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의 소비자들이 돈다발을 깔고 앉아 있다

2차 세계 대전 당시의 경제 규제와 비교해 보면, 오늘날 식당가와 축구장에서 시행되고 있는 규제들은 어쩐지 조금 느슨해 보인다. 당시 미국 정부는 커피에서 신발까지 모든 것을 배급했다. 냉장고와 자전거의 생산은 금지했다. 1943년에 미국 자동차 산업 전체가 판매한 자동차는 겨우 139대에 불과했다. 2년 후 전쟁이 끝나자, 소비자가 주도하는 경제 호황이 이어졌다. 미국인들은 전시에 개인적으로 저축해 놓은 돈을 썼다. 1950년까지 자동차 회사들은 매년 800만 대 이상의 차량을 생산했다.

현재로 돌아와 보자. 백신 접종이 시작되면서 코로나19 감염으로 인한 입원 환자와 사망자 수가 감소하고 있고, 각국 정부들은 조금씩 봉쇄 조치를 완화하고 있다. 사람들은 이제 경기 회복의 양상에 관심을 돌리고 있다. 중요한 문제는 과연 부유한 나라들이 펜트업(pent-up, 억눌렸던 수요가 폭증하는 현상) 예금으로 빠른 경기 반등에 힘을 실으면서 전후의 마법을 재현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각 가정이 많은 돈을 모아 둔 것은 맞다. 《이코노미스트》는 부유한 21개국의 개인 저축 데이터(세후 소득에서 소비 지출액을 뺀 값)를 수집했다. 판데믹이 발생하지 않았다면, 각 가정은 2020년의 첫 9개월 동안 3조 달러를 모아 두었을 것이다. 그런데 실제로는 6조 달러가 모였다. 약 3조 달러의 ‘초과 저축’이 있다는 얘기다. 이는 부유한 국가들의 연간 소비 지출액 10분의 1에 해당하는 규모다. 일부 국가의 가정들은 다른 나라의 가정들보다 더 많은 돈을 모았다(표1 참조). 미국에서는 초과 저축이 조만간 국내 총생산(GDP)의 10퍼센트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부분적으로는 조 바이든 대통령의 1조 9000억 달러에 달하는 경기 부양책 덕분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코노미스트》의 편집이 끝난 이후에 해당 법안에 서명할 예정이다.[1]
저축 몸집 키우기/ 초과 저축(판데믹이 없었다고 가정했을 때와 비교하여 추정한 저축액과 2020년 첫 9개월 동안의 저축액 초과분), 2020년 1~3분기 GDP 대비 비율(%)/ 일부 국가 선별 데이터/ 출처: OECD, 세계은행, 이코노미스트
경기가 좋지 않을 때, 이렇게 많은 돈을 저축하는 건 흔치 않은 일이다. 급여가 삭감되거나 일자리를 잃기 때문에 일반적으로는 수입이 줄어든다. 그러나 부유한 국가 정부는 판데믹 기간 동안 임시 휴직 제도와 실업 급여, 경기 부양을 위한 보조금 지급 등으로 전체 GDP의 5퍼센트를 지출했다. 그 결과, 지난 1년 동안 가계 소득은 실제로 증가했다. 동시에 봉쇄 조치로 소비의 기회는 줄어들었다.

소비자들은 이 돈으로 무엇을 하게 될까? 만약 이 돈을 일시에 지출한다면, 부유한 나라들의 GDP 성장률은 2021년에 10퍼센트를 넘어설 수도 있다. 전후의 경제 회복세가 부끄러울 정도의 어마어마한 수치가 될 것이다(그리고 아마도 물가도 급등하게 될 것이다). 정반대의 가능성도 있다. 각 가정이 저축한 돈을 전혀 쓰지 않는 것이다. 사람들이 어마어마한 경기 부양책에 대한 대가를 치르기 위해서 결국은 납부해야 할 세금이 증가할 거라고 예측한다면 그럴 가능성이 있다.

현실은 이 둘 사이의 어딘가에 있을 것이다. 제이피모건체이스(JP Morgan Chase) 은행의 연구에 의하면, 상당수의 부유한 국가에서 소비 추세는 조만간 판데믹 이전의 수준으로 반등해 전 세계의 경기 회복에 강력한 힘을 실어 줄 것이다. 또 다른 은행인 골드만삭스(Goldman Sachs)는 미국에서 초과 저축이 지출로 이어지면 판데믹 봉쇄를 완전히 해제한 1년 뒤의 GDP 성장률을 2퍼센트포인트 높여 줄 것으로 보고 있다. 생산과 고용 모두에서 상당히 빠른 회복이 일어날 것이라는 얘기다. 부유한 국가들의 모임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 3월 9일, 가계 저축이 ‘펜트업 수요’를 대변한다고 주장하며 G20 국가들의 2021년 GDP 성장률 예상치를 6.2퍼센트로 상향 조정했다.

