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의 둘째 날
2화

아마존은 스타트업처럼 성장할 수 있을까

적극적으로 혁신하고 거침없이 확장하라

다음 달이면 아마존은 창립 9500일을 맞는다. 하지만 이 회사의 설립자이자 최고 경영자인 제프 베조스에게 아마존의 매일은 ‘첫날(Day 1)’이다. 1994년 설립 이후로 그는 언제나 아마존이 혈기 왕성한 스타트업처럼 행동해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적극적으로 혁신하고 거침없이 확장한다는 것이다.

이런 원칙을 지키면서 아마존은 경쟁 기업들에게는 두려움을, 소비자에게는 편리함을 주는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현재 아마존의 전자 상거래 플랫폼에서는 1초마다 대략 1만 1000달러 상당의 상품들이 거래되고 있다. 이 회사가 작년에 배송한 주문량은 35억 건이다. 지구 전체 인구 두 명 중 한 명에게 배송한 셈이다. 아마존의 클라우드 컴퓨팅 부문인 아마존웹서비스(AWS)는 1억 명 이상의 사람들이 낮 시간에는 줌(Zoom)으로 화상 회의를 하고, 밤에는 넷플릭스를 시청할 수 있게 해주고 있다. 그렇게 해서 아마존은 지난해에 2800억 달러(336조 5300억 원)에 달하는 매출을 올렸다.

올해 들어 아마존은 그저 편리한 것을 넘어 필수적인 것이 되었다. 형광색의 조끼를 입은 배송 노동자들이 문간에 슬그머니 놓고 사라지는 스마일 마크가 있는 갈색의 포장 상자는, 판데믹으로 폐쇄된 사회를 상징하는 물건이 되었다. 배송 서비스와 클라우드 기반의 업무 환경이 없었다면 오프라인 매장과 사무실이 문을 닫은 지금과 같은 상황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 되었을 것이다. 물론 비디오 스트리밍 서비스와 같은 오락거리가 없었더라도 견디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투자자들은 이러한 상황을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온라인 생활로 가는 트렌드를 가속화시키는 것으로 보고 있으며, 세계가 이전의 상황으로 다시 되돌아가지는 않을 것으로 여기고 있다. “코로나19가 폭발적으로 촉발한 수요는 아마존을 2025년까지 거뜬히 움직이게 만들 겁니다.” 벤처 캐피털 기업 세콰이어캐피털(Sequoia Capital) 회장 마이클 모리츠(Michael Moritz)의 말이다.

아마존의 시가 총액은 2016년부터 2018년 사이에 두 배가 늘어 7340억 달러가 되었다. 그리고 그 이후로 다시 거의 두 배 가까이로 성장했다. 아마존의 주식은 벌어들이는 수익보다 118배나 높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애플이나 마이크로소프트 등 다른 1조 달러 기업들은 25~35배다. 등락이 있기는 하지만, 월스트리트의 중개인들은 고객들에게 아마존의 주식을 갖고 있다면 팔지 말고, 갖고 있지 않다면 사라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아마존에도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전자 상거래와 클라우드 부문 모두에서 경쟁자들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노동자 처우는 물론 플랫폼에서 거래하는 독립적인 업체들에 대한 공정성 문제에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많은 나라의 정치인들은 아마존을 쪼개고 싶어 한다. 아마존을 쪼개서 더 많은 수익을 거둘 수 있다면, 일부 투자자들도 그러기를 바랄 것이다. 베조스는 “둘째 날(Day 2)”을 “정체, 그 다음에는 무관심, 그리고 그 다음에는 극심하면서도 고통스러운 추락”이라고 표현한 바 있다.[1] 둘째 날의 여명은 아직 밝지 않았다. 하지만 첫째 날의 정오는 이미 한참 전에 지나갔다.

 

최고의 위치


아마존처럼 물리적인 세계와 디지털의 세계에 동시에 다리를 걸치고 있는 기업은 없다. 물리적인 세계에서 그들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물류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아마존의 프라임(Prime) 서비스에 가입한 1억 5000만 명의 고객들은 주문한 제품을 즉시 배송받을 수 있다. 프라임 비디오와 영화를 무료로 스트리밍하는 것뿐 아니라, 일부 지역에서는 정액 요금제로 당일 배송 서비스의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이런 편리함은 더 많은 구매로 이어진다. 그들의 물류 시스템은 다른 기업들의 주문을 처리하는 데에도 이용되고 있다. 2018년 아마존 플랫폼을 통한 매출의 58퍼센트를 차지한 것은 ‘제3 업체’의 매출이었다.

