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을 망치는 기적의 과일
완결

환경을 망치는 기적의 과일

팜오일은 비스킷에서부터 샴푸에 이르기까지 들어가지 않는 곳이 없는 기적의 물질이다. 하지만 이런 팜오일 수요로 인해 환경이 파괴되고 있다. 팜오일 의존을 멈추기에는 너무 늦은 것일까?


아주 먼 옛날에, 어느 머나먼 마을에서 마법의 과일이 열렸다. 이 과일을 짜내면 아주 특별한 오일이 나왔다. 이 오일을 넣으면 건강에 더 좋은 쿠키, 거품이 더 많이 나는 비누, 더 바삭한 과자를 만들 수 있었다. 립스틱을 더 부드럽게, 아이스크림을 녹지 않게 할 수도 있었다. 이런 놀라운 능력 덕분에 전 세계 사람들이 이 과일 오일을 구입하게 되었다.

이 과일을 재배하던 마을 사람들은 이 나무를 더 많이 심기 위해서 숲을 불태웠고, 고약한 연기로 뒤덮인 숲에서는 많은 생명체들이 허둥지둥 도망쳐야 했다. 나무들은 불에 타면서 뜨거운 가스를 대기 중으로 방출했다. 그러자 모든 사람들이 경각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들은 숲의 생명체들을 사랑했고, 이미 지구의 온도가 너무 뜨겁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몇몇 사람들은 이 오일을 더 이상 사용하지 않기로 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다시 예전으로 돌아갔다. 숲은 계속해서 불태워졌다.

이건 동화 속 이야기가 아니다. 마법에 관한 이야기도 아니다. 열대 기후에서 자라는 기름야자나무(Elaeis guineensis)의 열매를 이용해 만드는 이 오일은 바로, 세계에서 가장 유용하게 사용되는 팜오일[1]이다. 이 오일은 튀김을 예쁘게 튀길 수 있게 해주고, 다른 오일들과도 잘 섞인다. 다른 종류의 지방과도 잘 혼합되며 정제된 이후에도 보존성이 좋아서, 포장용 제과·제빵 상품에 즐겨 사용되는 성분이다. 제조 비용도 저렴해서 면실유(목화씨에서 짜낸 반건성유)나 해바라기씨유 같은 튀김용 기름들보다 싸다. 그리고 거품을 내는 물질이어서 사실상 거의 모든 샴푸와 액상 비누, 세정제 같은 제품에 들어가 있다. 화장품 제조업체들은 바르기 쉬우면서도 가격이 저렴하다는 이유로, 동물성 수지보다 팜오일을 선호한다. 특히 유럽 연합(EU) 지역에서는 바이오 연료를 만들기 위한 저렴한 원재료로 더욱더 많이 사용되고 있다. 가공식품에 첨가되면 천연 보존제 역할을 하고, 아이스크림의 녹는점을 높여서 잘 녹지 않게 만든다. 팜오일은 건축 자재인 섬유판 안에 든 입자들을 서로 결합시키는 접착제로 사용될 수도 있다. 팜오일 야자나무의 줄기와 잎사귀들은 합판부터 말레이시아 국영 자동차 회사의 복잡한 차체를 만드는 데까지 사용될 수 있다.

지난 50년 동안 전 세계의 팜오일 생산량은 꾸준히 증가해 왔다. 1995년부터 2015년까지 연간 생산량은 1520만 톤에서 6260만 톤으로 네 배가 늘어났다. 2050년이 되면 다시 네 배가 더 늘어 2억 4000만 톤에 달할 전망이다. 팜오일 생산에 이용되는 대지 면적은 경악할 만한 수준이다. 팜오일 재배 면적은 지구 전체 농경지의 10퍼센트를 차지하고 있다. 현재 전 세계 150개국에서 30억 명의 사람들이 팜오일이 함유된 제품을 사용한다. 세계적으로 1인당 매년 8킬로그램의 팜오일이 소비되고 있다.

전 세계 팜오일 생산량의 85퍼센트는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에서 나오는데, 세계적인 팜오일 수요는 농촌 지역의 소득 증대로 이어졌다. 하지만 엄청난 환경 파괴와 노동 인권 탄압이라는 대가를 치러야 했다. 숲을 개간하고 야자수를 더 많이 심기 위해서 불을 놓는 일은 2억 6100만 명이 거주하는 인도네시아에서 가장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더 많은 팜오일을 생산해서 더 높은 수익을 얻고자 하는 동기로 인해서 지구는 점점 뜨거워지고 있다. 그러는 사이 이 지역에서만 서식하는 수마트라 호랑이, 코뿔소, 오랑우탄은 보금자리를 잃고 멸종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정작 소비자들은 이 물질을 사용하고 있는지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다. 스스로를 ‘팜오일 감시견’이라 칭하는 단체인 팜오일 조사단(Palm Oil Investigations)에서 작성한 목록에 따르면, 식품이나 가정용품, 퍼스널 케어 용품 등 흔히 접할 수 있는 제품들 중에서 팜오일을 함유하고 있는 것이 200개가 넘지만, 실제로 성분 표시를 한 경우는 겨우 10퍼센트에 불과했다.

