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세계를 치료할 것인가?
1화

전염병과 싸우는 방법

전염병 대유행에 맞서기 위해서는 정부의 모든 영역을 동원해야 한다.

이것은 공정한 싸움은 아니다. 그럼에도 많은 국가들이 마주해야 할 싸움이다. 이대로 두면, 코로나19는 5~6일에 두 배로 늘어날 것이다. 이론적으로 《이코노미스트》 다음 호가 발행되는 주말쯤이면 감염자 수는 두 배가 되어 있을 수도 있다. 각국 정부들이 바이러스의 맹렬한 전파 속도를 늦출 수는 있겠지만, 관료주의의 시간과 바이러스의 시간은 다르다. 그리고 지금 현재 전 세계의 정부는 무방비 상태에 놓여 있다.

코로나19 발병 지역은 3월 초 85개 국가 및 지역[1]으로 늘었다. 일주일 전인 2월 말의 50개 국가에서 크게 확산된 결과다. 확진자는 9만 5000명 이상, 사망자는 3200명 이상이다. 그러나 중국을 오가는 여행 패턴에 근거한 《이코노미스트》의 분석 결과, 수십 건의 확진자를 가려낸 많은 나라들에서 여전히 확인되지 않은 수백 건의 감염 사례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란과 한국, 이탈리아는 바이러스를 전파하는 나라가 되었다. 미국에서는 14개 주에서 159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그러나 3월 1일 기준 한국에서 매일 1만 명이 검사받고 있는 동안, 미국에서는 겨우 472명을 검사했다는 사실에는 변명의 여지가 없다. 이제 미국도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추가 감염자가 수십 명 늘어날 가능성은 확실하다. 어쩌면 바이러스가 폭증하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낼 가능성도 있다.

바이러스의 확산을 방지하고 영향을 완화시키는 일은 의사와 구급 요원들만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보건 의료 시스템의 대응 방법을 중국에서 배우고 있다(2화 참조). 특히 보급 체계가 붕괴되고 환자뿐 아니라 불안한 사람들까지 스스로를 격리할 때, 국민과 기업을 보호할 방안에 대한 범정부 차원의 공감대가 필요하다.

첫 번째 과제는 병원에 인력과 자금을 지원하는 것이다. 중국은 4만 명의 의료 노동자를 선발해서 후베이(湖北)성에 파견했다. 영국에서는 은퇴한 의료인들을 불러낼 수도 있을 것이다. 이번 주 세계은행(World Bank)이 120억 달러(14조 4504억 원), 국제통화기금(IMF)이 500억 달러(60조 2100억 원)를 코로나19 사태 지원 자금으로 준비했다. 말라리아 및 결핵 등의 질병과 싸우기 위해 설립된 세계기금(The Global Fund)은 각국 정부가 지원금의 사용처를 변경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미국 의회는 83억 달러(9조 9948억 원)의 기금을 배정하고 있다. 미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병원을 보유하고 있지만, 의료 체계가 파편화되어 있어 코로나19 문제를 해결할 여력은 크지 않다. 미국에는 훨씬 더 많은 자금이 필요할 것이다.

중요한 것은 확진자가 극소수여서 억제할 수 있을 때, 환자들이 검사를 받으러 나올 수 있도록 독려해 확산 속도를 늦추는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쉽사리 나서지 못하고 있다. 미국 내의 수많은 사람들이 이런 상황에 처해 있다. 미국에서 건강 보험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람은 2800만 명에 달한다. 그보다 더 많은 수의 사람들은 진료를 받을 때 거액의 비용을 직접 부담해야 한다. 게다가 가벼운 증상이 있는 사람들 가운데 대략 80퍼센트는 자가 격리를 해야 한다. 이때 병가 급여 문제가 발생한다. 많은 사람들은 일하지 않으면 생계를 꾸려 갈 수 없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근로자의 4분의 1이 유급 병가를 낼 수 없다. 일부 주와 도시에서만 병가 임금을 지원하고 있다. 자영업자들은 병가 수급 자격이 없는 경우가 많다. (자영업은 이탈리아 노동력의 5분의 1을 차지한다.) 한 연구는 미국에서 유급 병가를 보장하면 독감 확산을 40퍼센트 줄일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병가 급여는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는 수요 타격은 물론, 공급 충격과 대중적 혼란을 완화시키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중국에서 드러나고 있는 것처럼 이 세 가지 요소는 생산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 2월 중국의 제조업 활동 지수는 2004년 조사를 시작한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1분기에는 마오쩌둥 사망 이후 처음으로 경제 전체가 위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OECD는 올해 세계의 경제 성장세가 2009년 이후 가장 크게 둔화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호주 국립 대학교 연구진이 구축한 모델에 따르면, 미국과 유럽의 국내 총생산(GDP)은 코로나가 발생하지 않았을 때에 비해 2퍼센트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사망률이 예상치보다 몇 배 더 높게 나온다면 8퍼센트까지 떨어질 수도 있다. 금융 시장도 비용을 치르고 있다. S&P 500 지수는 지난 2월 19일의 최고치 대비 8퍼센트 하락했다. 월스트리트의 기업 부채 발행은 일부 중단되고 있다. 10년 만기 채권의 수익률은 사상 처음으로 1퍼센트 아래로 떨어졌다.

