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결된 혼자들
완결

연결된 혼자들

Z세대와 혼자 사는 삶


시대와 지역을 막론하고 기성세대는 늘 청년 세대를 이해하기 위해 애써 왔다. 세대 차이에서 비롯되는 공동체 내의 이질감과 위화감을 극복하고, 여러 세대가 공존하며 조직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세대 간의 다름이 어디에서 나오는지 이해해야 하기 때문이다.

세대는 비슷한 시기에 태어나 사회화 과정에서 특정한 역사적·사회적 사건, 즉 결정적 집단 경험(crucial group experiences)을 공통으로 경험하고 의식하는 인구 집단을 말한다.[1] Z세대는 밀레니얼 세대 또는 Y세대(1980년대 중반~1990년대 중반 출생)의 뒤를 이어 일반적으로 대략 1990년대 중반에서 2000년대 중반에 출생한 세대다.[2] 컨설팅 기업 딜로이트의 〈글로벌 밀레니얼 서베이 보고서〉는 밀레니얼 세대를 1983년부터 1994년 출생자, Z세대를 1995년부터 2002년 출생자로 정의한다.[3] 현재 밀레니얼 세대가 주로 조직의 막내 그룹으로 생활하고 있다면, Z세대는 갓 직장 생활을 시작한 사회 초년생과 대학생, 중고등학생 그룹이다.

Z세대와 밀레니얼 세대의 특징에 대해서는 몇 가지 진단들이 내려져 왔다. 개인주의적이다, 재미를 추구한다, 정치 참여에 적극적이다, 가치를 위해 소비한다는 점 등이다. 또한 Z세대는 디지털 신인류라는 점에서는 밀레니얼 세대와 유사하지만, 부모 세대인 X세대의 영향으로 부모가 베이비부머 세대인 밀레니얼 세대보다 실용주의적이고 자유로운 성향을 지니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4]

Z세대가 출생하고 사회화 과정을 거칠 때, 디지털 기기와 커뮤니케이션 기술은 이미 보편화되어 있었다. 디지털 기술 사용 능력을 기준으로 기성세대와 다른 새로운 세대를 포착하려는 시도는 밀레니얼 세대가 등장할 때부터 시작됐다. 디지털 원주민(digital native)은 미국의 교육학자가 디지털 혁명기의 한복판에서 성장한 학생들을 이전 세대와 구분하기 위해 사용한 용어다.[5] 각종 디지털 기기가 널리 보급되기 이전에 성장해 이후에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했던 디지털 이민자(digital immigrants) 이후 세대를 의미한다. 디지털 원주민은 미디어와 전자 기기에 둘러싸여 태어나고 성장했으며, 따라서 시공간의 제약이 거의 없는 엄청난 양의 실시간 정보 교류와 의사소통을 당연하게 여긴다. 경영 컨설턴트 돈 탭스콧(Don Tapscott)은 저서 《디지털 네이티브》에서 신문이나 편지 같은 아날로그 매체보다 인터넷과 메일, 디지털 매체에 더 익숙한 젊은 세대들을 넷(net)세대라고 부르기도 했다.[6]

Z세대는 디지털 원주민이라는 용어가 처음 등장했을 때, 젊은이로 지칭되던 사람들의 이후 세대다. 이들은 통신 혁명이 가속화된 시기에 태어나 스마트폰과 태블릿 PC처럼 이동이 자유로운 개인용 전자 기기가 널리 보급된 시기에 성장했다. 아이폰이 국내에 처음 도입된 2009년 당시,[7] Z세대는 초등학생이거나 중학교 신입생이었다. 생애 처음으로 갖게 된 휴대폰이 스마트폰일 확률이 높은 세대인 셈이다. 개인화된 미디어인 스마트폰과 SNS는 사적 커뮤니케이션을 극대화시키는 데 큰 기여를 했다.[8]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사람들은 언제 어디서든 실시간으로 인터넷에 접속하고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게 되었다. 성장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스마트폰을 접한 Z세대는 이전 세대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미디어 환경 속에서 성장했다. 이들은 늘 누군가와 연락을 주고받을 수 있는 항시 접속의 상태를 유지한다.[9] 모바일 SNS와 인스턴트 메신저에서 끊임없이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정체성을 구성하고, 주도적으로 자아를 표현하며, 집단이 아닌 개인 중심의 관계를 구성하는 데 익숙하다.[10]

Z세대는 스마트폰을 통해 혼자 가상의 세계에서 정보를 습득하는 데 익숙하고, 자신의 뚜렷한 취향과 욕구를 기반으로 취미 활동을 하며, 집단 활동과 대면 상황을 비효율적인 것으로 여긴다. 이러한 사회적 관계 맺기(networking) 특성은 소비 습관, 사고방식, 정치적 행동, 사회 참여 활동처럼 폭넓은 영역에 영향을 미친다.


 

혼자가 편합니다


Z세대의 특성을 분석하기 위해 22~26세의 남녀 대학생 8명을 심층 면접하고 Z세대의 목소리를 직접 들었다.[11] 인터뷰 참여자는 여학생 5명과 남학생 3명으로 구성되었다. 모두 SNS를 비교적 활발하게 이용하고 있고, 적어도 하나 이상의 나홀로 여가 활동을 즐기고 있는 ‘나홀로족(Myself generation)’이었다. 나홀로족은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기보다 자신만의 여가 생활을 즐기는 이들을 뜻한다.[12] 자발적인 선택으로 혼자서 여가 시간을 보내고, 취미 활동이나 식사 등을 한다. 나홀로족 문화가 처음 부상한 1990년대 후반만 해도 이런 경향은 집단주의 분위기에서 성장한 한국의 기성세대 입장에서는 불편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현상이었다. 기존 사회 질서에 대한 저항이나 하위문화로 감지되기도 했다.[13]

