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세계를 치료할 것인가?
2화

코로나19에서 배운 것

우리는 준비되어 있는가

나이지리아 질병 통제 센터(NCDC)의 소장인 치크웨 이헤퀘아주(Chikwe Ihekweazu)는 수도인 아부자(Abuja)의 자택에서 중국이 코로나19와 관련해 세계에 교훈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가) 억제될 수 있다는 교훈 말입니다.” 이헤퀘아주는 코로나19 발병의 근원지인 중국의 우한을 방문한 이후 자발적인 자가 격리를 하고 있었다. 그는 중국의 코로나19 확산 방지 조치를 점검하기 위해 세계보건기구(WHO)가 파견한 전문가 그룹의 일원으로 우한에 다녀왔다.

중국의 조치는 현재까지 상당한 성공을 거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월 4일 중국의 신규 확진자는 3887명을 기록했다. 3월 4일에는 139명으로 줄어들었다. WHO가 2월 28일에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인력과 기술을 동원해서 전례 없는 규모로 세심하게 격리를 해왔고, 이런 방식이 좋은 결과를 냈다. 목표를 이뤄 내기 위해 동원된 국가 권력의 우려스러운 작동 방식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중국 전역의 도시들에서 사람의 이동을 막기 위해 등교와 대중교통 이용을 비롯한 거의 모든 사회 경제적 활동이 금지되었다. 인구 1100만 명의 도시 우한에서는 시민들의 외출이 5주째 금지되고 있다. 이러한 폐쇄 조치는 모든 아파트, 거리, 골목에 걸친 공무원들의 네트워크뿐 아니라, 공무원의 영향 아래에 있는 주거 단지의 관리인들까지 동원되었기 때문에 강제 시행될 수 있었다. 생활의 제약이 덜한 일부 마을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곳에서는 지역 공산당 관리가 모든 방문객의 접근을 금지하고 있다는 보고가 나오고 있다. 이러한 하향식 체계는 하급 공무원들의 과도한 민첩성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들에게는 과도하게 대응하는 것보다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는 것이 더 위험한 일이다. 그 결과 사람들이 모여서 마작을 하는 현장을 경찰이 급습하고,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사람들이 줄줄이 끌려가거나 나무에 묶이고, 철봉 바리케이드로 막힌 집에 갇혀서 소리를 지르는 여성의 모습을 보여 주는 온라인 동영상들이 공개되고 있다. 물론 이 영상들은 신속하게 검열되어 사라진다.

중국보다 덜 강압적인 국가들이 비슷한 결과를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중국 밖에서 가장 많은 확진자가 나온 한국에서는 대중의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는 엄격한 조치들이 시행되면서 확산 속도를 늦추고 있는 것 같다. 2003년의 사스(SARS) 발병 이후 전염병 대비를 우선시해 온 싱가포르에서는 감소세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싱가포르 정부는 확진자 112명 가운데 12명을 제외한 모든 확진자의 감염 장소를 파악하고 있다.

하지만 이탈리아 북부의 경우, 도시 전체 봉쇄 조치가 발병을 억제하는 데 도움이 되고 있는지는 확실치 않다. 이란에서는 상황을 통제하고 있다는 증거가 나오지 않고 있다. 바이러스를 차단할 기회가 있었던 미국의 현재 대응은 엉망진창이라고 할 수 있다. 놀랍게도 미국이 저지른 최악의 실수는 중국에서 늦게나마 조직화된 노력을 다하고 있는 최근의 모습보다는 재앙 수준이었던 초기의 대유행 단계와 비슷하다. 중국은 사태 초기, 당국이 리스크를 과소평가하고 사실을 밝히는 사람들을 처벌해 코로나19를 훨씬 더 빠르게, 멀리 퍼지게 만들었다.

