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세계를 먹여 살릴 것인가
2화

풍요로움을 유지하는 법

세계 식량 체계의 도전

지난 1월 말, 중국은 춘절 연휴 기간에 해외로 나가는 패키지 여행을 금지했다. 이 때문에 뉴질랜드 무역수출진흥부 장관인 데이비드 파커(David Parker)는 식은땀을 흘려야 했다. 관광객이 줄어든 것이 실망스럽기도 했지만, 중국에서 관광객을 싣고 오는 비행기가 없다면 뉴질랜드의 농산물을 싣고 되돌아갈 비행기도 없다는 것이 훨씬 더 우려스러운 부분이었다. 중국은 뉴질랜드 식료품의 최대 고객이며, 뉴질랜드의 최대 수출품은 식료품이다.

항공사들이 비행기를 띄우지 않게 되자, 뉴질랜드 정부는 에어뉴질랜드 항공사와 계약을 추진했다. 이 항공사가 중국, 싱가포르, 미국 노선을 계속해서 열어 두면 대출을 받게 해준다는 내용이었다. 화물칸 위의 객실이 비어 있을 때도 키위 열매를 비롯한 뉴질랜드의 별미들을 세계로 내보낸다는 계획이다. 파커 장관은 중동에 본사를 둔 항공사들에게도 지원책을 제시했다. “그 지역 사람들이 먹는 것들 중에서는 그곳에서 재배하기 어려운 것들이 있습니다. 연결성을 유지하는 것에 공통의 관심사가 있었습니다.” 파커 장관의 말이다.

연결성은 세계의 농산업 복합체가 관심을 갖는 모든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지구 전체 인구 80억 명의 5분의 4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먹는 것 가운데 일부는 수입된다. 사람들이 지난해 수입 식료품에 지출한 비용은 1조 5000억 달러로 2000년의 세 배였다. 대형 화물차 부대와 컨테이너선들은 수천만 개의 농장을 수억 개의 가게 및 부엌과 연결하고 있다. 이 시스템의 정교함, 그리고 파커 장관과 같이 내부에서 활약하는 사람들의 선견지명으로 농산업은 공급원을 기민하게 교체하고 공급망을 변경함으로써 지금까지 코로나19가 공급과 수요에 미치는 영향을 견뎌 왔다. 주식 식료품 대부분의 가격은 올해 들어 현재까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표1 참조).
제자리를 찾아가는 식품 가격/ 식품 가격, 2000년=100 기준, 단위: 달러/ 출처: 블룸버그, 레피니티브 데이터스트림, 파이낸셜타임스, 라이브라이스인덱스
이 시스템의 복잡한 구조는 그 안에 많은 잠재적인 병목 현상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전 세계가 단절되면서 병목 현상들은 꽤 많이 확인되고 있다. 일부는 상당히 잘 처리되어 왔다. 지난 3월에는 수많은 화물 차량들의 행렬이 중부 유럽에서 목격됐다. 어디에서 온 사람들인지를 둘러싼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신속한 조치로 도로 정체 현상은 대부분 해소되었다.[1] 도축장 폐쇄로 발생한 미국의 육류 가공 분야 생산력 저하처럼 아직까지 완전히 정리되지 않은 분야도 있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시스템의 병목 현상에 있는 것이 아니다. 문제는 소득이 줄어들거나 사라진 거의 10억 명에 달하는 소비자들에게 미치는 영향에 있다. 유엔은 코로나19로 경제적 타격을 입고 심각한 굶주림에 고통받는 사람들의 수는 올 한 해 두 배 늘어난 2억 6500만 명이 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선진국도 예외는 아니다. 미국의 일부 도시에서는 푸드뱅크 앞에 몇 킬로미터씩 줄을 서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서는 식품 시스템의 아주 작은 혼란이 가격 상승을 일으켜 더 거대한 고통으로 이어질 수 있다.

 

계속해 다오


농장은 선천적으로 지역적인 것이지만, 식품 산업의 대부분은 세계적이다. 농부들이 필요로 하는 종자, 비료, 기계, 연료는 멀리 떨어진 지역으로부터 공급된다. 미국의 ADM이나 번기(Bunge), 카길, 그리고 네덜란드에 본사를 둔 루이드레퓌스(Louis Dreyfus),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올람 인터내셔널(Olam International) 등 시스템을 하나로 묶는 중개 대기업들은 모두 세계 전역을 무대로 사업하고 있다. 이들은 크래프트(Kraft)나 유니레버(Unilever) 같은 식품 제조업체를 위해 농산물 원자재를 조달하고, 저장하고, 운송하는 일을 하고 있다. 엄청난 사업 규모와 전 지구적인 범위는 수익률이 낮은 사업으로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이유다. 그들은 한 곳의 공급원과 다른 곳을 빠르게 교환해서 수요나 공급의 변화를 수용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가격을 안정시키고 시스템을 유연하게 유지한다.

