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가루의 힘
완결

밀가루의 힘

대량 생산되는 부드럽고 하얀 슈퍼마켓 빵은 종말을 맞고 있다. 우리의 식생활에 혁명을 일으킨 빵 연구가들을 만나 보자.


식빵은 결코 좋은 빵이 아니라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다. 영국의 전체 빵 소비량 중 80퍼센트는 대개 달콤하고 연한 슈퍼마켓 판매용 빵이다. 빵 포장지에는 바코드와 함께 효소 ‘촉진제(improvers)’, 글루텐 첨가물, 단백질 분말, 지방, 유화제와 방부제를 포함한 성분표가 찍혀 있다. 1960년대 개발된 촐리우드 제빵법(Chorleywood process, 개발된 실험실의 명칭에서 ​따온 이름이다)[1]은 빵을 빠르게 굽기 위해 강철로 분쇄한 밀가루를 사용한다. 제분 과정에서 오일과 각종 영양을 함유한 미생물은 물론, 섬유소가 있는 껍질도 제거된다. 영국 정부가 밀가루에 비타민을 첨가하는 법률을 제정했을 정도로 영양학적 가치가 거의 없는 상태다.

기계화된 식품 공장은 표준적이고, 안정적이며, 운송하기 쉬운 재료를 요구한다. 그리고 표준적이고, 안정적이며, 운송하기 쉬운 상품을 만든다. 농장은 곡물의 수확량과 단백질 함량을 높이기 위해 화학 비료와 살충제를 사용한다. 농경지는 효율적인 재배를 위해 울타리와 잡목림이 제거된 단일 재배지로 정돈된다.

공장식 빵은 농업, 제조업과 운송업이 100년간 축적한 혁신의 산물로 영양과 맛보다는 효율성과 비용을 우선시한다. 빵은 영국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식품이다. 그러나 슈퍼마켓 빵은 우리가 이제 막 비만, 질병, 알레르기를 유발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고도 가공식품 중 하나다.

대형 빵집에서 ‘건강한 가정식 빵’이라며 판매하는 황갈색의 통곡물 빵이나 잡곡 빵도 크게 다르지 않다. 밀 껍질이나 섬유소를 추가해도 일반적인 슈퍼마켓 빵의 기본 재료인 고도로 가공된 밀가루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대량 생산되는 통밀 제품에 함유된 글루텐 첨가물이 글루텐 과민증(글루텐을 처리하지 못하는 만성 소화 장애와는 달리 글루텐에 민감하게 반응해 나타나는 알레르기 등의 증상)을 유발한다는 증거는 많아지고 있다. 반면 재래식으로 효모를 이용해 더 오랜 시간 동안 발효하는 방식은 통곡물의 소화를 돕는다.

좋은 빵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것은 밀가루, 효모, 물과 소금뿐이다. 원래 빵은 인근 지역에서 재배되고 가공된 통밀로 만들어 맛도, 영양도 풍부했다. 대부분의 영국인과 미국인들은 오랫동안 동네에서 만들어진 빵을 먹지 않아 기억조차 없을 것이다. 곱고 흰 밀가루가 부자들의 전유물이던 시대를 지나 값싼 식재료가 된 지금도 밀가루는 여전히 하얗게 탈색되고 있다.
대량 생산되는 ‘촐리우드’ 빵. ©Ludmila Smite/Alamy
최근에는 현대의 식문화에 도전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2000년대 초, 운동가이자 저널리스트인 마이클 폴란(Michael Pollan)은 현대인의 식단이 점점 자연과의 관계를 상실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2010년 폴란은 가공식품 반대 운동을 주도하면서 ‘증조할머니가 음식으로 인정하지 않을 것은 먹지 말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었다. 또한 요리사 댄 바버(Dan Barber)는 지속 가능한 농업과 맛, 영양의 연결 고리를 되찾기 위해 노력 중이다. 2008년 바버는 테드(TED) 강연에서 현대 산업형 농업을 ‘자연에 대한 모욕’이라고 설명했다. 그와 동료들은 현대인들의 식습관을 바꾸기 위해 팜투테이블 운동을 대중화하며 농민들이 수확량이나 운반성보다 재료 본연의 풍미를 살리는 데 집중하도록 독려하고 있다.

2011년 유전학자 스티븐 존스(Stephen Jones)는 워싱턴에 빵 연구소를 설립해 맛과 향이 풍부한 새로운 곡물을 개발하기 위해 농부, 제분업자, 양조업자, 제빵사를 모았다. 2014년 존스는 새로 개발한 곡물이 일반적인 흰 밀가루 같은 취급을 받아서는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슈퍼마켓 빵을 ‘미국식’ 혹은 ‘가공 처리된 빵’이라고 명명하고 대량 생산된 빵의 정체성이나 영양학적 특성을 구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샌프란시스코(San Francisco)에서는 사워도우 운동(sourdough movement)[2]이 시작되었고 현대식 효모 대신 주변 박테리아와 곰팡이를 효모로 사용하는 전통 발효법을 부활시키자는 목소리가 커졌다.