팜오일은 어떻게 해서 우리 생활 구석구석까지 침투하게 되었을까? 하나의 결정적인 계기로 인해서 이런 소비 촉진이 일어난 것은 아니다. 그보다는 여러 산업들에서 이런저런 더 나은 성분들을 바꿔 가며 사용하다 보니 마침 완벽한 물질을 발견한 것이었고, 이제는 다시 돌아갈 수 없게 된 것이다. 동시에 팜오일 생산국들은 이를 빈곤 퇴치의 전략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국제적인 금융 기구들 역시 팜오일을 개발 도상국들의 성장 동력으로 바라보고 있다. 일례로 국제 통화 기금(IMF)은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의 팜오일 생산량 증대를 촉구해 왔다.

팜오일 산업이 성장하면서 그린피스와 같은 환경 보호 단체는 탄소 배출과 야생 서식지에 미치는 파괴적인 영향들에 대해 경고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팜오일을 생산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지속 가능 생산자 인증을 해주는 기관들도 있다. 팜오일 산업의 성장세에 반격을 개시한 곳도 있다. 2018년 4월, 영국의 슈퍼마켓 체인 아이슬란드(Iceland)는 2018년 말까지 모든 자체 식품 브랜드에서 팜오일 사용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2018년 12월에는 노르웨이가 바이오 연료 생산 용도의 팜오일 수입을 금지했다.

하지만 팜오일의 영향에 대한 경각심이 퍼져 나가기 시작한 시기가 너무 늦었던 건지도 모른다. 팜오일은 이미 소비자 경제에 너무나도 깊게 자리하고 있어서, 이제 그것을 없앤다는 건 상상하기 힘든 일이 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놀랍게도, 아이슬란드 슈퍼마켓도 2018년까지 약속을 이행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그들은 모든 자체 식품 브랜드에서 팜오일을 빼버리는 대신에, 팜오일이 포함된 식품들에서 자사의 상표를 지워 버리기로 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지속 가능한 성분들로 제조되었는지는 고사하고 어떤 제품에 팜오일이 함유되었는지 아닌지를 판별하는 일조차도 초능력 수준의 의식이 필요할 정도다. 사실 서구 소비자들이 경각심을 갖는다고 해서 상황에 크게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전 세계 팜오일 수요에서 유럽과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14퍼센트 미만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전 세계 수요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곳은 아시아다.

브라질의 삼림 파괴에 대한 경보가 처음 울린 이후로 파괴 행위를 — 멈추게 한 것이 아니라 — 둔화시키기까지 족히 20년이 걸렸다. “서구의 팜오일 소비는 많지 않으며, 그 외 지역에서는 이 문제에 신경도 쓰지 않는 것이 현실”이라고 내추럴 해비타트(Natural Habitats)의 상무인 닐 블롬퀴스트(Neil Blomquist)는 말한다. 미국 콜로라도에 위치한 이 회사는 에콰도르와 시에라리온에서 팜오일을 생산하고 있는데, 그들은 생산 과정에 있어서 지속 가능한 방식을 아주 엄격하게 고수하고 있다. “그러니까 (기존 업계에서는) 굳이 생산 방식을 바꿀 필요가 없는 것이죠.”
 

이 순간 이후로 가공식품 산업은 완전히 바뀌었다. 반 두이즌의 지휘 아래 전체 시스템을 팜오일로 전환했던 선구자 유니레버를 따라서 사실상 모든 식품 제조업체가 그 뒤를 이었다.


팜오일이 전 세계를 휩쓴 요인으로는 다섯 가지를 꼽을 수 있다. 우선 첫째로, 서구에서 건강에 좋지 않은 지방을 팜오일이 대체해 왔다. 둘째, 생산자들이 저가로 공급을 지속해 왔다. 셋째, 가정용품과 개인 위생용품에 사용되던 비싼 오일들을 대체해 왔다. 넷째, 거듭 말하지만, 가격이 싸기 때문에 아시아 국가들에서 요리유로서 널리 쓰이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아시아 국가들이 점점 더 부유해지면서 지방 소비가 늘어나기 시작했는데, 상당 부분을 팜오일이 차지했다.

팜오일이 폭넓게 사용되기 시작한 것은 가공식품에서부터였다. 1960년대에, 버터에 많이 들어 있는 포화지방이 심장병 발병을 증가시킬 수 있다는 과학계의 경고가 나왔다. 그러자 영국-네덜란드계의 거대 기업인 유니레버(Unilever) 같은 식료품 제조업체들이 버터 대신 포화지방 함량이 낮은 식물성 오일로 만든 마가린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1990년대 초반에 이르자, 부분 수소 첨가라고 불리는 마가린에 들어가는 오일의 제조 과정에서 트랜스지방이라는 다른 종류의 지방이 생성된다는 사실이 밝혀졌는데, 트랜스지방은 포화지방보다도 건강에 좋지 않은 것이었다. 유니레버 이사회는 트랜스지방이 좋지 않다는 과학적인 견해를 받아들이고 그것을 빼버리기로 결정했다. “유니레버는 자사 제품을 소비하는 사람들의 건강 관련 의식에 대해서 아주 많은 주의를 기울이고 있었습니다.” 당시 유니레버 이사회 임원이었던 제임스 W. 키니어(James W. Kinnear)의 말이다.

