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의 슬럼프를 막는 방법
1화

경기 침체와의 전쟁

정부는 개인과 기업에 대한 재정 지원 규모를 조정할 수 있어야 한다

단 두 달 만에 세계 경제가 뒤집혔다. 주식 시장은 3분의 1가량 폭락했고, 수많은 국가의 공장, 공항, 회사, 학교, 상점들은 바이러스 확산을 억제하기 위해 폐쇄됐다. 노동자들은 일자리를 걱정하고, 투자자는 기업이 채무 불이행을 선언하지 않을까 두려워한다. 이 모든 것이 현대에 들어선 이후 가장 급격한 경기 침체를 암시한다. 1월과 2월의 중국 국내 총생산(GDP)은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10~20퍼센트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 바이러스가 맹위를 떨치는 한 미국과 유럽에서도 비슷한 하락세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아시아에서 추가적인 하락을 일으킬 수 있다. 이번 사태의 충격이 불황으로 치닫는 것을 막으려면 정부가 대대적으로 개입해야 한다. 규모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새로운 금융 정책을 개발해 신속히 시행해야 한다.

서구의 정부와 관계 당국은 이미 대규모 재정 지원을 약속했다. 예산 지출, 세금 감면, 중앙은행의 현금 공급, 대출 보증 등을 포함한 미국, 독일,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의 전체 재정 지원액은 7조 4000억 달러(9315조 49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 국가 GDP의 23퍼센트에 해당하는 금액이다(2화 참조). 하지만 이런 지원액의 5분의 4를 책임지는 것은 각국 중앙은행이다. 대부분의 정부는 너무 작은 역할을 하고 있다. 주택 대출금 상환 연기에서 파리의 카페에 대한 구제 금융에 이르기까지 여러 정책들이 제시되고 있다. 한편 정통적인 자극책은 효과를 거두기 어려울 수 있다. 대부분 선진국의 금리는 이미 0에 가깝기 때문에 중앙은행의 핵심 수단은 사실상 무력화된 상태다. 각국 정부는 경기 침체기에 보통 수요를 촉진하려 하지만, 집안에 갇혀 있는 사람들은 자유롭게 소비할 수 없다. 역사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도 많지 않다. 1918년의 세계적인 독감 대유행은 제1차 세계대전으로 인해 이미 경제가 파괴되었을 때 발생했다. 중국은 폐쇄 상태를 어느 정도 견뎌 왔지만, 이들의 사회 체제는 서구와 다르다.

무엇을 해야 할까? 경제 대책은 가계와 기업 두 집단을 지원해야 한다. 집행은 빠르고, 효율적이고, 유연해야 한다. 그래야 바이러스의 확산세에 따른 필요를 기준으로 정부가 지원을 줄이거나 늘릴 수 있다는 것을 노동자와 기업이 확신할 수 있다. 대규모 정부 지출이 필요한 가계 단위부터 살펴보자. 우선 유급 병가 보조금을 지급하고 건강 보험에 가입하지 않았더라도 치료를 받을 수 있게 해서 취약 계층을 보호해야 한다. 생산 활동이 중단되어 저조한 실적을 올리고 있는 기업들에게도 노동자의 임금에 대한 보조금을 지급해 정리 해고를 막아야 한다. 독일은 이미 선제적으로 이런 정책을 취하고 있다.

 

각국 정부의 경기 부양책, 1조 달러 단위/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미국/ 대출 보장 및 상환 유예/ 중앙은행의 기타 지원/ 정부 지출
각국 정부는 가구에 직접 현금을 지급할 수 있는 디지털 시스템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이는 홍콩이 준비하고 있는 조치다. 궁극적으로는 이 시스템을 통해 추가적인 지원을 보다 빠르게 늘리고 줄일 수 있어야 한다. 미국을 포함한 많은 국가들은 현금을 분배하는 일을 느려터진 우편 서비스와 조세 당국에 의존하고 있다. 기금이 휴대 전화나 온라인 은행 계좌를 통해 즉시 송금되면 사람들은 안심할 수 있고, 바이러스가 재발하더라도 굳이 현금을 모으려 않을 것이다. 이는 경기 회복이 더뎌지는 현상을 막을 수 있다.

이런 지출은 정부에게는 상당히 큰 부담이 되겠지만, 유럽 전역 GDP의 1퍼센트밖에 되지 않는 현재의 재정 부양 규모는 너무 작은 것이 분명하다. GDP의 5퍼센트를 지출하겠다는 미국의 계획도 GDP가 두 자릿수 비율로 떨어질 수 있다는 위험을 감안하면 생색내기에 가까운 수준이다. 재정 적자가 급증하면 각국 정부는 다량의 국채를 발행해야 할 것이다. 중앙은행은 국채 수익률을 낮추고 시장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개입해서 채권을 매입해야 한다. 인플레이션을 우려할 수 있지만 이는 부차적인 현상이며, 실제로 발생할 위험성도 거의 없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유로존의 위기를 막기 위해 7500억 유로(1012조 3125억 원)의 자산을 매입할 계획이다. 유럽중앙은행과 유럽 국가들은 이탈리아를 비롯한 주변 경제권에 대한 각국 정부의 별도 지원 정책도 보장해야 한다.

두 번째로 중요한 것은 수백만 개의 기업이 현금을 확보하게 하는 일이다. 기업의 실패는 경제의 성장 가능성을 저해한다. 기업들은 채무 만기는 다가오는데 현금이 말라 가는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채권 시장은 많은 기업들에게 막혀 있다. 채무 불이행이 대량으로 발생하면 실업률이 치솟고, 은행에는 부실 채권이 쌓이게 될 것이다. 경제 활동을 활성화시키기도 더 어려워진다. 대부분의 정부가 상황에 개입하고 있지만, 대응 방식에는 각각 결점이 있다. 프랑스는 기업 국유화가 방법이라고 말하지만, 기업들은 저항할 것이다. 미국은 기업 어음(CP)을 지원하지만, 이 자금은 전체 기업 채무의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대부분의 노동자가 속한 소규모 업체가 아닌 대기업들이 사용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독일과 영국은 대출 보증 전략을 내세우고 있지만, 수백만 건이 될 수도 있는 대출 신청 서류를 누가 처리할 것인지는 불확실하다. 가장 좋은 접근법은 은행 시스템을 활용하는 것이다. 사실상 거의 모든 기업들이 은행 계좌를 갖고 있고, 은행은 대출하는 방법을 알고 있다. 각국 정부가 은행에 저금리 자금을 제공해서 은행이 고객에게 대출해 주도록 하고, 손실이 발생하더라도 대부분은 정부가 떠안을 것임을 보장해야 한다. 고객에게는 대출금을 조기 상환하는 경우 추가적인 혜택을 제공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모든 정책들에는 커다란 단점이 있다. 공공 부채와 기업 부채가 치솟을 것이다. 부자들이 지원금을 수령하게 될 수도 있고, 경영 상태가 나쁜 기업은 대출금이 늘어날 것이다. 하지만 이런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장점이 더 압도적이다. 현금이 빠르게 분배되면 취약 계층 사람들도 이 시기를 견딜 수 있다. 각 가정은 여건이 개선됐을 때 소비에 더 자신감을 가질 수 있다. 기업은 직원들과 시설을 무사히 유지하고, 어려운 시기가 지나가면 빠르게 정상화 작업에 착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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