선진국들의 경제적 조치 대부분은 금융 시장을 안정시키는 방향이다. 3월 3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eral Reserve)는 금융 정책 회의를 2주 앞두고 이례적으로 큰 폭인 0.5퍼센트 포인트의 금리 인하 조치를 단행했다. 호주, 캐나다, 인도네시아의 중앙은행도 조치를 취했다. (영국의 중앙은행인) 잉글랜드은행과 유럽중앙은행(ECB)도 완화 정책을 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하지만 이번 경기 둔화는 교과서적인 침체가 아니다. 낮은 금리는 차입 비용을 줄이고 경제 심리의 위축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금리가 낮아도 병을 막을 수는 없다. 금융 정책이 망가진 공급체계를 복구시킬 수도 없고, 불안에 떨고 있는 사람들을 밖으로 나오게 만들 수도 없다. 연준의 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주식 시장이 살아나지 못했던 이유는 이런 한계들로 설명할 수 있다.

더 나은 방법은 직접 지원하는 것이다. 코로나19에 영향을 받고 있는 사람들과 기업들의 비용을 지원하고, 필요하다면 자금을 빌려주는 것이다. 개인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의료비와 유급 병가 지원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들의 병원비 일부를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아이들이나 아픈 친척을 돌보기 위해서 집에 머무르는 부모의 임금을 보전해 줄 계획이다. 싱가포르 정부는 택시 운전사들과 감염 직원이 있는 고용주들에게 도움을 줄 것이다. 이런 아이디어들이 더 필요하다.

기업들에게 가장 큰 어려움은 유동성일 것이다. 물론 현재의 충격과는 다르지만, 금융 위기 당시의 경험은 유동성 위기에 대처하는 방법을 보여 준다. 기업들은 수익이 줄어도 세금, 임금, 이자 비용 등을 지불해야 한다. 전염병이 지속되는 동안 부담을 줄여 준다면, 불필요한 부도와 정리 해고를 피할 수 있다. 세금과 임금 비용에 대한 일시적인 경감 조치는 도움이 될 수 있다. 직원을 정리 해고 하는 대신, 모든 임직원의 근로 시간을 줄이는 방식을 고용주들에게 장려하는 방안도 있다. 정부가 은행권에 기금을 지원해서 재정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들에 대출을 해줄 수도 있을 것이다. 금융 위기 때 각국 정부가 취했던 이런 조치는 지금 중국에서 적용되고 있다. 중국은 은행권에 대출 연체에 대한 유연한 대응을 주문하고 있다. 서방 정부들이 중국과 같은 조치를 취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미국 연방 정부가 폐쇄됐던 2018~2019년 상당수의 은행이 돈을 빌린 공공 부문 근로자들에게 관대한 대응을 한 적이 있다. 이처럼 대출자들이 자금난에 처했을 때 관용을 베푸는 것은 결국 대출 기관의 이득으로 돌아온다.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보건 당국은 코로나19 감염의 확산세를 통제하면서 병원에 치료 여력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바이러스가 오래 지속되더라도 강도를 낮출 수 있는 방향을 선택하는 것이다. 반면 경제 정책은 공장 가동 중단과 직원들의 부재 기간을 최소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결국 둘 사이에서 균형을 찾아야 할 것이다. 하지만 현재 각국 정부는 전염병의 속도에 훨씬 뒤처져 있다. 따라서 최우선 과제는 코로나19의 확산 속도를 늦추는 일이다.
[1]
WHO는 국가(country)와 지역(territory)을 발병 통계의 기준으로 삼고 있다. 국가가 아닌 지역으로는 중국의 특별 행정 구역인 홍콩과 마카오, 프랑스령과 네덜란드령이 있는 세인트마틴, 프랑스령 생바르텔레미, 영국령인 지브롤터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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