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탄핵 이면의 정치와 역사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부탁 전화를 걸었던 다음 날인 7월 26일 미국의 유럽연합(EU) 주재 대사 고든 손드랜드(Gordon Sondland)는 우크라이나 키예프에서 점심을 먹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 위원회에 100만 달러(11억 6510만 원)를 기부한 후 대사 자리에 앉았다. 손드랜드 대사는 식당 밖의 테라스에 앉아 백악관에 전화를 걸었다. 그의 정무 고문인 데이비드 홈즈(David Holmes)가 전화 내용을 들을 수 있을 정도로 전화기를 귀에서 멀리 떨어뜨려 들고 있었다.

“나는 손드랜드 대사가 대통령에게 인사한 뒤 그가 키예프에서 전화를 걸고 있다고 설명하는 것을 들었습니다.” 홈즈는 11월 15일 하원 정보위원회에 출석해 증언했다. “그런 다음 트럼프 대통령이 손드랜드 대사가 우크라이나에 있는지 확인하는 것을 들었습니다. 손드랜드 대사는 ‘예. 우크라이나에 있습니다.’라고 답했고 그다음 문장으로 넘어갔는데, 말하자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이 당신 편이라는 것이었습니다. 나는 트럼프 대통령이 묻는 것을 들었습니다. ‘그래서 그가 수사를 하겠다고 했나?’ 손드랜드 대사는 그럴 것이라고 답했고, 젤렌스키 대통령이 ‘당신이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하겠다’고 말했다고 덧붙였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부탁한 것이 무엇인지는 이미 알려져 있다. 9월 25일 백악관은 바로 그 ‘점심의 통화’ 전날 두 대통령 간의 대화를 정리한 자료를 배포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2016년 미 대선에 개입한 러시아와 공모했을 가능성이 있는 우크라이나의 일부 당파 세력을 조사해 달라고 했다는 설득력이 떨어지는 내용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우크라이나 에너지 기업) 부리스마(Burisma)의 부정부패에 대한 수사를 공식 발표해 달라고 요청했다. 트럼프는 부리스마의 이사진에 올라 있던 미국 변호사 헌터 바이든(Hunter Biden)과 2020년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유력 경쟁자가 될 것으로 보이는 그의 아버지 조 바이든(Joe Biden) 전 부통령의 명성에 금이 갈 것이라고 기대했을지 모른다. 우크라이나에서 숱하게 벌어지고 있는 그 밖의 부정부패 조사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관심을 갖고 있다는 증거는 전혀 없다.

제리 내들러(Jerry Nadler·사진 참조) 미 하원 법사위원장이 12월 10일 제출한 트럼프 대통령 탄핵 소추안 초안 2개 중 첫 번째는 트럼프 대통령이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한 요구를 ‘개인의 정치적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부당한 목적으로’ 자행된 권력 남용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미 하원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단순히 최근 (러시아의) 침략을 당한, 아쉬운 처지의 국가 리더가 세계에서 가장 거대한 군사력을 가진 나라의 대통령이 부탁했을 때  느낄 법한 수준의 압박만을 받은 것은 아니라고 밝히고 있다. 탄핵 소추안은 트럼프 대통령이 젤렌스키 정부에 두 가지 조건을 전달하기 위해 두 국가 간 공식 소통 채널과 별도의 수단을 남용했다는 혐의를 적용했다. 두 조건은 백악관에서의 회담과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금이다. 두 가지 모두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 사항을 받아들이는 것에 대한 대가의 성격을 띠고 있었다.

손드랜드 대사는 수사를 진행하겠다는 발표가 실제로 “젤렌스키 대통령의 백악관 방문을 조율하기 위한 대가”로 여겨졌고, 그것은 “대통령의 명령”이었다고 증언했다. 미국 관료들은 수사 발표문 초안을 만들기 위해 젤렌스키 대통령과 함께 작업했다. 당시 국무부 우크라이나 주재 특별 대표였던 커트 볼커(Kurt Volker)에 따르면 대통령의 비공식적인 대사 역할을 했던 루디 줄리아니(Rudy Giuliani)는 젤렌스키 대통령의 발표문에 부리스마와 2016년 선거 모두 언급돼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하면서 이 내용이 담겨있지 않았던 초안을 거부했다. 손드랜드 대사는 “모두가 핵심 관계자였다”고 말했다.