유명 요리 연구가 줄리아 차일드(Julia Child)는 영국식 흰 빵에서 ‘크리넥스 티슈’ 맛이 난다고 말했다. 우리가 흰색 슬라이스 토스트에 잼과 초콜릿 스프레드, 땅콩버터를 발라 먹는 것은 그 때문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통밀 효모 빵은 다르다. 바삭바삭하고, 껍질은 두꺼우며, 쫄깃쫄깃하고, 풍성하며, 견과 맛과 톡 쏘는 맛 등 복잡한 맛이 난다. 두툼한 빵에 버터만 듬뿍 발라도 훌륭한 점심 식사가 된다.

고대 밀 품종의 부활은 영국의 농학자, 농부, 제분업자 및 제빵사가 새로운 변화를 모색하는 데에 영감을 주고 있다. 이들은 별도의 화학 물질이 필요하지 않은 새로운 밀 품종을 개발해 재배하고, 곡물 본연의 맛과 영양을 그대로 살려 제분하며, 맛있고 건강한 빵을 굽기 위해 연대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장인들은 화학 농법과 슈퍼마켓 빵의 압도적 영향력에 도전하고 있다. 우리의 식습관이 자연과 연결되는 새로운 공급 체계를 구축해 건강한 커뮤니티를 만들기 위해서다.

빵은 가장 기본적인 음식이다. 빵은 우리의 자연환경이자 식탁, 가족의 전통과 종교적 축복이다. 우리가 매일 먹는 빵은 우리의 일상을 구성한다. 빵은 경제다. 생계비를 버는 가장(breadwinner), 곡창 지대(breadbaskets), 최저 생계비(breadlines)를 뜻하는 단어에 모두 빵이 들어가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빵은 정치다. 상류층(upper crust),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인기 영합책(bread and circuses), 이익을 얻기 위한 먹잇감(grist for the mill)을 뜻하는 정치 용어가 모두 빵에서 유래했다. 밀 재배자, 제분업자, 제빵사가 연합해 저항한다면, 빵은 혁명의 다른 이름이 될 수도 있다.

 

농학자 마틴 울프의 혼농림 실험; 현대 화학 농업에 반기를 들다.


1960년대 전후 대중이 풍부한 농산품과 슈퍼마켓의 편리함에 도취되어 있는 동안 영국의 식물 병리학자 마틴 울프(Martin Wolfe)는 보리 곰팡이 연구에 매료되어 있었다. 당시에는 과학이 자연을 지배할 수 있다는 관념이 우세했다. 농학자들은 수확량이 높은 품종을 번식시키고 비료와 살충제 개발에 집중하고 있었다.

울프는 연구 과정에서 자연이 늘 과학을 이긴다는 점을 깨달았다. 아무리 병충해에 강한 품종을 개량한다 해도 병원체는 환경에 빠르게 적응해 식물을 공격했고 더 강한 살균제를 개발해도 병원균은 빠르게 저항력을 키웠다.

울프는 외골수였고 추진력이 강했으며, 거의 집착적이었다. 가족들이 책상에서 연구에 몰두하는 그를 저녁 식사 자리로 끌어내는 게 가장 힘들었다고 불평할 정도였다. 그는 일찍이 비료나 살충제 같은 화학 물질 개발이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사실을 깨우쳤고 건강한 농작물을 재배하기 위해 다른 방법을 모색했다. 서로 다른 저항 유전자를 가진 품종을 번식시키는 실험에서 다양한 품종들을 한꺼번에 심으면 감염률을 현저히 낮출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기도 했다.

1970년대에 울프는 값비싼 외제 살충제 사용을 줄이기 위해 동독의 과학자들과 협업했다. 1980년대 말에는 독일의 거의 모든 봄보리(동독이 서독 양조장에 맥아 보리를 수출해 외화를 벌었기 때문에 중요한 농작물이었다)가 울프가 개발한 농법으로 재배되었다. 하지만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후 동독의 농부들은 다른 서유럽 국가 농부들처럼 보조금과 높은 생산량을 이유로 화학 비료를 사용하게 되었다.
2017년 서퍽의 웨이크린스 혼농림에 서 있는 마틴 울프 박사. ©Anthony Cullen/The Guardian
“저는 항상 조금은 이방인 같은 느낌이었어요.” 울프는 한 인터뷰에서 고백했다. 그는 과학자였고, 처음에는 1980년대에 시작된 유기농 운동에 회의적이었다. 그는 유기농 운동이 시계를 거꾸로 돌리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의 최우선 과제는 미래의 환경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작물 개발이었다. 하지만 그는 연구를 거듭할수록 작물의 저항력에 핵심적인 요소가 품종의 다양성이라는 사실을 확신하게 되었다. 지난 수십 년간 현대 농업이 제초제와 단일 재배로 제거해 버린 바로 그것 말이다. 만약 병원체가 유전적으로 동일한 작물을 공격하면 밭 전체가 말살될 수도 있었다.