거대한 규모를 바탕으로 아마존은 수억 명에 달하는 고객들의 요구와 의사 결정 과정에 대해 다른 곳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의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다. 광고주들이 사랑하는 종류의 데이터 말이다. 아마존의 광고 매출은 현재 110억 달러(13조 2209억 원)에 달한다. 이는 전 세계 온라인 광고 시장에서 7퍼센트의 점유율에 해당한다. 구글(38퍼센트)과 페이스북(22퍼센트)을 제외하면 가장 큰 비중이다.

디지털 세계에서 아마존은 클라우드 컴퓨팅 산업을 지배하고 있다. 시작은 2003년 두 명의 엔지니어가 제안한 아이디어였다. 웹사이트와 물류 시스템을 온라인에서 사용하고 있는 것처럼, 아마존의 자체 IT 인프라를 다른 기업들에게 하나의 서비스로 제공하는 방안이었다. 이 제안은 당시 베조스의 기술 고문이었던 앤디 재시(Andy Jassy)의 관심을 얻었다. 재시는 현재 AWS의 최고경영자로 일하고 있다. 이 사업 부문으로 아마존은 단순한 온라인 기술 사용자가 아닌, 매우 거대한 규모와 만만찮은 기술력을 갖춘 어엿한 개발업체로서의 명성을 구축할 수 있었다. 물론 AWS가 막대한 현금을 벌어 주고 있기도 하다. 지난해 AWS는 350억 달러(42조 595억 원)의 수익을 올렸다. 영업 이익은 92억 달러(11조 5556억 원)였다.
제프 베조스의 여정/ 아마존 (단위: 10억 달러)/ 파란색 실선: 연간 매출/ 하늘색 실선: 연간 순이익/ 출처: 블룸버그, 이코노미스트
AWS라는 돼지 저금통은 2017년에 아마존이 고급 슈퍼마켓 체인점인 홀푸드(Whole Foods)를 140억 달러에 인수하면서 소매업종으로 확장을 했을 때는 물론이고, 엔지니어들이 엄청난 속도로 만들어 내는 새로운 프로젝트를 지원하는 데에도 역할을 했다. 가장 최신 기술로는 광대역 위성 통신 벤처인 프로젝트 카이퍼(Project Kuiper)가 있다. 제이피모건체이스(JPMorgan Chase) 은행 및 버크셔해서웨이(Berkshire Hathaway)와 함께 의료비 절감을 목적으로 만든 비영리 단체인 헤이븐 헬스케어(Haven Healthcare)도 있다.

아마존은 수십억 달러 규모의 사업들을 벌이면서 지금도 활발하게 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그 성장세가 더 이상 ‘첫째 날’처럼 가속도를 내지는 못하고 있다. 소매업부터 살펴보자. 투자 중개업체인 샌포드번스타인(Sanford C. Bernstein)에 따르면, 2016년부터 2019년 사이 아마존의 웹사이트에서 자체 상품 및 제3자들의 상품을 전부 포함한 글로벌 매출의 연간 성장률은 27퍼센트에서 18퍼센트로 떨어졌다. 2020년에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인해서 다시 23퍼센트까지 상승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장기적인 추세는 바뀌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이후 매출 증가에 따른 비용 소모도 있었다. 이들은 급증하는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서 미국에서 17만 5000명의 노동자들을 새로 고용했다. 그러면서 운영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코로나19 감염 방지를 위해서 막대한 투자를 해야 했다. 마진율이 낮은 필수 소비재의 배송을 우선으로 삼아야 하는 상황에서 이윤도 줄고 있다. 수익성은 좋지만 필수품이 아닌 물품의 상당수를 물류 창고에서 빼고 수요를 위축시킬 수도 있는 광고를 제거하면서 수익성을 희생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1월부터 3월 사이 매출이 26퍼센트 상승했음에도 불구하고, 수익은 전년 대비 29퍼센트가 하락했다.

