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 지원금은 경기를 살릴 수 있을까
1화

바이든의 세 가지 실험

바이든의 도박에 미국과 세계의 경제가 달려 있다

판데믹이 닥치면서 세계 경제가 몇 년 동안 침체 상태에 머물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미국은 지금 이런 비관론에 맞서고 있다. 지난여름의 암울한 성장 전망을 넘어 혼합 경제 정책이라는 연료에 불을 붙였고, 여기에 재정적인 연료까지 추가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코노미스트》가 편집을 마감한 이후 1조 9000억 달러(2150조 원)에 달하는 경기 부양 법안에 서명할 것으로 보인다.[1] 이로써 지난해 12월 이후 통과된 판데믹 관련 지출 총액은 거의 3조 달러(3394조 원, 위기 이전 GDP의 14퍼센트)에 달한다. 이번 위기가 시작된 이후 총 지출액은 6조 달러(6788조 원)다. 현재의 계획에 의하면 연방준비제도(연준, Fed)와 재무부 역시 올해 은행권에 약 2조 5000억 달러(2829조 원)를 투입할 것이다. 금리는 0퍼센트 수준을 유지할 것이다. 2007~2009년의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10년 동안, 미국의 경제 정책 입안자들은 지나치게 소심했다. 지금의 그들은 거침이 없다.

2020년 봄에는 상상할 수도 없었던 경기 반등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의 미국인들이 지난 경기 부양책 보조금으로 정부로부터 600달러(68만 원)의 수표를 받았다. 1월 미국의 소매 매출은 이미 1년 전보다 7.4퍼센트 늘었다. 소비자들이 평상시처럼 식당이나 술집, 영화관 등에서 돈을 쓰지 못하고 집에만 틀어박혀 있는 상황에서 지난해 모두 1조 6000억 달러(1810조 원)가 저축됐다. 바이든 대통령의 경기 부양책은 대부분의 미국인들에게 1인당 1400달러(158만 원)를 지원한다. 현금의 상당 부분은 저소득층에 지급되는데, 이들은 경제 활동이 완전히 재개되면 이 돈을 쓸 가능성이 크다. 부유한 국가로서는 이례적인 상황이다. 심각한 변종 코로나로 고생하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백신의 접종 범위를 계속해서 확대하면, 실업률은 올해 말까지 5퍼센트 이하로 수월하게 내려갈 것이다.
좋은 소식은 미국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백신 접종에 뒤처져 있으며 새로운 변종과도 싸우고 있는 데다, 경기 부양책은 덜 시행하고 있는 유로존에서조차 제조업 관련 지수는 건전하게 나타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의 지출은 전 세계의 소비재 수요를 더욱 자극할 것이다. 주로 수입에만 의존한 미국 경제의 무역 적자는 판데믹 이전보다 이미 50퍼센트 이상 증가했다. 하지만 세계의 다른 나라들은 샘 아저씨(미국)의 무시무시한 속도를 따라갈 수 없을 것이다. 지난 3월 9일 부유한 나라들의 클럽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022년 말이 되면 거대 경제권들 중 유일하게 미국의 경제가 판데믹 이전 예측치보다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올해 4월부터 9월까지 미국은 중국마저도 앞지를 가능성이 크다. 중국은 긴축 재정 정책을 실시하고 있고 2월 중순 이후로는 주식 시장이 9퍼센트 하락하는 등 고통을 겪고 있다.

미국의 위기는 취업률이 최대 15퍼센트나 떨어질 정도로 심각했다. 이런 위기를 벗어나는 것이 미국에게는 승리다. 금융 위기 이후의 미미했던 회복세와도 대조될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의 대규모 지출은 삶이 송두리째 뒤바뀐 사람들에게는 반가운 위로가 될 것이다. 현재 미국에서 일자리가 없는 사람들의 수는 950만 명에 달한다. 아이를 가진 부모의 대부분이 추가로 현금을 지원받을 것이다. 미국에 퍼져 있는 심각한 아동 빈곤이 극적으로 줄어들 것이다.