그러나 나홀로족 문화는 최근 Z세대를 포함한 한국 사회 젊은 세대의 가장 일반적인 생활 양식으로 자리 잡았다. 2016년 한 취업 포털에서 20대와 30대 성인 남녀 159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나홀로족이라고 응답했다. 사회학자 카를 만하임(Karl Mannheim)의 논의에 따르면 특정 세대는 정체성과 소속감을 토대로 다른 세대와의 경계를 만든다.[14] 이러한 맥락에서 나홀로족 문화는 Z세대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밀레니얼 세대가 나홀로족 문화를 개성과 자유를 중시하는 긍정적인 변화로 인식시키는 데 기여했다면, Z세대는 하나의 생활 양식이 된 나홀로족 문화를 더 광범위하게 계승받았다고 할 수 있다. Z세대는 아직 대부분 가족과 함께 살면서 취업과 경제적 독립을 준비하는 과정에 있지만 자기만의 방에서, 친구들과 함께 하는 일정이 없는 시간에는 가능한 한 혼자 있기를 선택한다. 인터뷰 참여자들은 친구들과 함께도 좋지만, 감수해야 하는 스트레스가 더 크기 때문에 혼자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혼자 있으면) 다른 사람을 신경 안 써도 되죠. 계획을 짤 때 이 사람이 좋아하는 것을 신경 써야 된다든지, 아니면 가고 싶은 곳을 신경 써야 된다든지 (하지 않으니까).” (A, 남, 26)

“상대방의 기분이나 감정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되니까…. 같이 있으면 반응하는 데 에너지를 써야 하고 의견이 다르면 절충안을 찾아야 하는데 이제 이런 사소한 것들에 쓸 에너지가 없으니까 혼자서 하는 것을 좋아하는 것 같아요.” (B, 여, 22)

“비대면 관계는 제가 하고 싶은 것을 눈치 보지 않고 할 수 있고, 하고자 하는 것에 제한이 없어서 편해요. 직접 만나는 관계는 그 사람의 입장을 고려하는 것이 참 어려워요. 제가 원하는 활동에 제한이 올 수도 있고요.” (C, 남, 23)

“너무 많은 사람과의 관계가 생기면 자발적으로 줄이는 편이에요. 누군가와 만나면서 소통하면서 소모되는 에너지가 있잖아요. 혼자 할 때는 남을 신경 안 써도 되고 오로지 나한테만 집중할 수 있죠. 나를 아껴 준다는 느낌이 들어서 좋아요.” (D, 여, 22) 

타인과 함께 있어야 하는 시간은 일반적으로 긴장과 피로를 유발한다. Z세대가 토로하는 면대면 상호 작용에 대한 스트레스는 잘 알지 못하는 상대방을 배려하고 실수하지 않도록 늘 주의해야 한다는 데서 온다.[15] 그러나 이러한 제약은 세대와 관계없이 누구나 느끼는 것이다. Z세대는 왜 유독 이런 피로감을 견디기 어려워할까?

딜로이트의 분류에 따라 Z세대를 1995년에서 2002년 사이 출생자로 가정한다면, 현재 한국에서 대학 진학이 가능한 나이(1995년~2001년 출생자)인 이들은 Z세대 인구의 90.14퍼센트에 달한다. 이들이 대학에 진학한 2014~2019년도의 평균 대학 진학률이 약 70퍼센트인 것을 고려하면, 현재 한국 Z세대 다수의 실질적인 일상생활 환경은 대학교다. 대학교는 대부분의 학생들에게 개인의 성장 환경이나 출신 지역과 관계없는 낯선 곳이면서, 더 넓은 사회로 가기 위한 첫 관문이다. 더구나 오늘날 Z세대가 겪는 대학 생활은 과거보다 훨씬 각박하고 개인화되어 있다. 유례없는 취업난과 경쟁에 노출된 오늘날 대학생들에게 대학교란 위안을 주는 친구들과 함께하는 곳이라기보다, 해롭지는 않지만 피상적이고 얕은 관계에 있는 사람들과의 대면 상황이 지배적인 곳이다. 이른바 ‘스펙 싸움’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고, 만나는 사람들은 친구인 동시에 경쟁자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관계의 폭은 좁아지고, 필요에 의한 만남만 증가한다.[16] 한 참여자는 대학 동아리 활동 경험을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다.
 
“(대학에 와서) 규모가 좀 큰 동아리에 들어가게 됐어요. 그래서 여러 사람들을 많이 만나게 됐었는데 1년 반 정도 그렇게 지내보니까 좀 힘들더라고요. 저한테 맞지 않는 것 같았어요. 처음에는 그냥 많은 사람들이랑 알게 돼서 좋았는데, 점점 얕게 친해지는 사람들이 많아지다 보니까 원래 친했던 옛 친구들한테 소홀하게 되더라고요. 저는 그게 너무 힘들었어요.” (E, 남, 25)

치열한 대학 생활을 헤쳐 나가야 하는 이들에게 여가 시간은 더할 나위 없이 소중하다. 그래서 이들은 제한된 여가 시간을 자신이 원하는 취미 활동에 온전히 집중하거나, 잘 모르는 사람보다는 소중하고 가까운 친구들과 보내고 싶어 한다. 이들이 추구하는 여가 시간의 효율성은 경제적인 동시에 심리적인 것이다. 휴식 시간에 억지로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시간과 돈의 낭비라고 여기며, 극도로 원자화된 대학 생활 속에서 언제 또 만날지 알 수 없는 이질적인 사람들과 대면 상호 작용을 해야 하는 상황을 왜 굳이 견뎌야 하는지 이해하지 못한다.