 

잘못된 통제


2월 26일부터 3월 4일까지 1주일간 코로나19가 발생한 국가 및 지역은 50개에서 85개로 늘었다(지도 참조). 현재까지 대부분의 지역에서 확진자는 10여 명 이하다. 대부분은 중국, 이란, 이탈리아, 한국에서 유입되거나 직접적으로 연관된 사례들이다. 3월 4일 현재 전 세계 확진자 9만 5124명 가운데 네 국가의 확진자가 9만 1903명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발병 건수가 적은 곳이라고 해서 방역망을 성공적으로 구축한 것은 아니다. 적은 발병 건수는 오히려 무지의 결과일 수도 있다.
지구의 감염 현황/ 2020년 3월 4일 현재 코로나19 확진자 수/ 큰 원 - 2만 명/ 중간 원 - 5000명/ 작은 원 - 1명/ 후베이성 - 6만 7332명/ 각 지역 총 확진자 중 지난 주 발병 비율, %/ 파란색 - 90~100%, 하늘색 - 50~90%, 연두색 - 10~50%, 노란색 - 0~10%/ 출처: 존스홉킨스 시스템사이언스·엔지니어링 센터(CSSE)
먼저 미국을 살펴보자. 2월 25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수석 경제 고문인 래리 커들로(Larry Kudlow)는 기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코로나19를 억제해 왔습니다. 완전 봉쇄라고 말하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완전 봉쇄 수준에 상당히 가깝습니다.” 그러나 워싱턴주의 요양 시설에서 집단적으로 확진자가 나오고 있는 것을 보면, 미국의 공공 보건 기관들이 무방비 상태에 놓여 있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미국 질병 통제 예방 센터(CDC)가 사용하는 검사 장비에는 문제가 있었다. 여러 규제로 인해 테스트가 제한되기도 했다. 3월 1일까지 한국에서 10만 건의 검사를 하는 동안, 1월 23일에 첫 확진자가 나온 미국에서는 500건도 검사하지 못했다.
빙산의 일각/ 2020년 코로나19 확진자 누적 총합/ 한국(하늘색)/ 이탈리아(연한 분홍색)/ 이란(청록색)/ 기타(회색)/ 중국 본토(파란색)/ 출처: 존스홉킨스 CSSE
WHO는 확진자가 발생한 모든 나라들에 중국처럼 가능한 한 많이 검사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특히 독감 바이러스에 노출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이는 환자에게서 원인을 알 수 없는 폐렴이나 독감과 유사한 증상이 있는 경우에는 더욱 신경 써서 검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WHO에서 근무했던 홍콩대학교의 가브리엘 렁(Gabriel Leung) 교수는 이렇게 말한다. “검사하면 찾아낼 것입니다. 조기에 검사해서 찾아내고,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시체 가방이 쌓이게 될 것입니다.”

이러한 끔찍한 경고는 검사 건수가 적은 미국에서는 아직 쓰라린 현실로 나타나지 않았다. 그러나 가능성은 있다. 3월 4일 현재, 미국 내 14개 주에서 확진자가 나왔다. 그중 뉴욕의 변호사 가족 사례처럼, 확진자가 많이 발생한 4개 국가와 뚜렷한 연관 관계가 없는 경우도 있다. 이는 전염병 학자들이 ‘침묵의 전염 사슬(silent chains of transmission)’이라고 부르는 현상이 미국 내에서 발생하고 있을 가능성을 강력하게 시사하고 있다. 이론적으로 통제 조치가 없는 인구 집단 내에서는 진단받지 않은 단 한 건의 사례만 있더라도 6주 만에 3000건 이상의 감염을 일으킬 수 있다. 3월 4일, 트럼프가 CDC의 대응 문제를 지적하면서 전임 대통령인 버락 오바마를 비난하는 동안, 뉴욕주 주지사 앤드루 쿠오모(Andrew Cuomo)는 앞서 언급한 코로나19에 감염된 변호사가 살았던 웨스트체스터 주민 1000명에게 자가 격리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한국 정부는 솔직하면서도 투명한 조치로 한국인들이 감염자와 스쳤을 가능성을 스스로 추적할 수 있게 하고 있다. 한국 정부는 하루에 두 차례 철저하게 언론에 브리핑하는 것은 물론이고, 사망자가 나올 때마다 상세한 내용을 기자들에게 문자로 전송하고 있다. 새로운 확진자가 나오면 그들이 지난 며칠 혹은 몇 주 동안 움직였던 동선에 대한 자세한 기록을 온라인에 공개해 사람들이 확진자가 다녀간 장소를 피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감염자가 저질렀을 수도 있는) 사회 통념에 어긋나는 행동(예를 들면, 단 한 차례의 외도)까지도 공개하는 이런 조치는 대부분의 경우 경미한 증상만을 일으키는 코로나19에 노출되는 것을 피해야 할 또 다른 이유로 작용하고 있다.