지난 20년간 기업들이 규모의 경제를 추구하면서 식품 산업의 소유권 집중은 더 심각해졌다. 세계에서 가장 큰 미국 가금류 시장의 절반이 현재 단 네 곳의 기업에 의해 통제되고 있다. 2010년대의 대규모 인수합병 여섯 건 중의 두 건이 식품 및 음료 분야 기업들 사이에서 이뤄졌기 때문이다. 식습관의 변화와 도시화로 새로운 수요가 창출되는 신흥 시장은 독자적인 거대 기업을 낳았다. 브라질의 JBS는 세계 최대의 식육 가공 업체다. 중국 최대의 식품 제조사인 중량그룹(COFCO)은 끊임없이 베이징으로 곡물을 보내면서 기존의 수많은 중개업체들을 먹어 치웠다.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잠재력, 규모의 경제로 고정 비용을 흡수할 수 있는 능력은 이 시스템이 점점 더 정교해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세계의 곡창 지대는 점점 더 자본 집약적으로 변하고 있다. 자율주행 트랙터가 거대한 들판을 배회하고, 기계가 화물을 처리한다. 인공지능 기술이 탑재된 렌즈로 관찰하는 위성 이미지는 계절별 수확량 추정치뿐 아니라, 선박의 운항과 폭풍의 경로까지도 주시하고 있다.

 

이젠 질렸어


이러한 정교화는 생산 네트워크를 매우 복잡하게 만들 수 있게 해준다. 식품은 이제 자동차와 마찬가지로 그 부품의 출처가 어디든 소비자와 가까운 곳에서 조립되고 있다. 우크라이나산 밀이 터키에서 밀가루로 제분된 다음 중국에서 국수로 변신할 수도 있다. 카길에서 식재료 및 바이오 산업 단위를 책임지고 있는 프랑크 판 리에르데(Frank van Lierde)는 카길이 20년 전보다 “훨씬 더 다양한 발자국을 갖게 됐다”고 말한다. 내년에 카길은 브라질에서 펙틴(pectin)을 만드는 공장을 열 예정이다. 펙틴은 오렌지 껍질 추출물로 잼과 요구르트의 점도를 높인다. 이곳에서 만들어진 펙틴은 전 세계에서 판매될 것이다.

식품의 세계화는 많은 나라들이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의 요제프 슈미트후버(Josef Schmidhuber)와 빙 차오(Bing Qiao)가 《이코노미스트》를 위해 수행한 분석에 따르면 대부분의 국가들은 20년 전에 비해 식품 수입에 많이 의존하고 있다(지도 참조). 사람들은 코로나19로 초래된 혼란이 2007~2008년 당시와 같은 식량 위기를 촉발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당시에는 겁에 질린 각국 정부들 때문에 가격 폭등세가 더 악화됐다. 약 7500만 명의 사람들이 굶주림의 한계선 밑으로 내몰리면서, 방글라데시와 부르키나파소에서 모리타니와 멕시코에 이르는 지역에서 시위가 벌어졌다. 시리아 내전이 벌어진 환경을 조성하는 데에도 영향을 미쳤다.
대륙별 수확 현황/ 식량 수입 의존도의 변화, 1997~2017, %포인트/ 식량 수입 의존도, 2017, %/ 출처: FAO
당시에 비해 오늘날 대부분의 세계에서 수입 의존도가 더 높아졌다면, 세계의 기반은 더 단단해진 것일 수도 있다. 2007년에는 호주와 유럽에서 밀이 흉작이었고, 미국에서는 옥수수가 흉작이었다. 싱크탱크인 CSIS의 케이틀린 웰시(Caitlin Welsh)에 따르면 당시의 곡물 재고량은 1973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유가는 천정부지로 치솟았는데, 이는 비료 제조와 식품 유통 비용 부담을 가중시켰다. 또한 바이오 연료의 공급 원료로 사용될 수 있는 옥수수나 사탕수수 같은 작물에 대한 수요를 증가시키기도 했다.

