 배달원의 생활은 무역 용어로 ‘밀도(density)’라는 개념에 의해 좌우된다. 일반 가정은 보통 배달 한 건 당 한 개의 상자를 받는, 밀도가 낮은 정거장이다. 상업용 빌딩과 아파트가 있는 블록은 한 번에 여러 개의 상자를 받는 고밀도 정거장이다. 밀도가 매우 낮은 교외 지역은 효율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UPS는 상점이나 카페를 그 지역의 임의 택배 수령지로 지정하여 인위적으로 밀도를 높인다. UPS 배달원은 보통 한 노선에 100~120개의 택배를 배달하는데, 이는 5년 전 수치와 비슷하다. 그러나 도시에서는 이 노선들이 점점 더 빠듯해지고 있다. 맨해튼의 배달원은 120개의 택배를 한 개의 타워 블록과 근처 건물들로 배달하기도 한다. 그동안 배송 트럭은 가로등이나 소화전과 같이 움직이지 않는 거리의 고정물이 된다.
ⒸGeoff Smith/Alamy
도시에서 배송 트럭은 움직이든 멈춰 있든 문제가 된다. 영국의 자동차 제조 및 판매 협회(Society of Motor Manufacturers and Traders) 보고서에 따르면 배송 트럭의 운행 마일리지는 2000년 이후 56퍼센트 증가했다(승용차의 운행 마일리지 증가폭은 9퍼센트다). 이로 인한 교통 체증이 심각해지자, 2018년 잉글랜드(England)와 웨일스(Wales) 의회는 도로 보수 및 도로 혼잡 해소 공사에 연간 10억 파운드(1조 5115억 4000만 원)를 지불할 것을 중앙 정부에 요청했다. 우리가 교통 체증을 피하기 위해 온라인으로 주문한 물건이 오히려 교통 체증을 더 심각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배송을 지나치게 서두르는 것은 더 치명적인 문제를 야기한다. 2019년 8월 《버즈피드(BuzzFeed)》와 《프로퍼블리카(ProPublica)》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800개의 배송 업체들로 구성된 자체 네트워크를 보유한 아마존은 최소 100건의 소송에서 배송 트럭으로 인한 부상이나 사망 사고의 피고로 지목되었다. 아마존은 2019년 10월 중순에 높은 사고율을 보인 택배 회사 세 곳과의 계약을 해지했다.

배송 트럭의 주정차는 도시에 무질서를 일으킨다. 그들은 이중 주차를 하고 자전거 전용 도로나 주차 금지 구역에 정차하기도 한다. 시애틀 교통국(Seattle’s Department of Transportation)의 주차 전략가 메리 스나이더(Mary Snyder)에 따르면, 현재 시애틀 교통 표지판의 절반은 도로 연석과 관련한 규정이다. 누가 연석 근처에서 짐을 싣거나 내릴 수 있는지, 누가 언제 주차할 수 있는지에 관한 것이다. 2018년 《뉴욕 타임스》는 2013년에 FedEx와 UPS, 그리고 식료품 배달 업체 프레시다이렉트(FreshDirect), 피파드(Peapod) 등 4개 회사가 37만 2000~50만 회 주차 규정을 위반했다고 보도했다. 주차 위반에 적발되면 기업들은 간단한 과태료를 지불하고 만다. 뉴욕을 포함한 몇몇 도시들은 배송 트럭에 부과되는 과태료를 크게 할인해 주고 있기 때문에 배송 실패보다 과태료 비용이 더 저렴한 것이다. 맨해튼에서 배송 트럭에 부과하는 이중 주차 과태료는 일반 차량들에게 부과되는 115달러(14만 원)에 비해 훨씬 더 저렴한 35달러(4만 원)다.

도시들이 넘치는 교통량을 조절하기 위해 노력하는 동안, 기업들은 교통 혼잡 부담금, 초저배출 지역, 운행 시간 제한 등과 같은 새로운 규칙들과 씨름해야 했다. 전 세계 12만 대의 UPS 트럭 중 1만 대는 대체 연료를 쓴다. 켄티시 타운 물류 센터에서 해리스는 내게 UPS가 최초로 도입한 전기 트럭의 배터리를 보여 줬다. 물류 센터 전원 공급 장치로는 모든 트럭을 충전하기 어렵기 때문에 이런 배터리가 반드시 필요하다(2011년, UPS가 20번째 전기차를 충전하려고 플러그를 꽂았을 때 건물의 전체 조명이 꺼진 일도 있었다). 다음으로 사륜 전기 자전거에 장착 할 수 있는 높이가 낮고 가느다란 트레일러를 소개했다. 이는 현재 UPS가 더블린(Dublin)에서 시험 중인 배송용 릭샤(동남아에서 주로 쓰는 자전거와 수레를 결합한 교통수단)와 비슷한 종류다.

