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 브랜딩
1화

프롤로그; 브랜드, 브랜딩, 그리고 공간

사람들이 사회에서 개인의 입지를 다지려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기업도 비즈니스에서 성공하려면 입지를 확실히 세워야 한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그 입지가 바로 브랜드다. 마케팅 전문가 번 슈미트(Bernd Schmitt)는 브랜드를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소비자가 마음속으로부터 갖고 있는 다른 기업, 상품, 서비스, 비즈니스 모델과 차이가 나는 독특한 그 무엇이다. 소비자에게 주는 기업의 이미지, 상품, 서비스, 비즈니스 모델의 전체적인 문화를 의미한다.”[1]

여기서 주목해야 할 키워드는 문화다. 문화는 고객의 욕망과 공조한다. 고객이 특정 브랜드를 선택하는 것은 그 브랜드가 개인의 정체성을 반영한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유럽 축구 리그를 보면서 자신이 응원하는 팀의 운동복을 입고 열정적으로 응원하는 사람들은 축구팀이라는 브랜드에 소속감과 연대감을 느낀다. 브랜딩과 소비자 조사의 개척자였던 월터 랜더(Walter Lander)는 “제품은 공장에서 창조되고, 브랜드는 마음에서 창조된다”고 말한다.[2] 마음에서 욕망이 창조되는 브랜드를 위해서는 그 브랜드만의 고유한 정체성이 필요하다. 브랜드의 역할이 상업적인 것에만 한정되지 않는 이유다. 브랜드는 정치와 국가, 스포츠, 문화, 교육, 여행, 예술, 지역, 자선 등 생각할 수 있는 거의 모든 분야에서 점점 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3]

브랜드의 가치, 그 신뢰의 정체성을 고객은 어떻게 판단하는가? 이는 근본적으로 이미지와 관련되어 있다. 고객은 브랜드의 이미지에서 의식적 또는 무의식적, 감각적으로 브랜드의 가치를 감지한다. 비즈니스와 관계된 디자인 산출물은 모두 브랜드 정체성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상품 자체, 로고, 패키지, 디스플레이, 매장, 사인, 광고부터 판매원의 태도 등 서비스 영역까지 모든 항목에서 긍정적인 인상을 구축할 때 브랜드는 성공한다.

이렇게 고객의 마음에 비즈니스의 정체성에 대한 이미지를 심는 과정이 브랜딩이다. 브랜딩은 브랜드의 가치를 구축하고 제어, 유지하며 확장하는 총체적 과정인 것이다.[4] 바꿔 말하면 브랜딩은 ‘사람들의 인식을 관리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5] 결국 기업의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는 작업은 종착지 없는 여행과 같다. 브랜딩은 어떤 결과를 목표로 삼는 것이 아닌, 결과를 위한 과정 자체이기 때문이다. 브랜드는 명사지만 브랜딩은 동사다. 브랜딩을 통해 브랜드는 시장에서 차별화된 입지를 확립하고, 충성 고객을 유치하고, 유지하게 된다.[6]

어떤 상품이나 서비스를 접하고 ‘그 회사답다’는 생각이 든다면 제대로 브랜딩된 것이다. 브랜딩에는 ‘다움’을 구축하는 모든 방식이 들어 있다. 상품, 서비스 자체나 광고, 매장의 공간 등 기업이 만들어 내는 모든 산출물이 고객의 뇌에서 긍정적인 신뢰의 인상으로 켜켜이 쌓이며 다움은 구축된다.[7]

비즈니스를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세 가지 기술이 필요하다고 한다. 기능적 기술, 재정적 기술, 판매적 기술이다.[8] 앞의 두 기술이 아무리 뛰어나더라도 세 번째 기술이 부족하면 비즈니스는 성공하기 어렵다. 판매적 기술에는 소비자의 욕망을 자극하는 기술이 포함된다. 브랜드가 바로 그 욕망을 자극하는 수단이다. 고객의 욕망을 자극하기 위해서는 고객은 누구이며, 고객을 흥분시키는 것은 무엇이며, 왜 그것들이 고객을 흥분시키는가를 확실히 알아야 한다.