오늘날 곡물 재고량은 당시보다 두 배 가량 많다(표2 참조). 대량 해상 운송은 스무 배 저렴해졌고, 원유의 가격은 배럴당 30달러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모든 종류의 투입 요소들이 저렴해지고, 옥수수나 사탕수수 같은 바이오 연료의 공급 가격도 낮게 유지되고 있다. 대부분의 작물을 수입하는 국가의 수가 늘어났다면, 수출하는 국가의 수도 늘었다. 그래서 수요와 공급의 변화 속에서도 식품 교역은 더 탄력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렇게 다양한 장점이 있다고 해서 어려움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일부 국가들은 소비하는 쪽에 있다. 3월에 봉쇄조치가 시행된 후 봉쇄가 길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자 소비자들은 내구성 소모재를 비축하기 위해 몰려들었다. 일부 국가에서는 통조림 제품과 파스타 판매량이 일곱 배까지 치솟기도 했다. 공급 라인은 텅 비었다. 하지만 대안은 찾을 수 있다. 프랑스의 슈퍼마켓 그룹 까르푸(Carrefour)는 인도의 무역업자들이 새로운 수출 계약 체결을 중단하자 파키스탄과 베트남에서 새로운 쌀 공급업체를 찾아냈고, 루마니아에서 새로운 쇠고기 수입 루트를 개설했다고 하니 바이스(Hani Weiss)는 말한다. 바이스는 아랍에미리트의 사무실을 기반으로 활동하면서 까르푸의 37개 신흥 시장의 사업을 책임지고 있다. 그는 추가적인 문제 발생을 차단하기 위해 까르푸가 필수 품목 재고를 30일 분량에서 90일 분량으로 늘렸다고 말한다. 이런 대책에는 진열대에 올려놓아야 할 제품만이 아니라, 제품을 진열하는 사람들도 포함되어 있다. 영국 최대의 소매업체인 테스코(Tesco)는 지난 3월에 130만 통의 구직 신청서를 받았다. 평상시의 10배가 넘는 규모다.

 

사라지는 식욕


폭증한 수요는 이제 대부분 정상 수준으로 돌아갔다. 반면 어떤 종류의 식품에 대한 수요는 매우 낮은 수준이다. 식당, 카페, 학교 및 기관들의 구내식당은 전체 소비 칼로리의 30퍼센트를 차지한다. 그러나 많은 국가에서 이런 곳들의 문이 닫혀 있다. 수많은 농부들이 판로가 묶인 채 꼼짝도 못 하고 방치되어 있다.

이론적으로라면 농부들은 생산품을 일반 가게들로 돌릴 수도 있다. 하지만 집에 머물고 있는 사람들은 밖에서 일할 때나 외식하면서 먹을 수 있는 것과 똑같은 음식을 먹지 않는다. 사람들은 수많은 셰프의 손길을 거치지 않은 가공식품과 포장 제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직접 요리를 하더라도 스테이크가 아닌 간 고기 같은 기본적인 식재료를 사용하는 편이다. 또한 사람들은 바리스타와 라떼가 존재하는 세계에 있을 때보다 우유를 훨씬 덜 마신다.

가정에서 원하는 식품이 전문적인 주방에서 쓰는 것과 동일하다 할지라도, 양의 문제가 있다. 구내식당의 조리사들은 밀가루를 16킬로그램짜리 포대 단위로 구입한다. 사워도우(sourdough) 반죽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1킬로그램만 있으면 된다. 제품 포장의 크기를 바꾸는 것은 가공업체들에게는 많은 품이 드는 일이다. 슈퍼마켓 업체들이 새로운 공급업체를 승인하기 위해서 거쳐야 할 작업도 많기는 마찬가지다.

이러한 변화의 결과, 식품 생산업체 일부는 곤경에 처해 있다. 프랑스의 어부들은 잡은 생선의 3분의 2를 다시 바다로 던져 넣고 있다고 말한다. 호주는 아보카도 공급 과잉 사태에 직면하고 있다. 캐나다 온타리오의 농부인 알랭 구보(Alain Goubau)는 생산한 우유의 일부를 다시 소들에게 먹이고 있다. 하지만 재활용에도 한계가 있다. 판매하지 못하는 생산품의 대부분은 폐기될 것이다. 수백만 리터의 통맥주들이 상해 가고 있다. EU는 4억 유로(5298억 원) 상당의 감자를 폐기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공개 데이터를 널리 알리는 단체인 GODAN(Global Open Data for Agriculture and Nutrition)의 안드레 라페리에르(André Laperrière)에 따르면 미국의 음식물 쓰레기 비율은 30퍼센트에서 올해 40퍼센트로 증가할 것이다.