취급하는 품목의 범위는 좁아지고 배송은 느려지면서, 아마존은 치솟는 온라인 수요를 감당할 수 없게 되었다(표2 참조). 미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의 쇼핑객들은 다른 경쟁 업체들로 발길을 돌렸는데, 그들은 “주문 후 직접 수령(click and collect)” 방식을 선호하는 경우가 많았다. 일본의 전자 상거래 기업 라쿠텐의 독립 계열사인 라쿠텐 인텔리전스(Rakuten Intelligence)에 따르면, 미국의 온라인 지출에서 아마존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4월 중순 34퍼센트였다. 이는 코로나19 이전의 42퍼센트에 비해 하락한 수치였다. 샌포드번스타인의 마크 쉬뮬릭(Mark Shmulik) 부사장은 아마존이 지난 몇 년 동안 전자 상거래 업종의 선구자로서 산업을 이끌어 왔다고 말한다. 이제는 이전과는 달리 대형 소매업체들 모두가 인터넷으로 관심을 돌릴 것이다. 타겟이나 월마트 같은 오랜 전통을 가진 유통업체들은 이미 기회를 잡을 준비를 하고 있다.
매일이 크리스마스/ 미국의 온라인 소매 부문 지출액 (단위: 10억 달러)/ 하늘색 막대, 실제/ 파란색 실선, 예상치/ 출처: 어도비 애널리틱스
다시 기지개를 켜는 거대 업체들만이 아마존의 경쟁자는 아니다. 캐나다 기업인 쇼피파이(Shopify)는 소매업체들에게 온라인 판매의 길을 열어 주고 있다. 기업들에게 제공하는 서비스에도 상당한 공을 들이고 있다. 아마존이 고객들에게 제공하는 서비스에 엄청나게 공을 들이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말이다. 이들은 몇 년 전에는 존재하지도 않았던 기업이었지만 현재는 미국 내 온라인 소매 시장에서 5.9퍼센트의 점유율을 차지하면서, 아마존에 이어서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쇼피파이는 소셜 네트워크 부문의 거물인 페이스북이 새로 만든 전자 상거래 벤처 기업인 페이스북숍(Facebook Shops)의 백엔드(back-end) 시스템으로 채택되기도 했다. 페이스북은 중국 내 온라인 소매업을 장악하고 있는 알리바바의 선례를 따라서, 사람들이 인터넷도 이용하고 친목 활동도 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아마존에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아마존은 더 이상 프라임(Prime) 서비스를 통해 각 가정에서 엄청난 수요가 일어날 것이라고 기대할 수 없게 되었다. 미국에서 120달러라는 이용료를 감당할 수 있는 가정들은 이미 거의 모두가 회원이다. 향후의 소비 성장은 다른 부문에 의존하게 될 것이다. 이런 부문들은 현재 AWS를 제외한 아마존 전체 매출의 29퍼센트를 차지하고 있다. 서유럽에서 아마존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고 사업도 원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하지만 고령화하고 있고 경제 성장이 더딘 서유럽은 장기적인 성장과 수익을 위한 동력이 될 수 없다. 이 지역의 상당수 소비자들은 온라인에서 검색한 다음에 오프라인에서 물건을 사는 경향이 있다. 반면에 신흥 시장의 사업은 계획한 대로 이뤄지지는 않을 것이다.

1년 전, 아마존은 15년이나 공을 들였던 중국 사업을 포기했다. 2012년에만 하더라도 그들은 중국 전자 상거래 시장에서 7퍼센트의 점유율을 차지하며 가까스로 우위를 차지하고 있었다. 알리바바나 징둥(JD.com)과 같은 성공한 중국 기업들이 판촉과 이벤트를 내세워 소비자들을 빼앗아 가면서 결국엔 밀려 나고 말았다. 만약 아마존이 더 버텼다 하더라도, 여전히 고전을 면치 못했을 것이다. 특히나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라면, 중국 공산당이 미국의 유통업체가 자국 내에 존재하는 것을 용인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실패 이유의 일부는 변명에 불과하다. 아마존은 중국 현지의 유능한 인재들을 영입하는 데 실패했고, 너무 많은 결정을 시애틀의 본사에서 내렸다.

