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놉티콘의 탄생
1화

모든 것이 통제되고 있다

판데믹 상황과 싸우기 위해서는 큰 정부가 필요하다. 문제는 판데믹 이후 통제를 어떻게 없애느냐다.

불과 몇 주 사이에 지름 0.01밀리미터의 바이러스가 서구 민주주의를 완전히 뒤바꿔 놓았다. 국가들은 사업장을 폐쇄시키고 사람들을 실내에 가뒀다. 그리고 경제에 숨을 불어넣기 위한 수조 달러의 지원을 약속했다. 만약 한국과 싱가포르가 모범 사례라면, 의료 및 전자 개인 정보 보호 문제는 사실상 방치될 것이다.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가장 강력한 국가 권력의 확대다.

금기가 하나씩 깨지고 있다. 평범한 사람들이 평범한 일을 하다가 벌금이나 징역형에 처할 수도 있다는 불안만이 문제가 아니다. 경제에 대한 정부 역할의 규모와 범위도 달라졌다. 미국 의회는 국내 총생산(GDP)의 10퍼센트에 이르는 약 2조 달러(2446조 원) 규모의 경기 부양 패키지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는 2007~2009년 글로벌 금융 위기 당시의 두 배 규모다. 영국, 프랑스 그리고 다른 국가들의 보증 규모는 GDP의 15퍼센트에 이른다. 중앙은행은 돈을 찍어 내 팔았던 자산을 다시 사들이고 있다. 적어도 당분간은 각국 정부가 파산을 막기 위해 총력을 기울일 것이다.

작은 정부와 시장 개방을 신봉하는 사람들에게 코로나19는 문제를 일으키는 존재다. 국가는 과감해야 한다. 하지만 역사를 보면 국가는 위기 상황에서 취했던 수단을 위기 이후에도 포기하지 않았다. 이는 오늘날의 경제뿐 아니라 개인 감시 문제에 대해서도 시사하는 바가 있다.

위기를 겪는 동안, 국가가 비대해지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정부는 판데믹 상황에서 휘청거릴 수 있지만, 막대한 자원을 신속하게 동원하도록 강제할 수도 있다. 지금 정부는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해 사업장을 폐쇄하고 격리해야 한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GDP가 연간 5~10퍼센트 이상 감소할 수 있다.

국가의 역할이 급격히 변한 한 가지 이유는 코로나19가 들불처럼 번지고 있기 때문이다. 4개월이 채 안 되는 기간 동안, 바이러스는 우한의 한 시장에서 거의 전 세계로 퍼졌다. 지난주에는 25만 3000명의 확진자가 발생했다. 사람들은 이탈리아의 사례에 공포를 느낀다. 이탈리아에서는 7만 4000건의 확진자가 발생했다. 세계적인 수준의 의료 시스템이 마비됐고, 사망 건수는 7500건에 이른다(3월 26일 기준).

국가의 역할이 급격하게 변한 또 다른 이유는 공포다. 영국 정부가 국가 개입을 최소화하기 위해 주저했을 때는 정부가 너무 작은 규모로, 너무 늦게 개입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반면 프랑스는 지난주 국민의 활동 제한, 가격 통제, 물자 징발 권한을 정부에 부여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위기가 확산되는 동안, 에마뉘엘 마크롱(Emmanuel Macron) 대통령 지지율은 급등했다.

전 세계 거의 모든 국가는 지금까지 강제 조치와 경기 부양으로 코로나19에 응답하고 있다. 판데믹으로 접어들면서 국가가 보유한 정보를 이용해 대중을 관찰하기도 한다(2화 참조). 홍콩은 격리자가 어디에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한다. 중국에는 외출 가능 여부를 기록하는 자격 증명 시스템이 있다. 휴대 전화 정보는 방역 당국이 질병의 확산을 예측하는 데 도움을 준다. 중국처럼 정부가 코로나19 확산을 억제하는 데 성공한다면, 이후에는 새로운 집단 감염을 관리하면서 취약 계층에서 발생할 수 있는 두 번째 확산을 막아야 한다. 한국 정부는 모바일 기술을 통해 신규 확진자가 접촉한 사람을 자동적으로 추적하고, 그 결과를 24시간이 아니라, 10분 안에 알 수 있다고 밝혔다.

