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시대의 리더를 소개합니다
2화

리더를 발굴하는 방법

헤드헌터의 시대

마티유(Matthieu·가명)는 지난해 몇 달 동안 금융계에서 가장 중요한 일을 했다. 전 세계 1만 1000개 은행들이 소유한 국제 결제 통신 서비스인 스위프트(SWIFT)가 새로운 수장을 찾고 있었다. 전 세계 외환 거래량의 5분의 4를 처리하는 CLS은행도 마찬가지였다. 두 곳 모두 마티유의 회사에 새로운 리더를 찾아 달라고 의뢰했다. 그는 상황을 잘 알고 있었다. 당시 이코노미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마티유는 두 기관이 돈의 손길이 닿는 “모든 것에 영향을 주는 조직”이라고 말했다. 맨해튼의 한 호텔 바에서 만난 그의 목소리는 실내에 흐르는 잔잔한 음악보다 높지는 않았지만, 그의 자부심은 중저음으로 울리고 있었다.

마티유의 회사는 일을 마무리 지었다. 스위프트에서 미국 부문을 이끌던 하비에르 페레즈-타소(Javier Pérez-Tasso)가 지난 7월 CEO 자리에 취임했다. 유럽중앙은행(ECB)에서 근무하던 마크 베일 드 제시(Marc Bayle de Jessé)는 지난 12월 CLS의 CEO가 되었다. 이 두 건의 채용은 임원들을 발굴하는 기업이 가진 중개의 힘을 보여 주고 있다. 업계의 선두 기업들은 그 어느 때보다도 분주하다. 2019년 미국 내 상장 기업 3600곳 가운데 311곳의 대표가 물러났다. 역대 가장 많은 기록이다. 그리고 누군가는 대체자를 찾는 일을 해야 한다.
전도유망/전 세계 경영진 스카우팅 및 리더십 컨설팅 업계의 매출액 추이, 단위: 10억 달러/자료: AESC.
마티유의 회사를 포함한 스카우팅 업계는 전반적으로 비밀스럽고 규모를 정확하게 계산하기도 어렵다. 관련 단체인 경영인 스카우팅 컨설팅 협회(AESC)의 추산에 의하면 이 업종은 지난 30년간 강력한 성장세를 누려 왔다. 예외가 있다면 닷컴 버블이 있었던 2000년과 금융 위기를 겪었던 2007~2009년 이후의 침체뿐이다.(표1 참조) AESC는 전 세계 경영인 스카우팅 업종의 매출이 2018년에 12퍼센트 성장했으며, 많은 기업들이 2019년에 가장 좋은 실적을 낸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정확한 수치는 분석 중이다.)

현재는 전 세계에서 가장 막강한 힘을 가진 기관들의 상당수를 이끌 사람을 결정하는 문제에서 스카우팅 업계의 대기업들이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다. 업계 최고의 기업들은 그에 상응하는 보수를 챙긴다고 의뢰인들은 말한다. 하지만 업계는 점점 커지는 검증의 요구에 직면하고 있다. 스카우팅 업체들이 높은 수준의 성과와 다양성을 저해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의구심이 커지면서다.

통상적으로 헤드헌팅이라고 불리는 경영인 스카우팅은 전후 경제 호황기에 시작되었다. 당시 유럽과 미국에서 기업들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노련한 리더를 영입하기 위한 경쟁이 벌어진 것이다. 경쟁은 1970년대에 더욱 격렬해졌다. 비즈니스가 국제화되면서 미미한 지류에 불과하던 컨설팅 업종이 주류 전문 업종으로 성장한 것이다. 어느 리크루팅 업체의 전직 대표는 당시 싱가포르에서 시드니까지 30개 사무소를 개설했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성장세만큼이나 빠른 속도로, 이 업종은 개운치 않은 평판을 얻게 되었다. 어느 베테랑 관계자가 인정한 것처럼, 이들은 “골프장에서 아부하는 세일즈맨”이었다. 인재 목록에 있는 후보자들은 계속해서 재활용됐다. 스카우팅 기업인 스펜서 스튜어트(Spencer Stuart)의 앙헬레스 가르시아-포베다(Angeles Garcia-Poveda)는 당시에는 최종 후보자를 압축하는 기준도 알 수 없었다고 말한다.