나는 해리스에게 로봇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몇 달 전, 버클리(Berkeley)의 거리를 걷고 있던 중 키위(Kiwi)라는 스타트업이 만든 소형 배달용 카트 키위봇(Kiwibot)에 정강이를 부딪힐 뻔한 적이 있었다. 키위봇은 관절염에 걸린 강아지처럼 이리저리 움직였고, 아마도 치폴레(Chipotle)나 잠바 주스(Jamba Juice)를 배달하는 중이었을 것이다(버클리 학생들은 항상 배가 고프지만 결코 직접 요리를 하진 않는다. 키위 관계자는 지난 5월 한 기자에게 말했다. “로봇이 없다면 그들은 하루 종일 라면만 먹을걸요.”). 내가 앞으로 걸어 나가서 뒤돌아봤을 때, 키위봇은 마치 그 도로를 혼자 점령하지 않은 이 상황이 당혹스럽다는 듯 멈춰 서 있었다. 나는 자율 운송 수단이 우리의 미래인지 해리스에게 물었다.

그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사람들은 배달원과의 사회적 교류를 잃고 싶어 하지 않습니다.”

나는 그의 대답을 납득하지 못했다. 소비자들은 이미 그들의 삶에서 그보다 더 의미 있는 사회적 교류들을 빠른 속도로 포기하고 있다. 대부분은 그들의 동네 슈퍼마켓이나 정육점 직원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 버스 옆자리에 동네 우체국 직원이나 은행 직원이 앉더라도 아마 알아채지 못할 것이다. 극소수의 사람들만이 우유 배달원을 알아볼 것이다. 온라인상에서 우리는 일차원적 정체성을 가지고 기능할 뿐이다. 익명화된 데이터를 제외하고는 타인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 채 자신만의 영역에서 물건을 소비하고 판다. 무료 배송 서비스에서 우리는 사회적 교류를 거래 비용으로 지불하고 있다.

 

가정 배송의 마지막 승리는 우리가 배달을 받고 있다는 사실 자체를 완전히 잊어버리게 되는 것이다.


주문한 물건이 당장 배송되기를 바라는 우리는 언젠가는 주문을 하기도 전에 그 물건 위에 앉아 있는 형국이 될 것이다. 건축 회사 쳇우드의 팀 워드(Tim Ward) 이사는 이커머스 산업이 런던의 재개발 부지인 브라운필드 지역(brownfield sites)을 물류 저장과 배송 분류 지역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자동차 통행량이 줄어들면 주차장이 비게 되고, 그 빈 공간은 30분 이내 배송을 위한 물류 처리 센터로 전환될 수 있다. 각 층이 경사로 이어진 건물은 배송 트럭이 물건을 싣고 건물 위아래로 이동하는 방식으로 활용할 수 있다. 히드로(Heathrow) 인근 지역에서 이미 구축되고 있는 형태와 비슷한 지하 창고로도 만들 수 있다. 워드는 히드로 인근 지역에 기업들이 광물 채굴을 위해 지하 갱도를 건설했었다고 설명했다. “뭐 하러 그 빈 공간을 다시 채우나요? 물류 공간으로 사용하지 않을 이유가 있나요? 이상적인 공간 활용이 될 것이고, 지상에는 멋진 공원을 조성할 수도 있을 겁니다.”