울프는 은퇴를 앞두고 혼합 농업에 관한 새로운 아이디어를 실제로 구현해 보기로 했다. 혼농임업(농업과 임업을 혼합한 형태)은 1970년대, 미국의 식물 육종사 필 루터(Phil Rutter)가 던진 근원적인 질문 이후로 자리를 잡았다. 자연 상태에서의 지배적인 구조가 나무, 즉 다년생 식물이라면, 왜 인간은 지난 1만 년간 한해살이 작물을 개발해 왔느냐는 질문이었다. 루터는 개암나무나 밤나무 같은 견과 나무를 심으면 매년 다시 씨를 뿌리지 않더라도 (토양에) 충분한 영양분을 공급할 수 있다고 확신했다. 그의 좌우명은 ‘세상의 미래는 견과류’였다.

1994년 울프는 서퍽(Suffolk)의 웨이크린스(Wakelyns)라 불리는 목초지 두 곳과 천장이 낮은 집 한 채를 샀다. 한때 돼지 농장과 개 사육장으로 사용하던 공간이었다. 그는 개암나무, 버드나무, 견과 나무, 목재용 나무 배치를 정교하게 계획했다. 나무 사이에는 채소, 곡물, 콩과 같은 한해살이 작물을 심었다. 웨이크린스는 혼농림의 실험장으로 구상됐다. 울프의 아들 데이비드(David)가 말하듯 “조금 값비싼 개인의 취미 활동” 수준이었다. 그러나 이런 상황이 오래 지속되지는 않았다. 이곳은 점차 실제 연구의 중심지가 되어 갔다.

처음에 토끼 방지 보호용 플라스틱과 함께 진흙에 심은 묘목들은 가늘고 연약했다. 이곳을 방문한 농부들은 왜 나무를 심어 땅을 낭비하는지 의아해했다. “어떤 실험도 완전히 실패하는 경우는 없죠.” 울프는 이렇게 말하곤 했다. 나무가 자라고 프로젝트가 진행될수록 웨이크린스는 유럽 농림업 우수 사례로 꼽히며 사람들을 끌어모았다. 울프는 수많은 방문객들에게 나무들이 긴 뿌리로 흙 속 깊은 곳에서 영양을 끌어오는 방식과 한해살이 농작물들이 토양 속 곰팡이 조직을 통해 영양을 공급받는 방식을 설명하며 농작물 사이로 걸어 들어갔다. 강렬한 태양 때문인지 그에게 후광이 비치는 것 같았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나무가 작물의 성장을 방해할 것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나무는 오히려 농작물을 지키고 보호합니다.”

2000년에 울프는 특별한 작물을 개발했다. 울프는 식물 재배업자와 유기농 연구 센터(Organic Research Centre) 과학자의 도움으로 영국의 저투입 농법(low-input conditions)에 적합한 20종의 표본 밀을 전달받았다. 표본 중 절반은 단백질과 글루텐을 다량 함유한 품종이었고 나머지는 수확량이 높은 품종이었다. 그는 교차 교배 방법을 통해 총 190개의 새로운 품종을 개발했다. 일반적으로 식물 육종사는 품종을 살펴보고 원하는 특성을 가진 것을 골라 심는다. 그러나 이번에는 모든 품종의 씨앗들을 하나의 농장에 한꺼번에 뿌려서 몇 년 동안 재배하고, 수확하고, 다시 심었다. 울프는 이와 같은 재배 방식을 수확량(yield)과 품질(quality)의 앞 글자를 따서 YQ라고 명명했다.

개를 사육할 때와 마찬가지로, 품종을 선택하면 유전자 풀을 좁히는 결과를 낳는다. 그러나 YQ는 넓은 유전자 풀을 유지했다. 유전적 다양성은 병원균에 대한 내성뿐만 아니라 다양한 환경에서도 생존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YQ의 수확량이 풍년의 고수확량 수준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울프는 강수량이 많거나 건조한 해에도, 단일 품종 농장을 완전히 쓸어버릴 질병이 발생한 해를 거치면서도 YQ의 생산량이 설득력 있는 수준으로 일정하다는 것을 보여 주었다.

울프는 YQ 방법으로 재배한 밀을 헛간에 있던 작은 전기 분쇄기로 직접 분쇄했다. 그의 아내 앤(Ann)은 그 밀가루로 케이크와 과자를 만들었고, 사람들은 풍부한 견과 맛을 좋아했다. 하지만 울프는 YQ 밀가루를 빵으로 만들어 줄 전문 제빵사를 찾지 못하고 있었다.

 

제빵 장인 킴 벨의 곡물 본연의 맛을 찾기 위한 도전; 지역적 특색이 있는 유기농 밀가루를 찾아 떠나다.


