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가 사라진 세계
2화

연필과 책이 사라졌다

코로나19에 따른 학교 폐쇄는 아이들의 평생에 영향을 미친다

네덜란드의 수도 암스테르담 거리의 아이들은 퀵보드를 타면서 ‘코로나 휴가’를 보내고 있다. 스페인 마드리드에 있는 또래들은 집에서 비디오 게임을 하며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다. 세네갈 다카르에 사는 아이들은 어린 동생들을 돌보고 있다. 아이들이 이렇게 시간을 보내지 않는 장소는 학교가 유일하다. 유엔 산하 기구 유네스코에 따르면 전 세계 약 15억 명의 학생 가운데 75퍼센트가 학교에 가지 못하고 있다. 중국 대부분 지역과 한국의 아이들은 1월부터 학교 문턱을 넘지 못했고, 포르투갈과 캘리포니아 아이들은 9월 전에 학교로 돌아가지 못할 것이다.

학교는 전쟁과 기근, 심지어 태풍이 몰아닥쳤을 때에도 폐쇄되지 않았다. 선진국에서 학교 폐쇄가 이처럼 광범위하게, 오랫동안 이어진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비용은 어마어마하다. 가장 먼저, 집에서 아이를 돌봐야 하는 부모의 생산성이 떨어진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아이들이 배우지 못하면서 발생하는 비용은 오히려 부모가 감당해야 하는 비용을 작아 보이게 만들 것이다. 교육이 가장 절실한 아이들에게 그 비용은 엄청나다. 적절한 개입이 없다면 영향은 평생 지속될 것이다.

이런 이유로 싱가포르는 2003년 사스(SARS·중증 급성 호흡기 증후군) 유행 당시 계속된 학교 폐쇄 조치를 만회하기 위해 6월 방학을 2주 줄이고 수업을 했다. 학교 폐쇄는 아이들의 가능성을 해친다. 실제로 미국에서 실시한 3학년생(만 7살) 대상의 주(state) 단위 시험에서 날씨 문제로 학교가 폐쇄된 적이 있는 아이들의 성적이 더 나빴다. 1990년 두 달 간 이어진 교사들의 파업으로 타격을 받은 네덜란드어권 벨기에 학생들은 파업 영향을 받지 않은 다른 네덜란드어권 학생들에 비해 한 학년을 유급할 가능성이 더 높았고, 고등 교육을 이수할 확률도 떨어졌다. 몇몇 연구에 따르면 미국의 어린 학생들은 긴 여름 방학 기간에 학기 중 배운 것들의 20~50퍼센트를 잊어버린다.

학교 폐쇄는 어린 학생들에게 가장 큰 해를 입힌다. 노스웨스턴대의 경제학자 마티아스 돕커(Matthias Doepke)는 “잊어버린 수학 지식은 여름 학교에서 배울 수 있다. 그러나 아주 어릴 때 습득해야 하는 기술은 그렇게 쉽게 배울 수 없다”고 지적한다. 비판적 사고와 인내, 자제력 등 사회·감정적 기술들은 학업적인 성취, 취업은 물론 건강, 심지어 범죄 가능성까지 많은 것들을 예측하는 변수가 된다. 고학년 학생들은 웬만큼 오랫동안 컴퓨터 앞에 앉아 있을 수 있지만, 더 어린 아이들은 성인이 원격 수업을 감독해야 더 많이 배울 수 있다.

중요한 시험을 놓친 학생들도 있다. 독일은 곧 대학 시험을 앞둔 고교 마지막 학년을 위해 학교를 다시 열기로 했다. 그러나 많은 국가들은 그럴 의사가 없다. 중국은 (매년 6월 7~8일에 치러지는) 대학수학능력시험 가오카오(高考)를 7월까지 연기했고, 영국과 프랑스는 올해 대입 시험을 취소했다. 성적을 결정할 때에는 학생이 등교했더라면 어떤 성적을 냈을지에 대한 교사의 예측도 일부 반영될 것이다. 이는 불평등에 대한 불안감을 키운다. 일부 전문가들은 교사들이 무의식적으로 불우한 아이들을 차별하고 부당하게 낮은 점수를 줄 수 있다고 우려한다.