그러나 계산은 아주 불확실하다. 2차 세계 대전 시기를 제외하고는 선례가 거의 없기 때문만은 아니다. 두 가지 요소가 중요하다. 하나는 이렇게 축적된 자금이 각 가정에 어떻게 분배되느냐다. 또 하나는 사람들이 이 자금을 소득으로 볼 것이냐, 재산으로 볼 것이냐다.

분배의 문제부터 살펴보자. 이들 국가에서 부유한 사람들이 초과 저축의 대부분을 축적했다는 점에 대해서는 의심의 여지가 거의 없는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일자리를 잃을 가능성이 가장 낮다. 이들이 가장 크게 지출하는 항목은 휴가나 외식과 같은 재량 소비 부문이다. 판데믹 기간, 재량 소비에 해당하는 서비스의 상당수는 문을 닫았다. 엄청난 양의 저축액을 손에 쥐고 있다고 해서, 부자들이 봉쇄 조치가 끝난 이후 흥청망청 돈을 쓸 가능성은 작다. 여러 근거들로 미뤄 보면, 이들은 버는 돈을 그대로 소비해 버리지 않는 경향이 있다.

자금이 부자들에게 쏠리는 현상은 국가별로 다르게 나타난다. 봉쇄 조치가 끝나도 상당수 국가의 저소득층은 소비할 초과 저축액이 전혀 없을 수도 있다. 판데믹 기간 유럽의 최하위 4분의 1에 해당하는 가난한 가정들은 부유한 가정들에 비해서 저축액을 늘릴 가능성이 절반에 불과했다. 영국의 최하위 5분의 1에 해당하는 가정은 판데믹 기간 저축액이 이전보다 줄었다고 말했다. 캐나다의 최하층 사람들은 같은 기간 동안 저축을 전혀 하지 못했다.

미국은 사정이 달라 보인다. 미국의 재정적 경기 부양책은 이례적일 정도로 후한 편이었다. 대부분의 성인들은 벌써 세 번째 지원금인 1400달러를 조만간 받게 될 것이다. 기본적인 실업 급여에 지원액까지 지급되면서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은 직업이 있었을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었다. 그 결과, 미국의 저소득층의 소득 대비 저축액은 부유한 사람들보다 더 많았을 것이다. 제이피모건체이스 연구소는 새로운 연구에서 지난 12월 미국 최하위층의 은행 잔고가 1년 전보다 40퍼센트 정도 늘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최상위층은 약 25퍼센트 늘었다(표2 참조). 하위 절반의 유동 자산 가치는 지난 1년간 11퍼센트 상승했는데, 최상위 1퍼센트 계층의 거의 두 배에 달하는 상승세였다. 저소득층과 중간 소득층은 일단 경제가 재개되면 그간의 저축액을 소비할 가능성이 크다. 그렇게 된다면 경기 회복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
당좌 예금 현황/ 미국, 중간층 가정의 현재 계좌 잔고, 1년 전 대비 변화(%)/ 출처: 제이피모건체이스 연구소
경기 회복에 영향을 미치는 두 번째 요소의 불확실성은 더 크다. 각 가정이 현금을 소득으로 볼지 재산으로 볼지 알기는 어렵다. 단지 의미상의 구분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많은 연구에 의하면 이들 가정은 (주택 가격이 오른 것처럼) 재산이 증가한 것으로 간주하기보다는 (급여가 오른 것처럼) 소득이 증가한 것으로 여기고 소비를 늘릴 가능성이 크다. 각 가정은 나라마다 서로 다른 방식으로 초과 저축액을 적립해 왔다. 영국과 유로존의 가정들은 소비를 줄임으로써 저축을 늘려 왔다. 영국은행 금융 정책 위원회 위원인 거트잔 빌레흐(Gertjan Vlieghe)는 최근 발언에서 (영국과 유로존의) 사람들은 이런 돈을 “추가 소득”으로 취급할 가능성이 작다고 주장했다. 반면에 미국과 일본에서는 이러한 초과 저축이 소비를 줄여서가 아니라 경기 부양책의 보조금 덕분에 생긴 것이다. 빌레흐 위원은 이런 상황이라면 초과 저축은 “‘추가 소득’으로 해석될 개연성이 더 크다”고 말한다. 소비자들이 기꺼이 지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바로 이 지점이 전후의 호황과 극명하게 대비된다. 당시 미국의 회복세는 충분히 인상적이긴 했지만, 유럽의 경제 성장률은 1950년대 내내 50퍼센트나 더 빠르게 치솟았다. 이번에는 다르다. 미국에서는 경기 부양책이 많이 시행되고 있다. 소비자들이 기쁘게 소비할 가능성이 크다. 판데믹이 시들해지면 미국은 나머지 부유한 나라들보다 더 빠르게 회복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1]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1일 1조 9000억 달러 규모의 경기 부양책에 서명했다. 경기 부양책은 미국인 1인당 최대 1400달러의 현금을 지급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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