결정이 이루어지자 체제 전환은 전격적으로 진행되었다. 1994년 유니레버의 정제 공장들을 관리하던 게리트 반 두이즌(Gerrit van Duijn)은 로테르담 본사의 사장단으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는다. 15개국에 걸쳐 있는 20곳의 유니레버 공장들에서 생산되는 600여 개의 지방 제품들에서, 부분 수소 첨가 방식으로 만들어진 오일을 제거하고 트랜스지방이 없는 성분들로 바꾸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 페칸바루의 야자수 농장이 불에 타고 있다. 밀집 농업 방식과 건기라는 계절적 상황이 맞물려 발생한 것이다. (Photograph: AFP/Getty)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이 프로젝트는 ‘패딩턴(Paddington)’[2] 프로젝트라고 불렸다. 우선 그는 트랜스지방의 장점을 유지하면서도 그것을 대체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내야 했다. 예를 들자면 트랜스지방은 실온에서 고형으로 유지된다는 점 때문에 애용되었는데, 쿠키와 같은 공산품들뿐만 아니라 저렴한 버터의 대용품의 필수적인 성질이었다. 결국 한 가지 선택밖에 없었다. 아프리카 야자수에서 얻은 오일이었다. 야자수에서는 과육에서도 오일(팜오일)을 얻을 수 있고, 씨앗에서도 오일(팜핵오일)을 얻을 수 있다. 유니레버의 다양한 마가린 제품군에 필요한 항상성을 가지면서도 트랜스지방이 생성되지 않는 성분으로 구성되는 다른 오일은 없었다. 반 두이즌의 말에 따르면, 부분 수소 첨가 오일을 대체할 수 있는 유일한 물질이었다. 팜오일과 팜핵오일은 둘 다 버터보다도 포화지방이 낮았다.

공장에서의 체제 전환은 일제히 이루어져야 했다. 생산 라인에서 구식 오일과 새로운 오일을 섞어서 사용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반 두이즌이 말했다. “어느 하루를 정해서, 모든 탱크들에서 트랜스지방을 포함한 성분들을 모두 비워 낸 다음에, 트랜스지방이 첨가되지 않은 성분들로 다시 채워 넣어야 했습니다. 실제 현장에서의 작업은 악몽과도 같았습니다.” 새 탱크를 추가 구입한다는 건 아무래도 비용이 너무 많이 들었을 것이다.

유니레버는 예전에도 팜오일을 사용했던 적이 있었기 때문에 공급망은 이미 가동되고 있었다. 하지만 말레이시아에서 유럽까지 원재료를 수송하는 데에는 6주가 걸렸다. 그래서 반 두이즌은 시스템 전환까지 석 달의 시간을 두었다. 그는 더욱더 많은 팜오일과 팜핵오일을 구입했고, 여러 공장들에 수송 트럭이 제시간에 도착할 수 있도록 일정을 짰다. 그리고 1995년의 어느 날, 유럽 전역의 공장들 밖에 트럭들이 줄지어 섰고, 마침내 작전이 실행되었다.

이 순간 이후로 가공식품 산업은 완전히 바뀌었다. 반 두이즌의 지휘 아래 전체 시스템을 팜오일로 전환했던 선구자 유니레버를 따라서 사실상 모든 식품 제조업체가 방향을 틀었다. 2001년 미국 심장 협회(American Heart Association)는 성명을 발표했는데, “만성 질환의 위험을 줄이려면 가공된 지방에서 나오는 포화지방산과 트랜스지방산이 들어 있는 음식들을 식단에서 모두 없애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오늘날 팜오일의 3분의 2 이상은 식품에 들어간다. 패딩턴 프로젝트 이후 2015년까지 유럽의 팜오일 소비량은 세 배 이상 증가했다. 패딩턴 프로젝트가 있던 해에 미국 식품 의약품 안전청(FDA)은 식품 제조업체들에게 3년의 유예 기간을 주면서, 미국에서 판매되는 모든 마가린과 쿠키, 케이크, 파이, 팝콘, 냉동 피자, 도넛, 비스킷에서 트랜스지방을 제거하도록 했다. 모든 것들이 팜오일로 대체되었다.
 

서구에서는 화석 연료의 환경적 폐해를 줄이고자 하는 규제안들이 도입되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상대적으로 저개발된 국가들에서 환경적으로 심각한 연쇄 작용이 나타났고, 지구 온난화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아시아의 팜오일 소비량은 유럽과 미국의 식품 산업 전체 소비량보다도 훨씬 많다. 인도와 중국, 인도네시아의 팜오일 소비량은 전 세계의 거의 40퍼센트로 집계된다. 과거 이 지역에서는 식용유를 사용해서 요리를 했지만, 이제는 팜오일을 쓴다. 성장세가 가장 컸던 곳은 인도였는데, 팜오일이 새로운 인기를 얻을 수 있었던 또 다른 요인은 바로 인도의 급격한 경제 성장이었다.

지구촌 어디에서나 경제 발전의 양상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은, 수입 증가에 따라 국민의 지방 소비가 증가한다는 것이다. 인도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1993년부터 2013년 사이에 인도의 1인당 GDP는 298달러에서 1452달러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동안 지방 소비는, 시골 지역에서는 35퍼센트, 도시 지역에서는 25퍼센트가 늘었다. 이러한 지방 소비 증가를 이끈 주역은 팜오일이었다. 빈민층을 위한 음식 배급 네트워크인 국영 ‘공정 가격 점포(fair price shops)’들은 1978년부터 주로 요리 용도의 수입산 팜오일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2년 후에 29만 개 점포에서 처리된 물량은 27만 3500톤이었다. 1995년 인도의 팜오일 수입은 거의 100만 톤으로 뛰어올랐고, 2015년에는 900만 톤을 넘어섰다. 같은 기간 동안 인구는 36퍼센트 증가했고, 빈곤율은 절반으로 떨어졌다.