 

배송 실패


세계 신흥 시장에서 아마존은 수익이 날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 가운데 여전히 수십억 달러를 쏟아붓고 있다. 아마존은 인도에 65억 달러(7조 8000억 원)를 투자했지만, 난관에 봉착한 것으로 보인다. 나렌드라 모디(Narendra Modi) 총리가 이끄는 민족주의 성향의 정부는 외국계 기업들의 활동은 힘들게, 자국의 최고 기업인 릴라이언스 지오(Reliance Jio)의 활동은 쉽게 해주고 있다(페이스북은 릴라이언스지오에 57억 달러를 투자했다). 라틴아메리카에서 아마존의 온라인 소매 점유율은 3퍼센트에 그치고 있다. 열악한 도로 사정과 노상강도, 현지의 다양한 위험 요소에 보다 잘 대처하고 있는 아르헨티나의 기업인 메르카도리브레(MercadoLibre)의 5분의 1에 불과한 수준이다. 서유럽에서 거둬들이는 수익이 개발 도상국의 손실을 상쇄하지 못하면서, 아마존의 국제 부문은 몇 년 째 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투자자들은 아마존 글로벌 소매 부문의 신통치 않은 실적을 대부분은 대수롭지 않게 여겨 왔다. 이유는 단순하다. AWS가 있기 때문이다. AWS가 벌어들이는 영업 이익은 아마존 전체 영업 이익의 절반을 훌쩍 뛰어넘는다. 가장 최근 분기에는 77퍼센트를 기록했다. 샌포드번스타인의 추산에 따르면 2019년 아마존 소매 사업 부문의 영업 이익률이 –1퍼센트였던 반면, AWS는 26퍼센트였다. 하지만 클라우드 시장의 경쟁은 점점 더 치열해지고 있다. 알리바바와 구글, 마이크로소프트가 클라우드 서비스 부문으로 사업을 확장했다(현재 알리바바의 클라우드 부문 매출은 대부분 중국에서만 발생하고 있다). 조사 기관 가트너(Gartner)에 따르면 2016~2018년 전 세계 클라우드 컴퓨팅 부문에서 마이크로소프트의 점유율이 두 배로 뛰어오르면서 15.5퍼센트를 기록했던 반면, AWS는 53.7퍼센트에서 47.8퍼센트로 하락했다. AWS의 매출 증가율은 2018년 2분기 49퍼센트에서 2020년 1분기 33퍼센트로 급격하게 둔화됐다(표3 참조).
클라우드와 선샤인/ 아마존웹서비스(AWS)/ 매출(단위: 10억 달러)/ 전년 대비 매출 성장률(%), 2013년은 자료 없음/아마존 전체의 영업 이익에서 AWS 영업 이익이 차지하는 비중(%)/ 출처: 블룸버그, 기업 보고서
AWS 클라우드는 신뢰도와 속도 면에서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애저(Azure)의 경우 서비스 중단 건수가 더 많다. 고객들이 보다 복잡한 작업을 할 수 있게 해준다는 장점도 있다. 하지만 다른 경쟁 업체들을 이용하더라도 대부분의 목적을 달성하기에는 충분하고, 다른 업체들도 여러 면에서 점점 개선되고 있다. 대형 기업들은 수십 년 동안 소프트웨어 공급처로 거래를 해왔던 마이크로소프트와의 거래를 더 선호할 수도 있다. 컨설팅 기업인 테크알파 파트너스(TechAlpha Partners)의 조지 길버트(George Gilbert)는 AWS가 기술을 중시하는 대부분의 고객들에게 적합한 광범위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이라면, 마이크로소프트는 주류 기업 고객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통합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한다.