2018년 BBC 식품농업상(Food and Farming award)을 수상한 영국의 신예 제빵 장인 킴 벨(Kim Bell)을 만나기 위해 지난해 2월 노팅엄(Nottingham)으로 향했다. 나는 빵집에서 마무리 청소를 하고 있는 벨을 만날 수 있었다. 천으로 된 반다나(bandana)로 머리를 묶은 에너지 넘치는 그녀는 오븐 청소를 끝내자마자 밀가루 묻은 손으로 집에서 만든 루바브 케피르(kefir, 우유를 발효한 음료)를 건넸다. 열정과 피로가 뒤섞인 전형적인 제빵사의 모습이었다. 마침내 자리에 앉은 그녀에게 나는 말했다. “언젠가는 청소해 줄 사람을 두고 일할 수 있을 거예요!” 벨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허드렛일을 하기 위해 들어오는 사람은 여기 없어요. 모든 일은 스스로 알아서 하죠.” 그녀의 설명에 따르면 이런 방침은 의도된 것이다. 자율성과 책임을 독려하기 위한 하나의 정책인 것이다. 그녀는 모든 제빵사가 자신의 에너지와 시간, 뜨거운 물까지 모든 자원을 소중하게 여기기를 바랐다.

나는 그녀가 만든 둥근 계피 빵을 먹었다. 끈적끈적하고 부드러우면서 바삭했다. 밤나무 꿀의 달콤함과 자연 발효가 만들어 낸 독특한 풍미를 한입 가득 느낄 수 있었다. 베어 물 때마다 다른 맛이 났다.

벨은 미술 학교에 다녔지만 예술가가 되고 싶지 않았다. 대신 몇 년간 아버지와 함께 주유소 상가에 카페나 작은 가게를 유치하는 일을 했다. 사업은 어느 정도 성공을 거뒀으나 벨은 대중을 상대로 하는 소매 시장이 앞으로는 암울해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벨은 항상 수십 개의 다양한 프로젝트를 동시에 진행했고 많은 동료들을 거느리고 있는 사람이었다. 그녀는 요리를 하고, 친구의 술집을 방문하고, 결혼식에서 음식을 준비하거나, 여성 연구소(Women’s Institute)[3]에서 주최하는 마켓에 참여해 빵을 구웠다. 어느 순간, 그녀는 친구를 도와 카페를 개업하는 일을 하고 있었다.

그녀는 마이클 폴란과 댄 바버의 이야기를 읽으며 지속 가능한 농업과 맛을 연결하는 미국의 식품 운동을 알게 되었다. 그녀는 영국 사워도우 운동의 대부인 앤드류 휘틀리(Andrew Whitley)의 강연에서 많은 영감을 얻었다. 그는 1976년 영국 컴브리아(Cumbria) 멜머비(Melmerby) 마을에서 영국 최초로 유기농 빵집을 열었던 사람이었다. “앤드류는 자연에서 온 효모를 쓰고, 우리가 사용하는 효모와 곡물이 어디서 왔는지 이해하는 것이 빵 혁명의 시작이라는 아이디어를 강조하고 있었어요.”

벨은 아주 좋은 제빵사다. 그리고 정치적인 제빵사이기도 하다. 토양의 고갈과 질병, 사회 정의에 눈을 뜬 그녀는 큰 충격에 휩싸였다. “이 모든 것이 나를 위한 것이었죠. 우리의 음식 시스템에는 문제가 있고 우리는 문제를 고쳐야 해요.”

생각이 모였고, 일은 시작되었다. 노팅엄에서는 예술가들의 협동조합을 유치하기 위해 작은 카페가 생겨났다. 2014년 벨은 자신이 공간과 오븐을 갖추고 있다는 사실에 생각이 미쳤다. 빵집을 여는 것이 식품 시스템의 오류와 슈퍼마켓 빵에 도전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으로 보였다. 비닐봉지에 든 슈퍼마켓 빵에 맞서는 사워도우의 도전장이었다.

“어느 날 팡파르도 없이 문을 열었죠.” 벨은 회상했다. “주변에 알리지 않았어요. 간판도 없었죠. 하루 종일 손님이 한 사람만 온 날도 있었어요. 게다가 그 한 명의 손님이 글루텐 과민증이었죠.” 벨은 정식 제빵 교육을 받지 않았다. 그녀는 대부분의 신진 장인 제빵사들과 비슷한 방식으로 일했다. 바로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타르틴 베이커리(Tartine Bakery)를 모방하는 것이다. 타르틴은 인스타그램에서 커다란 구멍이 가득한 유명한 크럼(crumb, 빵의 내부 질감)으로 유명하고, 바삭바삭한 빵 껍질로 높은 평가를 받는 베이커리다.

“당신은 밀가루를 안정적인 재료라고 생각할 거예요.” 벨은 내게 여러 종류의 밀가루가 든 봉투를 열어 건네며 만져 보고 맛보게 했다. “하지만 제대로 만들어진 밀가루는 살아 움직이죠.” 나는 밀가루가 얼마나 잘 뭉쳐지는지 보기 위해 손바닥으로 밀가루를 쥐어 보았다. 이는 수분의 함량을 측정하는 방법이다. 내가 별생각 없이 써왔던 밀가루는 창고에 얼마나 두어도 괜찮은지 확인할 수 없는 무기력한 가루에 불과했다. 그러나 오일과 미생물이 들어 있는 통곡물 밀가루는 썩기 전 몇 달 동안만 먹을 수 있다.