50년이 흘렀고, 이들은 기업의 생리 구조 내부에 단단하게 자리 잡았다. 리크루팅 업체는 이제 다국적 기업들 대부분에 없어서는 안 될 영역이다. 스펜서 스튜어트(Spencer Stuart), 하이드릭 앤 스트러글스(Heidrick & Struggles), 러셀 레이놀즈 어소시에이츠(Russell Reynolds Associates), 이곤 젠더(Egon Zehnder), 콘 페리(Korn Ferry) 다섯 개 대기업들은 CEO 스카우팅 산업을 장악하고 있다. 업계 소식지인 헌트 스캔론 미디어(Hunt Scanlon Media)에 따르면, (앞 글자를 따) “슈렉(Shrek)”이라고 불리는 이들 다섯 기업이 2018년에 벌어들인 수임료는 48억 달러(5조 6688억 원)였는데 이는 직전 해보다 14퍼센트, 2014년에 비해서는 43퍼센트 늘어난 수치다. 스펜서 스튜어트의 대표인 벤 윌리엄스(Ben Williams)는 매일 11명의 기업 대표 혹은 임원에게 일자리를 찾아준다. (이코노미스트 그룹에서도 최근에 CEO 및 회장직을 포함한 중역을 채용하기 위해서 이곤 젠더와 하이드릭 앤 스트러글스에 의뢰한 바 있다.)

50명 이상의 내부 관계자들과 인터뷰한 결과를 종합하면,《포천(Fortune)》 선정 상위 250개 기업 또는 FTSE 지수 상위 100개 기업의 80~90퍼센트가 CEO를 찾기 위해 헤드헌터에게 비용을 지불한다. 자사 내부에 경쟁력 있는 후보자가 있는 경우에도 그렇다. 그보다 한 단계 낮은 규모의 기업들에서는 대략 절반 정도가 그렇게 하고 있을 것이다. 대학교나 스포츠 구단, 공공 기관도 의뢰한다. 작년에 헤드헌팅 업체에 채용을 의뢰한 단체들 가운데는 잉글랜드 축구 프리미어리그 사무국과 국제 장애인 올림픽위원회(IPC)가 있었다.

대형 헤드헌팅 업체들이 더욱 거대해지면서, 소규모 업체들은 버티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정 산업이나 기업 활동에 깊은 전문성을 가진 곳들은 번창하고 있다고 낸시 개리슨 젠(Nancy Garrison Jenn)은 말한다. 그는 다국적 기업들에 적절한 헤드헌팅 업체를 소개하는 일을 하고 있다. 기술 분야에 특화된 기업인 트루 서치(True Search)의 경우에는, 2018년에 매출액이 64퍼센트나 뛰어올랐다. 좀 더 규모를 줄여서 보면, 온라인 소셜 네트워크가 발달하면서 부문장이나 중간 관리자 같은 다소 평범한 직위에 특화된 리쿠르팅 업체들이 난립하고 있다. 누군가의 해석처럼 “컴퓨터를 사서 링크드인 계정을 만들고 스스로를 헤드헌팅 전문가라고 말하는 것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대형 헤드헌팅 업체들은 네 가지 요소가 맞물리면서 수혜를 입고 있다. 첫째는 기업 이사회가 이전보다 더 많은 능력을 갖춘 CEO를 원하고 있다는 것이다. 기업의 수장이라면 가혹한 업무량을 버텨 낼 수 있도록 신체적으로 건강해야 하고, 미디어를 능숙하게 상대해야 하며, 그리고 깨어 있는 시간이 길어야 한다. 애플이나 아마존이 소비재 상품을 판매하는 소매 기업인 동시에 테크 기업인 것에서 볼 수 있듯이 대형 기업들은 더욱 거대해지면서 동시에 융합되고 있다. CEO들은 그에 따른 복잡한 상황과 씨름해야 한다. 그리고 사이버 범죄와 같은 새로운 위협에도 대응해야 한다.