AWS는 시장을 선도하는 위치를 지킬 수 있는 리소스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클라우드 전쟁에서는 사소한 약점 노출로 엄청난 대가를 치를 수 있다. 모기업이 발목을 잡는 존재가 될 수도 있다. 골드만삭스(Goldman Sachs) 은행의 히스 테리(Heath Terry)는 지난 몇 년 동안은 아마존의 일원이라는 것이 AWS에게 커다란 이점이었다고 말한다. AWS 역시 모기업의 기술과 데이터는 물론 현금도 필요했다. 그러나 지속적으로 새로운 산업을 공략하는 베조스의 습관은 아마존에게 데이터를 내주는 것을 탐탁지 않게 생각하는 경쟁 업체들이 많아졌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잠재적인 고객들은 이제 AWS의 서비스를 구매하는 것을 마치 목장을 빼앗으려는 토지 사냥꾼에게 돈을 지불하는 것처럼 여기고 있다. 월마트는 기술 지원 업체들에게 AWS를 이용하지 말라고 권하고 있다. 조사 기관 가트너(Gartner)에 따르면, 아마존이 다음 타깃으로 노리고 있는 산업 영역의 기업 임원들은 IT 부서에 “가능하면 AWS 이용을 피하라”고 지시하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상황은 AWS가 별도의 법인으로서 미래를 추구하는 것이 더 나을지도 모른다는 논의에 기름을 붓고 있다. 확장 기계가 되어 버린 아마존 본사와의 사이에 건전한 거리를 두면 AWS도 더 이상은 아마존의 수익성이 떨어지는 벤처 기업들의 손실을 메워 주지 않아도 될 것이다. 결별로 각 사업 부문의 재무적 투명성이 제고된다면, 펀드 매니저들도 아마존의 신규 기업들이 투자 기준에 맞는지 좀 더 분별력 있게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세계적인 금융 기관들 중 한 곳에서 글로벌 인터넷 뱅킹 부문을 이끌고 있는 한 관계자에 따르면, 금융 시장에서는 지난 몇 년 동안 아마존이 AWS를 분리할 것으로 예측해 왔다고 한다.

CEO인 앤디 재시는 AWS가 언제든 아마존에서 분리될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었다고 말한다. 골드만삭스의 히스 테리는 아마존 내부에서 여러 상황들을 근거로 장점보다는 단점이 더 많다고 판단할 수 있는 시기가 되면, AWS가 독자적인 길을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AWS가 아마존의 일원으로서 아무런 이득을 얻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데이터가 중요한 기술들은 규모가 클수록 사업에 유리하다. 아마존의 스마트 스피커인 에코(Echo) 기반의 가상 비서인 알렉사(Alexa)를 통해서 얻는 데이터는 아마존의 음성 인식 알고리즘에 자양분이 된다. 이러한 알고리즘을 통해서 얻은 결과물은 다시 AWS의 쇼핑객들은 물론 기업 고객들에게도 서비스로서 판매될 수 있을 것이다. 더 많은 쇼핑객과 더 많은 데이터는 더 좋은 알고리즘을 의미한다. 이외에도 더 많은 가능성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만약에 AWS가 아마존의 일부로 머물면서 굵직한 거래의 기회를 마이크로소프트나 구글과 같은 강력한 경쟁업체들에게 내준다면, 장점은 쉽게 사라져 버릴 수 있다.

AWS를 놓아주는 것은 지금까지 끊임없이 확장해 온 아마존의 역사에서 가장 극적인 재편이다. 애널리스트들은 AWS 조직이 차지하는 가치가 아마존 전체의 3분의 1 이상이 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AWS에 대한 가장 합리적인 평가액은 5000억 달러(600조 3500억 원)다. 분리된다 하더라도 미국 내 기업 가치 상위 10위 안에 들 수 있다.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기는 하지만, 소매 업종에 비해서 여전히 두 배나 빠른 속도로 확장하고 있다. 현 상태의 수익률을 유지하면서 앞으로 10년 동안 (과거보다 더 느린 속도인) 연간 20~30퍼센트씩 성장한다면, AWS는 세계 최대의 수익 창출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거대한 이동


5000억 달러 가치의 기업이 이렇게 빠른 속도로 오랫동안 성장한 역사적 전례는 없다. 하지만 완전히 특이한 경우도 아니다. 전 세계 IT 부문의 연간 지출액은 4조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그중 10퍼센트에 못 미치는 금액이 클라우드로의 이전에 투입되고 있다. 컴퓨팅의 “압도적인 대다수”가 결국 언젠가는 클라우드를 이용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재시 CEO만이 아니다. 그러한 작업에 전적으로 집중하는 회사는 더 많아질 수 있다.