최근까지 대통령 직속 국가 안전 보장 회의(NSC)에서 러시아 전문가로 일한 피오나 힐(Fiona Hill)은 7월 25일의 통화 바로 전 주, 연방 정부의 관리 예산처가 이미 의회에서 책정된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금 3억 9100만 달러의 집행을 보류하기로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의회에서 증언했다. 그들은 이것이 대통령 비서실장 믹 멀베이니의 지시 아래 이뤄졌다는 얘기도 들었다. 군사 지원금을 보류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전혀 듣지 못했다.

힐이나 손드랜드, 그리고 하원에서 증언한 다른 증인들은 직접 확인한 정보를 바탕으로 군사 지원금이 지연된 것이 우크라이나 정부의 수사 공표를 압박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말할 수 없었다. 손드랜드 대사는 군사 지원금 지연을 설명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이 없다고만 답할 뿐이었다. 직접적인 증거의 부재는 트럼프 대통령 방어 세력들이 강조하고 있는 부분이다.

그러나 10월 17일 기자 회견에서 대통령이 ‘민주당원(바이든 부자) 조사’를 원한다는 것이 지원금을 늦춘 부분적인 이유인지 묻는 질문을 받은 멀베이니는 “2016년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돌아보는 것은 분명히 대통령이 걱정하고 있는 부분”이라고 답했다. 멀베이니는 외국 정부의 특정한 행동에 대한 대가성 지원금이 상당히 적절한 것이라고 여기고 있었다. “우리는 항상 그렇게 합니다. 신경 쓰지 마세요.”

멀베이니는 우크라이나 정부에 ‘민주당원들’에 대한 수사 발표를 요구하는 것이 논리적으로 방어할 수 있는 정치 외교적인 목표인지, 아니면 ‘부도덕한 목적’하에 이뤄진 권력 남용인지를 묻는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하원은 답변을 요구하며 멀베이니를 압박할 기회를 얻지 못했다. 두 번째 탄핵 소추안에 언급된 여덟 명의 다른 관료들과 마찬가지로 멀베이니는 증언을 요구하는 소환에 응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또한 두 번째 탄핵 소추안이 규정한 의회 방해 혐의에 해당한다. 탄핵 소추안은 트럼프 대통령이 “(헌법이 정한) ‘탄핵의 유일한 권한’에 따라 하원이 발부한 소환장에 대해 전례 없고, 단호하며 무차별적인 저항을 지시했다”고 명기하고 있다.

하원은 수일 내로 탄핵 소추안에 찬성하는 표결을 할 가능성이 크다. 그렇게 되면 탄핵 소추안은 상원의 심판에 회부된다.

탄핵안이 통과되려면 상원 3분의 2 이상, 즉 상원의원 67명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현재 공화당원이 상원 의석 53석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20명 이상의 공화당 의원이 대통령을 등져야 한다는 뜻이다.

일부 공화당 상원의원들은 트럼프 대통령을 싫어하고 못마땅해한다. 일부는 그의 혐의가 유죄라고 확신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들 중 상당수, 혹은 한 명이라도 탄핵에 찬성표를 던질 가능성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그들의 셈법은 정의가 아니라 정치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여론 조사 기관인 유고브(YouGov) 통계에 따르면 12월 초까지 많은 미국인이 탄핵을 지지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이런 지지율은 민주당 지지층과 마찬가지로 인구가 많은 주에 집중돼 있다. 상원에서 모든 주는 동등한 표결권을 가진다.
불편한 좌석 배치/ 2020 미국 상원 선거 지역구와 현역 의원/ 탄핵 지지율 추정치, 단위: %포인트/ 탄핵 지지 성향의 주/ 탄핵 반대 성향의 주/ 파란색: 클린턴 지지 성향, 빨간색: 트럼프 지지 성향/ 출처: 미국 인구 조사국, 유고브, 이코노미스트.
이코노미스트가 유고브의 데이터를 주별로 분석한 결과, 50개 주 가운데 29개 주에서 탄핵 반대 의견이 과반을 넘는다는 결과가 나왔다. 2020년 선거에서 경쟁이 벌어지는 상원 35석 가운데 23석은 현재 공화당이 차지하고 있다. 그중에서 20곳의 상원의원들이 재선에 도전할 계획이다.(표 참조) 이들은 만일 대중의 여론이 급격하게 바뀌지 않는다면, 대통령 탄핵에 찬성하는 것이 경선 도전에 악영향을 미치고, 재선의 기회를 앗아갈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반면 탄핵을 지지하는 주에서는 공화당 소속 상원의원 단 두 명이 출마 의사를 밝혔다. 이들의 선거구인 주는 탄핵에 대한 지지가 그렇게 강하지는 않다. 찬성과 반대 의견의 격차는 오차 범위를 넘지 않는다. 2022년 또는 2024년까지는 예정된 선거가 없고, 대통령에 대해서 확고부동한 충성심이 있는 것도 아닌 상원의원들은 급박함이라는 요소만 뺀다면 비슷한 방식으로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을 것이다.