이들은 취미나 여가 활동에 있어서 공동체적 감수성이 매우 약한 세대이기도 하다. 이러한 차이는 Z세대와 이전 세대가 성장한 미디어 환경의 차이에서 온다. 텔레비전, 라디오, 신문처럼 개인이 아닌 대중을 대상으로 하는 일방향적 미디어는 인터넷, 이메일, 휴대폰과 스마트폰 같은 개인화된 쌍방향 미디어로 급격히 대체되었고, Z세대는 이러한 역사적 발전이 일어나고 있는 도중이 아니라 끝날 무렵에 사회에 출현했다. 공중파 드라마 시청률이 60퍼센트를 돌파하는 것을 경험한 적도, ‘본방 사수’를 위해 가족들과 텔레비전 앞에 모여 앉아 본 적도 없다. 대신 흥미를 끄는 콘텐츠를 찾아보면서 취향의 포트폴리오를 만들고, 온라인에서 비슷한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찾아 소통한다.

방마다 개인 컴퓨터가 있고, 각자 스마트폰을 갖고 있어 보고 싶은 것을 얼마든지 볼 수 있는 이러한 미디어 환경에서는 집단적으로 주입되는 문화적 경험의 기회는 줄어들고, 개개인의 문화적 취향과 경험을 바탕으로 하는 개성과 정체성이 강화된다. 그래서 이들은 가까운 친구들이라고 해도 모두가 나와 ‘코드’가 맞는 건 아니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 여가 시간을 채울 수 있는 대중문화 콘텐츠 또한 온라인과 오프라인 모두에서 풍부해졌다. 이런 맥락에 놓인 Z세대가 ‘나홀로 문화생활’을 선택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결과다.

몇몇 참여자들은 자신이 친구를 사귀고 관리하는 방식을 본인의 성격과 결부해 설명하기도 했다. 많은 사람들과 얕은 관계를 맺는 것보다 소수의 친구들과의 좁고 깊은 인간관계를 선호한다고 언급하는 식이다. 그러나 성격과 관계없이 대부분의 참여자들은 평소 학교에서 자연스럽게 가까워진 친구나 지인이 있다고 해도 취미 생활은 혼자 하는 편을 선호한다고 응답했다. 함께 취미 활동을 할 때 감수해야 하는 번거로움과 불편함을 피하고 싶다는 것이다.
 
“아무래도 혼자 여행 가면 편해요. 다른 사람이랑 일정을 안 맞춰도 되고, 내가 원하는 대로 할 수 있잖아요. 예를 들어 일정이 틀어져도 나 혼자니까 괜찮은데, 아무리 친한 사람이랑 가도 불편할 수도 있으니까…” (F, 여, 23)

“여행은 금전도 들어가고 여러 가지 많이 투자하는 활동이니까 친구들이랑 가게 되면 아무래도 서로 맞춰야 하는 경우가 많죠. 물론 그것도 나름의 재미가 있지만 혼자서 여행가는 건 또 다른 종류의 재미가 있어요. 혼자서 가는 여행은 장르가 좀 다른 느낌이에요.” (G, 여, 25)

“혼자 영화를 보면, 오로지 영화에만 집중할 수 있어요. 같이 있으면 저는 친구 감정에도 집중하게 되더라고요. 그런 불필요한 스트레스를 안 받을 수 있어서 좋은 것 같아요.” (C, 남, 23)

“보고 싶은 영화가 있을 때 굳이 친구들이랑 일정을 맞춰서 가는 게 번거로워서 그냥 제 시간에 맞는 영화가 있으면 혼자 보러 가는 편이에요. 그리고 콘서트는 금액이 비싸잖아요. 그래서 선뜻 친구들에게 제안하기 힘든 것 같아요. 그 친구는 선호하지 않는데 같이 가자고 말하기 그렇잖아요.” (E, 남, 25)

“불필요한 곳에 에너지를 사용하지 않아도 돼서 그게 가장 좋아요. 그리고 활동에 대해 온전히 나 혼자 느낄 수 있어요. 시간에도 구애받지 않고. 예를 들어서 영화를 볼 때 혼자 있으면 내 생각을 할 수 있는데, 친구랑 영화를 볼 땐 친구가 옆에서 뭐라고 말을 하면 (생각의 흐름이) 깨지니까. 둘이 있을 때의 재미도 물론 있지만 혼자 있을 때가 더 편하고 좋아요.” (B, 여, 22)

 

혼자 있어도 혼자가 아닌 사람들


Z세대는 혼자 있을 때 더욱 편안함을 느끼고, 대면 상황에서 오는 사회적인 역할 부담에서 벗어나 있는 그대로 있을 수 있는 시간을 소중하게 생각한다. 대면 관계의 부담감은 누구에게나 있지만, 과거에는 이런 부담이 혼자 있을 때 겪어야 하는 외로움과 고립감에 비하면 오히려 나은 선택이었을 것이다. 반대로 Z세대는 혼자 있더라도 스마트폰과 SNS를 통해 주변 사람들의 생활을 엿볼 수 있고, 언제 어디서든 대화를 시작할 수 있다. 다른 사람들과 억지로 시간을 보내는 것보다 혼자 있는 것을 선호하는 이유다.

