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행성으로 떠난 헬리콥터, 인제뉴어티

4월 9일 - 데일리 북저널리즘

우리는 우주의 유일한 생명일까. 답을 찾기 위한 인류의 첫 화성 비행.

©일러스트: 김지연/북저널리즘, 사진: NASA
인류가 처음으로 하늘을 난 게 언제인지 아시나요? 1903년 12월 17일입니다. 라이트 형제가 최초의 동력 비행기 ‘플라이어’를 하늘에 띄웠었죠. 118년이 지난 지금, 플라이어에 붙어 있던 천 조각을 단 헬리콥터가 사상 처음으로 화성 하늘을 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1] 미국 연방항공우주국(NASA)은 4일 소형 헬리콥터 ‘인제뉴어티(Ingenuity·창의성)’가 화성 표면에 안착했다고 밝혔습니다. 오는 11일 첫 비행에 나선다고 하는데요, 지구가 아닌 다른 행성에서 자체 동력으로 비행체를 띄우는 첫 시도, 성공할 수 있을까요?



미션 1; 화성의 밤 견디기

©김지연/북저널리즘, 사진: NASA
인제뉴어티는 이렇게 구성돼 있습니다. 무게는 1.8킬로그램, 날개 길이는 1.2미터로 초소형 헬리콥터입니다. 자체 태양광 패널로 동력원인 6개의 리튬 이온 배터리를 충전한다고 해요.

인제뉴어티가 화성 표면에 자리 잡기까지 과정은 쉽지 않았습니다. 화성의 혹독한 추위 때문인데요, 인제뉴어티는 지금 소행성 충돌로 생긴 거대한 분지인 ‘예제로’ 분화구 표면에 있습니다. 30~40억 년 전 거대한 호수가 있었던 곳으로 추정되는데요, 밤에는 이곳 온도가 무려 영하 90도까지 떨어진다고 합니다. 영하 10도만 넘어가도 ‘살을 에는 강추위’라고 표현을 하잖아요. 영하 90도는 어떨지 상상이 가시나요? 헬기 부품이 얼 수도 있고, 비행에 필요한 전지가 손상될 위험도 컸습니다. 하지만 인제뉴어티는 첫날 밤을 잘 견뎌냈습니다. 내부 온도를 섭씨 7도로 유지해주는 자체 배터리 덕분입니다. NASA는 “인제뉴어티가 첫날 밤을 무사히 넘긴 것은 앞으로의 비행을 위한 중대한 이정표”라고 평가했습니다.

인제뉴어티가 혼자 화성까지 온 건 아닙니다. 로버(스스로 동력을 이용해 행성 표면을 이동하면서 탐사하는 로봇)라고 부르죠, 이동형 탐사 로봇 ‘퍼서비어런스(Perseverance·인내)’를 타고 지난해 7월 지구에서 출발해 4억여 킬로미터를 날았고, 2월 18일 화성에 도착했습니다. 인제뉴어티는 이 퍼서비어런스 배 밑에 붙은 채 동력을 공급받아왔고, 분리 이후에는 자신의 배터리 동력으로 예제로 분화구 표면에 도착했습니다.

퍼서비어런스는 NASA의 다섯 번째 화성 탐사 로버로, 역대 가장 큽니다. 소형 자동차 크기로, 몸체 무게만 1톤 정도 됩니다. 사상 최초로 화성 소리 녹음이 가능한 고성능 마이크 2대도 장착했습니다. 얼마 전에 화성의 바람 소리와 착륙 순간을 담은 고화질 영상 등을 지구에 보내 왔는데요, 화성의 소리가 지구로 전송된 건 처음입니다. 직접 들어 보시죠.


미션 2; 생명체의 흔적을 찾아라


그럼 인제뉴어티는 앞으로 어떤 일을 하게 될까요? 오는 11일 최대 30초 동안 3미터 높이의 첫 비행에 나설 예정입니다. 이후 시간과 높이를 조금씩 늘리며 테스트를 이어갈 계획인데요, 최고 5미터 높이에서 150미터 높이까지 비행하는 게 목표입니다.