AWS 없이 아마존은 얼마나 잘 해낼 수 있을까? 어떤 면에서는, 변화가 도움이 될 수도 있다. 아마존과 가까운 사람들 중에서는 아마존이 지나치게 비대해졌다고 느끼는 이들이 많이 있다. 비생산적인 관료 체제와 정치적인 요소들이 생겨나고 있다고 그들은 말한다. 한 전직 임원에 따르면, 최근 아마존의 고위층 회의에서는 혁신이나 뛰어난 경영 성과가 아닌 프로모션을 위한 로비 활동을 논의의 주제로 다루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고 말한다. 군살을 빼고 다시 집중하는 것이 회사로서는 더 나은 기반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분사 결정은 추가적인 성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현금이 줄어드는 선택이 될 것이다. AWS의 현금은 홀푸드 인수뿐 아니라, 해외 확장 및 ‘라스트 마일(last-mile)’ 배송 부문에 대한 막대한 투자에도 쓰였다. 이는 대표적인 사례일 뿐이다. 전자 상거래 분야의 잔류 부문이 AWS가 보유한 590억 달러 현금의 상당 부분을 상속받게 된다면, 지속적으로 비용을 지출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최근의 성장세를 오랫동안 유지하기는 어렵겠지만 말이다. 아마존의 주주사인 대형 기관 투자자의 대표는 AWS가 없는 아마존은 “제가 소유하고 싶은 그런 기업이 아닐 것”이라고 말한다.
AWS 분사에 대한 베조스의 견해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그는 인터뷰 요청을 거절했다). 그는 AWS와 그룹의 나머지 부문이 서로 공생하는 관계이며, 만약에 분리된다면 둘 다 고통을 겪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아마존이 새로운 모험을 시도할 수 있게 해주는 캐시카우(cash-cow)를 놓아준다는 것은 쉽지 않은 결정일 수밖에 없다. 머지않아 광고 사업 부문이 성장해서 AWS의 자리를 대신할 수도 있을 것이다. 작년에 아마존 광고 부문은 49퍼센트의 영업 이익률을 자랑했다. 현재 전 세계의 광고 시장이 무너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다른 온라인 경쟁업체들에 비해 잘 버티고 있다. 하지만 AWS에 비하면 여전히 작은 규모다.

그러나 베조스의 생각이 무엇이든, 분사 결정은 최후의 결정적인 행보가 아닐 수도 있다. 지난 몇 년 동안 시애틀의 기술 업계 관계자들은 베조스가 최고경영자를 그만두고 회장직으로 한 발 물러나려는 준비를 하고 있다고 생각해 왔다. 그는 이미 경영에 대한 부담을 일부 덜어 냈다. 2016년에는 앤디 재시가 AWS의 CEO가 되었고, 제프 윌키(Jeff Wilke)를 “전 세계 소비자 부문 최고경영자”로 임명했다.

판데믹 상황으로 인해 베조스가 다시 일상적으로 전자 상거래 경영에 관여하게 되었지만, 최근 몇 년 간 그는 무인 슈퍼마켓인 아마존 고(Amazon Go), 알렉사와 같은 신규 프로젝트에 집중해 왔다. 주중 5일의 업무일 중 하루는 민간 로켓 회사인 블루오리진(Blue Origin)에 할애하고 있는데, 이곳에서는 현재 스페이스엑스(SpaceX)나 나사(NASA)의 달 착륙선과 경쟁할 인공위성 발사를 추진하고 있다.

그리고 사생활과 관련된 문제들도 있다. 지난해 1월 베조스는 트위터에 아내 맥켄지(MacKenzie)와 이혼한다는 폭탄 선언을 했다. 며칠 뒤, 《내셔널인콰이어러(National Enquirer)》는 그의 혼외 정사에 대해 자세히 보도했다. 이 뉴스는 그와 함께 아마존을 이끌고 있는 핵심 임원들을 뒤흔들어 놓았다. 능력을 중시하는 아마존의 문화는 “진실함의 추구”에 기대고 있다고 전직 고위 임원은 말한다. 그는 “최고위층에 있는 이들만 그렇게 행동한다면” 구현할 수 있는 문화라고 덧붙인다. “제프 베조스의 이런 일탈은 회사의 가치에 흠집을 냈습니다.” 투자자들은 베조스의 다사다난한 개인 생활이 주의를 산만하게 만들고 있다며 불안해한다.