 

불꽃놀이는 없다


한국에서는 전국에 걸쳐 휴교 조치가 내려지고, 대중 집회가 취소되고 있다. 최초 집단 발병 도시인 청도와 대구 모두 완전히 봉쇄된 적은 없지만, 대구에서는 9000명 이상이 격리되었다. 중국 당국이 전자 결제와 소셜미디어 앱의 개인 정보를 이용해서 사람들의 동선을 추적하고 감염 가능성을 파악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한국에서도 휴대 전화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한국 정부는 격리된 사람들의 동선을 보고하고 그들이 위치를 벗어났을 경우에 당국에 경고를 보내는 앱을 개발했다. 정부 관계자들은 격리 상태인 사람들에게 주기적으로 전화를 해서 상태를 확인한다.

한국 정부에는 시민들의 프라이버시를 가볍게 다룰 수 있는 권력이 있다. 이런 대응 방식은 다른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사용하기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정부에 대한 신뢰도가 높은 나라들에서는 강력한 조치들이 힘을 얻을 수도 있다. 2003년 사스(SARS)가 캐나다 토론토를 덮쳤을 때, 약 3만 명의 시민들 중 격리 조치에 따르지 않은 사람들은 23명에 불과했다. 캐나다 시민들을 상대로 격리 조치를 어기는 것이 얼마나 중대한 범죄인지 물었는데, 응답자 절반이 살인에 버금가는 범죄라고 대답했다. 2월 말 조사 기관 입소스 모리(Ipsos MORI)에서 격리에 대한 각국 시민들의 태도에 대한 여론 조사를 실시했는데, 대다수의 시민들은 정부가 요청한다면 격리 조치를 지지할 것이라고 답했다. 캐나다는 지지율이 78퍼센트로 높은 수치를 보인 국가 중 하나였다. 이탈리아는 60퍼센트로 가장 낮은 지지율을 보였다.

이는 국가 차원의 신뢰 수준을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자선 단체인 웰컴 트러스트(Wellcome Trust)가 지난해 6월에 실시한 여론 조사에서 캐나다 국민의 78퍼센트는 자국 정부의 건강 관련 조언을 신뢰한다고 대답했다. 독일과 영국의 신뢰도는 80퍼센트를 넘었다. 한국은 86퍼센트에 달했다. 이탈리아는 63퍼센트에 불과했으며, 미국은 우려스럽게도 59퍼센트의 낮은 수준이었다. 이탈리아인들은 자국 정부의 대응책을 지켜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로마의 대표적인 공중 보건 전문가인 월터 리카르디(Walter Ricciardi)는 코로나19가 발생한 두 지역을 “레드존(red zone)”으로 지정해 봉쇄한 결정이 바이러스의 확산을 늦추는 효과가 있는지는 3월 중순이 되어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밀라노 북부 베르가모(Bergamo)시 주변 지역에서 400명이 넘는 확진자가 발생했다는 것은 나쁜 소식이다. 3월 4일, 이탈리아 정부는 초·중·고등학교와 대학교를 3월 15일까지 휴교한다고 발표했다.

격리 조치가 대중적 지지를 얻기 위해서는 격리된 사람들을 잘 보살펴야 한다. 경제적인 측면에서 이탈리아 정부는 전염병 대응 비용으로 36억 유로(4조 9265억 원)를 별도로 책정할 전망이다. 이중 일부는 에릭 그란존(Erik Granzon)과 같은 이중으로 타격을 입은 수출업자들을 돕기 위해서 배정되어 있다. 레드존에 위치한 그의 불꽃놀이 업체는 영업의 어려움을 겪고 있을 뿐 아니라, 추가 감염을 막기 위해의 지난주 카타르와 밀라노의 대규모 전시 행사를 취소해 30만 유로(4억 1054만 원)에 달하는 손해를 입었다.