인도에서는 이제 팜오일이 요리에만 사용되지는 않는다. 현재 팜오일은 성장하고 있는 인도의 정크푸드(junk food) 업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인도의 패스트푸드 시장은 2011년에서 2016년 사이에만 83퍼센트가 성장했다. 《네이션(The Nation)》지에 따르면, 인도에서 운영 중인 도미노피자, 서브웨이, 피자헛, KFC, 맥도날드, 던킨도너츠 등의 점포 수는 2784개에 이르는데, 이 모든 곳들이 팜오일을 사용하고 있다. 같은 기간 동안 포장 식품 매출액은 138퍼센트로 가파르게 치솟았다. 몇 푼만 쥐여 주면 팜오일이 포함된 과자들을 수십 봉지나 살 수 있다.

팜오일의 유용함은 식품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다른 오일과는 다르게, 팜오일은 여러 형태의 용액들로부터 저렴하고 간단하게 ‘분류’가 되어 여러 가지 다른 용도로 사용될 수 있다. “가용성이 좋다는 점이 팜오일의 가장 뛰어난 장점이죠.” 말레이시아에서 팜오일을 생산하는 업체인 유나이티드 플랜테이션(United Plantations Berhad)의 대표 이사 칼 벡-닐슨(Carl Bek-Nielsen)의 말이다.

가공식품 산업계에서 팜오일이라는 마법의 성분을 발견해 낸 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퍼스널 케어 용품과 운송 연료 같은 산업군에서도 다른 오일들에 대한 대체품으로 팜오일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애초에는 인식 개선의 용도로 선택되었다가 기존 성분보다 더 나쁜 것으로 밝혀진 트랜스지방과는 달리, 팜오일은 처음부터 친환경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팜오일이 전 세계 식품 분야에서 널리 쓰이게 되면서, 세정 용품이나 비누, 샴푸, 로션, 화장품과 같은 퍼스널 케어 용품에서도 동물성 성분들을 대체하게 되었다. 현재 적어도 한 가지 이상의 팜오일 관련 성분이 포함된 퍼스널 케어 용품의 비율은 70퍼센트에 달한다.

역사적으로 비누는 거의 대부분 동물성 수지로 만들어졌다. 인도 아대륙에서 처음 만들어진 샴푸는 애초에 식물성 계면 활성제로 만들어졌다. 계면 활성제는 세정제와 유화제, 기포제의 역할을 하는 성분이다. 이후 합성 재료들이 인기를 끌었고, 20세기에는 동물성 수지가 첨가되기 시작했다. 1980년대에 들어서면서 퍼스널 케어 용품 산업은 소비자들이 ‘천연 성분’을 선호한다는 사실을 포착하기 시작했다. 화학 기업 크로다(Croda)에서 기업 지속 가능성을 담당하는 부사장인 크리스 세이너(Chris Sayner)는 당시의 이런 현상을 두고 이렇게 말했다. “소비자들은 동물성보다는 식물성을 선호했습니다.” 크로다에는 동물성 수지가 들어 있지 않은 식물성 계면 활성 성분으로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고객들의 문의가 쇄도했다.

유니레버의 반 두이즌이 발견해 냈던 것과 마찬가지로, 팜오일과 팜핵오일이 완벽한 교체 선수로 투입되었다. 대체 성분을 찾아 헤매던 제조업체들은 팜오일과 팜핵오일에 동물성 수지와 같은 종류의 지방 성분이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런 장점을 가지고 있으면서 동시에 수많은 제품군에서 사용될 수 있는 다른 대체품은 없었다. 세이너의 회상이다. “동물성 수지를 대체할 다른 성분들을 찾아봤지만, 결국 팜오일과 팜핵오일이 대체 성분으로 낙점을 받았습니다.”
팜오일 재배를 위해 파괴된 인도네시아 파푸아의 숲 (Photograph: Ulet Ifansasti/Greenpeace)
1990년대 초반에 광우병이 발병하고, 소고기를 먹은 사람들의 일부가 소의 뇌질환에 감염되면서 동물성 물질을 배제하는 움직임이 더욱 거세졌을 것이라고 세이너는 생각한다. “여론이나 브랜드 가치, 마케팅적 관점을 모두 함께 놓고 보자면, 퍼스널 케어처럼 유행을 따르는 산업에서 동물성 물질에 기반을 둔 상품들은 더 이상 설 자리가 없어진다는 걸 알 수 있었죠.” 크로다가 제품을 공급하는 유럽과 미국 전역의 기업들에서 일대 전환이 시작되었다.