혼자 있는 것을 편하게 느끼고, 여가 시간을 혼자 보내고자 하는 나홀로족 문화는 Z세대가 겪어 온 미디어 환경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대면 상호 작용 상황에서 이들이 느끼는 감각은 다른 세대와 사뭇 다르다. 이를 바라보는 가장 단순한 시각은 Z세대가 다른 세대에 비해 계산적이고 이기적이라는 해석일 것이다. 그러나 이는 Z세대의 성장 환경과 경험을 간과한 평가이자 오해다. Z세대가 다른 세대보다 집단에 대한 소속감이 약하고, 타인과의 유대 관계에 무관심하다는 해석 또한 사실과 다르다. 이들이 대면 관계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 것은 온라인과 SNS에서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교류하며 연결망을 형성하고, 여기에 감정적으로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Z세대가 어디서든 자유롭게 이용하는 인터넷, 인스턴트 메시지 앱, 각종 SNS는 물리적으로 혼자 있을 때에도 내가 알고 있는 사람들, 내가 살고 있는 세상과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을 준다. 이는 방문을 반쯤 열어 놓은 상태와 같다. 중요한 것은 이를 통해 타인과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는 점이다. Z세대는 특별한 용건 없이도 끊임없이 친구들과 연락을 주고받는다. 대화 하나하나에는 별다른 내용이 없다. 그러나 이런 대화가 언제든 얼마든지 가능하고 지속될 수 있는 상태 자체는 중요하다. 파리공과대학 사회학과 교수 크리스티앙 리코프(Christian Licoppe)[17]는 커뮤니케이션 기술의 변화가 현대 사회에서 사회적 유대의 특수한 패턴을 발전시킨다고 지적했다. 휴대 전화의 사용이 일상화되면서 대화처럼 상세한 경험과 정보의 공유를 목적으로 하는 소통보다는 짧고 간략하면서도 빈번하게 이루어지는 소통 형식이 확산되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방식의 소통은 사람들 사이의 연결이 단발적인 것이 아닌 일종의 흐름이며, 그 연결이 지속될 것이라는 믿음을 주는 기능을 한다.[18] 리코프는 휴대 전화 기기를 통한 빈번하고 불규칙한 접촉에 의해 매개된 관계들이 확산되면서 연결된 실재감(connected presence)이 생겨나고 있다고 분석한다.

과거에는 목적 없이 빈번하게 연락을 주고받을 수 없었다. 직접 방문이나 편지, 전화, 어떤 방식이든 수고와 시간적, 경제적 비용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통신 혁명을 거쳐 휴대폰이 보급되고 인터넷 메일이 가능해지면서 거의 비용이 제로에 가까워진 지금은 다르다. 생애 과정 중간에 기술 발전이 일어난 기성세대는 이로 인해 사적인 연락과 접촉 빈도의 폭발적 증가를 경험했다. 지나치게 잦은 연락과 그로 인한 사회적 부담감은 현대 사회에서 성인의 삶의 질을 도리어 낮추는 요인으로 밝혀지기도 했다.[19] 하지만 Z세대에게는 이렇게 무제한으로 타인들과 접촉할 수 있는 연결 상태가 스트레스가 아닌 안정감의 원천이다. 스마트폰이 손에 없거나 인터넷이 안 되는 상황이 오히려 이들이 경험해 본 적 없는 비정상적인 상태다.

현대 사회에서 일상의 모든 행위는 인터넷과 휴대 전화로 대표되는 디지털 미디어에 의해 매개된다. Z세대는 아주 어렸을 때부터 스마트폰을 통해 친밀한 사람들과 꾸준히 연락해 왔고, 실제로 만날 수 있는 사람들보다 더 많은 사람들과 접촉한 경험이 있다. Z세대에게 온라인이라는 가상 공간이 기성세대가 체험해 온 것보다 훨씬 실제 세계와 밀접하게 결부된 실체인 이유다. 이들은 그 속에서 삶의 다양한 감정을 느끼고,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되는 정보를 직접 습득하며, 타인의 시선을 전제로 형성되는 정체성과 인격에 영향을 미치는 각종 자극에 노출된다.

인터뷰 참여자들은 모두 SNS를 비교적 자주 사용하는 편이라고 응답했고(5점 만점에 최소 3.5점), 이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SNS는 인스타그램이었다. 인스타그램을 통해 주로 하는 일이 무엇인지, SNS를 이용하는 목적이 무엇인지에 대해 물었을 때, 이들은 ‘그냥 일상적인 것’, ‘(이것저것) 다 올리는 편’이라고 대답했다. 또 그것이 꼭 누군가와의 대화나 소통으로 이어질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특히 이들이 SNS를 활용하는 것은 누군가와 함께한 시간을 기억하고 유대감을 형성하기 위해서라기보다는, 본인이 혼자 여가 생활을 하면서 느낀 감정이나 활동 자체를 기록하기 위해서였다. 누군가와 함께 보낸 시간이라도 그 사건에서 소속감이나 연대감을 기대하기보다는 자신이 느낀 감상을 표현하고 기록하고 싶어 했다.

주목할 만한 것은 Z세대가 익숙한 온라인 세계에서 사회적으로 친밀감을 구축하고 그 깊이를 더하는 방식이 이전 세대와 다른 문법을 따르고 있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며 친밀함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에게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하면서 직접적으로 소통해야 했다. 그러나 온라인 세계에서는 수많은 여러 사람들과 동시다발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상태가 일반적이다. 충분히 몰두할 수 없는 일대일 상호 작용은 더 이상 친밀감 형성의 필수 조건이 아니다. Z세대는 특정한 누군가와 직접 상호 작용하는 데 집중하지 않는다. 대신 다수에게 꾸준히 인식될 수 있고, 언제든 연결될 수 있는 상태를 활성화해 둔다. 자신의 그러한 상태, 사적인 모습을 보여 주는 것 자체가 상대방을 나와 친밀해질 수 있는 사람으로 인정한다는 의미가 되기도 한다. SNS에서 자신이 접근할 수 있는 다른 사람들의 일상을 자연스럽게 들여다보고 관심을 가지며, 당장 직접적으로 연락하지 않더라도 친밀감을 느끼는 것이 Z세대의 특징이다.
 
