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기업
1화

기업 생존 가이드

코로나바이러스 위기는 상업을 바꿔 놓을 것이다. 위기를 이겨낸 기업들은 새로운 비즈니스 환경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대다수 기업의 사장과 직원들은 이전에도 경제 위기를 겪은 적이 있다. 매번 다른 고통을 겪는다는 것도 알고 있다. 사업가와 기업들이 항상 적응하고, 회복한다는 것 역시 알고 있다. 그렇다고는 해도, 비즈니스 세계를 뒤흔들고 있는 이번 충격은 압도적이다. 전 세계 GDP의 50퍼센트 이상을 차지하는 국가들이 봉쇄됐고, 그로 인한 상업 활동의 붕괴는 이전의 불황보다 훨씬 더 심각한 상태로 이어지고 있다. 봉쇄를 돌파하고 회복하는 일은 쉽지 않을 것이다. 소비자는 여전히 불안해한다. 멈춰 섰다 다시 시작된 경제의 흐름은 효율성이 떨어진다. 건강과 관련한 까다로운 규약이 새로 생겨날 것이기 때문이다. 살아남은 기업들은 장기적으로 새로운 환경에 완전히 적응해야 한다. 이번 위기와 그 대응으로 인해 다음 세 가지 추세가 가속화될 것이다. 새로운 기술이 활발하게 적용될 것이고, 자유로웠던 글로벌 공급망이 위축될 것이며, 인맥으로 연결된 독과점 기업들이 득세할 것이다.

많은 기업들이 겉으로는 용감한 얼굴을 하고 있다. 아드레날린으로 충만한 사장들은 직원들에게 분발의 메시지를 전파하고 있다. 평상시라면 인정사정없었을 거대 기업들이 공공 서비스에 나서고 있다. 파리에 본사를 둔 디올(Dior) 향수의 제조사인 루이비통 모에 헤네시(LVMH) 그룹은 손 세정제를 만들고, 제너럴모터스(GM)는 픽업트럭뿐 아니라 인공호흡기도 만들고 싶어 하며, 알리바바(Alibaba)의 설립자는 전 세계에 마스크를 배포하고 있다. 소매업 부문에서 치열하게 경쟁하던 업체들은 슈퍼마켓 매장에 재고를 채워 넣기 위해 공동 대응하고 있다. 상장 기업 중에서 영업 동결에 따른 재정적 피해 추산액을 공개하는 기업들은 거의 없다. 그 결과, 월스트리트의 애널리스트들은 2020년 수익이 소폭 감소할 것이라는 예상을 내놓고 있다.

이 모든 것에 속아서는 안 된다. 가장 최근의 불경기 때는 미국 대기업의 3분의 2가 매출 감소의 고통을 겪었다. 상황이 최악이었던 분기에는 매출 중간값(median)이 전년 대비 15퍼센트 하락했었다. 시내 중심가가 유령 도시가 되고, 공장들이 문을 닫은 이번 침체기에는 매출의 50퍼센트 이상이 하락하는 일도 흔해질 것이다. 수많은 지표들이 극심한 스트레스를 암시하고 있다. 전 세계의 석유 수요는 3분의 1까지 감소했으며, 미국 내 철도를 오가는 차량과 부품의 양은 70퍼센트 감소했다. 대부분 기업은 3개월에서 6개월 정도 버틸 수 있는 재고와 현금을 갖고 있을 뿐이다. 기업들은 노동자들을 해고하거나 휴직시키기 시작했다. 3월 28일까지 2주 동안, 미국에서는 1000만 명이 실업 수당을 신청했다. 유럽에서는 100만 개의 기업들이 업무를 중단한 직원들의 임금을 지원하는 국가 보조금을 신청하러 몰려들고 있다. 배당금과 투자금은 삭감되는 중이다.

채무 불이행 사태가 급증하고 돈이 돌지 않게 되면 내수 시장의 고통도 심화될 것이다. 유통 업체 H&M은 임대료 납부를 거부해 상업용 부동산 기업들에게 피해를 입히고 있다. 공장 폐쇄와 국경 통제로 인해 여러 국가를 연결하는 공급망은 지연되고 있다. 이탈리아가 봉쇄되면서 치즈부터 제트 엔진 부품까지 전 세계로 향하는 모든 상품의 흐름이 막혔다. 중국에서는 공장들이 다시 가동되기 시작했다. 애플의 공급 업체들은 올해 말 새로운 5G폰이 출시될 것이라고 과감하게 주장하지만, 이들은 복잡한 시스템의 일부에 불과하다. 이런 시스템은 가장 약한 연결 고리만큼만 강하다. 홍콩 정부는 다국적 기업들이 주문을 취소하고 지불을 미루면서 기업들이 휘청거리고 있다고 말한다. 재정적인 압박은 놀라운 사기꾼들을 밝혀낼 것이다. 중국의 거대 체인인 루이싱(瑞幸) 커피는 최근 회계 조작을 시인했다.