벨은 더 좋은 밀가루로 더 맛있는 빵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영국 제빵업의 선구자다. 맛의 일부는 다양한 종류의 곡물에서 나온다. 스펠트 밀(spelt, 널리 재배하지 않지만 건강한 재료로 알려져 있다), 외알 밀(einkorn, 예전에는 사료로 사용했지만 지금은 거의 재배하지 않는다), 엠머 밀(emmer, 주로 사료와 아침 시리얼로 사용한다) 같은 현대 품종의 조상 격인 밀과 호밀, 메밀, 보리, 귀리 같은 곡물들을 사용한다. 밀가루 반죽과 효모균에서 나오는 천연 발효 효모에서 젖산의 톡 쏘는 맛을 얻기도 한다.

벨은 처음 빵집을 시작했을 때 영국의 고급 제분 업체인 시프턴 제분(Shipton Mill)에서 유기농 밀가루를 공급받았다. 그러나 그녀는 자신이 쓰는 밀가루가 어디에서 왔고 어떻게 재배되는지 더 깊이 이해하고 싶었다. 빵집의 사명과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지역에서 재료를 찾고 싶었다. 그녀는 곧 40마일(64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제분소에서 유기농 밀가루를 만드는 사람을 찾을 수 있었다.

 

제분업자 폴 와이먼(Paul Wyman)의 공업화된 밀가루에 대한 반격; 풍차를 이용한 제분 방식으로 밀가루의 맛과 영양을 살리다.


재계에서 수년간 일한 폴 와이먼과 그의 아내 파리(Fari)는 14년 전 거의 즉흥적으로 턱스퍼드(Tuxford) 지역의 개조된 풍차를 구입했다. 사용법을 배우는 일은 쉽지 않았다. 와이먼은 ‘제분 밀’과 동물들에게 적합한 ‘사료용 밀’의 차이를 어렵게 알아내야 했고(이 둘은 단백질 함량이 서로 다르며 제빵사들은 빵 속에 더 많은 구멍이 생기는 질감을 위해 단백질 함량이 높은 밀가루를 주로 사용한다), 기계적인 문제와 갑작스러운 돌풍도 겪었다. 그는 말한다. “오래 걸리긴 했지만, 저는 꽤 훌륭한 제분업자가 되었어요.”

와이먼의 아내는 주방을 맡아 직접 제분한 밀가루로 케이크와 스콘을 만들어 팔면서 각 밀가루가 내는 맛이 어떻게 다른지를 보여 주었다. 나도 그가 생산한 턱스퍼드 골드(Tuxford Gold) 두 봉지를 사서 파스타부터 과자까지 밀가루로 만들 수 있는 모든 음식을 만들어 봤다. 품질 차이는 명확했다. 확실히 더 풍부하고, 더 복합적이며, 더 흥미로운 맛이 났다.

풍차를 움직이는 구조적인 특징에는 특별한 무언가가 있다. 커다란 풍차 날개는 큰 돛대를 단 배처럼 우아하고 힘차게 돌았다. 철로 만든 물렛가락이 돌 때 축과 체인, 도르래와 나무 톱니 기어가 부딪치고 쿵쾅대며 두 개의 무거운 맷돌 중심을 통과한다. 수천 년 동안 인류가 밀을 제분해 온 방식이다.

곡식을 원형의 맷돌 가운데 구멍에 붓는다. 윗돌은 매끈하고, 아랫돌에는 홈이 파여 있다. 이 홈은 밀이 제분되어 돌 바깥쪽으로 밀리게 하는 좁은 통로이고, 고운 밀가루가 가장자리를 덮을 때까지 각 곡물을 2만 번에서 3만 번 정도 빻는다. 이런 제분 방식은 기술이 구현하는 예술과도 같다. 낮은 온도에서 제분하면 미생물과 밀 껍질이 100퍼센트 포함된 통곡물이 되고 이 밀가루를 다양한 각도로, 다양한 크기의 체에 걸러 낸다. 밀가루에 상당한 양의 밀 껍질이 포함되어 있을 때를 미들링(middlings, 밀의 제분 과정에서 생기는 부산물로 입자가 가는 밀기울, 말분, 밀의 씨눈, 밀가루가 섞여 있는 상태)이라고 한다. 이 이름은 ‘특별히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상태(fair to middling)’에서 따왔다고 한다. 완전히 흰 밀가루로 추출하면 전체 곡물의 3분의 1 이상이 버려진다.

워싱턴(Washington) 빵 연구소(Bread Lab)의 스티븐 존스는 통곡물이 곡물의 필수 영양소를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 알의 곡식에는 8퍼센트의 섬유질이 있는데, 흰 밀가루에는 없어요. 곡식 1킬로그램당 35~100밀리그램의 철이 있지만, 흰 밀가루는 0에 가깝습니다.” 밀 껍질은 보통 동물 사료용이나 화분 분재용으로 싸게 팔린다.