둘째는 성장한 사모 펀드가 인수 대상 기업의 경영에 미치는 영향력이 더욱 커졌다는 것이다. 미국에서 사모 펀드의 지원을 받는 기업의 수는 8000개 정도인데, 이는 2006년에 비해 두 배 늘어난 수치다. 헤드헌터들은 사모 펀드가 투자한 기업 전체에 CEO를 소개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기업 인수 분야의 대형 펀드 관계자는 한 번에 세 곳 정도의 헤드헌터에게 채용을 의뢰하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그렇게 해야 VIP 대우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헤드헌팅 업종이 성장하는 세 번째 이유는 신흥 시장 덕분이다. 오랜 역사의 스카우팅 기업인 보이든(Boyden)의 디네쉬 미르찬다니(Dinesh Mirchandani)는 인도 같은 지역에 많은 기업 가문의 젊은 자손들은 전문 경영인에게 자회사를 맡기고 싶어 한다고 전한다. 차량 호출 스타트업인 올라(Ola)는 외국 시장 정복을 도와줄 수 있는 임원들을 물색하는 중이다. 중국에서도 해외로 확장하는 것을 원하는 기업들은 많지만, 국제적 전문성을 갖춘 인력은 부족한 상황이다.

마지막으로, 이사회와 규제 당국은 기업들에게 몇 년 앞당겨 후계 계획을 수립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예전처럼 대표가 버스에 치일 경우에나 열어 볼 수 있는 봉투에 적힌 후계자의 이름에만 의존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1] 헤드헌터들은 잠재적 후보인 외부 인사가 아닌 기업 내부의 스타들을 벤치마킹함으로써 이런 상황에 대한 대비를 도와주고 있다. 사전 계획에 대한 압박이 커지면서 리더십 개발부터 이사회 효율성 평가에 이르기까지 다른 관련 서비스 분야들도 모두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해당 서비스는 현재 슈렉 중에서도 가장 큰 기업인 콘 페리의 매출에서 43퍼센트를 차지하고 있다.

수요의 증가는 헤드헌팅 업계의 공급에도 영향을 미쳤다. 헤드헌터가 되기 위해 공부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지만, 지금 이 직업은 점점 다변화되고 있다. 기술자나 올림픽 체조 선수, 신경 과학자 출신도 이 분야에서 일한다. 5대 헤드헌팅 업체들은 맥킨지 출신의 컨설턴트들이 주로 이직하는 곳이기도 하다. 그렇게 새로 업계에 들어온 이들은 이곳의 빠른 업무 속도, 늘어난 임원들과의 접촉 기회를 반긴다.

더 많은 수입도 매력이다. 업계의 고참들에 따르면, 5대 슈렉 기업의 파트너들은 보통 1년에 60만 달러(7억 860만 원)를 번다. 최상위 1퍼센트는 300~400만 달러(35억 4300만~47억 2400만 원)를 버는데, 대부분은 보너스다. 금융 분야 채용을 돕는 헤드헌터가 대체로 가장 많이 번다.

 

일곱 자리 연봉


후한 보수는 눈이 번쩍 뜨일 정도로 높은 수수료에서 나온다. 지난 수십 년 동안 헤드헌터들은 자신들이 뽑아 준 지원자가 첫해에 받는 보상금의 3분의 1을 가져갔다.(보너스 포함) CEO들의 연봉이 천문학적으로 올라가면서 수수료가 100만 달러(11억 8100만 원)를 초과하는 경우도 흔해졌다. 그러자 고객들이 거부감을 갖기 시작했다. 지난 10년 동안에는 수수료에 상한선을 두는 경우가 늘었다. 현재 최상위 직위의 채용 수수료는 일반적으로 50만~100만 달러 한도로 정해져 있다. 그러나 채용 이외의 관련 서비스가 크게 늘면서 업계의 전반적인 매출액은 빠르게 성장하는 중이다.

CEO를 구하는 작업은 어느 업체에서든 90일에서 1년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 이사회는 선임 절차를 감독하기 위한 위원회를 구성하는데, 이 작업에도 헤드헌터가 도움을 준다. 그다음 이윤 증대나 신규 시장 확대와 같은 신임 CEO가 달성하기 바라는 목표들을 확정하는 작업과 후보자들에게 필요한 역량의 목록을 작성하는 일을 돕는다.

실제 구인 작업이 시작되면, 헤드헌터들은 수백만 명의 프로필이 담긴 데이터베이스를 샅샅이 조사하기 위해 연구원 부대를 고용한다. 지금은 수많은 이력서나 IBM과 같은 초특급 기업들의 조직도가 캐비닛을 가득 채우고 있던 시절이 아니다. 서류상으로 괜찮아 보이는 후보자들을 추려 내면, 그다음에는 같이 일했던 동료들이나 중간 관리자 같은 정보원들을 통해서 얻은 조언과 대조한다.

