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카로 세상을 구하다
완결

파카로 세상을 구하다

대중에게 야생의 전율을 판매하는 경쟁에서 노스페이스의 라이벌은 유래와 역사가 매우 밀접하게 엮여 있는 회사, 파타고니아다.


30번째 생일 밤, 술을 몇 잔 마신 딘 카르나제스(Dean Karnazes)는 샌프란시스코에서 해안을 따라 하프 문 베이(Half Moon Bay) 중심가까지 30마일(48킬로미터)을 달리며 생일을 기념하기로 했다. 울트라마라토너로서의 커리어는 그렇게 시작됐다. 카르나제스는 미국 50개 주에서 50일 연속으로 마라톤 풀코스를 50회 완주했고, 세계에서 가장 더운 지역인 데스밸리(Death Valley)를 통과하는 135마일(217킬로미터) 경주, 남극 마라톤 같은 익스트림 대회에 참가했다. 81시간 44분 동안 잠도 자지 않고 350마일(563킬로미터)을 달리기도 했다. 그의 장거리 달리기 업적을 담은 자서전 《울트라마라톤 맨》은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그의 초인적인 노력을 노스페이스(The North Face)가 후원했다. 비디오 강의에서 그가 착용한 키트를 제작한 회사였다.

샌프란시스코만에 본사가 있는 아웃도어 의류 회사 노스페이스는 등산, 백패킹, 러닝, 스키 의류나 장비를 판매한다. 노스페이스 매장은 얼음으로 뒤덮인 봉우리를 오르거나, 초원을 달리는 사람들의 거대한 사진으로 장식돼 있다. 이 브랜드의 가치는 그들이 후원하는 전문적인 선수들에게 있다.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지지 않았지만 자기 분야에서 칭송받는 ― 에베레스트를 7회 등정한 피트 에단스(Pete Athans), 카르나제스 같은 ― 사람들이다. 노스페이스는 한계에 도전하는 탐험이라는 신념을 판다. 장거리를 달리든, 미등반 암벽을 오르든, 영하의 온도에서 야외 취침을 하든 말이다. 브랜드 슬로건은 ‘Never stop exploring(멈추지 않는 탐험)’이다(“실제로 우리는 화성 우주복 개발이나 그런 류의 것들에 대해 파트너십 제안을 받아 왔습니다.” 한 홍보 담당자가 최근 내게 말했다).

‘모험’이라는 영리한 마케팅은 호황인 아웃도어웨어 시장에서 노스페이스를 지배적인 사업자로 만들어 놓았다. 그들은 미국에서만 40억 달러를 벌어들이고 있다. 대중에게 야생의 전율을 판매하는 경쟁에서 노스페이스의 라이벌은 유래와 역사가 매우 밀접하게 엮여 있는 회사, 파타고니아(Patagonia)다.

격렬한 운동을 주말에 몰아서 하는 이들이 노스페이스의 타깃 고객이라면, 파타고니아는 험준한 산에 올라 신선한 공기를 마시고 경관을 감상하기를 좋아하는, 좀 더 여유로운 영혼의 소유자들을 겨냥한다. 파타고니아의 정신은 창업자 이본 쉬나드(Yvon Chouinard)의 회고록이자 경영 철학서인 《파도가 칠 때는 서핑을(Let My People Go Surfing)》에 집약되어 있다. 이 책은 2016년에 작가 나오미 클레인(Naomi Klein)의 서문과 함께 10주년 기념 에디션으로 재발행되었다. 책에는 자연과 다정한 교감을 나누는 사람들의 풍성한 컬러 사진들이 담겨 있다. 이 책을 보는 것은 삶을 고양하는 아웃도어의 세계로 뛰어들어 밤마다 모닥불 주변에 둘러앉아 영웅담을 나누는 것이다.