지금의 정책 입안자들은 경제사적으로는 확실하게 자리 잡고 있다. 그러나 그들이 영웅으로 비치지는 않을 수 있다. 미국이 예측할 수 없는 세 갈래의 경제적 실험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역사적 수준의 재정적 경기 부양책, 일시적이지만 과도한 인플레이션을 대하는 연준의 더욱 관대한 태도, 그리고 소비자들이 계속해서 아껴 둘지 소비할지 그 누구도 알 수 없는 거액의 펜트업(pent-up, 억눌렸던 수요가 폭증하는 현상) 예금이다. 2차 세계 대전 이후, 이와 유사한 실험은 없었다. 미국과 세계는 경기 과열의 위험을 안고 있다.

투자자들은 이런 리스크를 따져 보고 있다. 물가와는 반대로 움직이는 미국의 10년 만기 채권 수익률은 물가 상승과 금리 인상 기대감 속에서 지난여름 이후 1퍼센트포인트 상승했다. 미국은 글로벌 금융 시스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미국의 금융 정책에 대한 전망은 다른 나라들에도 영향을 미친다. 최근 몇 주 동안 호주 중앙은행은 수익률이 지나치게 오르는 것을 막기 위해 국채 매입을 늘려야 했다. 《이코노미스트》가 편집을 마감하는 시점에 유럽중앙은행(ECB)은 이와 유사한 개입을 할지를 논의하고 있었다. 브라질처럼 적자가 크거나, 아르헨티나처럼 달러 표시 부채(dollar-denominated debts)가 많은 신흥 시장은 미국의 통화 정책 전환으로 인한 세계의 금융 환경의 위축을 우려하고 있다.

연준은 경제가 훨씬 더 건전해질 때까지 금리를 낮게 유지하고 자산을 계속해서 매입할 것이라는 단호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판데믹 초기에 붕괴했던 물가가 1년 전에 비해 회복하면서 물가 상승은 불가피하겠지만, 연준은 무시할 것이다. 연준이 새롭게 채택한 “평균 물가 목표제(average inflation targeting, 경기가 회복할 때까지 일정한 수준의 물가 상승률은 용인하는 것)”의 물가 상승률 목표는 2퍼센트지만, 연준은 과거의 하락분을 만회하기 위해 그 이상의 물가 상승률을 모색하고 있다. 이는 상당히 바람직한 정책이다. 지난 10년의 상당 기간, 세계 경제의 문제점은 과도한 물가 상승이 아니라 지나치게 저조한 물가상승률이었기 때문이다. 제롬 파월(Jerome Powell) 연준 의장은 경제가 과열되더라도 일시적일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는 물가 상승으로 인한 장기적인 동력은 “한순간에 변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 정책에 수조 달러를 걸어도 괜찮은 것일까? 우리는 연준의 단기적인 계획은 의심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연준은 물론 시장도 미국의 이러한 실험이 성공할 것이라 장담하지 못한다. 연준은 물가 상승률을 떨어뜨리기 위해 금리를 낮추면서 경제에 찬물을 끼얹어야 할 수도 있다. 연준이 최근 고용 시장에서 “광범위하면서도 포괄적인” 힘을 찾는 역할을 상당히 강조해 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금리를 낮추는 결정은 곤란한 선택이 될 것이다. 반면 금리를 올리면 자산 시장에 타격을 줄 것이고, 부채가 점점 더 쌓이는 정부와 갈등을 빚을 수 있다.

 

적자에 올인하라


바이든 대통령의 경기 부양책은 거대한 도박이다. 일본과 유럽은 낮은 물가 상승률과 낮은 금리라는 처참한 덫에 걸려서 꼼짝 못 하고 있지만, 미국은 도박에 성공한다면 덫을 피할 수 있다. 다른 나라의 중앙은행들이 연준의 새로운 목표를 모방할 수도 있다. 대규모의 재정적인 경기 부양책이 경기 침체에 대한 상식적인 대응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미국의 늘어나는 부채, 물가 상승, 중앙은행의 신뢰 문제는 리스크다.

《이코노미스트》는 더 작은 규모의 경기 부양책을 선호한다. 그러나 미국의 불안한 정치는 정교하게 조정된 정책 입안을 허용하지 않는다. 민주당은 얻을 수 있는 모든 것을 얻으려 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도박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낫다. 그러나 그가 거액을 베팅한다는 사실에는 누구도 의문을 제기할 수 없을 것이다.
[1]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1일 1조 9000억 달러 규모의 경기 부양책에 서명했다. 경기 부양책은 미국인 1인당 최대 1400달러의 현금을 지급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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