15명 이상의 1차 후보자들을 걸러 내기 위해서 컨설턴트는 후보자의 출신 회사, 고객사, 전임 상사, 부하 직원들에게 간단한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직원들이 회사 대표를 평가하는 웹사이트인 글래스도어(Glassdoor)를 통해 평판을 확인한다. 전화 통화도 괜찮지만, 찾아가 보는 것이 더 좋다. 미팅의 마지막 순간이나 엘리베이터로 가는 도중에 귀중한 정보가 수집될 수도 있다.
성공한 오우거(orge, 서양 전설에서 사람을 잡아먹는다고 알려진 괴물) 집단/ 경영인 스카우팅 업계 대기업들, 2019년 또는 최신 자료/ 기업명, 본사 소재지, 매출액(백만 달러), 매출액 성장률(전년 대비 %), 컨설턴트 수, 최근 고객/ 자료: 각 기업 보고서, 언론 보도.
대부분은 이 단계에서만 후보자들과 직접 연락을 취한다. 가장 데려오고 싶은 인사들은 이미 안락한 직위를 차지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다른 경쟁자들로부터 끊임없이 러브콜을 받고 있다. 후보자의 관심을 얻기 위해서는 열심히 싸워야 한다. 야망을 가진 사람들과 주기적으로 조찬을 하고, 취임 기념일을 챙기고 보너스 지급 일정도 눈여겨봐야 한다. 급여에 실망스러운 부분이 있는지 조심스럽게 물어볼 수도 있고, 뭔가 변화를 찾고 있다는 신호도 감지할 수 있다.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면 기대 울 수 있도록 어깨를 내주기도 한다. 파리의 스카우팅 기업인 방돔 어소시에(Vendôme Associés)의 드니 마카데(Denis Marcadet)는 서브프라임 사태 당시에 초라한 행색의 금융업자들이 자신의 사무실에서 몇 시간 동안이나 눈물을 흘렸던 일을 기억하고 있다.

후보자들을 면접할 때면 헤드헌터들은 상대방의 경계심을 허물기 위해 매력을 발산한다. 하지만 이러한 대면 평가는 “저주”가 될 수 있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흔히 말하는 ‘케미’가 맞지 않는다면, 엉망이 될 수도 있다. 디즈니 회장 로버트 아이거(Robert Iger)는 회장직 채용 과정에서 하이드릭 앤 스트러글스의 게리 로슈(Gerry Roche)와 면접했던 일을 두고 “내 커리어에서 가장 모욕적인 순간 중의 하나”였다고 회상한다. 로슈의 질문에 직무 관련성이 없다고 생각한 데다, 그 자리에 먹을 것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헤드헌터들은 이 과정에서 보다 과학적인 방법을 활용한다. 정신력 테스트를 실시하는 것이다. 질문지를 통해 후보자의 기준과 가치를 측정하는 방법이다. 이스라엘 육군의 특공대원 모집 방식을 본떠서 설립된 컨설팅 기업 신세시스(Synthesis)에는 후보자들의 인생에 관한 특별할 것 없는 질문들을 분석하는 심리 전문가들까지 근무하고 있다.

이사회나 헤드헌터들은 해클루트(Hakluyt)나 스톤턴(StoneTurn) 같은 외부 전문 기관에 심층 분석을 의뢰하기도 한다. 해클루트와 스톤턴은 모두 영국 기업으로 전직 스파이, 언론인, 경찰로 구성되어 있다. [이코노미스트 그룹의 회장인 폴 데이튼(Paul Deighton)은 해클루트의 회장직도 겸임하고 있다.] 이들 기업 탐정들은 경영인들이 거래를 어떻게 하는지, 압박을 받았을 때 어떻게 행동하는지, 윤리적인 선을 넘은 경우가 있었는지 등에 대해서 밝혀내는 일을 하고 있다.

의뢰인들에게는 시뮬레이션이 점점 더 인기를 얻고 있다. (후보자들에게는 아닐 것이다.) 예를 들면, 유력한 후보자들에게 가상의 회사에 관한 보고서를 보낸 다음 모의 이사회를 개최해 보라고 요청하거나,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부서에서 이성적으로 일을 처리하지 못하고 있는 관리자를 진정시키거나, 공격적인 애널리스트와 장세 분석 통화를 해보라고 요청하는 것이다.