다른 조(兆) 단위 스포츠 브랜드들과 달리, 두 회사는 공이나 배트를 팔지 않는다. 그들은 팀 스포츠를 다루지 않는다. 대신 그들은 대자연의 매력을 판매하며, 한두 명의 친구와 함께 야생을 탐험할 때 필요한 기술적으로 진보된 장비들을 제공한다(혼자가 더 좋다면 2016년 겨울 파타고니아 카탈로그의 표지를 봐라. 스키를 한 팔에 안고 오토바이를 타고 있는 남성이 길을 건너는 다람쥐를 보며 웃고 있다).
2016년 겨울 파타고니아 카탈로그의 표지
파타고니아와 노스페이스는 지구력을 요하는 스포츠의 매력이 첨단 기술을 자랑하는 장비를 갖추는 것과 관련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들은 마케팅을 통해 진정한 모험에는 최고의 장비가 필요하다고 암시한다. 혹독한 환경에서 견딜 수 있고 평생 사용하도록 고안된 최상급 장비는 저렴하지 않다. 노스페이스의 인페르노(Inferno) 침낭은 729달러(82만 원)인데, 영하 40도의 추위에서도 체온을 유지해 준다. 천연고무를 사용한 파타고니아의 후드 잠수복은 529달러(60만 원)인데, 영하의 수온에도 입을 수 있다.

두 회사 모두 그들의 주 고객이 북극 탐험을 떠나는 탐험가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진짜 돈은 상대적으로 모험적이지 않은 삶을 사는 도시인들에게 하드코어 아웃도어용 제품을 파는 데에서 나온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전거를 타고 쇼핑을 하고 강아지와 산책을 하는 등 일상생활에서 노스페이스와 파타고니아의 장비를 착용한다. “백팩을 메고 학교에 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노스페이스라는 이유만으로 요세미티에 와 있는 느낌이 들 거예요.” 딘 카르나제스가 내게 말했다. “무언가를 갈망하는 요소가 정말 큰 부분이죠.”

그것이 바로 큰 수익을 올리는 판매 전략이다. 노스페이스는 2016년 전 세계 200개 매장에서 23억 달러(2조 5990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파타고니아는 그보다 작지만 급속히 성장하고 있다. 파타고니아는 2016년에 8억 달러(9040억 원)를 벌어들였는데, 2010년의 두 배에 달한다. 미국 29개 매장, 일본 23개 매장, 프랑스의 스키 리조트 지역 샤모니(Chamonix) 등지의 매장에서만 얻은 수입이다.

노스페이스는 2미터짜리 텐트를 5500달러(621만 원)에 팔고 파타고니아는 플라이 피싱용 장화를 629달러(71만 원)에 팔고 있지만, 두 회사에서 가장 인기 있는 상품은 일상복이다. 방수 파카, 레깅스, 플리스(fleece, 양털처럼 부드러운 직물의 스웨터 또는 재킷), 그리고 가장 중요한 푸퍼 재킷(puffer jacket, 짧은 패딩 재킷)이다. 캐나다에 20개 매장이 있는 아웃도어 브랜드 마운틴 이큅먼트(Mountain Equipment Co-Op)의 제품 책임자 제프 크룩(Jeff Crook)은 말한다. “모든 사람이 검정색 푸퍼 재킷을 재해석하고 재창조하려 애쓰고 있습니다. 산 정상에서 입든 버스 정류장에서 입든 상관없이 말이죠.”

두 회사의 주력 재킷들은 수십 년 동안 기술적 개선을 거듭해 점점 따뜻해지고 내구성이 강해지고 무게는 가벼워졌다. 최신 모델들은 추위와 습기를 막고 보온과 통기를 유지하도록 설계되었다. 그래서 절벽을 기어오르는 동안에도 과열되지 않는다. 파타고니아의 나노 에어 제품(249달러·28만 원)은 누비로 되어 있지만 많이 두껍지 않은 방수 재킷이다. 타사에서 개발한 충전재를 사용했는데, 2014년 이 충전재가 출시됐을 때 파타고니아는 ‘혁신적’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노스페이스의 써모볼(Thermoball, 199달러·22만 원)은 자체 개발한 충전재를 사용하는데, 섬유 덩어리가 열을 가두는 방식이다. 두 재킷 모두 등반에 적합하지만, 아이들을 공원에 데려가는 동안 따뜻하게 하기 위한 목적으로 더 많이 소비된다.

