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시대의 리더를 소개합니다
1화

새로운 시대의 리더들

2020년대의 CEO에게 필요한 것

자료만으로 판단하면, 지금은 경영인의 황금기다. CEO들은 엄청난 권력을 누리고 있다. 미국 최대의 상장사들을 이끄는 500명은 2600만 명의 직원들을 거느리고 있다. 이익은 솟구치고 경제는 힘차게 움직인다. 급여는 환상적이다. CEO들은 평균적으로 1년에 1300만 달러(153억 5560만 원)를 챙긴다. 알파벳(Alphabet)의 순다르 피차이(Sundar Pichai)는 2023년까지 최대 2억 4600만 달러(2905억 7520만 원)에 달하는 연봉 계약을 체결했다. 리스크는 견딜 만하다. CEO가 해임되거나 은퇴할 확률은 10퍼센트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CEO들은 때로 형편없는 성적을 내기도 한다. IBM에서 8년 동안 자리를 지켜 온 지니 로메티(Ginni Rometty) 회장은 오는 4월에 사임할 예정이다. 8년간 빅 블루(Big Blue, IBM의 별칭)의 주가는 미국 증시에 비해 202퍼센트나 뒤처졌다. 애덤 노이먼(Adam Neumann)은 지난해 위워크(WeWork)에서 쫓겨나기 전에 개인 제트기에서 마약을 하면서 회삿돈 40억 달러(4조 7160억 원)를 날렸다. CEO 일의 유일한 단점은 수많은 회의다. 일반적인 CEO들의 업무 시간에서 회의가 차지하는 비중은 3분의 2에 달한다.

그런데도 CEO들은 일이 더 힘들어졌다고 말한다. 대부분이 “디스럽션(disruption)”을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경쟁이 더욱 치열해졌다는 의미의 신조어다. 하지만 이 단어는 몇 년 전부터 회자돼 왔다. 사실 데이터에 따르면, 미국 경제가 경직될수록 거대 기업들은 더 오랫동안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뭔가 달라졌다는 기업 수장들의 생각은 사실이다. 이 직위의 특성이 크게 변하고 있는 것이다. CEO들은 특히 방대한 사업 영역을 통제하는 것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게다가 기업들이 어디에서, 어떤 이유로 운영되어야 하는가 하는 질문에 대한 답은 끊임없이 변하고 있다. 이런 변화는 비즈니스에, 그리고 기업 내부에서 경쟁의 사다리를 오르려는 사람들에게 큰 영향을 미친다.

경영만큼 주술적인 분석에 의존하는 분야는 거의 없다. 관련 연구들은 리더의 자질이 미국 기업의 수익 가운데 약 15퍼센트를 좌우한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다. 하지만 이사회와 헤드헌터들은 과연 누가 일을 잘해 낼 수 있을지를 파악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2화 참조) 이사회와 헤드헌터의 보수적인 결정은 그런 이유에서 나오는 것 같다. CEO의 약 80퍼센트는 내부 출신이며, 절반 이상이 엔지니어 또는 MBA 출신이다. 서서히 바뀌고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대부분은 백인 남성들이다.

이 소수의 엘리트들은 기업을 통제하는 방법을 시작으로 다양한 영역에서 커다란 변화를 마주하고 있다. 1920년대에 알프레드 슬론(Alfred Sloan)이 제너럴모터스(GM)를 뒤흔들어 놓은 이후로, CEO들이 행사하는 주요 권력은 자본 배분(capital allocation)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방식을 통해 실물 투자를 통제하는 것이었다. 기업과 CEO는 자산, 직원, 제품, 독점 정보에 대한 명확한 관할권을 갖고 있었다. 1981년부터 2001년까지 제너럴 일렉트릭(GE)을 이끌었던 “중성자탄(Neutron)”[1] 잭 웰치(Jack Welch)를 생각해 보라. 그는 공장을 새로 짓거나 폐쇄하고, 각 분야를 인수하거나 매각하면서, 자본의 흐름을 무자비하게 통제했다.

그러나 현재 S&P 500 지수에 포함되는 미국 대기업의 32퍼센트는 실물 자산보다는 무형 자산에 더 많이 투자하고 있다. S&P 500 기업의 시가 총액 61퍼센트는 연구 개발(R&D)이나 네트워크 효과와 관계가 있는 고객, 브랜드, 데이터와 같은 무형 자산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CEO가 승인한 투자와 결과 사이의 인과 관계는 예측 불가능하고 또 모호하다.

한편 기업이나 CEO의 권한에 대한 경계는 흐릿해지고 있다. 4백만 명에 달하는 우버(Uber) 기사들은 우버의 노동자가 아니며, 애플(Apple)에 부품을 공급하는 수백만 명의 노동자들도 애플의 직원이 아니다. 그러나 이들은 우버나 애플의 임무를 완수하는 데에 필수적인 존재들이다. 거대 기업들은 작년 한 해 동안 소수의 강력한 기업들이 제공하는 클라우드 서비스에 320억 달러(37조 7984억 원)의 비용을 지출했다. 공장과 사무실에 설치된 수십억 개의 센서들은 공급업체와 고객들에게 민감한 정보들을 쏟아 내고 있다. 중간 관리자들은 소셜 미디어를 통해 비즈니스 관련 대화를 나눈다.