 

가지 않은 길


이처럼 극명하게 갈린 선거인단의 숫자는 이번 탄핵 국면의 독특한 지점이다. 지금처럼 뚜렷한 당파성은 역사적으로도 흔치 않았다. 그러나 하원이 탄핵하기로 한 대통령에 대해 상원이 무죄를 선고하기로 마음을 먹고 있는 상황은 드문 것이 아니다. 19세기에도 하원은 두 차례 대통령 탄핵을 고려했다가 철회했다. 상원에서 통과되지 않을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하원과 상원을 모두 통과한 적이 한 번 있었는데, 1868년 앤드루 존슨(Andrew Johnson)의 탄핵이었다. 그러나 무죄 선고가 곧바로 뒤따라왔다. 20세기에는 단 한 번 탄핵이 있었다. 모니카 르윈스키(Monica Lewinsky)와의 부적절한 관계에 대한 빌 클린턴(Bill Clinton)의 위증죄와 사법 방해 혐의 역시 같은 방식으로 끝났다.

탄핵은 어려워야 하고 탄핵당한 대통령에 대한 심판은 더 어려워야 한다. 이는 헌법을 설계한 사람들의 바람과도 일치하는 듯하다. 탄핵 조항은 단순히 일을 못하거나, 재앙과 같은 실수를 저질렀거나, 혹은 의회를 해산하거나 심지어 반헌법적인 행위(이것은 대법원이 바로잡을 수 있다)를 한 대통령을 축출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탄핵은 공화국에 위협이 되는 대통령으로부터 국가를 보호하기 위해 존재한다.

이러한 위협 가운데 하나는 대통령 지명 이후 ‘능력(capacity)’을 잃을 가능성이다. 1967년 비준된 수정 헌법 제25조[1]는 일시적 또는 영구적인 대통령의 질환과 장애에 대처하기 위한 별도의 과정을 포함해 이러한 우려를 덜었다. 그러나 공화국에 대한 더욱 큰 위협은 대통령이 부정부패에 연루되는 것이다.

18세기 말 미국 정치인들은 부정부패(corruption)에 얽혀 있었다. 부정부패라는 단어는 단순히 뇌물을 취하거나 장려금을 받는 것 이상으로 나쁜 행동을 광범위하게 묘사하는 데 쓰였다. 대통령이 국가에 반해서 자신만의 이익을 추구하는 모든 행위를 내포하는 말이었다. 그들은 이런 행동을 그대로 두면 정치적 통일체, 즉 국가를 죽이는 종양이 될 것이라고 비유했다.

유권자들이 부패를 알아차리고 적절히 대응할 것이라고 믿는 대신 탄핵을 통해 이를 다스리려고 하는 한 가지 이유는 부패한 대통령이 선거를 조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2020년 대선에서 우위를 점하게 해줄 것으로 보이는 부탁을 한 것과 탄핵 절차가 존재하는 이유 사이에서도 이런 우려를 확인할 수 있다.