워드는 런던의 또 다른 재개발 자원에 대해 말해 주었다. 이는 쳇우드가 개조를 계획하고 있는 런던 서부의 패딩턴(Paddington)과 동부의 화이트 채플(Whitechapel)을 연결하는 6마일(9.6킬로미터) 길이의 지하 철도 터널이다. 영국 왕립 우체국(The Royal Mail)은 1927년부터 2003년 까지 매일 최대 400만 통의 우편배달을 위해 철도를 건설해 사용했다. 워드는 이 철도를 택배 배달망으로 사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철도의 터널은 런던의 번화가인 옥스퍼드, 웨스트엔드, 그리고 시티 오브 런던(the City of London)을 통과한다. 당시 영국 왕립 우체국은 우편물을 지상으로 보내는 아홉 개의 수직 갱도를 만들었다. 쳇우드는 4억 9800만 파운드(7527억 4692만 원)의 비용으로 이 시설을 시간당 1만 6000건의 배송이 가능한 활송(滑送) 장치로 전환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일일 도시 교통량의 4분의 1을 줄일 수 있다고 추산했다. 쳇우드의 자료에 따르면, 백화점 체인 셀프리지(Selfridges)뿐 아니라 존 루이스, DHL과 아마존이 이 계획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로봇 배달 카트 키위봇이 미국 캘리포니아주 UC버클리 캠퍼스를 오가고 있다. ⒸSiliconValleyStock/Alamy
실리콘밸리는 그들의 역행 기술(regurgitation)과 관련된 비유적 표현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실리콘밸리 회사들은 공공 서비스나 오프라인 비즈니스 모델을 비효율적인 것으로 간주하고 이를 대체하기 위해 경쟁한다. 그런 다음 동일한 모델을 그들만의 수익 모델로 되새김질하여 내놓는다. 2017년 리프트(Lyft)는 통근자들이 지정된 장소에서 승차를 공유하는 서비스인 셔틀(Shuttle)을 시작했다. 이는 본질적으로 버스다. 메이크스페이스(MakeSpace)는 “물리적 물건을 위한 클라우드 창고(Cloud storage for physical stuff)” 서비스를 위해 수백만 달러를 모금했다. 이는 기존의 창고와 같다. 애플의 뉴스 큐레이터들은 기존의 편집자들이다. 위리브(WeLive)의 코리빙(co-living) 공간은 호스텔과 기숙사이고, 우버 헬스(Uber Health)는 결국 구급차다.

쳇우드가 일컫는 웰-라인(Well-line)은 언뜻 보기에 세금으로 조성된 공공재가 민영화된 예시로 보인다. 그리고 우리는 이커머스의 새로운 장치들에 대해서도 똑같이 말할 수 있다. 건축가 제임스 니콜스(James Nicholls)에 따르면 미래형 창고(Shed of the Future)는 주거, 소매, 운송, 물류 등을 통합한 형태가 될 것이다. 그는 말했다. “침대와 창고의 결합, 이는 19세기의 마을과 같습니다.” 일부 물류 업계 관계자들은 절반만 채워진 각기 다른 배송 업체 트럭들이 거리를 계속 혼잡하게 만든다면, 소매 업체들이 하나의 배송 업체로 통일하는 것이 최선의 해결책일 수 있다고 말했다. 과거의 우편 서비스처럼 한 업체가 모든 배송을 담당하는 것이다. 부재중인 소비자들을 위해 아마존, UPS뿐 아니라 많은 스타트업들이 제공하고 있는 물품 보관함은 기존의 우편 사서함(PO boxes)과 닮았다. 이런 보관함의 대안으로 동네의 식료품점, 카페 등의 장소에서 물품 보관소를 운영하거나, 생필품을 파는 잡화점에서 소액의 수수료를 받고 물품을 보관해 주는 방법들이 있을 수 있다. 나는 사업 아이디어 하나를 떠올렸다. 고객이 적은 비용으로 배송 물품을 보관할 수 있는 아울렛 같은 공간을 만들어 기본적인 물품들을 비축해 두는 것이다. 우유, 계란과 빵, 그리고 문구류와 세제 몇 가지 등이 있을 수 있겠다. 바로 이름만 없는 일반 슈퍼와 같은 것이다.

우리가 돌고 돌아 제자리로 가고 있다고 믿거나, 과거의 방식이 여전히 가장 효율적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실수일 수도 있다. 지각 변동은 일어났다.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차량 공유 서비스(ride-hailing)를 제공하는 회사의 버스 시스템은 대중교통을 반드시 정부가 제공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게 만든다. 마찬가지로, 편리한 가정 배송은 한때 우리가 직접 물건을 담아 집으로 가져오면서 스스로 공급망 역할을 하던 시절을 잊게 만든다. 당시에는 우리 스스로가 라스트 마일의 해결책이었다. 우리가 그 역할을 그만두면서, 공급망은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되었다.

이는 우리가 소비를 위한 장치가 삶의 어디에나 존재한다는 사실을 전혀 눈치채지 못하는 이유다. 소비의 장치들은 이미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하는 우리의 손끝에, 거리의 배송 트럭 안에 있고, 머지않아 냉장고, 세탁기, 프린터 안에 존재할 것이다. 발밑의 지하 창고와 운송 터널에, 머리 위 고층 건물에도 존재할 것이다. 아마존의 계획은 우리가 집에 없을 때 집 안에 택배를 들여놓는 것, 주차된 차량의 트렁크를 열어 그 안에 택배를 남기는 것, 가정용 카트가 배송 트럭으로부터 물건을 전달 받아 집 안으로 가지고 들어갈 수 있는 것이다. 우리가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왔을 때, 마법처럼 우리를 위한 선물들이 그곳에 있는 것이다. 우리가 배달을 받고 있다는 사실 자체를 완전히 잊어버릴 때, 배송 서비스는 마침내 승리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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