수요의 변화 외에도 운송의 병목 현상이 있다. 이들 중 일부는 갑작스러우며 예측할 수 없는 것들이다. 지난 3월 아르헨티나 로사리오의 주요 항구 중 하나인 팀뷰스 항구가 코로나19로 거의 일주일 동안 폐쇄되었다. 로사리오는 아르헨티나 식품 수출의 80퍼센트를 차지하는 지역이다. 하지만 곡물은 여전히 이동하고 있다. 우루과이에서 농장 한 곳을 운영하고 있는 톰 카-엘리슨(Tom Carr-Ellison)은 식품을 자동화된 방식으로 다루면서 일이 더 쉬워졌다고 말한다. 판데믹은 이런 추세를 더욱 강화할 것이다. 인도 해변의 폐쇄된 주들에서는 선박 운항이 아주 원활하게 이뤄지고 있다. 대두유를 인도의 내륙 지방에서 트럭으로 운송하지 않고 아르헨티나에서 구입할 정도다.

상하기 쉬운 상품을 옮기는 것은 조금 더 어려운 문제다. 과일과 채소는 커피나 고기와 함께 보통은 비행기로 이동하거나 특수 선박의 냉장 컨테이너로 운송된다. 이러한 상품 무역 시스템의 일부에서 속도가 떨어지면서 냉장 컨테이너 수급 문제가 보고되고 있다 하지만 보편적인 사례는 아니다. 미국 최대의 커피 수입항이자 두 번째로 큰 가금류 수출항인 뉴올리언스 항구의 재닌 만수르(Janine Mansour)는 지난 1분기에 이곳의 컨테이너 부문 처리량이 늘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여객기 수송량은 문제로 남아 있다. 3월 마지막 주까지 항공기를 통한 화물 운송량은 전 세계적으로 80퍼센트나 감소했다. 상품이 시장에 접근할 수 있는 수단이 완전히 사라지면, 생산자에게 돌아오는 것은 가격의 붕괴다. 태국에서는 중국에서 인기 있는 용과(龍果) 도매 가격이 85퍼센트 하락했다.

육류는 특히나 골치 아픈 병목 현상을 일으킨다. 현재 육류 수요는 상당히 줄어든 상태다. 11개 국가에서 냉장보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아그로 머천트(AGRO Merchants)의 카를로스 로드리게스(Carlos Rodriguez)는 한때는 여유 공간이 있었던 육류 냉동고가 현재는 “완전히 가득 차 있다”고 말한다. 그럼에도 공급량은 계속 밀려들고 있다. 동물들은 계속 태어나고 있고, 때가 되면 도축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미국의 돼지고기 산업은 크게 타격을 입고 있다. 거대 도축 시설들이 폐쇄되면서 미국의 돼지 도축 처리량이 40퍼센트나 감소했다. 농장들에는 5일마다 100만 마리의 살아 있는 “과잉” 돼지들이 생긴다. 농장에는 이 동물들이 있을 공간이 없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주 육류 가공업자들의 영업을 강제할 수 있는 권한을 행사했다. 많은 업체들이 그에 따랐다. 그러나 불참하는 곳들이 급증하고 있다.

부유한 세계에서 이러한 혼란의 결과는 베이컨과 블루베리 가격이 오르는 것과 같은 불편함일 뿐이지, 배고픔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세 가지 위험이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지금의 위기가 오래 지속될수록 문제는 더욱 심각해질 가능성이 높다.

첫 번째는 농부들이 생산을 줄이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노동력 부족 현상이 나타날 것이다. 멕시코 주재 미국 영사관이 폐쇄되면서 농업 노동자들에게 발급되는 25만 개의 H-2A 비자들 중의 상당수가 올해는 발행되지 않을 수도 있다. 영국에는 매년 유럽 각국의 수확 노동자 9만 명이 들어왔지만, 올해는 이들을 거의 보지 못하게 될 것이다. 대체 인력을 찾기는 쉽지 않다. 호주에서 2억 6000만 달러 상당의 농장 포트폴리오를 운영하고 있는 데이비드 사켓(David Sackett)은 시골에서 거처할 곳을 찾는 배낭 여행자들을 활용하고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실업자들을 농업에 투입한다는 영국의 계획은 활용도가 극히 낮았다. 그리고 농부들 중에는 작업이 미숙한 초보자들을 고용하는 것은 오히려 돈 낭비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과학자들이 부드러운 과일을 잘 다룰 수 있게만 해준다면 자본력이 있는 농장들은 로봇에 점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게 될 것이다.