인제뉴어티는 예제로 분화구 주위를 날아다니며 생명체 흔적을 찾고, 유인 탐사 가능성을 확인할 예정입니다. 앞서 이곳에 호수가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씀드렸는데요, 과학자들은 과거에 물이 있었다면 암석이나 토양에 생명체의 흔적이 남아 있을 수 있다고 봐요. 하늘에선 인제뉴어티가, 땅에선 퍼서비어런스가 탐사 임무를 수행할 예정이고요, 나사는 향후 다른 탐사선을 보내 퍼서비어런스가 채취한 화성 토양과 암석 샘플을 오는 2031년 지구로 가져올 계획입니다.
인저뉴어티 시험 비행 일러스트레이션 ©NASA
그동안은 왜 비행 물체를 통해 화성 탐사를 하지 못했던 걸까요. 대기가 워낙 희박하기 때문입니다. 화성의 대기 밀도가 지구의 1퍼센트 정도라고 해요. 지구에서 3만 미터가 넘는 고지대와 비슷한데요, 인제뉴어티는 이런 환경을 극복하기 위해 일반 헬기보다 최대 열 배 빠른, 분당 2400회가량 회전하는 날개를 통해 제자리에서 뜨는 걸 시도할 예정입니다. 인제뉴어티의 도전이 성공하면, 로버가 가기 어려운 지형에서도 빠르게 탐사를 할 수 있게 됩니다. 화성 탐사의 새 지평이 열리는 겁니다.



화성이 바빠진다


과학 저널 《네이처》는 올해 가장 주목해야 할 이슈 중 하나로 ‘화성이 바빠진다(Mars gets busy)’를 꼽았습니다. 화성 대기에 헬리콥터를 띄우겠다는 미국 외에도 UAE, 중국이 화성 탐사에 도전장을 내밀었습니다. 지난해 7월에는 UAE가 아랍어로 희망이라는 뜻의 ‘아말’ 탐사선을 쏘아 올렸고요, 이어서 중국의 톈원(天問) 1호도 화성에 날아갔습니다. 현재 화성에서 활동하는 탐사선은 궤도선 8대(미국 3, 유럽 2, 인도 1, 중국 1, UAE 1)와 착륙선 1대(미국), 로버 2대(미국)입니다.
아랍에미리트(UAE) 엔지니어가 20일 일본 다네가시마 우주 센터에서 발사된 화성 탐사선을 바라보고 있다. ©UAE 정부 트위터
정부뿐 아니라 민간 차원의 움직임도 활발합니다. 일론머스크 테슬라 CEO는 화성 도시를 만들겠다는 꿈을 갖고 우주 스타트업 스페이스X를 창업했습니다. 북저널리즘 콘텐츠 《우주에 투자합니다》에서 일론 머스크의 구상을 엿볼 수 있는데요, 일론 머스크는 2016년 멕시코 과달라하라(Guadalajara)의 컨벤션 홀에서 ‘인간을 다중 행성 종으로 만들기(Making Humans a Multi-Planetary Species)’라는 제목으로 화성 정복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연단 위에서 그는 화성으로 처음 비행한 이후 40~100년 이내에 화성에 100만 명이 살 수 있는 자급 자족적 도시를 건설할 수 있다고 선언했습니다.

이렇게 너도나도 화성을 외치는 이유는 뭘까요? 화성이 지구 다음으로 인간이 살기 가장 적합한 행성으로 거론되기 때문입니다. 화성은 ‘테라포밍(Terraforming·지구 외 행성을 인류가 생존할 수 있는 환경으로 만드는 작업)’ 가능성이 가장 큰 곳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지구처럼 인간이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행성으로 만들자는 거죠. 특히 화성에 흐르는 물이 존재했던 흔적이 발견되면서 기대감이 커졌습니다. 그래서 인류는 화성이 지구처럼 생명체가 살 수 있는지, 과거에 그랬던 흔적이 있는지를 끊임없이 확인하고 있습니다.

달과 비교해 보면요, 확실히 화성이 지구 환경과 더 가깝습니다. 달과 화성의 중력은 각각 지구의 17퍼센트, 38퍼센트 정도로 화성의 중력이 더 높고요, 달에는 대기가 없지만 화성에는 대기가 있습니다. 또 화성의 하루 길이는 지구의 하루와 비슷한 24시간 39분입니다. 지구와 화성의 자전축이 기울어진 정도도 비슷합니다.