노르웨이는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교육 시설이 폐쇄되면서 발생하는 비용을 ‘보수적으로 추산할 때’ 학생 1인당 하루 평균 1809노르웨이크로네(21만 원)로 본다. 비용 대부분은 교육이 중단되지 않았더라면 학생들이 미래에 벌 수 있는 소득이다. (학생들이 평상시의 절반가량만 배운다고 가정했다.) 나머지는 현재 부모의 생산성 감소분이다.

물론 공휴일에 문을 닫는 것처럼 학교 교육이 완전히 중단되지는 않았다. 선진국 열 곳 중 아홉 곳은 사회적 거리를 두는 형태의 원격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개발 도상국에선 네 곳 중 한 곳도 못하고 있다.) 그러나 화상으로 하는 원격 교육에는 한계가 있다. 빈곤층 아동은 인터넷 연결이 불안한 환경에서 살고 있다. 원격 수업 기기는 형제들과 같이 써야 하고 집안은 북적거리거나 시끄러울 것이다. 미국의 하위 25퍼센트 소득 가정의 아이들, 즉 어린이 네 명 중 한 명은 집에서 인터넷을 이용할 수 없다.

풍족하지 않은 환경의 아이들은 원격 수업에 집중하도록 타이르고 과제를 도와줄 수 있는 고학력 부모를 두고 있을 확률이 낮다. 자선 단체인 서튼 트러스트(Sutton Trust)에 따르면 영국의 공립 학교 학생은 다섯 명 중 한 명만 온라인 수업에 출석하고 있다. 반면 사립 학교 학생은 절반 이상이 출석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립 학교는 이런 방식의 수업을 더 많이 제공하는 경향이 있다.) 학교 폐쇄 첫 주, 일부 미국 학교들은 학생 3분의 1 이상이 수업에 출석하기는커녕 학습 시스템에 접속조차 하지 않았다고 보고했다. 한편 엘리트 학교들은 대부분의 학생들이 수업에 참여했다고 보고했고, 부유한 가정은 전업 가정 교사를 고용했다.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 소재 KIPP고교의 영어 교사 애슐리 패리스(Ashley Farris)는 학생들 중 몇몇이 사실상 무단결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의 학교는 학생들에게 컴퓨터와 와이파이 연결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디지털 격차만 문제가 되는 건 아니었다. 일부 학생들은 줄어든 부모의 소득을 메우기 위해 일해야 했다. 동생들을 돌봐야 하는 학생들도 있다.
원격 수업/ 세계 각국의 학교 폐쇄 대응 방법/ 원격 수업의 종류와 소득의 관계(%)/ 온라인, TV, 라디오, TV와 라디오, 온라인과 방송/ 인터넷에 접속 가능한 인구의 비율(검은 선)/ 출처: 브루킹스, 글로벌개발센터, 세계은행
또 다른 자선단체 EEF(Education Endowment Foundation)의 베키 프랜시스(Becky Francis)는 영국의 학교 폐쇄가 학교 급식(취약한 경제 상황을 측정하는 기준)의 대상인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 간 학업 성취도 격차를 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거의 10퍼센트로 줄어든 지난 10년 동안의 학교 성적 격차가 학교 폐쇄로 인해 다시 벌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적어도 올 여름 내내 교사들은 누구에게도 도움을 줄 수 없다. 지금의 봉쇄 상황에서도 일부 학생들은 여전히 고학력 부모와 교사들의 도움을 받아 교육에 대한 갈증을 해소할 수 있다. 나머지는 부모와 교사 어느 쪽의 도움도 받지 못한다.

초등학교는 보통 유아 개발 과정에서 벌어진 격차를 좁히거나, 최소한 더 벌어지지 않게 만드는 중대한 기회다. 이 기회가 지금 사라지고 있다. 교육의 기회가 사라질 때 운이 나쁜 아이들이 치러야 하는 비용을 분석한 자료로 1960년대의 ‘페리 유아 교육 프로젝트’(Perry pre-school project)가 있다. 이 연구는 미시간주 입실란티(Ypsilanti)의 경제적으로 어려운 가정의 어린 아이들을 표본으로 삼고 있는데, 이 아이들이 제대로 된 유아 교육을 받지 않으면 평생 고통받을 수 있다는 결과를 담고 있다.