만약 아마존이 분열한다면, 앤디 재시와 제프 윌키가 각각의 회사를 이끄는 확실한 후보자가 될 것이다. 물론 그전에 그들 중에서 누군가, 또는 둘 다 회사를 떠나지 않는다면 말이다(두 사람은 모든 헤드헌터들의 영입 리스트 최상위에 올라 있는 인물들이다). 베조스가 회장으로서 두 회사를 감독하는 자리에 머물러 있을 수도 있다. 아마존 이사회는 가능하면 오랫동안 베조스의 마법의 손길을 붙잡고 싶어 할 것이라고 아마존을 잘 아는 한 헤드헌터는 말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의 영향력이 줄어들 수도 있다. 그는 현재 아마존의 최대 주주이며, 따라서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사람이다. 그렇지만 이혼 합의로 그의 경제적 지분은 16퍼센트에서 12퍼센트로 줄어들었다(하지만 그가 포기한 지분에 대한 의결권은 유지했다). 블루오리진 사업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매년 상당 부분의 주식을 매각하고 있기 때문에 몇 년이 지나면 자신이 설립한 회사 지분의 10분의 1도 보유하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 주주들 중 빅3에 해당하는 패시브 펀드(passive fund) 매니저들을 제외하면, 아마존의 4대 기관 투자자가 이미 전체 주식의 10퍼센트를 지배하고 있다. 그리고 다른 많은 기술 관련 기업들과는 다르게 아마존에는 차등 의결권 주식이 없어서 베조스가 자신의 지분과 관계없이 이사회를 장악할 수 없는 구조다.

지배 구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다른 요인들도 있다. 월스트리트와 시애틀에 있는 투자자 및 관계자들이 회사를 분할하는 방법을 논의하는 동안, 워싱턴DC에서는 또 다른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반독점 전문가들의 조언과 맞물려 아마존이 규모와 영향력을 앞세워 시장 지배력을 남용하고 있다며 정치인들이 점점 더 크게 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이다.

거대 테크 기업들에게는 골칫덩이와도 같은 엘리자베스 워런(Elizabeth Warren) 민주당 상원의원은 아마존에서 판매하기 위한 상품을 만드는 아마존의 자사 브랜드 사업 부문을 아마존의 제3자 판매업체 리스트에서 제외할 것을 제안했다. 그렇게 되면 아마존은 홀푸드와 더불어, 10여 년 전에 인수한 전자 상거래 분야의 경쟁업체인 자포스(Zappos)의 상품도 매각해야 할 것이다. 공화당의 상원의원인 테드 크루즈(Ted Cruz)와 조시 하울리(Josh Hawley) 역시 이유는 다르지만 거대 테크 기업들을 분할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는 베조스가 자신에게 비판적인 신문사인 《워싱턴포스트》를 소유하고 있다는 점 때문에 그에게 특별히 악의적인 감정을 품고 있다.

 

시애틀에서의 자아 성찰


아마존의 직원들이 자사 브랜드 사업 아이디어를 짜내기 위해 제3자 판매업체들의 데이터를 이용했다는 《월스트리트저널》 보도가 나온 지난 4월 아마존에 대한 반감은 더 커졌다. 아마존은 내부 규정 위반인 이 사건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하지만 반독점 위반 혐의로 아마존, 알파벳(구글의 모기업), 페이스북, 애플을 조사해 왔던 의원들은 베조스가 앞으로 예정된 의회의 청문회에 자진 출석하지 않을 경우에는 소환장을 발부하겠다며 위협했다(6월에 아마존은 베조스를 출석시킬 준비가 되어 있다는 신호를 보냈다). 보도에 따르면, 유럽 연합(EU) 집행위원회는 앞으로 몇 주 안에 제3자 판매업체에 대한 처우 문제를 들어 아마존을 반독점 위반 혐의로 공식 제소할 준비를 하고 있다.

미국에서 아마존의 전자 상거래 부문 시장 점유율은 거의 20퍼센트에 이르지만, 소매 부문에서는 겨우 6퍼센트에 불과하다. 이들의 낮은 가격과 고품질 서비스가 소비자들에게 해가 되지 않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아마존의 내부 관계자들조차도 소규모 기업들의 아이디어를 훔친다는 비난을 떨쳐 내기는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한다.