“보통은 제가 그날 느낀 것과 기록하고 싶은 나의 모습을 올려요. 친구와 같이 찍은 사진을 올릴 때도 나의 감상, 느낌에 중점을 둬요. 친구 생일이라서 찍은 사진을 올릴 때도 ‘축하해’라는 메시지와 함께 내가 느낀 것들을 ‘그 친구와 함께 해서 어땠다, 이런 생각을 했다’ 식으로 자기중심적인 피드를 올리는 편이에요.” (B, 여, 22)

“(혼자 한 활동을) 그냥 기념하려고 올렸어요. 그냥 기뻐서 올리거나. 순간적으로 ‘아 이건 기록해 두고 싶다’ 할 때 올리는 것 같아요. 제 글을 보고 오랜만에 누군가와 연락이 닿거나 그런 걸 기대하고 올리지는 않아요.” (E, 남, 25)

“소통하고 싶고 기록하고 싶어서 올리는 편이에요. 그런데 사실 연락하는 사람들끼리 그냥 뭐하고 지내고 있는지 일상을 소소하게 공유하기 위함이지, 연락이 안 되는 지인들과의 소통까지는 기대하지 않아요. 굳이 대단한 소통을 바라지는 않고 그냥 나중에 제가 올린 것들을 보면 일기장 보는 기분이에요.” (G, 여, 25)

이들에게 SNS는 공통의 주제나 관심사에 대한 정보를 교환하는 장이기도 하고,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공간이 되기도 한다. 방문을 반쯤 열어 놓으면 밖에서 내 방이 조금 보이고 이를 스스로도 인식하는 것처럼, Z세대가 인지하는 온라인 접속 상태는 특별히 대화를 나누지 않아도 서로를 확인할 수 있는 상태다. 이러한 온라인 인간관계는 단발성에 그치는 피상적 접촉도, 진정한 유대 관계를 방해하는 장애물도 아니다. 온라인 인간관계에 Z세대가 투영하는 의미와 감정은 결코 가볍지 않다. 또한 Z세대는 애플리케이션의 구체적인 기능과 인터페이스를 자신의 욕구에 맞춰 자유자재로 활용한다. 한 참여자는 자신이 SNS에 올리고 싶은 것이 사소하고 일상적인 내용인지, 오래 기억에 남기고 싶은 내용인지 따라 인스타그램의 피드와 스토리 기능을 나누어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가 활동에 대한 게시글. 페스티벌, 공연, 행사. 그리고 가족과 애완견에 대한 내용을 주로 올리는 편이에요. 피드에는 이런 것들을 다 올리지만, 스토리에는 지극히 일상적인 것만 올려요. 스토리는 휘발성이라서 24시간이 지나면 없어지기 때문에 일상적인 것을 자주 올릴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런데 피드에는 잘 나온 사진, 예쁜 사진만 올리고 싶은? 이와 반대로 스토리는 쇼잉(showing)하는 것보다는 사소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공간, 사람들의 공감을 얻고 싶은 공간이라고 생각해요.” (D, 여, 22)

인스타그램은 스토리와 피드 기능을 제공한다. 인스타그램 스토리는 2016년 출시된 기능으로 저장하지 않으면 업로드한 콘텐츠가 24시간 안에 사라지며, 콘텐츠를 휴대폰의 전체 화면을 통해 볼 수 있다. 반면 피드는 2010년에 출시된 것으로 화면에서 더 작은 인터페이스를 통해 표시되며, 삭제하지 않는 한 사용자의 계정 프로필에 영구 보관된다. D는 두 가지 기능을 활용해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면서 정체성을 표현하고 싶은 마음과 시선에 구애받고 싶지 않은 마음, 자신이 크게 눈에 띄지 않는 상태에서 소수의 사람들과 소소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마음 모두를 적절하게 충족시키고 있다. 이는 SNS의 다양한 기능과 환경에 쉽게 익숙해지는 이들의 디지털 원주민다운 능력을 반영하기도 하지만, 그만큼 Z세대가 SNS를 통해서 다양하고 복잡한 심리적·사회적 욕구를 정교하게 실현하고 있음을 보여 주는 것이다.

SNS상에서 서로에게 공개된 게시물은 굳이 안부를 묻지 않더라도 지나가면서 들여다볼 수 있는 방 안의 일부와 같다. Z세대는 자신의 사적인 일상과 생각을 담은 SNS 게시물을 꾸준히 업데이트한다. 이는 오프라인에서 계속 관계를 유지하고 싶지만 현실적으로 만나기 어려운 지인들의 근황을 계속해서 확인하게 해준다. 때로는 자연스럽게 안부를 물을 수도 있다.
 
“친한데 멀리 있을 수도 있잖아요. 외국에 있거나. 그런데 그런 친구들과 매일 연락하기는 힘드니까 그 친구들이 뭔가를 업로드하면 ‘그런 일이 있었구나’하고 알게 되니까 자연스럽게 근황을 공유하게 돼서 좋은 것 같아요.” (E, 남, 25)

“(사람을 만나는 것 자체는 오프라인을 더 선호하지만, 인간관계를 유지하는 수단으로는) SNS를 선호합니다. 물리적인 거리에 구애받지 않고 연락할 수 있잖아요. 친한 동기가 아닌 이상, 잘 만날 기회가 없고, 연락하기 어려워요. 하지만 SNS는 연락하기도 쉽고 계속 연락만 한다면 관계 유지도 쉽고, 비용도 덜 드니까 좋아요. 저는 사람을 만나기 위해서 준비를 하는 과정이 귀찮아요. 오프라인은 비용이든 꾸미는 것이든 물리적인 노력과 비용이 필요하기 때문에 SNS로 관계 유지하는 것을 선호하는 편인 것 같아요.” (D, 여, 22)