 

버틸 수 있는 힘


식당들이 폐쇄되면서 시장에서 외면당한, 현금이 부족한 농부들 가운데 일부는 굳이 비용을 들여서 작물을 수확하지 않고 썩게 내버려 둘 가능성이 크다. 일부는 파산할 것이다. 금리가 낮은 국가들은 리스크가 작다. 1980년대에 비해 훨씬 적은 이자를 지불하고 있는 미국의 농장들은 비교적 안전하다. 채무 대 자기 자본 비율과 금리가 높은 중남미 지역의 자본 집약형 농장들은 리스크에 훨씬 더 많이 노출되어 있다.
두 번째의 위험은 신용 부족이다. 공급망이 원활하게 운영될 수 있는 것은 생산물이 실제 판매되기 이전에도 단기 대출을 통해 유통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을 지급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통 과정이 느려지면서 대출 만기가 연장되었고, 다른 곳에 빌려줄 수 있었을 현금은 묶이게 되었다. 도이체방크(Deutsche Bank)에서 무역 금융 부문 사장을 지낸 존 맥나마라(John MacNamara)에 따르면 은행들은 원자재 거래에 자금을 지원하는 것을 꺼린다. 변덕스럽게 요동치는 통화, 붕괴되고 있는 석유 시장, 그리고 기업들이 전통적으로 담보로 제공하던 곡물의 가치 하락으로 은행들이 겁을 먹게 된 것이다. 다자간 기구들은 할 일을 하고 있다. 지난 4월 아시아개발은행(ADB)이 제공한 4억 3500만 달러(5324억 원)에 달하는 긴급 무역 자금의 5분의 1 이상이 식량 안보와 관련된 거래에서 쓰였다. 하지만 주요 은행과 가까운 한 관계자는 이러한 시스템에 “균열이 생기는 소리가 들린다”고 말한다.

세 번째 위험은 정부가 평정심을 잃는 것이다. 2007~2008년에는 33개국이 수출 규제를 선언했다. 세계은행 보고서에 따르면 당시 수출 규제로 쌀 가격은 116퍼센트 상승했다. 이번에는 현재까지 19개국이 수출을 제한하고 있으며, 그 영향은 훨씬 작다. 2007~2008년의 통제는 세계 칼로리 교역의 19퍼센트에 영향을 미쳤지만, 올해는 5퍼센트에 불과하다.

하지만 시장은 긴장하고 있다. 비교적 경미한 조치라 하더라도 거래량이 적은 시장에서는 가격 폭등을 야기할 수 있다. 쌀 무역 분야 세계 2위 업체인 올람 인터내셔널의 서니 버기스(Sunny Verghese)는 자국에서 먹을 수 있는 양보다 더 많은 쌀을 재배하는 나라는 겨우 4~5개국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최근에 베트남이 쌀 수출 제한조치를 취한 뒤 쌀 가격이 오른 것도 이 때문이다.

수출 통제는 구매상들의 재고 비축으로 이어져 악순환을 촉발시키게 된다. 수입에 의존하는 많은 국가들은 “전략적” 곡물 비축량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는 일반적으로 3개월분의 공급량을 의미한다. 호주 찰스다윈대학교의 조나탄 라싸(Jonatan Lassa)는 한 달분의 비축량이 추가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수출 통제와 재고 비축의 결합은 가난한 나라들에는 치명적일 수 있다. 많은 나라들이 자국 통화의 가치가 폭락하는 것을 목격하고 있다. 이미 식량 수입에 이전보다 많은 비용을 지불하고 있는 셈이다. 많은 지역에서 가난한 사람들이 주식을 얻기 위해 이용했던 사람들로 붐비던 시장들이 폐쇄되면서 빈곤 문제는 심각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2007~2008년 같은 식량 인플레이션이 닥치기라도 한다면 인도주의적인 대참사가 될 것이다.

지구촌의 협력은 벼랑 끝의 비극을 막아 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세계 농산물 수출의 63퍼센트를 차지하고 있는 세계무역기구(WTO)의 22개 회원국들은 지난달 무역을 개방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는 좋은 징조다. 전략적 비축량에 대한 투명성이 보다 높아진다면 긴장이 완화될 수 있을 것이다. GODAN의 안드레 라페리에르는 공동의 협력이 지역 차원에서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예를 들면, 슈퍼마켓들이 협력해서 상품 부족에 직면했을 때 제품을 서로 교환할 수 있는 상호 거래 플랫폼을 만들 수도 있다. 공동 협력과 상호 연결성이 잘 유지될 수 있다면, 코로나19로 인한 최악의 굶주림은 피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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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류 #세계경제 #마켓 #이코노미스트
 
[1]
지난 3월 중순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 방지를 위해 폴란드가 독일과의 국경을 통제하자, 국경 검문소를 사이에 두고 심각한 차량 정체가 빚어졌다. 일각에서는 폴란드를 통해 서유럽과 발트3국(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을 오가며 불법적인 거래를 하는 차량들이 섞여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이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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