탄핵이 극히 이례적이라는 사실이 곧 행정부가 잘해 왔다는 의미는 아니다. 1974년 리처드 닉슨(Richard Nixon) 대통령 탄핵 심문에서 변호인은 조지 워싱턴(George Washington)으로 시작되는 모든 대통령들의 부적절한 처신에 대한 조사를 의뢰했다. 이 연구는 행정부들이 대대로 이런 문제에 어떻게 대처해 왔는지를 모은 사례집의 형태가 되었다. 여기에는 숱한 회피 전략이 담겨 있었다. 그러나 예일대 역사학자 C. 밴 우드워드(C. Vann Woodward)는 편집자의 글에서 “지금까지는 그 어떤 대통령도 고의적인 행위나 계획으로 행정부에 반하는 범죄와 비행을 주도해서 공모한 혐의가 없다”며 “지금까지 발생한 범법 행위와 경범죄는 명백한 이데올로기적인 의도가 없었고, 헌법적으로 불온한 목적도 없었다”고 썼다.

자신의 잇속만 챙기는 부패는 숨기기가 어렵다. 율리시스 S. 그랜트(Ulysses S. Grant) 행정부에서는 미 재무부가 금 시장에 개입할 때 대통령의 친구가 투기 목적으로 정보 접근권을 남용한 일이 있었다. 워런 하딩(Warren Harding) 행정부에서 만연했던 사기 행각에는 대통령 측근도 연루돼 있었지만, 하딩 대통령 본인이 실태를 알고 있다는 증거는 거의 없었다.

권력 남용과 관련한 역사도 있다. FBI의 역사학자 데이비드 개로(David Garrow)는 “관련된 사람들에 대해 내가 알고 있는 모든 것을 바탕으로 볼 때, 최소한 LBJ(린든 B. 존슨 대통령)가 배리 골드워터(Barry Goldwater)[2]에 대한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담긴 파일을 읽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린든 존슨 대통령이 1964년 대선 캠페인 당시 경쟁자에 대한 정보를 가지고 있었다 하더라도, 그 정보들을 이용했다는 증거는 없다.

 

세상을 바꾸는 영향력


닉슨 대통령은 유죄 판결을 받기는커녕 탄핵되지도 않았다. 그는 스스로 물러나면서 절차를 단축시켰다. 그러나 워터게이트 스캔들이 과거 우드워드가 조사했던 앞선 대통령들의 비행과 질적으로 다르다는 것은 분명하다. 1972년 그해 선거 캠페인에 사용할 목적으로 민주당 전국위원회 사무실에 도청 장치를 심으려던 (닉슨의) 시도는 실패로 돌아갔다. 사실을 은폐하려는 백악관의 개입은 대통령 본인이 요구하고 지시한 것이었다. 게다가 여기엔 금전적인 것이 아닌 정치적인 목적이 있었다. 의회가 요구한 증거를 조작하고 제출하지 않는 방식의 사법 방해에 대통령 본인이 직접 개입했다는 증거도 있었다. 하원 사법위원회가 채택한 세 가지 탄핵 사유는 대통령의 사법 방해, 권력 남용 그리고 의회 모독이었다.
약 200년 동안 탄핵 절차는 미국 건국 당시의 설계에 부합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워터게이트 조사는 그 이후 탄핵에 더욱 힘을 실어 주는 근거가 됐다. 사법부는 대통령 휘하에서 일하는 행정부 관료가 임기 중인 대통령을 기소하지 못하도록 규정했다. 기소당하지 않는 대통령을 끌어내릴 수 있는 대안이 더욱 필요하다는 사실은 건국의 아버지를 다시 거론할 필요가 없을 만큼 자명하다.

탄핵이 아닌 다른 수단을 통해 대통령을 기소할 수 없도록 한 규정은 전 FBI 국장 로버트 뮬러(Robert Mueller)가 이끈 트럼프 선거 캠페인 특검의 핵심 변수가 됐다. 그의 보고서는 러시아가 실제 선거 캠프를 도왔다는 초기 수사 결과를 인정했다. 그러나 트럼프가 원했던 대로, 러시아 해커들이 불법적으로 우크라이나를 통해 해킹 프로그램을 심은 것은 아니라는 것이었다. 보고서는 트럼프 선거 캠프와 러시아 간 연계가 해킹 활동 공모로 이어졌다는 증거는 찾지 못했다. 또 트럼프가 조사를 피하려 하면서, 결국 대통령을 기소할 수 없는 한계에 봉착하는 워터게이트 사건 때와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다. 보고서는 이러한 방해 사례를 충분히 제시하면서 “의회는 대통령의 부정부패한 권력 행사에 대해 방해 법규를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사법부는 이런 일을 할 수 없다.