동물성 지방에서 팜오일로의 전환에는 다소 아이로니컬한 부분이 있다. 동물성 수지가 비누와 같은 제품에 사용되던 과거에는, 식육 산업에서 나온 부산물인 동물성 지방이 유용하게 쓰였다. 이제는 보다 ‘자연스러운’ 성분을 원하는 소비자들의 기호에 맞추기 위해서, 비누나 세정제, 화장품을 만드는 제조업체들은 인근 지역에서 쏟아지는 부산물을 놔두고 굳이 수천 킬로미터나 떨어진 나라들에서, 그곳의 환경을 파괴하는 물질을 수송해 오고 있는 것이다. (물론 식육 산업도 환경적으로 피해를 일으키는 부분은 있다) 세이너는 묻는다. “바로 우리 집 문 앞에 있는 부산물을 사용하는 것보다 더 환경적으로 좋은 게 있을까요?”

바이오 연료의 영향도 만만치 않았다. 환경적인 피해를 줄이고자 했던 의도와는 다른 결과로 이어진 것이다. 1997년 EU는 에너지 전체 소비에서 재생 원료를 통해 얻는 비율을 높일 필요가 있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3년 후에는 운송 수단의 연료로서 바이오 연료가 지닌 장점에 대해 언급했다. 2009년에는 재생 에너지 지침(RED·Renewable Energy Directive)을 제정했는데, 2020년까지 운송 연료에서 바이오 연료가 차지하는 비중을 10퍼센트로 올리겠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

식품 산업이나 가정, 퍼스널 케어 용품에서 팜오일이 완벽한 대체재 역할을 할 수 있었던 것과는 달리, 바이오 연료라는 관점에서 보자면 팜오일이나 식용유나 랩시드(유채씨)오일이나 해바라기씨유나 모두 똑같은 성능을 낸다. 그러나 팜오일에는 다른 모든 오일을 앞서는 한 가지 결정적인 장점이 있었다. 바로 가격이다.

무역 기구인 말레이시안 팜오일 위원회의 CEO 칼랴나 순드람(Kalyana Sundram)은 EU의 정책으로 인해서 “팜오일을 활용하는 전례 없던 시장이 형성되었다”고 말한다. 2007년 미국이 바이오 연료에 대한 자체적인 지침을 도입했던 것에서 볼 수 있듯, 서구에서는 화석 연료의 환경적 폐해를 줄이고자 하는 규제안들이 도입되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상대적으로 저개발된 국가들에서 환경적으로 심각한 연쇄 작용이 나타났고, 이는 지구 온난화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RED 도입 이듬해, EU의 팜오일 수입량은 15퍼센트 급등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는데, 그다음 해에는 다시 19퍼센트 상승했으며, 2011년부터 2014년까지 EU의 바이오 연료 사용량은 세 배 증가했다. 바이오 연료의 원료에서 팜오일이 차지하는 비중은 같은 기간 동안 다섯 배로 늘어났다. 현재 EU에서 사용되는 팜오일의 절반은 바이오 연료에 이용되는데, RED의 당초 목표치보다 두 배나 많은 수치다. 지속 가능성에 대한 조항이 나중에 추가되었고, ― 옥스팜(Oxfam)이나 환경 단체들은 그 실효성에 대해 비판적이다 ― 2019년 2월 EU 집행위원회가 삼림 파괴와 관련된 바이오 연료 작물에 대한 새로운 규제안을 제시했지만, 그로 인한 피해들은 이미 발생한 뒤였다.
 

새로운 수분 기법은 팜오일 산업 성장의 핵심적인 요소였다. 데이비슨은 이렇게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의 운명을 급격하게 바꾸어 놓았다.


이처럼 팜오일의 지배력이 높아질 수 있었던 데에는 많은 행운이 있었다. 야자나무는 다년생이고 상록수이며 1년 내내 재배가 가능하다. 새싹부터 키울 필요가 없는 다년생 나무여서 광합성 등 생장 활동을 하는 데 특히 효율적이며, 다른 식물성 오일의 원료들보다도 기름을 만드는 과정이 간단하기 때문에 제조 단가도 줄일 수 있다. 야자나무는 다른 작물이 견딜 수 없는 토양에서도 잘 자란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팜오일은 다른 어떤 오일용 작물보다도 단위 면적당 산출량이 높다. 팜오일의 단위 면적당 산출량은 랩시드의 거의 다섯 배, 해바라기씨유의 여섯 배, 식용유의 여덟 배 이상 많다. 팜오일을 반대하고 이를 대체할 다른 작물을 심게 되면, 더 많은 농지와 더 많은 삼림이 파괴된다는 뜻이다.

말레이시안 팜오일 위원회의 순드람은 이렇게 말한다. “팜오일은 비교되거나 비교할 수 있는 다른 어떤 식물성 지방이나 동물성 지방들보다도 제조 비용이 훨씬 더 저렴합니다. 산업이라는 건 단순합니다. 소비자들에게 싼값에 팔아 치우는 거죠.”

팜오일의 이런 산업적인 장점들은 수십 년 동안이나 알려지지 않고 있었는데, 스코틀랜드 출신의 레슬리 데이비슨(Leslie Davidson)이 이 산업의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혁신을 일으키면서 불길이 타오르게 되었다. 1951년 당시 스무 살이던 데이비슨은 유니레버의 농장 한 곳에서 일하기 위해 영국령 말레이반도(현재의 말레이시아)로 간다. 4년 후 그는 카메룬으로 근무지를 옮기게 된다. 서아프리카가 원산진인 야자나무는 1875년에 말레이시아로 전파되었다. 카메룬에 온 데이비슨은 쌀벌레를 닮은 곤충들이 야자수 열매 주위에 들러붙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 말레이반도에서는 꽃을 수분시키기 위해서 농장 한 곳마다 수백 명의 사람들에게 일당을 주고 일일이 손으로 작업을 해야 했다. 그런데 카메룬에서는 수분 작업이 훨씬 더 효율적으로 자연스럽게 일어나고 있었다.