노동자 처우에 대해서도 마찬가지 비판이 나온다. 이들의 상당수가 아프리카계나 히스패닉계 미국인이다. 판데믹 기간 동안, 물류 창고에서 일하는 수많은 직원들이 여러 단체 및 언론을 통해 안전상의 문제들을 공개해 왔다. 아마존에서 일하는 어느 노동자의 집계에 따르면, 미국 내 물류 창고 노동자들 사이에서 1079건의 코로나 바이러스 확진 사례가 나왔다고 한다. 아마존은 감염 건수나 자가 격리자 비율이 아마존의 시설들이 위치한 지역 사회의 수준보다 결코 높지 않으며, 더 낮은 경우도 많다고 말한다. 지난 5월, 13개주의 법무장관들은 물류 창고에서 발생한 코로나 관련 감염 및 사망자 데이터를 넘겨 달라고 아마존에 요청했다.

5월에 아마존이 사용자 경험(UX) 디자인 분야에서 일하는 두 명의 기술 직원들을 해고하는 일이 발생하자, 사람들은 격분했다. 해당 직원들이 물류 창고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판데믹 상황에서 느끼는 불안감에 대해 직접 설명하는 실시간 스트리밍 방송을 제작한 이후에 일어난 일이었다. 민주당의 상원의원들은 아마존에 이 해고 건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요구하고 있다. 몇몇 주주들 역시 같은 입장이다.

이 사건으로 AWS의 존경받는 수석 부사장이자 (인터넷에서 데이터를 표기하는 언어인 XML의 공동 개발자인) 팀 브레이(Tim Bray)가 사임했다. 브레이는 이들을 비롯한 아마존의 다른 활동가들에 대한 해임을 두고, 아마존의 문화에 “독성의 정맥(vein of toxicity)”이 흐르고 있는 증거라는 글을 남겼다. 아마존 내에서 야심 찬 프로젝트들을 은밀하게 추진하고 있는 비밀 조직인 그랜드 챌린지(Grand Challenge) 팀을 내부에서 이끌고 있는 한 엔지니어는 직원들의 사기가 바닥에 떨어졌다고 말한다. 그는 회사를 떠날 계획이다.

아마존의 노동 관행이 규제 당국의 조사, 인재들의 이탈로 이어질 가능성은 투자자들에게도 위험 요소다. 아마존의 기관 투자자 대표는 아마존이 “매우, 매우 신중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아마존은 3월 중순부터 6월 1일까지의 근무에 대해 최저 시급을 2달러 인상하고, 감염이 우려되는 물류 창고 직원들에게는 해고의 위험 없이 무급 휴가를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사회적 거리 두기와 청결함을 유지하기 위해 150개의 물류 창고 운영 방침을 수정했다.

그러나 이 기관 투자자 대표는 아마존이 노동 조건의 모범을 이끌기보다 여전히 “따라잡기에 급급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한다. 저임금 물류 창고 노동자들이 판데믹을 거치면서 힘들게 일하는 동안, 베조스는 기업의 주가가 활황세를 타면서 자신의 순자산 가치를 540억 달러(64조 8700억 원)나 늘렸다. 실리콘밸리의 유력 벤처 투자가는 베조스가 “노동자들에 대한 적절한 처우를 위해서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말한다.

독점 금지와 관련한 압박은 사실 아마존에게는 노동 관련 관행을 개선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 규제 당국이 가하는 압박의 강도는 대중의 여론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의회와 긴밀한 관계인 어느 반독점 전문가에 따르면, 미국인의 아마존에 대한 높은 의존도와 아마존과 소비자 사이에 형성된 친밀감은 여론 개선에 도움이 될 수 있다. AWS가 분리된다면 과감한 반독점 관련 조치의 필요성이 사라질 수도 있을 것이다.

베조스는 아마존이 첫째 날 이상으로 노쇠하는 것을 어떻게든 막아 왔다. 대부분의 기업들이 꿈꿀 수 있는 것보다 더 오랫동안 말이다. 하지만 아무리 뛰어난 마술사라고 하더라도 시간의 흐름을 막을 수는 없다. 언젠가는 둘째 날이 올 것이다.
[1]
제프 베조스가 2017년에 주주들에게 보낸 편지의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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