워터게이트 스캔들과 트럼프의 백악관 스캔들 사이에 벌어진 두 건의 또 다른 스캔들은 특수한 상황에서의 대응책을 제시하고 있다. 이란-콘트라(Contra) 스캔들[3] 당시 로널드 레이건(Ronald Reagan)의 백악관은 미국과 외교 관계가 없는 정권에 불법으로 무기를 팔고 그 이익으로 콘트라 반군에 은밀히 자금을 지원했다. 이어진 재판에서 이 일에 개입된 일부 관료들은 레이건 대통령이 모든 세부 사항까지 알지는 못했더라도 계획의 전반을 알고 있었다고 주장했지만, 그는 완전히 부인했다. 그리고 이 계획은 민주당을 누르기 위한 정당 정치가 아니라 냉전을 이어가기 위한 지정학적 목적에서 나왔다고 주장했다.

빌 클린턴의 탄핵은 여러 면에서 워터게이트 스캔들과 다르다. 대통령 본인이 위증을 했다는 사실은 반박할 수 없다. 그러나 그가 정치적 술수로 행한 일은 아니며, 창피하고 부적절한, 합의된 성관계에 대한 변명이었다. 이것이 공화국에 위협이 되는 것은 아니며,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 운동이 벌어지는 동안 포르노 스타들에게 지불한 보상금 문제보다 더 심각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리고 트럼프가 준 돈 역시 선거 캠프 재정법을 위반하는 것일지는 모르지만 그 자체가 탄핵의 수위를 높이지는 않는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였다면 그들은 보상금을 지급하지 않았을 것이다.

반면 젤렌스키 대통령에 대한 압력은 탄핵 가능성이 높은 사안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목표는 정치적 경쟁자를 무력화하는 것이었다. 그 목표가 달성되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우크라이나는 수사하지 않을 것이고, 두 대통령이 수사 발표를 논의하고 있던 사이 중단됐던 군사 지원금은 결국 거의 다 지급됐다. 지원금이 보류된 동기와 관련한 직접적인 증언이 없는 상황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목표가 달성된 후에 군사 지원금이 지급됐는지를 확인해 대가성을 입증하는 것이 쉬운 방법이다. 의화와 대중이 내막을 파헤치는 것보다는 쉽다.

그러나 워터게이트 정보 절도 사건이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더라도 범죄인 것처럼, 개인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권력을 남용했다면 그 목적을 끝내 이루지 못했더라도 권력 남용에 해당한다. 하원 조사는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기 위해 미국의 외교 정책을 왜곡했다는 사실을 보여 줬다. 그리고 트럼프는 왜곡의 정도가 어느 수준이었는지 조사하려는 의회를 방해하기 위해 온갖 수단을 동원했다. 이 모든 조사는 헌법이 허락한 권한인데도 말이다.

탄핵에는 예상치 못한 부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대통령의 심각한 부정행위에 대응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다. (탄핵 소추안을 통과시키지 않고) 유권자의 대응을 기다리는 것은 헌법이 의회에 부여한 역할을 저버리고, 다음 선거의 도덕성을 위험에 빠뜨리는 일이다. 정부 권력을 이용해 정치적 경쟁자를 무너뜨리거나 의회의 감독 기능을 무력화하려는 미래 대통령들은 이번 탄핵을 통해 그들이 어떻게 처벌을 모면할 수 있는지 배우게 될 것이다.

미래의 대통령들이 C. 밴 우드워드처럼 역사를 돌이켜본다면, 대통령이 무슨 짓을 하든 우호적인 상원은 대통령을 지지한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그리고 미국은 건국의 아버지들이 원했던 공화국에 못 미치는 나라가 되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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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민주주의 #선거 #정부 #권력 #미국 #이코노미스트
[1]
대통령의 면직, 사망, 사직 시 부통령이 대통령이 된다는 내용 등을 담고 있는 조항이다.
[2]
1964년 대선 당시 린든 존슨 당선자와 치열한 접전을 벌였던 후보.
[3]
1987년 미국 CIA가 적성 국가 이란에 대해 무기를 불법적으로 판매하고 그 이익으로 니카라과의 혁명 정부인 산디니스타 정부에 대한 반군인 콘트라를 지원한 정치 스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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