SNS에서의 소통을 선호하는 Z세대는 자연스럽게 온라인으로 교류하는 데에 정신적 에너지를 더 많이 투입하게 된다. 완전한 오프라인 상황에서보다 디지털 기기를 통한 접촉 상태에서 더 활발하고 빈번하게 소통한다. 온라인을 통해 현실 세계의 모든 영역이 촘촘하게 매개되고 유지되며 구체화되자 오히려 온라인으로 매개되지 않는 사회적 접촉은 의미를 상실할 지경이다. 사람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현실 세계보다 가상 공간에 더 쉽게 몰입하기도 한다. 가상 세계에서 접촉하는 정보가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우리 삶의 의미를 구성하는 핵심이되면서 상호 대화와 토론은 점점 줄어든다. 대신 사적인 일상생활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추상적인 화제로 불특정 다수와 공개적으로 의견을 교환할 기회는 많아진다. 오늘날 가상 공간과 실생활의 경계는 우리가 체감하고 인지하는 것보다 훨씬 모호하고 불확실해지고 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세상이 뒤섞여 흘러가는 일상은 누구보다도 Z세대에게 깊숙이 체화되어 있다. 이들은 온라인과 오프라인 사이에 생기는 연결에 각자의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었다.
 
“(인스타그램이) 비공개 계정이에요. 아르바이트 상사가 인스타 계정이 있다고 해서. 최근에 한 번 더 비공개인지 아닌지 확인을 했어요. 아무래도 잘 모르는 사람이 제 계정을 보는 건 별로예요.” (G, 여, 25)

“비공개에서 공개로 바꾸려고 했는데 인연을 끊은 친구가 (SNS를 보고) 제가 잘 지내는지 다른 친구한테 물어봤다는 얘기를 듣고 나서 무서워서 비공개 해제를 못하게 됐어요. 모르는 사람이 저를 팔로우하는 것도 기분이 별로 안 좋아요.” (H, 여, 23)

만약 대면 상호 작용을 토대로 하는 인간관계가 가상 공간을 통한 인간관계보다 우위에 있는 것이라면 이러한 반응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우리의 일상 속 모든 행위들은 조밀하게 온라인을 통해 매개되고 있고, 현실에 대한 감각마저 변화시켜 왔다. 온라인에서 싫어하는 사람과 마주치거나 내 정보가 공개되는 것은, 이들이 피하고 싶다고 말한 껄끄러운 실제 대면 상황 못지않게 불편한 감정을 생생하게 불러일으킨다. 이러한 경험은 기성세대에게는 다소 생경하기까지 한 Z세대의 관계 맺기의 현실이자 특징이다.

 

취향이 같은 타인과의 느슨한 관계 맺기


Z세대의 관계 맺기 방식은 어떤 장소나 집단에 정박되지 않는 느슨한 연결망을 형성하는 데 유리하게 작용한다. Z세대는 오프라인에서보다 온라인 상황에서 대화와 교류에 더 개방적인 태도를 보여 준다. 사는 지역이나 국가가 다르고, 생활 반경이 달라 만나본 적도, 만날 수도 없는 다양한 사람들과 실시간으로 소통할 수 있다는 점은 SNS의 장점이자 매력이다. Z세대는 다음의 예에서 알 수 있듯이 공통의 취향과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과 교류하면서 온라인에서의 관계 맺기가 지닌 의미와 가치를 발견하고 있다.
 
“(SNS를 통해 친구를 사귀어 본 적이) 있어요. 제일 오래 연락하는 사람은 디제이 한 명이에요. 실제로는 한 번도 만난 적 없지만, 서로의 피드를 보면서 DM(Direct Message)을 거의 매일 하는 편이에요. 공통 관심사가 있으니까 그것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고…. 한번은 나플라(가수) 중국 팬이 DM으로 한국어를 가르쳐 달라고 한 적도 있어요. 나플라에 관한 이야기를 하면서 친구가 됐죠. 이태원 클럽에 간 영상을 올렸는데 ‘그 클럽 진짜 재밌죠’라고 하면서 친구가 된 사람도 있었어요. 시덥잖은 일에도 관심을 갖고 새로운 관계가 만들어지는 것 같아요. SNS에서는 공통 관심사가 없으면 절대 관계가 만들어지지 않는 것 같아요. 같이 얘기할 거리가 없으면 계속해서 연락을 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이게 특별한 점인 것 같아요.” (D, 여, 22)

Z세대에게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을 주는 연결망의 반경은 현실에서 아는 주변 사람들에 국한되지 않는다. Z세대는 세상의 다양한 사람들과 실시간으로 연결되어 있는 상태에서 내가 잘 모르는 사람과도 진심으로 즐거운 대화를 경험할 줄 안다. 그 방법은 상대방과 자신이 공통으로 가지고 있는 취향을 대화의 촉매로 활용하는 것이다. 사실 불특정 다수로 이루어진 온라인 공간은 늘 안전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여기에서 Z세대는 상대방이 신뢰할 만하고 소통을 시도할 만한 가치가 있는 사람인지를 판단하기 위해 자신과 그가 공유하는 취향을 확인한다.

새로움에 대한 호기심이 많고 다양한 가치관과 문화에 대한 경험을 추구하는 Z세대에게 이런 전략은 SNS상의 대화를 위험하지 않으면서도 색다른 놀이로 만들어 준다. 이들을 중심으로 취미와 관심사를 공유하는 온라인 소통이 확산되는 것은 인스타그램이라는 SNS의 특징과도 관련이 있다. 인스타그램은 3세대 SNS로 분류된다. 싸이월드로 대표되는 1세대 SNS는 오프라인의 인맥을 중심으로 온라인상에서 강한 연결(strong tie)을 맺는 방식이 특징이었다. 이후 2세대 SNS에 해당하는 페이스북, 트위터는 불특정 다수에 기반한 네트워크로 정보를 빠르게 확산시킨다. 이는 처음에 전 세계적인 의사소통의 혁명으로 여겨졌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과잉 정보와 마케팅, 알지도 못하는 타인의 시선까지 신경 써야 하는 상황에 피로를 느끼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인스타그램은 이러한 배경에서 등장한 3세대 SNS로, 취미, 지역, 관심사 등의 주제별 공유를 특징으로 하며 사용자가 원하는 사람들과 선택적으로 정보를 교환하며 소통하기 쉬운 버티컬(vertical) SNS다.[20] 관계가 넓고 수평적이라기보다 사용자가 선택한 한정된 연결망 내에서 비교적 서로에 대한 동질감과 친밀감, 유대감을 추구한다.