하지만 대형 계약을 체결하는 데에는 여전히 인간의 손길이 필요하다. 이곤 젠더의 회장인 질 애더(Jill Ader)는 수락을 망설이고 있는 이상적인 후보자를 3일 동안 밖으로 데리고 나가서 인생의 목표에 대해서 이야기했던 일을 기억하고 있다.

헤드헌터들에게는 자신들이 고른 후보자가 새로운 계약서에 서명하는 순간이 곧 성공을 의미한다. 의뢰인들의 사정은 조금 더 복잡하다. 예비 CEO들에 대해서는 수많은 데이터가 존재한다. 예를 들어 기업 임원의 87퍼센트가 CEO를 꿈꾸는 것으로 추정하는 콘 페리의 데이터, CEO직에 지원하는 이들의 3분의 1 이상이 앞서 경력 단절의 기간을 겪었다는 컨설팅 기업 지에이치스마트(ghSMART)의 추정 등이다. 하지만 후보자들 가운데 특정 인물을 고르는 까다로운 작업을 측정하는 일은 훨씬 어렵다. 탈락한 이들이 일을 더 잘할 가능성을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일이 잘못되면 비용이 들 수도 있다. 싱크탱크인 콘퍼런스 보드(Conference Board)는 경영진을 교체하는 데 드는 비용(전임 경영자의 해고, 새로운 인물 물색, 경영진 교체기의 생산성 저하 등)이 대략 연간 이익의 5퍼센트에 해당한다고 분석한다.

헤드헌터들의 성과를 판단할 수 있는 객관적인 측정 방법이 없기 때문에 이사회 임원들은 개인적인 인상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헤드헌팅 업체들이 제공하는 서비스를 칭찬하는 이들도 있기는 하지만, 불만을 토로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업계를 방해하는 요인의 상당수는 헤드헌팅 업체의 잘못이 아닌 경우가 많다. 헤드헌터와 후보자들을 당황스럽게 만드는 요구를 하는 기업들도 많다. 예를 들면 기업들 중에는 예비 CEO에게 이사회 임원들과의 개별 면담을 요구하는 곳들이 있다. 미국과 영국의 기업에는 통상적으로 최소 10명의 임원이 재직하고 있다. 회사 내부의 후보자들에 대해 주기적인 검증을 요구하는 기업도 있다. 이는 사내 정치에 독이 될 수 있는 일이다. 특이한 요소를 평가해 달라는 요청을 하는 곳들도 있다. 프랑스의 거대 공업 회사인 알스톰(Alstom)의 최고위직에 응모했던 지원자 한 명은 필적 테스트 요청을 받았다. 당시 채용 담당자는 그 지원자가 대대적인 건강 검진까지 받아야 하는 것 아니냐며 비꼬는 투로 물어보았다고 회고했다.

또 다른 문제는 계약에서 시작된다. 헤드헌터들은 이미 인력을 소개한 회사에서는 사람을 빼내지 않겠다는 계약을 하는데, 그 기간은 보통 최소 1년이다. 이는 곧 성장하는 슈렉 기업들의 사냥터가 줄어들고 있다는 의미다. 그런 조항을 요구하는 것은 의뢰인들이지만, 바로 그 조항 때문에 의뢰인들이 손해를 입기도 한다. 여러 기업에서 회장직을 맡았던 한 임원은 불쾌한 어조로 이렇게 말했다. “헤드헌터들이 적당한 후보자가 없다고 말하더군요. 그러다가 저는 펩시코(PepsiCo)에서 근무하는 사람이 적합한 인재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헤드헌팅 업체는 이미 펩시코와 일했기 때문에, 해당 인재를 접촉할 수 없다고 말하더군요.”