존스는 세계 각국의 제빵사, 재배자, 제분업자들을 모아 매년 ‘곡물을 위한 모임(Grain Gathering)’을 개최한다. 존스는 제빵사, 맥주 양조업자, 농부와 소비자의 다양한 요구에 맞추기 위해 새로운 밀과 다양한 곡물들을 개발하는 세계적인 리더다. 최근 빵 연구소는 부드럽고 달콤한 미국 빵을 먹고 자란 소비자들을 사로잡기 위해 새로운 슬라이스 빵을 개발해 출시했다.

킴 벨은 이 심포지엄에서 존스를 여러 번 만났다. 지난 2년 동안 그녀는 영국판 곡물을 위한 모임이라고 할 수 있는 ‘곡물 연구소’를 주최했다. 14개국에서 온 150명의 농부, 제분업자, 제빵사들과 함께 마케팅, 운송 등의 비용 문제를 이틀간 논의하는 행사다.

슈퍼마켓 빵 한 덩이의 가격은 약 1파운드(1500원)이고 장인의 빵집에서 만든 빵은 서너 배 정도 더 비싸다. 가격 문제로 사워도우는 엘리트나 중산층의 전유물이 되었다. 슈퍼마켓 빵의 수익은 아주 적어서 큰 빵집은 규모의 경제를 이용해 빵을 만든다. 작은 빵집들은 높은 임대료와 인건비, 값비싼 유기농 재료, 그리고 많은 시간이 걸리는 공정과 씨름해야 한다. 제빵사들은 자신이 만든 빵의 가치를 높은 포만감(두툼한 한 조각이 당신을 아주 행복하게 한다)과 적은 양의 쓰레기로 보여 준다. 반면, 슈퍼마켓 빵은 너무 저평가되어 있어서 거의 절반은 버려진다. 우리는 농식품 산업이 아닌, 납세자들에 의해 탄생한 공업화된 식품의 실제 비용을 점점 이해하기 시작했다. 2017년 지속 가능한 식품 신탁(Sustainable Food Trust)의 연구에 따르면 비만과 당뇨병 등 건강을 위한 비용, 환경 정화와 보조금을 감안했을 때 우리가 구입하는 음식의 실제 비용은 매장 가격의 두 배다.

벨과 동료들은 새로운 종류의 곡물 경제 구조를 만들기 위해 지역의 공급망을 통합하는 노력을 하고 있다. 그들의 노력은 경제적 이익보다 심리적 이익이라는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벨이 만들어 내고 있는 새로운 연결 고리들은 개인적인 차원인 경우가 많고, 예상하지 못했던 방향으로 진전되기도 한다(예를 들면, 농부들이 직접 키운 곡물로 만든 빵을 처음으로 맛볼 때의 반응과 같은 것들이다). 벨에게는 이렇게 형성되는 관계의 질이 빵을 만드는 원료의 질만큼 중요하다.

 

마틴 울프가 개발한 YQ 밀가루, 제빵 장인 킴 벨을 만나 건강한 빵으로 탄생하다.


3년 전 어느 날, 유기농 운동가인 조시아 멜드럼(Josiah Meldrum)이 YQ 밀가루 한 봉지를 들고 벨의 빵집에 들어섰다. 그는 영국산 콩류를 취급하는 노퍽(Norfolk)의 호드메도드(Hodmedod’s)의 공동 창업자이자 마틴 울프의 절친한 친구로, 제빵사들이 YQ에 관심을 가지도록 울프를 열심히 도왔다. 멜드럼은 벨에게 YQ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빵을 구워 볼 것을 제안했고 YQ는 상대적으로 단백질 함량이 낮다고 사과하듯 설명했다. 대부분의 제빵사들은 머뭇거렸겠지만 벨은 알맞게 구워진 견과류의 풍미에 끌렸다.

처음 거친 식감의 딱딱한 빵을 만들려고 했을 때에는 반죽이 질척거려 형태를 제대로 만들 수 없었다. 벨은 효모 비율을 수정했고, 수분 함량은 높이고 온도를 낮춰 부드럽게 섞지 않고 강하게 혼합해 보았다. “시도와 실패의 반복이었죠.” 그녀는 밀 고유의 풍미를 끌어내고 싶었다. 마침내 그녀는 어두운 황색 껍질에 속살이 말랑하고 폭신한 둥근 빵을 만들었고, 웨이크린스의 울프에게 보여 줄 수 있었다.

“울프가 좀 유명하잖아요.” 벨은 조금 긴장했다. 둘은 거의 하루 종일 대화를 나눴다. “울프는 기뻐했어요. 20년 동안 이 프로젝트를 해왔고 과학자들도 흥미로워했지만 YQ 밀가루로 빵을 굽는 제빵사는 구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대요.” 벨과 울프는 각자의 방정식에서 비어 있었던 나머지 절반을 채울 수 있었다. 벨에게 YQ 밀은 “다양화와 탈중앙화, 종자라는 근원으로 돌아가는 일 등 제빵에 대해 생각해 온 모든 것”을 상징했다.