이러한 SNS의 발달 과정은 사용자들이 온라인 공간을 어떻게 인식하는지, 어떻게 활용하고 싶어 하는지를 반영한다. 초기 SNS는 오프라인 세상에서 형성된 직접적이고 강한 유대 관계를 바탕으로 한 연결망을 온라인이라는 무대로 옮기고 그 영역을 확장하는 성격이 짙었다. 그 뒤에 인기를 끈 페이스북, 트위터 등은 시공간적 제약을 완전히 뛰어넘을 수 있다는 혁신적인 특징을 바탕으로 언제 어디서든 세상의 누구와도 소통하고 접촉할 수 있는 거대한 연결망이 되었다. 현재 Z세대에게 익숙한 인스타그램은 더욱 개인화된 사용자의 사회적 욕구와 취향에 맞춰, 무조건적으로 폭넓고 깊이는 부족한 수평적 관계의 확장을 지양한다. 대신 해시태그 같은 검색 기능을 통해 사용자의 취향에 적합한 콘텐츠를 쉽게 찾고 선별할 수 있게 해준다.

Z세대는 인스타그램과 같은 SNS에서 자신과 비슷한 취향과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 선택적으로 접촉할 수 있다. 대면 상황보다 가볍지만 그만큼 맺고 끊는 것이 자유로운 온라인상의 관계는 양적으로 무한히 만들어질 수 있다. ‘1인 1스마트폰’이 보편화된 환경에서 Z세대는 느슨하고 유동적인 연결망을 바탕으로 각자에게 필요한 삶의 의미를 찾고, 재미를 발견하며, 정체성을 주체적으로 구현한다.

 

연결된 혼자들


기성세대에 비해 Z세대만이 갖고 있는 특성들은 스마트폰으로 대표되는 디지털 기술의 일상화를 체화하고 습득한 독특한 세대 경험에서 나왔다. 이들은 어린 시절부터 스마트폰을 통해 항시적인 접속 상태에서 시공간의 제약 없는 소통의 기회를 누려 왔다. 스마트폰으로 인한 일상생활의 변화는 놀라울 정도로 국제적인 현상이다. 스마트폰은 사람들이 인간관계를 맺고 소통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변화시켰다.[21] Z세대는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 있다. 우리 사회에서 가장 젊은 세대인 Z세대가 세상과 소통하고 교감하는 모습은 다가올 미래의 관계를 상상하는 출발점이다. 또한 사회적 변화의 주기가 짧고 그 폭은 큰 한국 사회의 역동적인 특성을 고려할 때, Z세대의 특징을 이해하는 것은 다양한 세대 간 갈등을 최소화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

Z세대는 대면 상호 작용보다 온라인 교류를 선호한다. 혼자 있는 것은 소외나 단절을 의미하지 않는다. 이들에게는 언제 어디서든 세상과 소통하는 창을 열고 닫을 수 있는 스마트폰이 있다.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을 통해 Z세대는 본질적이고 깊은 심리적·정서적 안정감을 얻는다. 일각에서는 과거에는 없었던 지나치게 빈번한 연락과 접촉이 성인 스마트폰 이용자들에게 상당한 피로감과 회의감을 유발한다고 분석한다.[22] 그러나 Z세대에게 타인과의 연락에 늘 열려 있는 상태는 태어날 때부터 경험한 삶의 본래적 조건이다. Z세대는 가상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빈번하고 즉각적인 접촉에 대면 접촉 못지않게 풍부한 감정을 투사한다. SNS는 이들이 시시각각 변화하는 감정과 정체성을 입체적으로 표출하고 몰입하는 공간이다. 또한 이들은 자신의 독자적인 개성과 취향을 바탕으로 온라인 SNS에서 자신과 비슷한 타인들과 접촉하면서 경험의 지평을 넓힌다.

