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 탐사대
1화

화성을 지켜라

지구인이 화성을 오염시킬 가능성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화성 탐사 차량 퍼시비어런스.
지구를 제외하고 태양계에서 가장 많은 연구가 이뤄진 행성은 화성이다. 화성 주위에는 많은 인공위성들이 빠르게 돌고 있다. 표면 위에는 탐사 자동차가 다닌다. 조만간 새로운 임무가 진행되거나 시작되면 머지않아 헬리콥터 한 대가 화성의 하늘을 날아다닐 것이다.

이런 모든 일들이 일어나는 이유는 화성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다. 화성이 지구처럼 생명체가 살 수 있거나, 과거에 그런 적이 있었던 행성이기를 바라는 것이다(2화 참조). 기술이 보급되고 로켓을 발사하는 비용이 저렴해지면서 더 많은 사람들이 바이오스피어2(Biosphere2)[1]가 될 수도 있는 화성 탐사에 참여하고 싶어 한다. 처음에 화성은 미국과 소비에트연합이 경쟁하는 영역이었다. 일본은 1998년에 탐사를 시도했다가 실패했다. 유럽은 2003년에 첫 번째 탐사선을 보냈다. 아랍에미리트는 7월 20일 경쟁에 뛰어들었다. 그리고 중국은 2011년에 실패한 이후, 7월 23일에 다시 한 번 탐사선을 보냈다. 민간 탐사선이 출발할 시기도 그리 멀지 않았다.

그러나 이런 열정의 이면에는 우려되는 지점이 있다. 만약 화성이 불모지라면, 예전에 존재했던 생명체가 현재는 모두 멸종되었다면, 인간이 화성을 지구의 균으로 오염시킬 가능성은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만약에 화성 생물이 존재한다면, 비록 그것이 하찮은 박테리아 비슷한 것에 불과하더라도, 생명의 존재는 화성이 천연 그대로의 생태계라는 것을 의미한다. 화성을 탐사하고자 하는 이들이 도덕적인 배려와 과학적인 신중함을 갖추고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내디뎌야 하는 이유다.

외계 생명체가 레이저 총을 들고 있지는 않겠지만, 외계 생명체와의 만약의 조우에는 두 가지 위험이 있다고 우주 생물학자들은 말한다. 첫 번째는 “전향 오염(forward contamination)”으로 지구에서 온 생명력이 강한 미생물이 우주 탐사선을 타고 외계에 착륙해서 번창할 위험성이다. 두 번째는 그 반대의 우려 상황인 “후향 오염(back contamination)”이다. 화성의 표본을 지구로 가져올 때 외계의 미생물이 딸려 올 수 있다는 것이다.

전향 오염은 더 이상 이론에만 그치지 않는다. 과학자들은 이미 화성에 도착한 탐사 차량과 착륙선들이 지구 미생물 수만 개의 숙주 역할을 하고 있다고 여긴다. 탐사 장비가 복사 에너지를 차단하고 있어서 박테리아들은 휴면 상태에 있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그렇다고 죽은 상태는 아니다.

후향 오염이 발생하려면 화성에서 표본을 가져와야 한다. 그런 일은 아직 일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미국의 최신 탐사 차량은 화성의 표토 샘플을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2031년에 진행될 후속 임무에서 이 차량은 다시 지구로 돌아올 예정이다.

둘 중에서는 후향 오염이 덜 위험하다. 화성의 균이 인간을 감염시키는 것은 상상만으로도 끔찍하지만, 화성 생명체의 생리 체계가 지구의 유기체와는 너무 달라서 그런 일은 쉽게 일어나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도 불안하다면, (화성 샘플을 연구하는) 실험실을 밀폐할 수 있다.

전향 오염은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일각에서는 인간에게는 다른 생태계를 훼손하지 않아야 하는 의무가 있다고 주장하면서, 환경 보호에 관한 지구적인 차원의 우려를 상기시키고 있다. 또 어떤 이들은 과학 측면의 영향을 걱정하고 있다. 화성의 생명체가 현존하든 멸종했든 관계없이, 그것을 찾아내는 것만으로도 생물학의 역사에서 가장 획기적인 발견의 하나가 될 수 있다. 오염이 일어난다면 그러한 연구 활동을 방해할 위험이 있다.

세계 각국은 이미 1967년에 제정된 외기권 우주 조약(Outer Space Treaty)에 의거해 이런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다. 하지만 이 조약은 구체적이지 않다. 각국의 우주 개발 기관이 자체 규정을 마련하도록 내버려 두는 정도다. 물론 없는 것보다는 낫다. 하지만 점점 더 많은 나라들이 화성으로 향하면서, 전 세계의 공식적 접근법이 필요해지고 있다.

논의할 가치가 있는 아이디어들은 많이 있다. 어떤 이들은 생명체를 오염시킬 가능성이 가장 높은 지역을 탐사할 때 극도의 주의를 기울이고, 척박한 지역에서는 좀 더 낮은 기준을 적용하는 위험 관리(risk-management)를 내세운다. “가역적 탐사(Reversible exploration)” 개념은 만약 화성에서 생명체가 발견된다면, 인간은 화성의 표면에 내린 탐사 장비들은 물론이고 지구에서 따라간 미생물까지도 회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민간 기구들도 국가 기관들과 동일한 규칙을 따라야 할까?

국제 공조는 최근 들어 인기 없는 전략이 됐다. 하지만 어쨌든 시도해야 한다. 민족주의와 보호주의는 지금 확산하고 있지만 쇠퇴할 수도 있다. 외계 탐사는 앞으로도 수십 년 동안 진행될 작업이다. 대응 조치에 엄청난 비용이 투입되는 것도 아니다. 경험적으로 추산해 보면, 한 번의 탐사에 10퍼센트 이하의 비용이 추가되는 정도다. 무엇보다 한 행성의 생명체가 다른 행성의 생명체를 오염시키지 않는 것이야말로 본질적으로 세계적인 문제다.
[1]
1990년대에 미국 애리조나주 오라클의 지구 시스템 과학(ESS) 연구 센터에서 진행되었던 인공 생태계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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