CEO의 권한이 재정의되는 가운데 변화는 기업이 운영되는 영역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기업의 수장들은 오랫동안 “글로벌화”를 금과옥조로 여겨 왔다. 하지만 지난 10년 동안 다국적 투자의 수익성이 줄어들면서 자본 이익률은 7퍼센트에 그쳤다. 무역 갈등으로 CEO들은 해외 시설을 본국으로 다시 불러들이거나 공급망을 새로 설계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대부분의 CEO들은 이제 막 이런 문제를 고심하기 시작했다.

가장 최근에는 기업의 목적에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기업은 소유주의 이익을 위해서 운영되어야 한다는 것이 정설이었다. 하지만 위로부터의 압박이 시작되고 있다. 버니 샌더스(Bernie Sanders)나 엘리자베스 워런(Elizabeth Warren)과 같은 정치인들은 CEO가 직원, 공급업체, 고객을 더 신경 써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아래로부터의 압박도 있다. 고객들은 물론 젊은 노동자들까지 사회적인 문제에 대한 기업의 분명한 태도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알파벳은 직원들의 잇따른 시위에 직면하고 있다.

CEO들은 여러 가지를 실험하고 있지만, 결과는 실망스럽다. 넷플릭스의 리드 헤이스팅스(Reed Hastings)는 급진적인 자율권을 설파하고 있다. 넷플릭스에서는 직원들이 지출을 결정하고 공식적인 업무 평가도 하지 않는데, 대부분의 기업들이 따라 했다가는 대혼란에 빠질 아이디어다. 1980년대 유명인들의 독특한 방식을 되살려서 권위를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개중에는 효과가 있는 경우도 있다. 사티아 나델라(Satya Nadella)는 “공감의 리더십”을 활용해서 마이크로소프트를 재건하고 있다. 이런 방법을 쓰는 대다수는 효과를 거두지 못한다. 사실상 위워크의 파티 담당 임원이었던 애덤 노이먼의 재임은 파국으로 끝났다. 제너럴 일렉트릭(GE)의 전 회장인 제프 이멜트(Jeff Immelt)는 회사의 현금 유동성이 36퍼센트 추락하는 동안 자신을 제트기를 타고 다니는 스타로 포장하며 “성공 신화”를 꾸며 냈다고 비판받는다.

활발한 사회 참여를 과시하고 싶어 하는 기업 대표들은 공개적으로 임신 중절이나 총기 규제와 같은 사안들에 대해 입장을 밝힌다. 문제는 위선이다. 골드만삭스의 대표는 “모두를 위한 경제 성장을 가속화”하기를 원했지만, 말레이시아의 국영 투자 기업 1MDB 부패 스캔들에 가담한 혐의로 거액의 벌금을 물어야 할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 지난 8월, 미국 내 181명의 CEO들은 주주뿐 아니라 직원, 공급업체, 지역 사회, 그리고 고객을 위해 봉사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약속은 장기간의 경기 팽창 기간에 나왔다. 앞으로도 지켜지지는 않을 것이다. 경제가 요동치면 기업들은 사업을 축소하고 노동자들을 구조 조정해야 한다. 약속의 대가가 없을 것처럼 구는 일은 어리석다. 노동자의 임금을 올리고 공급업체 지급 비용을 늘린다는 것은 기업 입장에서는 수익이 줄어들고 고객 입장에서는 가격이 인상된다는 의미다.

 

현대의 CEO 모델


그렇다면 2020년대의 기업 대표가 되기 위해서는 무엇을 갖추어야 하는가? 기업들마다 다르기는 하지만, CEO를 임명하는 사람들, CEO가 되고자 하는 사람들은 몇 가지 특성을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 무형 자산을 배분하는 까다롭고 창의적인 협업의 게임에 통달해야 하는 것은 필수적이다. CEO는 기업과 거래 당사자들 사이에 오가는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익을 얻는 이들과 리스크를 부담하는 이들에게 재분배해야 한다. 500개의 수치화된 항목을 모니터하고 있는 아마존처럼 이미 앞서가는 기업들도 있지만, 대부분의 CEO들은 아직도 한밤중까지 이메일 수신함을 확인하는 일에 매여 있다. 마지막으로, 리더라면 기업이 소유주들의 장기적인 이익을 위해서 운영되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노심초사하며 근시안적이 되어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합리적인 사업이라면 기후 변화로 인한 리스크에 대비해야 한다. 예상 밖의 변수로 인해 임무를 변경해야 하는 상황을 피해야 한다는 뜻이다. 2020년대의 CEO들은 회사를 경영하는 일만으로도 충분히 바쁠 것이다. 그러니 세상을 경영해야 한다는 생각은 잊어버려라. 혹시 회의를 위해 4만 피트 상공을 이동하던 중에 대마초를 피울 짬이 나더라도, 발각되지 않아야 한다.
[1]
잭 웰치는 ‘고쳐라, 매각하라, 아니면 폐쇄하라’는 경영 전략을 통해 10만 명 이상의 직원을 해고해  ‘중성자탄 잭(Neutron Jack)’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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