인터뷰 참여자들은 가장 즐겨 이용하는 SNS로 인스타그램을 꼽았지만, Z세대는 이 밖에도 다양한 SNS를 활용하고 있다. 매경이코노미와 오픈서베이의 조사에 의하면 Z세대가 주로 이용하는 SNS는 유튜브(79퍼센트), 인스타그램(60퍼센트), 페이스북(57퍼센트) 순이었다.[23] 텍스트보다는 이미지와 동영상 콘텐츠를 소비하는 데 훨씬 적극적이면서도, 거의 모든 종류의 SNS를 다른 세대들보다 자주 사용한다는 점 또한 Z세대의 특징이다. 유튜브에서는 혼자 음식을 먹는 모습을 보여 주는 먹방은 물론, 거의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공부하는 모습만을 생중계하는 공부 방송까지 등장해 인기를 끌었다. 여기에 유튜브에서 일상, 평범함, 공감이 주요 키워드가 되면서 ‘같이 공부해요’, ‘같이 준비해요’ 등의 동영상도 상당한 호응을 얻고 있다.[24] 이러한 유행은 나홀로족을 자처하는 Z세대의 혼자 있으면서도 연결되어 있는 상태를 느끼고 싶은 욕구가 반영된 결과라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대화의 방식은 다르지만, Z세대도 결국 사회적인 존재다. 먼 훗날 우리 사회가 뿔뿔이 흩어져 극도로 원자화된 사람들로 구성되리라는 전망은 실현 가능성이 낮다. 혼자 있고 싶어 하는 Z세대는 사회와 단절되기를 원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세대처럼 타인과 교류하고 소통하고 싶어 하며 그 속에서 안정감과 행복을 느낀다. 혼자 있지만 연결되어 있는 Z세대가 체화하고 있는 생활 양식은 점차 모든 사람들에게 보편적인 방식으로 자리 잡을 사회적 상호 작용의 미래를 보여 주고 있다.
[1]
칼 만하임(이남석 譯), 《세대 문제》, 책세상, 2013.
박재흥, 《한국의 세대 문제》, 나남출판, 2005, 57쪽.
최샛별, 《문화사회학으로 바라본 한국의 세대 연대기》, 이화여자대학교출판문화원, 2018, 21쪽.
[2]
《Z세대》, 네이버 지식백과.
[3]
Deloitte, 《The Deloitte Global Millennial Survey》, 2019.
[5]
Marc Prensky, 〈Digital Natives, Digital Immigrants〉, 《On the Horizon》 9(5), 2001, pp. 1-6.
[6]
돈 탭스콧(이진원 譯), 《디지털 네이티브》, 비즈니스북스, 2009.
[7]
이학렬, 〈아이폰 도입 1년… 한국 사회 어떻게 변했나〉, 《머니투데이》, 2010. 11. 25.
[8]
김대근·태지호, 〈스마트폰 이용자의 매개 경험에 관한 연구〉, 《인문콘텐츠》 19, 2010.
[9]
이종임. 〈대학생들의 모바일 인스턴트 메신저 이용과 일상화 경험에 관한 연구〉, 《미디어, 젠더 & 문화》 29, 2014.
[10]
김은미·심미선·김반야·오하영, 〈미디어화 관점에서 본 스마트미디어 이용과 일상 경험의 변화〉, 《한국언론학보》 56(4), 2012, 133-159쪽.
[11]
2018년 기준 22세~26세(만 21~25세)의 남녀 대학생 8명을 대상으로 각 참여자당 1시간에서 2시간 정도의 심층 면접을 진행했다. 심층 면접 참여자와 면접에서 사용한 질문 목록은 다음 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조아현·장선우·김남명·임소연·스즈키 마오, 〈대학생 나홀로족의 관계 맺기(networking)에 대한 탐색적 연구〉, 《한국사회학회 사회학대회 논문집》, 2018.
[12]
《나홀로족》, 네이버 지식백과.
[13]
초기에 나홀로족 문화가 풍요와 방종을 특징으로 하는 ‘오렌지족’을 대체하는 것으로 비춰지기도 했다는 사실은 이러한 기성세대의 불편한 감정을 보여 준다. 다음 기사를 참고.
나성엽, 〈[「코쿤族」을 아십니까?] 주위와 단절, 나홀로 자유 만끽〉, 《동아일보》, 1998. 8. 20.
[14]
카를 만하임(이남석 譯), 《세대 문제》, 책세상, 2013.
최샛별, 《문화사회학으로 바라본 한국의 세대 연대기》, 이화여자대학교출판문화원, 2018, 26-32쪽.
[15]
고프먼의 고전적인 연구는 이러한 피로감을 이해하는 사회학적 통찰력을 제공한다. 그는 주어진 상황 정의(definition of the situation)에 따라 개인이 특정한 역할을 부여받고 그러한 기대에 부응하도록 행동할 의무를 진다고 보았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대면 상호 작용은 공연(performance)의 성격을 가지며, 개인은 시공간적으로 다른 사람들과 함께 있는 맥락에 놓이는 순간 자신의 인상을 고의든 아니든 표현하게 되고, 원활한 상호 작용을 위해 이를 적절하게 통제해야 한다.
어빙 고프먼(진수미 譯), 《자아 연출의 사회학》, 현암사, 2016, 11-28쪽.
[16]
박영철·이준엽·강신혜, 〈나홀로족 그들은 왜 혼자이고 싶어 하나〉, 《주간조선》, 2010. 3. 15.
[17]
Christian Licoppe, 〈‘Connected’ presence: The emergence of a new repertoire for managing social relationships in a changing communication technoscape〉, 《Environment and Planning D: Society and Space》 22(1), pp. 135-156.
[18]
박지영, 《디지털 미디어와 일상생활》. 커뮤니케이션북스. 2016, 1-12쪽.
[19]
Harris Hyun-soo Kim, 〈Exploring the downside of social embeddedness: Evidence from a cross-national study〉, 《Social Science Quarterly》 97(2), 2016, pp. 232-251.
[21]
 Kenneth J. Gergen, 〈The challenge of absent presence〉, 《Perpetual Contact》, Cambridge University Press, 2002, pp. 227-241.
James Katz and Mark Aakhus, 〈Conclusion: making meaning of mobiles-a theory of Apparatgeist〉, 《Perpetual Contactt》, Cambridge University Press, 2002, pp. 301-318.
Giovanna Mascheroni and Jane Vincent, 〈Perpetual contact as a communicative affordance: Opportunities, constraints, and emotions〉, 《Mobile Media & Communication》 4(3), 2016.
[22]
강진숙·장유정, 〈스마트폰 이용자들의 원격 현전 경험에 대한 현상학적 연구〉, 《한국방송학보》 26(6), 2012. 7-45쪽.
김대근·태지호, 〈스마트폰 이용자의 매개 경험에 관한 연구〉, 《인문콘텐츠》 19, 2010.
김은미·심미선·김반야·오하영, 〈미디어화 관점에서 본 스마트미디어 이용과 일상 경험의 변화〉, 《한국언론학보》 56(4), 2012.
다음 이야기가 궁금하신가요?
프라임 멤버가 되시고 모든 콘텐츠를 무제한 이용하세요.
프라임 가입하기
추천 콘텐츠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