다른 레드존에서는 더 긴급한 문제에 직면한 이들도 있다. 3월 3일, 인구 4650명의 도시인 카스틸리오네 다다(Castiglione d’Adda)의 코스탄티노 페사토리(Costantino Pesatori) 시장은 유튜브에 영상을 올려서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정말로 외롭습니다. 주민들이 병에 걸렸는데 필요한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제발 저희를 도와주십시오.” 이 지역 감염자는 약 100명이고 15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페사토리 시장은 《이코노미스트》에 지역의 의사 세 명 전부 격리 상태이고, 파견된 의사 한 명에게는 “장갑도, 마스크도, 방호복도, 보호 장비가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관계 당국에 두 곳의 지역 병원 진료실을 개방하거나 군의관을 보내 달라고 간청하고 있다.

레드존 내의 다른 지역에서도 보급 부족 문제가 보고되고 있다. 카살푸스테를렝고(Casalpusterlengo) 인근의 약사인 안나 로시(Anna Rossi)는 손님들에게 팔 수 있는 소독제나 감염을 막기 위한 마스크가 없다고 말했다. 3월 2일 지역 의사 단체 한 곳은 로마의 보건복지부에 서신을 보내 보호 장비가 너무나 부족하다고 호소했다. “우리는 환자들의 곁에 있고 싶습니다. 하지만 그들을 보호하고 우리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는 최소한의 수단마저도 주어지지 않는다면, 우리가 어떻게 효과적으로 일할 수 있겠습니까?”

이런 문제는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WHO는 코로나19를 상대하기 위해서는 전 세계 보건 의료 노동자들에게 매달 8900만 개의 의료용 마스크가 필요하다고 밝히고 있다. 현재의 생산량은 필요한 양의 70퍼센트에 그치고 있다. 부족 사태가 벌어지면서 가격은 여섯 배까지 올랐다. 독일, 러시아, 대만, 태국에서는 자국 내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마스크 수출을 제한하고 있다. 지난해 전 세계 마스크의 절반을 생산했던 중국은 아직 수출을 금지하지 않았다. 그러나 당연하게도, 수출은 사실상 중단되어 있다.

 

슬픔의 마스크


그럼에도 중국의 마스크 생산량은 치솟고 있다. 정치인들이 강제한다면, 중국이 아닌 다른 곳에서도 가능한 일이다. 중국 정부에 따르면, 중국은 현재 매일 1160만 장의 마스크를 생산하고 있다. 이는 한 달 전의 12배에 달하는 규모다. 그중 170만 장은 기침이나 재채기를 하는 환자들을 상대하는 보건 의료 노동자들이 사용할 수 있는 고기능성 마스크다. 중국 남서부 제너럴모터스(GM) 합작 회사에서는 일회용 마스크를 생산하는 동시에 마스크 제조 장비도 생산하고 있다. 다른 공장들에서도 마스크를 만들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시험 제작 중인 마스크의 정확한 규모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지금까지 알려진 수치로 보면 생산 능력 역시 급증하고 있다.

필요한 속도에 맞게 검사를 수행하거나, 대규모의 환자들을 입원시킬 여유가 없는 인구 집단도 있다. 아직 발병 사례가 많지 않은 아프리카에서는 초기 단계의 확진자 추적 강도를 높인다면 절대적인 감염을 제한하고, 이란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이는 광범위한 지역 사회 감염 가능성을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 아프리카의 일부 국가들은 다른 대규모 전염병 경험을 통해 이런 사태에 잘 대비하고 있는 편이다. 이헤퀘아주 소장이 근무하는 나이지리아 질병 통제 센터 직원들은 새로운 질병의 발병 동향을 알아보기 위해 거의 매주 조사를 나간다. 이러한 조사는 보건 의료 노동자들이 사용하는 오픈소스 데이터 로그 수집 앱인 소르마스(SORMAS)의 도움을 받아 이루어진다.

그들은 코로나19의 우선순위가 높아지긴 했지만, 다른 모든 질병들보다 중요한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이헤퀘아주 소장은 현재 나이지리아가 역대 최고 수준의 라사열(Lassa fever)에 시달리고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아프리카는 세계에서 가장 치명적인 호흡기 질환인 결핵을 관리해야 하는 부담도 안고 있다. 이헤퀘아주와 일하는 팀원들 대부분은 새로운 코로나바이러스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몇몇 직원들은 “일을 그르치지 않기 위해서” 다른 영역을 전담하고 있다고 한다.