거대 헤드헌팅 기업들이 자초한 문제도 있다. 특히 슈렉 기업들처럼 성장하게 되면, 고위 파트너 임원들이 고객사를 상대할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든다. 그들이 계약을 성사시키기 위해 제트기를 타고 돌아다니는 동안 인맥이나 경험이 많지 않은 부하 직원들에게 무거운 짐의 대부분이 떠넘겨지고 있다. 게다가 상위 실적 직원들이 수수료의 대부분을 챙겨 가기 때문에, 일을 더 잘하려는 부하 직원들의 의욕은 꺾인다. 슈렉 기업의 전직 대표는 이렇게 표현한다. “의뢰인들은 오트쿠튀르(haute couture, 고급 맞춤 의상)에 비용을 지불했는데, 프레타포르테(prêt-à-porter, 기성복)를 받고 있습니다.”
나이든 대표를 만나 보세요/ 포천 500 및 S&P 500 기업 대상/ 취임 당시 평균 연령, CEO(하늘색), CFO(파란색)/ 최고 경영자 다양성, %, 소수 인종(하늘색), 여성(파란색)/ 자료: 크리스트 콜더 어소시에이츠.
1970년대의 느긋했던 분위기에 비하면 덜 한가해지긴 했지만, 어떤 면에서 헤드헌터들은 여전히 나태하다. 많은 헤드헌터들이 과거의 작업을 재탕해서 손쉽게 성과를 올리려고 하기 때문이다. 어느 사모 펀드의 파트너 한 명은 서로 다른 기업의 재무 책임자 자리에 동일한 후보자 명단을 받았던 것을 기억하고 있다. CEO 후보 리스트에 이례적으로 자주 보이는 몇몇 블루칩 기업의 구관들이 모두 뛰어난 성적을 올렸던 것도 아니다. (GE 출신으로 보잉(Boeing)에 건너갔던 임원들을 생각해 보라.)

고위급 헤드헌터들은 업계가 때로는 너무 성급하게 안전한 선택을 한다는 사실을 인정한다. 기업 이사회가 기존의 성향과는 다른 후보자에 도박을 거는 일을 망설일 때 그런 선택을 한다. 최근 몇 년 동안 나아지기는 했지만, 미국 내 상위 657개 상장 기업 대표자 가운데 여성은 겨우 38명에 불과하다. 백인이 아닌 경우도 59명에 그치고 있다. 똑똑하고 젊은 인재를 찾는 일은 더 어려워졌다. CEO에 취임하는 연령은 2005년 이후로 급격하게 상승해서 평균 58세에 이르고 있다.(표3 참조) 1만 6000명의 헤드헌팅 전문가들이 모인 단체인 AESC 조사에서 헤드헌터들은 소속 회사가 2019년에 겪고 있는 어려움 가운데 일곱 번째 문제로 “다양한 배경을 가진 인재 영입”을 꼽았다. 그보다 더 큰 문제로는 “디지털 인재 영입”이나 “혁신 문화 창조” 등이 있었다.

 

내부 탐색


헤드헌터들이 가져오는 정보의 가치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면서, 일부 기업들은 사내에서 자체적으로 업무를 해결하기도 한다. 테크 공룡들을 포함한 많은 거대 기업들은 내부에 헤드헌팅 부서를 자체적으로 꾸린다. 이들 부서는 주로 슈렉 기업들에서 빼내온 인재들로 구성된다. 애초에는 신입 직원들을 고용하는 데 중점을 뒀지만, 이제는 C레벨 임원 채용에 관한 업무까지도 담당하고 있다고 개리슨 젠은 말한다.

일부 기업의 회장들은 인재가 바로 눈앞에 있는데, 왜 외부의 헤드헌터들이 필요한지 의문을 제기한다. 콘퍼런스 보드의 최근 조사에 참여한 기업 임원과 비서실장의 73퍼센트는 내부에 유력한 CEO 후보자가 있다면 굳이 외부에서 물색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내부 인재가 부족한 것 같지도 않다. 지난해 새로 임명된 S&P 500 지수 기업 대표들 가운데 5분의 4는 기업 내부에서 발탁됐다. 그중에는 반도체 제조업체인 인텔도 포함되어 있다. IBM은 최근 지니 로메티 현 회장을 대체할 차기 대표로 자사의 클라우드 부문 책임자를 낙점하기도 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대기업들은 계속해서 헤드헌팅 기업들을 활용할 것이다. 업체들의 추천 논리를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고, 몇몇 의혹들은 해소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외부 검증은 그 자체로 가치 있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헤드헌팅 기업들은 흔히 발생하는 이사회 분열 상황에서 합의안을 도출하는 결정적 역할을 수행할 수도 있다. 최고의 헤드헌터들이 지위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핵심 자질은 외교관 역할이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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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 #기업가 #리더십 #일 #커리어 #미국 #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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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성원 중 누군가가 갑자기 사라졌을 때, 조직의 운영에 차질을 빚게 되는 리스크를 버스에 치일 경우에 비유해서 측정하는 방법이 있다. 이를 흔히 버스 지수(Bus factor)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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