20세기 초부터 상업적으로 판매되는 종자는 품종에 따라 법적으로 등록해야 했다. 이를 통해 구매자들은 보호받을 수 있었고 시간과 돈을 들인 개발자들은 품종에 대한 특허 사용료를 받을 수 있었다. 그래서 종자와 식물 품종은 균일성과 안정성 기준을 따라야 했다. 그러나 YQ는 유전적으로 수천 가지의 다른 밀 품종을 말한다. ‘개체군’으로 알려져 있어 유럽에서 법적으로 등록하거나 거래할 수 없었다.
노팅엄셔의 턱스포드 풍차와 찻집.
벨이 YQ에 푹 빠진 것은 울프가 거의 15년간 연구를 지속했던 시점이다.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의 일부 농학자들처럼 미국은 계속해서 개체군을 발전시키고 있었지만 YQ는 여전히 검증되지 않은 새로운 작물에 불과했다. 2007년에서 2013년, YQ를 유럽 전역으로 배포해 다른 기후에서 어떻게 성장하는지 파악하는 실험이 진행됐다. 그 결과, 다양한 기후 조건과 다른 종류의 토양에서도 YQ의 산출량은 놀랄 만큼 안정적이었다.

울프는 유럽 연합(EU) 규정에 YQ를 판매할 수 있도록 하는 예외 조항을 추가하기 위해 브뤼셀(Brussels)과 웨스트민스터(Westminster)를 오갔다. 2014년, 그는 성공했고, 2017년 7월부터 YQ는 공식적으로 ORC 웨이크린스 개체군(ORC Wakelyns Population)으로 불리며 유럽에서 판매되기 시작했다.

벨은 그녀의 빵집인 스몰 푸드 베이커리(Small Food Bakery)에서 YQ 밀가루를 사용하고 싶었다. 그러려면 재배할 수 있는 농부가 필요했다. 그녀는 턱스포드 제분소(Tuxford Mill)의 폴 와이먼에게 자문을 구했다. 와이먼은 에이원(A1)에서 40분 거리에 있는 링컨셔(Lincolnshire)에 가족 농장이 있는 존(John)과 가이 터너(Guy Turner)로부터 유기농 밀을 공급받고 있었다. 폴 와이먼은 그들에게 전화해 보자고 제안했다.

터너 형제(Turner brothers)는 100헥타르(250에이커) 규모의 그랜지 농장(Grange Farm)을 4대째 운영하고 있는 농민이었다. 그들은 수십 년간 인근에서 소규모 농장을 운영하는 농민들이 경영난을 겪다가 농장을 팔아넘기는 것을 지켜봐 왔다. 2001년 그들은 유기농을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30여 년 동안, 한마디로 말하면 겨우 버텼어요.” 존은 말했다. 그들이 폴 와이먼에게 직접 재배한 밀을 보내기 시작한 시점은 몇 톤가량의 남는 곡식을 팔 방법을 모색하고 있을 때였다. 벨이 YQ 재배에 관심이 있냐고 묻자, 터너 형제는 답했다. “좋아요. 안 할 이유가 있나요?”

“겨울을 나는 동안, 우리는 어떻게 될지 전혀 확신할 수 없었죠.” 가이가 말했다. “처음에는 매우 가늘고 빈약한 작물이었어요. 하지만 봄이 되고 날씨가 따뜻해지자, 완전히 달라지더군요. 들판 가장자리에 앉아 작물들이 자라는 것을 구경할 수 있었을 정도였어요.”

“실제로 이 광경을 보기 전까지는 다양성의 진가를 모를 겁니다.” 존이 말했다. 높이가 4피트인 것과 2피트인 것, 수염털이 있는 것과 없는 것, 뾰족하고 가는 수염이나 네모난 머리를 달고 있는 것, 건장하고 튼튼한 녀석과 날씬한 녀석도 있었다. 2018년 여름은 매우 건조했고 곡식을 재배하기 좋지 않은 해였지만, YQ 수확량은 이 지역에서 관습적으로 재배되던 기존 농작물의 수확량을 능가했다.

벨은 YQ를 제빵에 사용해 보라고 다른 제빵사들을 설득했고, 그녀의 곡물 연구소(Grain Lab)에서 YQ로 베이킹 시연을 했다. 선로 건축물 아래 부지에서 밀가루를 직접 제분하는 런던 필즈(London Fields) E5 베이커리(E5 Bakery)의 벤 맥키넌(Ben Mackinnon)이 4톤을 가져가겠다고 했다. 그는 웨이크린스 근처 농장에서 자라 울프를 알고 있었다(그는 한 달간 울프를 도와 감자를 캔 적도 있었다). 터너는 기뻤지만 런던으로 곡식을 운반하는 문제가 남았다. 터너는 자신의 사륜구동 자동차에 트레일러를 연결해 직접 운송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그는 좁은 골목에서 길을 잃었다. “벽촌에서 온 촌놈처럼 느껴졌어요.” 그가 웃으며 말했다. 하지만 나는 그를 지난 150년간 아무도 하지 않았던 일을 한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바로 제분할 곡식을 런던 중심부로 직접 운반하는 농부 말이다.

