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에 대한 의무
6화

북저널리즘 인사이드; 더 나은 삶에는 의무가 필요하다

인류가 더 편하고 쾌적하게 살기 위해 만들어 낸 것들이 지구를 파괴하고 있다. 더 나은 삶을 위한 노력이 결과적으로는 우리 삶의 터전을 망가뜨리고 말았다.

플라스틱, 팜오일, 에어컨, 콘크리트는 삶의 질을 개선하기 위해 도입되었다. 플라스틱은 무엇이든 만들 수 있는 가볍고 저렴한 재료다. 팜오일은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는 트랜스 지방을 훌륭하게 대체할 수 있는 식물성 지방인 데다 생산 비용도 저렴하다. 에어컨은 우리를 더위로부터 해방시켰고, 기후와 상관없이 대부분 지역에서 쾌적하게 살 수 있도록 해주었다. 콘크리트의 견고함은 도시를 떠받치고 보호해 준다. 강이나 바다를 가로지르는 다리, 도시와 도시를 연결하는 도로를 만드는 최적의 재료다.

환경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당장 이 재료들의 사용량을 줄이기는 어렵다. 유용하고 저렴한 특성 덕에 산업화와 도시화의 표준이 되었기 때문이다. 먼저 산업화한 국가들이 막대한 양을 써서 경제 발전을 이루어 놓고, 환경이 파괴되었다는 이유로 개발 도상국들의 사용을 막을 수는 없다. 이 재료들 없이는 쾌적한 삶도, 경제 발전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예를 들어 보자. 팜오일용 야자 생산은 개발 도상국의 빈곤을 해소해 주는 몇 안 되는 산업이다. 콘크리트를 사용한 경제 성장 모델은 여러 국가가 벤치마킹할 수밖에 없을 만큼 효과적이다.

더 나은 삶을 위한 노력이 환경 문제를 악화시키는 사례는 수없이 많다. 심지어 친환경 에너지도 환경을 파괴한다. 태양광 발전소는 저렴한 토지를 찾아 삼림의 나무를 베어 내고 태양광 패널을 설치한다. 지난해 한국에서만 태양광 발전소 건설로 2443만 제곱미터의 숲이 사라졌다. 축구장 3300개에 달하는 규모다.

한번 파괴된 환경은 지구의 다른 부분에 영향을 미치고, 문제는 점점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진다. 야자나무 재배를 위해 불타는 숲, 에어컨, 콘크리트 제조 과정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로 지구 온도가 상승하면 빙하가 녹는다. 그리고 영구 동토층에 저장된 엄청난 양의 탄소가 배출될 것이다.

《가디언》이 다각도에서 지적하는 문제점을 살피다 보면, 인간은 어떤 방식으로든 지구를 망칠 수밖에 없는 존재가 아닐까 하는 생각에 두려워지기도 한다. 환경 파괴의 악순환 구조를 알면 알수록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이 없을 것 같다는 무력감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빙하가 녹은 뒤’의 저자가 지적하듯, 지구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아는 것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첫걸음이다. 그러고 나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고민하면 된다.

행동의 실마리는 반플라스틱 운동에서 찾을 수 있다. 플라스틱 문제의 심각성이 대중을 설득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는 스타벅스에서 플라스틱 빨대를 볼 수 없게 되었다. 이런 작지만 힘 있는 승리가 모이면 환경 파괴의 속도를 늦출 수 있을지도 모른다. 작은 실천을 지속하는 것은 우리가 발 딛고 살아가는 지구를 지키고,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한 의무다.

소희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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