1960년 유니레버는 데이비슨을 다시 말레이반도로 보내는데, 이곳에 도착한 그는 상부에 보고했다. 말레이시아에서는 완전히 잘못된 방식으로 야자수의 수분 작업을 하고 있으며, 곤충들을 이용하면 자연적으로 수분을 시킬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회사에서는 당신 일이나 신경 쓰고, 이 문제에는 더 이상 관여하지 말라고 그에게 말했습니다.” 당시 데이비슨을 알고 지내던 (유나이티드 플랜테이션의 대표 이사인) 칼 벡-닐슨의 회상이다.

1974년 데이비슨은 유니레버 인터내셔널 농업 그룹의 부회장 자리에 오른다. 그는 세 명의 곤충학자들을 채용한다. 파키스탄의 과학자인 라흐만 시에드(Rahman Syed)가 이끄는 팀원들은 연구를 위해 카메룬으로 파견되었다. 그리고 마침내 시에드는 데이비슨의 직감이 맞았다고 결론을 내린다. 어떤 특정한 종의 쌀벌레가 야자나무를 수분시키고 있었던 것이다. 데이비슨은 그 곤충들을 조금 들여올 수 있는 허가를 말레이시아 정부로부터 받아 냈다.

1981년 2월 21일, 말레이반도 끝의 조호르(Johor)에 있는 유니레버의 마모르(Mamor) 농장에서 엘라에이도비우스 카메루니쿠스(Elaeidobius kamerunicus)라는 종의 쌀벌레 2000마리가 방생되었다. 결과는 즉시 나타났다. 역효과도 없었다. 그러자 이제는 말레이시아 전역으로 이 수분용 쌀벌레가 보급되었다. 이듬해 말레이시아에서는 팜오일 생산량이 40만 톤, 팜핵오일 생산량이 30만 톤 증가하게 된다.

새로운 수분 기법은 팜오일 산업 성장의 핵심 요소였다. 산출량이 올라가면서 나무에 일일이 수분 작업을 하는 데 쓰였던 노동 비용은 과일을 수확하는 작업에 더 효과적으로 쓸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야자수 재배를 위한 토지 수요가 폭증했다. 데이비슨은 이렇게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의 운명을 급격하게 바꾸어 놓았다.
인도네시아 마무주(Mamuju)에 있는 한 농장에서 야자수 열매를 손에 든 노동자 (Photograph: Antara Foto Agency/Reuters)
하지만 두 나라의 정책 입안자들이 독려하지 않았다면 이런 변화가 가능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일본 도쿄에 있는 국제연합대학교 고등연구소(United Nations University Institute for the Advanced Study)의 연구원인 라쿠엘 모레노-페냐란다(Raquel Moreno-Peñaranda)는 말한다. “양국에서 이 업계에 대한 수많은 지원책들이 있었습니다. 왜냐하면 이 산업이 경제를 발전시킬 수 있는 손쉬운 방법이었거든요.” 그는 농업 체계에 대한 연구를 하면서 각국 정부에 조언을 해주고 있다. 말레이시아 1차 산업부(primary industries) 장관인 테레사 코크(Teresa Kok)는 2018년 10월 마드리드에서 열린 EU 팜오일 콘퍼런스에서 이렇게 말했다. “팜오일은 빈곤 퇴치와 동일한 의미를 가지는 단어입니다.” 말레이시아는 1961년부터 빈곤 완화를 위한 수단으로 야자 수출을 장려하는 정책을 펼쳐 왔다.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지 4년이 지난 시점이었다. 그 전까지는 핵심 작물이 고무였지만, 고무 가격이 하락하면서 정부는 고무 농업 대신 야자나무 재배 장려 운동을 시작했다. 1968년 말레이시아는 팜오일 생산자에게 적용되는 세제 우대 혜택을 연이어 발표했다. 이어서 업계에서도 야자에서 오일을 추출하기 위한 도정 공법 개발에 거액을 투자했다. 1970년대 초에 오일 분류 기법이 개발되었고, 이제 팜오일은 식품 제조에서부터 다른 분야에 이르기까지 활용법이 확대되었다.

최근에는 농장 소유주들이 농장에서 버려지던 비어 있는 과일 송이라든가, 야자수 이파리, 야자열매 껍질, 야자씨 껍질 같은 부산물들을 활용해 수익을 내는 방법을 찾아내고 있다. 도정 작업에 쓰인 폐수는 인근 강줄기에 버려지곤 했지만, 이제는 전기를 생산하는 데 쓰인다. 생산자들은 팜오일 가격이 떨어질 때도 이러한 새로운 수익원을 통해 리스크를 줄일 수 있게 되었다. 바로 지금과 같은 시기처럼 말이다. 인건비와 비료 가격의 상승에도 견딜 수 있다.