지난해 4월 E5를 방문했을 때, 제빵사들은 터너 형제의 YQ를 거의 다 써서 에섹스(Essex)의 다른 농부로부터 YQ를 공급받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소문은 자자해졌고 YQ의 이야기와 그 맛에 제빵 장인들은 흥분했다. 2018년산 YQ는 품절되었다.

 

건강한 빵을 만들기 위한 각 분야 전문가들의 도전은 계속되고 있다. 식생활과 자연의 연결 고리를 되찾는 노력은 식탁을 넘어 지역 사회를 건강하게 만든다.


2019년 3월 마틴 울프는 짧게 병을 앓다가 세상을 떠났다. 우리는 그동안 연락을 하고 있었고 그는 나를 농장에 초대했었다. 울프가 사망한 지 2주 후 그의 아들 데이비드와 조시아 멜드럼이 웨이크린스에서 친절하게 나를 맞았다. 찬바람이 불며 태양이 밝게 빛나는 어느 봄날이었다.

그들은 나에게 마틴의 사무실을 보여 주었다. 흩어져 있는 서류들, 흰 곰팡이가 핀 미끄러운 보릿잎들, 바닥에 널브러진 전선들, 전기톱의 부품들, 창고와 헛간에는 트랙터, 수확기와 실험용으로 개조한 온갖 종류의 엄청나게 복잡한 기계들이 있었다. “리베나(Ribena, 주스 브랜드) 병으로는 특별히 할 수 있는 게 없을 것 같은데요.” 데이비드가 막대기에 붙어 있는 플라스틱 병을 가리키며 웃었다. “모든 물건이 노끈으로 묶여 있네요.” 멜드럼이 거들었다. “마틴은 제대로 된 장비가 없어 아이디어를 포기하는 일은 결코 없었어요.”

그리고 나무가 늘어선 길 사이로 클로버와 YQ의 녹색 풀잎들이 있었다. 나무들은 녹색과 흰색과 분홍색 꽃, 40종의 사과, 다양한 배, 자두로 알록달록했다. 진흙에는 문착(muntjac) 사슴과 산토끼 발자국이 있었고 개암나무에서 노래하는 개똥지빠귀도 있었다.

우리는 나무들도 막을 수 없을 만큼 세찬 바람을 맞으며 울타리를 지나 도로로 나왔다. 눈앞에는 40헥타르의 밀밭이 당구대처럼 고르고 푸르게 펼쳐져 있었다. 웨이크린스 농경지의 다채로운 아름다움과 전통적으로 경작된 밭의 풍경이 극명한 대조를 보였다.

우리는 다양성, 그리고 식물, 동물과 우리가 공존하는 자연의 복잡한 시스템이 생장에 미치는 중요성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마틴 울프는 한 인터뷰에서 작물의 가치를 평가할 때 단지 가격이 아니라 그 작물이 토양과 탄소 포집에 미치는 영향, ‘분위기, 아름다움, 공동체’에 미치는 영향들을 모두 계산해야 한다고 주장한 적이 있다. YQ의 이야기는 토양 건강부터 곡물 저항성, 영양가 있는 밀가루, 맛있는 빵의 서사와 함께 지역을 풍요롭게 하는 식품 네트워크를 만들어 가는 사람들의 모습도 담고 있다.

“아버지는 항상 말도 안 되는 생각들로 가득 차 있었어요.” 마틴의 아들이 말했다. 우리는 풀이 무성한 초원 끝까지 걸어갔다. 그의 아내 앤의 무덤은 수선화들 사이에 소박한 돌멩이 하나로 찾을 수 있다. 4월, 마틴은 그녀의 옆에 잠들었다.

마틴의 로비 활동 결과, YQ 밀은 2021년부터 EU의 법적인 거래 대상이 된다. 벨은 마틴을 회상하며 이렇게 말했다. “마틴은 저에게 용기를 주었어요. 작년에 그가 말했죠. ‘킴, 일이 벌어지고 있어. 내 인생에서 처음 보는 일이야. 곧 이뤄질 거야. 상황이 달라지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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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영국의 제빵공업연구소가 고안한 기계적 반죽에 의한 제빵법. 1차 발효를 생략하고 산화제와 기계의 힘으로 반죽부터 굽기까지 초고속으로 진행한다. 공정 시간이 단축되는 반면, 빵의 풍미가 저하되는 단점이 있다.
《촐리우드 제빵법》, 네이버 지식백과
[2]
2000년대 이후 친환경, 건강식 빵에 대한 시장의 요구가 커지자 일부 샌프란시스코 빵집 중심으로 골든 러시 시대의 사워도우를 부활시키자는 움직임이 시작됐다.
[3]
영국, 캐나다, 남아프리카 및 뉴질랜드 여성을 위한 커뮤니티 기반 조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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