돕커 박사는 가을쯤이면 학교 폐쇄로 배울 기회를 잃은 엄청난 숫자의 미국 아이들이 1년 치 학습량을 상실하게 될 수 있다고 추산했다. 1년 단위의 학교 교육은 학생들의 미래 소득을 약 10퍼센트 좌우한다. 교육 공백이 아이들에 미치는 영향은 이처럼 뚜렷하다. 그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더 큰 불평등과 더 낮은 사회적 이동성을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학교 폐쇄의 비용을 줄이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핀란드는 거의 모든 어린이가 참여할 수 있다고 판단될 때에만 원격 교육을 시작한다. 한국은 교사들의 준비 기간을 두고, 필요한 곳에 원격 교육 기기를 배분하기 위해 방학 기간을 늘렸다. 인천 소재 인명여고 영어 교사인 황현수씨는 “우리 학교에선 1000명의 학생 중 13명만 태블릿PC를 빌렸는데 그들의 집에 여러 명의 형제가 있기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교사들은 실시간 상호 교류 수업과 사전 녹화 자료, 그리고 과제 중심의 디지털 수업을 병행하고 있다. 4월 9일 (온라인으로) 학교가 문을 열었을 때 공식 출석률은 98퍼센트에 달했다.

안드레아스 슐라이허(Andreas Schleicher)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교육국장은 아이들이 스스로 배우도록 독려하는 학교 시스템이 더 큰 성과를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선생님이 매일 숟가락으로 떠먹여주다가 이제 혼자 알아서 하라고 한다면 무엇으로 학생에게 동기를 부여할 것인지가 진짜 문제”라고 말했다. 에스토니아와 일본의 학생들은 ‘자기 조절(self-regulated)’ 학습에 익숙하다. 자기 조절 학습은 OECD 회원국의 40퍼센트가 적용하고 있는 방법이다. 그러나 프랑스와 스페인 같은 국가에서 이런 자율성은 찾아보기 어렵다.

결국 모든 아이들이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담보하는 길은 학교 문을 다시 여는 것이다. 암스테르담의 앨런 튜링 초등학교는 190명의 학생 중 28명이 원격 수업에 참여할 수 없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학교는 28명의 학생들 가운데 15명을 위해 일주일에 사흘은 문을 연다. 나머지 13명은 원격 수업에 참여할 방법을 찾았다. 학교가 이웃 주민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조율해 준 것이다. 에바 나이켄스(Eva Naaijkens) 교장은 “처음엔 우리가 마치 불법적인 일을 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며 “그러나 일부 학생들이 제외되는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원격 수업의 교육 효과가 평소의 40퍼센트 정도에 그칠 것이라고 추산하고 있다.

덴마크는 시험을 앞둔 중등 마지막 학년 학생들의 수업을 재개하고, 유치원과 초등학교도 다시 열기로 했다. 덴마크는 몇 가지 이유로 어린 학생들을 최우선 순위로 삼았다. 우선 학습의 초기 단계는 매우 중요하다. 게다가 유아를 둔 부모의 부담이 크다. 그리고 어린 아이들은 감염되거나 바이러스를 전파할 위험이 낮다.

전 세계 많은 부모들이 조만간 자녀의 학교가 안전하게 다시 열리기를 바란다. 일부 아이들은 엑스박스(Xbox·마이크로소프트의 비디오 게임기)를 할 수 있는 여유 시간을 지리 수업과 바꿔야 한다는 사실에 복잡한 감정을 느낄 수도 있다. 어쩔 수 없다. 휴가는 언젠가는 끝나야 한다. 암스테르담에는 좋은 뉴스가 있다. 거리를 누비며 퀵보드를 타는 학생들의 미래를 위해 네덜란드의 초등학교 일부가 5월 11일 문을 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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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세계 #아동 #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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