필자는 현대의 비즈니스에서 성공하려면 여기에 하나의 기술이 추가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바로 인상의 기술이다. 비즈니스의 다움, 브랜드의 정체성을 인상 짓는 기술 말이다. 인상의 기술, 그 중심에 공간이 있다. 여기서 공간은 건축이나 인테리어의 구분을 넘어 실외까지 포함하는, 인간의 경험과 연결된 ‘에피소드나 사건, 이벤트의 장소’로서의 공간을 말한다. 이러한 공간에서 발생하는 경험은 욕망의 근원이라고 할 수 있다.

전통적으로 비즈니스에서 공간의 역할은 크게 네 가지였다. 첫째는 제품 판매 및 서비스를 제공하는 문제 해결 역할이다. 둘째는 직간접적 브랜드 이미지 전달을 통한 아이덴티티 확립 역할이다. 셋째는 콘텐츠 제공을 통한 체험의 역할이다. 넷째는 문화 행사 지원으로 공공성을 확보하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표현하는 가치 중심적 역할이다.[9] 그러나 이제는 시대가 바뀌었다. 첫 번째 역할은 거의 사라지고 있다. 사람들은 구매는 온라인으로, 브랜드 경험은 오프라인으로 한다. 둘째, 셋째, 넷째의 공간적 역할은 한마디로 요약하면 브랜딩의 영역이라고 할 수 있다. 사람들은 어떤 공간이 볼 만한 가치가 있을 때, 경험할 가치가 있을 때에만 방문한다. 동시대적이고 보편적인 울림을 주는 콘텐츠가 있는 공간만이 소비자의 선택을 받는다.

이렇게 공간을 통해 고객의 경험을 디자인하고 브랜드의 가치를 심어 주는 과정이 스페이스 브랜딩이다. 고객과의 접점인 공간으로 비즈니스의 인상을 구축하거나, 그 공간의 인상을 통해 브랜드의 가치 경험을 확장, 관리하는 활동이다. 공간 콘텐츠의 소비, 경험 속에서 인지된 가치와 매력이 방문자의 무의식에 비즈니스의 가치로 저장되고, 향후 구매 행동에 장기적 영향을 미친다. 결국 공간 경험은 기업 비즈니스의 성공에 결정적일 수밖에 없다. 바로 지금, 스페이스 브랜딩 전략을 수립해야 하는 이유다.
[1]
권민, 《유니타스브랜드 (Unitas BRAND) Vol.13 브랜딩》, 바젤커뮤니케이션, 2010, 25쪽, 재인용.
[2]
캐서린 슬레이드브루킹(이재경 譯), 《브랜드 디자인》, 홍디자인, 2018, 14쪽, 18쪽, 재인용.
[3]
월리 올린스(박미영 譯), 《세상에 파고든 유혹의 기술 브랜드》, 세미콜론, 2006, 11, 14쪽.
[4]
홍성태, 《모든 비즈니스는 브랜딩이다》, 샘앤파커스, 2012, 22쪽.
[5]
토머스 가드(최경남 譯), 《브랜드 경험을 디자인하라》, 유엑스리뷰, 2019, 60쪽.
[6]
〈branding〉, 《Business Dictionary》.
[7]
미즈노 마나부(오연정 譯), 《‘팔다’에서 ‘팔리다’로》, 이콘, 2018, 30쪽.
[8]
월리 올린스(박미영 譯), 《세상에 파고든 유혹의 기술 브랜드》, 세미콜론, 2006, 6쪽.
[9]
김지현, 〈가치기반 공간디자인 마케팅에 관한 연구〉, 홍익대학교 박사 학위 논문, 2016, 76-7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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