팜오일 생산 증대를 이끌었던 정책이 말레이시아나 인도네시아에서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1970년대 인도네시아 정부는 세계은행(World Bank)의 여러 정책에 힘입어, 소규모 농장이 야자수를 재배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1998년 아시아 경제 위기로 이 지역의 공산품 수출은 타격을 입었지만, 달러화에 팔리고 있던 원자재의 수출은, 벡-닐슨의 회상에 따르면, “거칠게 일렁이는 바다 위에서 마치 구명조끼처럼 여겨졌다”고 한다. 인도네시아에 대한 IMF의 구제 금융안은 천연자원을 육성해서 수익을 창출하고, 정부가 부과하던 수출세를 없애 국내 가격을 낮게 유지하는 것이었다. 이런 조치들은 야자수 재배가 더욱 확대되는 결과를 낳았다. IMF와 함께 민간 금융권도 생산을 독려해 왔다. 네덜란드의 은행권에서 1995년부터 1999년 사이에 인도네시아의 야자 생산자들에게 대출해 준 금액만 120억 달러(13조 5850억 원)가 넘는다.
 

지속 가능한 상품이라는 건 지역에서 생산되고 지역에서 소비되는 것이다. 만약 소비자들이 팜오일의 생산 과정을 직접 보게 된다면, 현재의 가격은 그 대가에 대한 비용으로는 터무니없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농장 소유주와 노동자, 생산국 정부와 금융업체들은 단기적인 이익을 봤지만, 지구는 기후 변화라는 막대하고 장기적인 대가를 치르게 됐다. 야자수 재배 목적으로 파괴되는 숲은 세계에서 탄소가 가장 풍부한 곳들 중 하나다. 그런 숲이 불에 타면서 탄소들이 방출된다.

팜오일은 현재 말레이시아 국민 총소득(GNI)의 13.7퍼센트를 차지하고 있으며, 인도네시아의 최대 수출품이다. 2018년 10월, 마드리드에서 열렸던 EU 팜오일 협회 회의에서 두 나라 대표단들은 그들이 성공적으로 빈곤을 퇴치할 수 있었던 것은 팜오일 덕분이었다고 자랑스럽게 이야기했다(하지만 적어도 인도네시아의 경작자들에게는 이런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그들은 거대 농장과는 무관한 농부들을 위해 정부와 업계가 더 많은 역할을 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또한 이들은 삼림 파괴는 중단된 상태이며, 지속 가능성은 확보되었다고 말했다. 지난 10년 동안에 삼림 파괴가 증가한 지역들이 있다는 다른 참석자의 발언에도 불구하고 말이다.(2018년 9월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새로운 야자수 농장 개발을 3년간 중지시키는 시행령에 서명했다.)

그러나 원료 생산국들은 원료 수입업체들만 상대하면 되지만, 수입업체들은 소비자들을 상대해야 한다. 2004년 환경 NGO인 ‘지구의 벗(Friends of the Earth)’ 영국 지부는 팜오일 생산이 일으키는 삼림 파괴를 조사한 보고서를 발간했다. 이로 인해 대중적인 비판 여론이 확산되었고, 삼림 파괴가 지속될 경우 생산자들의 평판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그러자 그해에 세계 야생 동물 기금(WWF)은 야자수 재배업자들과 제조업체들, 유통업체들이 모인 ‘지속 가능한 팜오일 원탁회의(RSPO·Roundtable on Sustainable Palm Oil)’를 설립할 것을 제안했다. 10년 후, 팜오일을 사용하는 대부분의 메이저 업체들이 참여한 가운데 RSPO가 설립되었다. 이 단체는 ‘지속 가능성’을 목표로 삼았다. 전 세계에서 팜오일을 사용하는 제품들의 19퍼센트가 이곳에서 ‘지속 가능성’ 인증을 받았다. 하지만 그린피스에서 갈라져 나온 단체인 환경 조사 기구(EIA·Environmental Investigation Agency)는 3년 전, RSPO가 “형편없이 수준 미달”이며 “위반 행위를 감추기 위해 결탁하는 사례”도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RSPO는 이에 대해 “우리는 EIA의 보고서에 담긴 주장들을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며, 보다 심도 있는 대화와 향후의 인증 시스템 개선을 위한 좋은 기회로서 환영한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팜오일이 지속 가능하게 생산되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은 극도로 어려운 작업이다. 도정기 한 대만 있는 팜오일 공장이 말레이시아에만 수백 곳이 있는데, 우선은 이곳에서 추출에 사용하는 야자수 열매들은 다른 여러 곳의 농장에서 가져온 것일 가능성이 있다. 그리고 그 배합물과 파생물들이 엄청나게 다양하기 때문에, 하나의 팜오일 안에는 아주 여러 복잡한 출신지를 가진 성분들이 섞여 있는 것이다. 지속 가능성 인증 시스템이 원래 계획대로 이루어진다고 하더라도 환경주의자들이 비판적인 태도를 취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예를 들자면, 아주 최근에 파괴된 삼림 지역에서 재배된 팜오일을 99퍼센트 포함한 상품이라고 하더라도 ‘지속 가능성 인증’ 마크를 받을 수 있다. RSPO는 규제가 엄격하지 않기 때문에 업체들의 솔선수범이 필요한 부분이며, 인증된 팜오일의 소매가격이 더 높다는 것을 일단 알게 되면, 소매 상품 제조업체들에서도 규제 수준을 더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EU 팜오일 협회의 회의가 있기 전, RSPO의 유럽 사업부 수장인 인케 반 데어 슬루이즈스(Inke van der Sluijs)는 이렇게 인정하는 발언을 했다. “지속 가능성 인증 항목을 아주 엄격하게 지키고 있는 업체들은 거의 없는데, 유통 구조가 길고 복잡하기 때문입니다.” 환경주의자들은 대체로 RSPO의 인증 시스템이 다른 여러 인증 절차들에 비해 강도가 아주 높다고 인정을 하는 편이며, RSPO에서도 제조업체들로 하여금 인증받은 오일을 사용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속 가능 인증을 받은 팜오일의 절반가량은 인증 표시도 없이 판매되고 있다. 소비자들 다수가 더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인증받은 팜오일을 구매하겠다고 나서지 않는 이상, 바뀌는 것은 거의 없을 것이다.