이와 같은 국가 권력의 막대한 확장은 논의할 시간도 거의 없이 이루어졌다. 일부는 100년 전 스페인 독감 때와 마찬가지로 일시적인 권력의 확장이라고 평가하면서, 상황이 해결되면 흔적 없이 사라질 것이라고 스스로를 안심시킨다. 그러나 코로나19에 대한 대응 규모는 전쟁이나 대공황 때와 유사하다. 위기 상황은 더 큰 권력과 책임, 그리고 세금을 거둘 수 있는 큰 정부를 만들어 내고, 이 상태가 계속 유지되었다는 기록도 있다. 복지 국가, 소득세, 국유화 모두는 갈등과 위기에서 비롯됐다.

지금의 변화 가운데 일부는 바람직하다. 정부가 다음 판데믹에 더욱 잘 대비할 수 있게 되면 좋을 것이다. 특히 개혁이 절실한 미국을 포함한 각국 정부들이 공공 의료에 투자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일부 국가는 적절한 유급 병가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분명하지는 않지만, 원상 복구하기 어려운 변화도 있다. 유권자들이 판데믹 이전부터 강력하게 지지해 온 변화들이기 때문이다. 한 가지 예는 유로존 국가 간 대출을 규제하는 협약에 대한 추가 완화 조치다. 영국은 철도 회사들을 국가가 통제하기로 했는데, 역시 일시적인 조치였지만 다시 되돌리지 못할지도 모른다.

더 우려되는 것은 나쁜 관행이 확산하는 일이다. 정부는 경제적 자급자족 국가로 회귀할지도 모른다. 일부 국가들은 중국 의존도가 높은 의약품 원료 부족을 우려하고 있다. 러시아는 곡물 수출을 일시적으로 금지했다. 기업가와 정치인들은 공급망에 대한 신뢰를 잃었다. 납세자들이 낸 세금으로 국내 기업을 구제하고, 이를 국가가 장기적으로 떠안는 것이 다음 수순이다. 무역 전망은 이미 어둡다. 이 모든 것은 현재 상황뿐 아니라 회복에도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장기적으로 방대하고 지속적인 정부의 팽창과 동반하는 국가 공공 부채 급증은 경제를 느리고, 덜 역동적인 자본주의로 이끌 것이다.

정부의 권력 남용과 자유에 대한 위협은 더 큰 문제다. 정부가 무기한 비상사태 선포를 추진하고 있는 헝가리처럼 일부 정치인들은 이미 권력을 움켜쥐고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Benjamin Netanyahu) 이스라엘 총리는 코로나19 사태를 부패 혐의에 대한 재판을 회피할 기회로 보는 것 같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사생활을 침해하는 감시의 확산이다. 적극적인 정보 수집과 처리는 질병 관리에 필수적이다. 따라서 감시는 더욱 늘어날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되면 국가가 시민의 의료 및 전자 기록에 정기적으로 접근해야만 한다. 9·11 테러 이후 반테러 법안이 확대된 것만큼이나 판데믹 이후에도 감시를 활용하려는 유혹은 있을 것이다. 결핵 환자나 마약 딜러를 추적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될 수 있다. 감시가 어디에서 끝날지는 아무도 모른다. 특히 감시에 골몰하는 중국이 코로나19 대응의 본보기로 여겨진다면 말이다.

감시는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해 충분히 필요할 수 있다. 일몰 조항[1]을 포함하고, 철저한 검토하에 규칙을 만든다면 코로나19 사태 이후에는 감시를 중단시킬 수 있다. 그러나 기술과 경제 부문에서 과도한 권력을 쥔 국가에 대한 방어선은 시민 스스로가 구축해야 한다. 시민들은 판데믹 정부가 일상생활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1]
법률이나 각종 규제가 일정 기간이 지나면 저절로 효력이 없어지도록 하는 제도.
《일몰 조항》, 네이버 지식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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