인제뉴어티를 포함한 화성 탐사대가 생명체의 흔적을 찾은 뒤, 실제로 우리가 화성에서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 같습니다. NASA에 따르면 화성 대기의 압력을 높이는 데 90년, 빙하를 녹여 물을 얻는 데 120년, 화성 정착지 건설에 70년 등 총 480년이 걸린다고 해요. 창백한 푸른 점에 살던 우리의 후손들이 붉은 행성, 화성에 정착해 새로운 인류의 미래를 만들어 나가는 모습, 그려지시나요?
©NASA/JPL-Caltech


화성의 입장도 들어 봐야죠


하지만 화성 탐사의 우려되는 점도 있습니다. 북저널리즘 이코노미스트 콘텐츠 《화성 탐사대》는 인간이 화성을 지구의 균으로 오염시킬 가능성에 대해 말합니다.

“외계 생명체가 레이저 총을 들고 있지는 않겠지만, 외계 생명체와의 만약의 조우에는 두 가지 위험이 있다고 우주 생물학자들은 말한다. 첫 번째는 ‘전향 오염(forward contamination)’으로 지구에서 온 생명력이 강한 미생물이 우주 탐사선을 타고 외계에 착륙해서 번창할 위험성이다. 두 번째는 그 반대의 우려 상황인 ‘후향 오염(back contamination)’이다. 화성의 표본을 지구로 가져올 때 외계의 미생물이 딸려 올 수 있다는 것이다.

전향 오염은 더 이상 이론에만 그치지 않는다. 과학자들은 이미 화성에 도착한 탐사 차량과 착륙선들이 지구 미생물 수만 개의 숙주 역할을 하고 있다고 여긴다. 탐사 장비가 복사 에너지를 차단하고 있어서 박테리아들은 휴면 상태에 있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그렇다고 죽은 상태는 아니다.

후향 오염이 발생하려면 화성에서 표본을 가져와야 한다. 그런 일은 아직 일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미국의 최신 탐사 차량은 화성의 표토 샘플을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2031년에 진행될 후속 임무에서 이 차량은 다시 지구로 돌아올 예정이다.

둘 중에서는 후향 오염이 덜 위험하다. 화성의 균이 인간을 감염시키는 것은 상상만으로도 끔찍하지만, 화성 생명체의 생리 체계가 지구의 유기체와는 너무 달라서 그런 일은 쉽게 일어나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도 불안하다면, (화성 샘플을 연구하는) 실험실을 밀폐할 수 있다.

전향 오염은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일각에서는 인간에게는 다른 생태계를 훼손하지 않아야 하는 의무가 있다고 주장하면서, 환경 보호에 관한 지구적인 차원의 우려를 상기시키고 있다. 또 어떤 이들은 과학 측면의 영향을 걱정하고 있다. 화성의 생명체가 현존하든 멸종했든 관계없이, 그것을 찾아내는 것만으로도 생물학의 역사에서 가장 획기적인 발견의 하나가 될 수 있다. 오염이 일어난다면 그러한 연구 활동을 방해할 위험이 있다.”

이미 인류는 수십억 년 동안 버텨온 지구의 환경을 빠르게 망가뜨리고 있죠. 우주 개척이라는 인류의 원대한 꿈을 실현해 나가는 것도 중요하지만요, 또 다른 행성과 그 안에 살고 있을지 모르는 생명체를 위해 신중하고, 조심스럽게 접근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오늘 데일리 북저널리즘은 여기까집니다. 이번 주제를 읽고 어떤 생각을 하셨나요? 댓글로 의견 남겨 주세요.

* 북저널리즘 콘텐츠 《화성 탐사대》, 《우주에 투자합니다》와 함께 읽으시면 더 좋습니다.
 
[1]
NASA는 플라이어 1호의 날개에 사용된 작은 천 조각을 인제뉴어티 태양광 패널 아래 케이블에 함께 감아 화성으로 보냈다.
다음 이야기가 궁금하신가요?
프라임 멤버가 되시고 모든 콘텐츠를 무제한 이용하세요.
프라임 가입하기
추천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