코로나19가 발병하기 시작했거나 이미 발병한 지역에서는 뉴욕 웨스트체스터의 긴급 조치와 같은 자가 격리 방식이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다. 4일 이후부터 적용되어 온 영국의 병가 급여는 이제 1일차부터 지급되기 때문에 사람들은 필요하다면 집에 머무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병가 급여 자체는 최저 임금에도 미치지 못할 정도로 낮은 수준이다.

미국은 전염병 유행 상황의 의료 시스템이나 병가 급여 관련 규정이 미흡하다. 공중 보건에 대한 권한은 대부분 주립이나 시립 보건 기관에 위임되어 있어서 통제 시스템이 파편화되어 있다. 준비성, 자금 지원, 전문성이라는 측면 모두 지역과 병원에 따라서 다르다. 대응과 관리가 균일하게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파편화된 시스템은 출근하지 말아야 할 환자들이 일하러 나가야 하는 경우에 특히 문제가 될 수 있다. 서비스 직종에서 일하는 소득이 적은 노동자들 중 유급 병가를 낼 수 있는 이들은 거의 없다. (쉬는 동안) 급여를 받을 수도 없고 더 나아가서는 일자리를 잃을 수도 있다. 조금 아프다고 해서 집에 머물면서 점점 더 가난해지는 것보다는 일을 하러 나가는 것을 선택할 가능성은 충분하다. 경제학자인 스테판 피클러(Stefan Pichler)와 니콜라스 지바스(Nicholas Ziebarth)가 미국 유급 병가 정책을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유급 병가는 인플루엔자(유행성 감기)의 확산을 평상시에는 5퍼센트, 유행 시기에는 40퍼센트까지 낮출 수 있다. 코로나19에도 이를 적용할 수 있다고 가정해 보면, 유급 병가를 의무로 규정하지 않은 39개의 주에서는 사태가 악화될 위험이 있다.

두 번째 문제는 전염병에 대비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으로 처벌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미국의 병원들은 감염병을 다룰 추가적인 수용력을 확보하지 않고 있다. “수용력 측면에서 보면 우리의 보건 의료 시스템은 엄청나게 불안한 수준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인력이나 침상, 보호 장비 등에 있어서 추가로 활용할 수 있는 여력이 거의 없습니다.” 미세소타대학교의 감염병 전문가인 마이클 오스터홀름(Michael Osterholm)의 말이다. 부족한 준비 탓에 이미 캘리포니아에서는 단 한 명의 환자로 인해 124명의 병원 관계자들이 격리되는 상황이 벌어졌다.
환자 입장에서는 검사와 치료에 드는 의료 비용이 효과적인 억제를 방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검사에만 수천 달러에 달하는 의료비 청구서가 발행되는 것을 우려해서 응급실에 가지 않는 환자들이 있다는 보고가 확산되고 있다. 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2800만 명의 미국인들 중 4분의 1 이상은 자신들이 감당할 수 없는 비용이 드는 진료를 취소한 적이 있다고 말한다. 트럼프 행정부는 재해 구제 기금을 전환해서 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환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렇게 되면 문제를 완화할 수 있을 것이다. 3월 4일 미국 하원은 83억 달러(9조 9948억 원)에 달하는 “보조금 전환” 정책을 통과시켰다. 이 정책이 보험에 가입하지 않았거나 수급 요건이 충분하지 않은 이들에게 미칠 영향은 확실치 않다.

 

주의를 기울이자


모든 나라들이 싱가포르처럼 잘 준비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싱가포르는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이탈리아와 비슷한 수준인) 56억 싱가포르달러(4조 8651억 원)를 배정할 만큼 부유한 나라다. 상당히 엄격한 조치를 시행할 수 있을 만큼 잘 조직화되어 있고, 사스 발병으로 이미 심각한 피해를 경험하기도 했다. 하지만 싱가포르의 리셴룽(李顯龍) 총리는 지난 2월, 코로나19 피해가 사스 피해를 넘어설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었다. 싱가포르 정부의 코로나19 관련 공동 대책 본부장인 로렌스 웡(Lawrence Wong)은 이렇게 경고한다. “하나의 사고, 하나의 사건만 있어도 발병율이 크게 치솟을 수 있고, 계속해서 전염될 수 있습니다.” 우리는 모든 사례에서 배워야 한다. 그리고 어떤 사례들에서는 더 많이 배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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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책 #세계경제 #리더십 #건강 #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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