또 한 가지 문제가 되는 것은, 팜오일 생산지로 표시되는 곳의 거의 대부분이 야자나무 재배지가 아니라 추출 공장라는 점이다. 삼림 감시(Eyes on the Forest)라는 단체가 있는데, WWF와 인도네시아의 환경 NGO들이 함께 모여서 만든 곳이다. WWF는 팜오일의 지속 가능성 인증 시스템을 만드는 데 일조를 했던 바로 그 단체다. 삼림 감시는 2016년에 발표한 보고서에서, “오일 추출 공장을 생산지로 표시하는 것은 시간과 비용 낭비이며, 불법적인 상품들이 유통되는 문제에 대한 어떠한 해결책도 되지 못한다”고 밝혔다. 현재 개별 야자수들의 재배지와 생산지를 추적하기 위한 기술 개발이 이루어지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팜오일 생산을 위해 새로운 삼림 파괴가 일어나는 것을 막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야자수 재배로 인한 삼림 파괴를 중단시키고자 하는 사람들의 또 다른 희망 사항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산출량 증대다. 기존의 재배지에서 더 많은 오일을 얻을 수 있다면, 보다 많은 경작지를 확보하기 위해 다양한 생물들이 살고 있는 수풀을 굳이 파괴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다. 정부 기구인 말레이시안 팜오일 위원회의 유전학 부문을 이끌고 있는 라진더 싱(Rajinder Singh)은, 산출량과 관련된 어떠한 유전적 특질들을 잘 선택한다면 산출량이 많지 않은 나무를 더 심기 위해서 대지를 파괴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현재의 최대 산출량은 1헥타르당 대략 6~7톤이지만, 싱은 기존 야자들과 비교해서 오일 생산량이 “거의 두 배에 달하는” 야자들을 만들어 냈다고 한다. 생산 주기가 25년에서 30년에 달하는 현재 나무들의 수명이 다하게 되면, 이제는 보다 생산성이 뛰어난 종들이 그 자리를 대체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그루당 생산량이 두 배에 달한다고 하더라도, 거의 네 배에 이를 것으로 보이는 2050년의 수요를 감당하기에는 부족하다. 이에 대한 해결책은 쉽지 않다. 야자를 다른 오일로 대체하게 되면 오히려 삼림 파괴만 가속될 뿐이다. 단위 면적당 산출량에 있어서 야자를 따라올 만한 경쟁자가 없기 때문이다. EU 팜오일 동맹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오일이나 지방 작물 경작지 전체 면적에서 야자수가 차지하는 비중은 6.6퍼센트에 불과하지만 생산량은 38.7퍼센트를 차지한다. 콜롬비아는 과거에 코카와 같은 불법 작물들을 기르던 지역들에서 팜오일을 생산하기 위해 분발하고 있지만, 아시아의 생산량을 따라잡기에는 한참 멀었다.

팜오일은 많은 산업들을 견인할 수 있었던 완벽한 성분이었고, 경제를 발전시킬 수 있었던 완벽한 수출품이었으며, 긴밀하게 연결된 세계 경제를 위한 완벽한 원재료였기 때문에, 오늘날 이렇게 광범위하게 쓰이는 물질이 되었다. 그와 동시에 부유한 국가의 소비자들은 개발 도상국들에 넘쳐나는 저렴한 노동력과 소중한 열대 우림들을 이용하고 있고, 이 나라들은 경제 성장에 박차를 가하기 위해 소중한 자원들을 헐값에 기꺼이 넘기고 있다.

하지만 이런 모델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 이런 현상이 계속된다면, 삼림과 함께 그 안에 살고 있는 생명체들은 모두 사라지게 될 것이다. 그리고 노동자 일부가 계층의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게 되면 야자를 따는 일보다 더 좋은 일을 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테고, 결국 노동 비용은 증가하게 될 것이다. 결국 팜오일 생산자들과 소비자들에게는 아무것도 남지 않게 될 것이다.

지속 가능한 상품이라는 건 지역에서 생산되고 지역에서 소비되는 것이다. 만약 소비자들이 팜오일의 생산 과정을 직접 보게 된다면, 현재의 가격은 그 비용으로는 터무니없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에는 관심을 두기가 쉽지 않다. 이런 현실을 바꾸려면 아마도 조금은 마법과도 같은 일이 일어나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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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에너지 #환경 #가디언

[1]
아프리카 야자수 열매에서 얻는 오일이다. 야자오일, 야자유, 팜유라고도 불린다.
[2]
런던 시내의 지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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