가장 최근에 있었던 두 차례의 불경기 때는 신용 등급이 매겨진 전 세계 기업의 약 10분의 1이 채무 불이행 상태를 경험했다. 지금 어떤 기업이 살아남을지는 업계 상황과 재무제표, 그리고 정부의 대출과 보증 및 지원에 달려 있다. 정부 지원금은 서양의 대형 경제권에서만 모두 8조 달러(9728조 원)에 달한다. 과자나 세제를 파는 기업이라면 전망이 좋다. 상당수 테크 기업들도 수요 급증을 경험하고 있다. 소규모 기업들이 가장 큰 고통을 겪게 될 것이다. 미국 내 중소기업의 54퍼센트가 일시적으로 문을 닫았거나, 앞으로 10일 이내에 문을 닫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은 자본 시장에 기댈 수 없다. 고위층과 친분이 없다면 정부의 도움을 받는 일도 쉽지 않을 것이다. 중소기업을 위한 미국의 3500억 달러(425조 6000억 원) 규모 지원 패키지에서 지금까지 지급된 것은 1.5퍼센트에 불과하고, 영국의 노력도 지지부진하기는 마찬가지다. 은행권은 상충되는 규정들과 밀려드는 대출 신청을 다루느라 고군분투하고 있다. 이들의 원성은 몇 년 동안 계속될 수도 있다.

일단 봉쇄 상황에서 벗어나고 항체 테스트가 본격화하면, 새로운 과도기가 시작될 것이다. 기업들은 여전히 전속력으로 달리지 못하고 걷고 있을 것이다(중국에서는 아직도 생산 능력의 80~90퍼센트만 작동하고 있다). 단순히 재정적인 체력이 아닌 독창성을 갖춰야 기회를 얻을 수 있다. 더 똑똑한 기업이 전속력에 가까운 속도로 비즈니스를 운영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물리적 거리 두기, 원격 모니터링, 고도의 청결성을 갖춘 곳으로 생산 라인을 재구성하는 것을 의미한다. 소비자를 대면하는 기업들은 고객을 안심시켜야 한다. 콘퍼런스는 예방책으로 N95 마스크를 나눠 주고, 레스토랑은 자체적인 검사 체계를 갖추고 홍보하는 것이다. 전 세계 상위 2000개 기업 중 4분의 1 이상은 부채보다 현금 보유액이 더 많다. 일부는 시장 점유율을 늘리거나 공급 및 유통을 안정시키기 위해 경쟁 업체를 인수할 수도 있다.

이사진의 역할은 기업을 유지하는 것뿐 아니라, 장기적인 전망을 평가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번 위기는 세 가지 추세를 증폭시킬 것이다. 첫째, 새로운 기술을 보다 빠르게 채택하게 될 것이다. 현재 지구촌 전체에서 전자 상거래, 디지털 결제, 원격 근무에 대한 집중 특강이 이루어지고 있다. 유전자 편집 기술을 포함해 의료 분야에서도 보다 많은 혁신이 태동하고 있다. 둘째, 무역 전쟁 이후의 변화에 속도가 붙으면서 글로벌 공급망이 재편될 것이다. 애플은 겨우 열흘치 재고만을 확보하고 있지만, 아시아에 있는 주요 공급 업체 폭스콘(Foxconn)은 41일치 재고를 보유하고 있다. 기업들은 규모가 큰 완충 장치를 마련하기 위해 자국과 가까운 곳에 고도로 자동화된 주요 생산 시설을 갖출 것이다. 국경을 넘는 비즈니스 투자는 올해 30~40퍼센트 감소할 수 있다. 글로벌 기업들의 수익성은 떨어지겠지만, 회복 탄력성은 좋아질 것이다.

 

위기가 정체되지 않도록


마지막 장기적인 변화는 덜 확실하고, 반갑지 않은 현상이다. 정부의 현금이 민간 부문에 흘러넘치고 거대 기업들의 지배력이 더욱 커지면서, 기업 집중(corporate concentration)과 정실주의(cronyism)가 강화되는 것이다. 이미 미국 산업의 3분의 2는 1990년대부터 집중화 현상을 겪었고, 이로 인해 경제의 활력은 약화되었다. 현재 일부 힘 있는 기업인들을 보면 정치인과 거대 기업 사이에서 펼쳐질 새로운 협력의 시대를 예견할 수 있다. 특히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는 ‘전략적’으로 필요한 기업들에서 그런 관계가 나타날 것이다. 유권자와 소비자, 투자자는 여기에 맞서 싸워야 한다. 이렇게 되면 부정 이득은 늘어나고, 경쟁은 줄어들며, 경제 성장은 정체될 것이기 때문이다. 다른 모든 위기와 마찬가지로 코로나19라는 재난은 지나갈 것이고, 때가 되면 비즈니스에서도 새로운 에너지의 파도가 일어날 것이다. 초대형 정부와 잘 연결된 몇몇 기업들의 새로운 과두 체제가 그 파도를 좌절시키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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