두 회사는 적어도 공식적으로는 서로를 경쟁자로 여기지 않는다. 그러나 같은 유형의 소비자에게 같은 종류의 물건을 판매한다는 사실과는 별개로, 두 회사는 꽤 많은 역사를 공유하고 있다. 노스페이스의 공동 창업자 더그 톰킨스(Doug Tompkins)와 파타고니아의 창업자 이본 쉬나드는 탐험에 있어 평생의 친구이자 형제였다. 두 사람은 자신만의 특별한 장비를 만들기 시작했고, 아웃도어 의류를 파는 회사를 설립했으며, 사무실 근무를 굉장히 불편해했고, 회사 운영에 여전히 거북함을 느낀다.
1975년 여름 미국 오리건주 후드산(Mt. Hood)에서 빙벽 등반을 강의하는 이본 쉬나드
이본 쉬나드는 《파도가 칠 때는 서핑을》의 서문에 이렇게 썼다. “나는 거의 60년 동안 비즈니스맨이었다. 그 말을 입에 담는 것이 알코올 중독자나 변호사임을 인정하는 일만큼이나 어려웠다.” 두 사람은 오염되지 않은 황무지를 탐험하는 즐거움을 알리면서, 하이킹이나 클라이밍 같은 아웃도어 활동을 대중화하는 데 집중했다. 그런 활동이 이어지면 자연이 조금 덜 훼손될 것이라 생각했다.

전문가 수준의 장비를 전문적으로 사용할 의도가 없는 사람에게 판매하는 것은 마케팅에서 완전히 새로운 방법은 아니다. SUV 차량이나 디지털 카메라, 헤드폰 제조사들도 그렇게 한다. 육상 선수 모하메드 파라(Mo Farah)가 광고하는 나이키 운동화를 산 대부분의 사람들이 장거리 육상을 하는 데 그 신발을 신지는 않는다.

그러나 노스페이스와 파타고니아는 더 중대한 역설과 씨름하고 있다. 바로 현시대의 소비 지상주의다. 우리는 우리가 구입하는 물건에 대해 도덕적으로 옳다고 느끼기를 원한다. 두 회사는 단지 윤리적이고 친환경적이라는 것 이상의 이미지를 만들어 왔다. 재킷을 팔고 돈을 벌면서도 지구를 지나치게 해치지 않으려 한다는 단순한 생각이 아니라, 자연과 모험, 탐험에 관한 장대한 신념을 만들었기 때문에 경이적인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이런 노력이 판매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바꿔 말하자면 두 회사는 더 많은 물건을 팔거나 세상을 더 많은 물건으로 채우려고 지나치게 애쓰지 않음으로써 더 많은 물건을 팔고 있다.

진정성의 문제라 할 수도 있을 텐데, 두 회사는 많은 유사성에도 불구하고 문제 해결에 근본적으로 다른 접근을 하고 있다.
 

우리는 암벽이나 빙하를 오르는 것이 사회에서 경제적 가치가 없다는 사실에 특별한 자부심을 가졌다.


더그 톰킨스와 이본 쉬나드는 대자연에 빠진, 일종의 낙오된 청소년이었다. 둘은 20세기 중반 미국 서부에서 클라이밍과 서핑에 심취했다. 유명 등반가이자 탐험가인 릭 리지웨이(Rick Ridgeway)에 따르면 1950~1960년대에 클라이밍은 ‘사회 부적응자 같은 소수의 별종들이나 하는 별난 스포츠’였다. 《롤링 스톤(Rolling Stone)》 매거진에서 ‘현실의 인디아나 존스’라 불렀던 릭 리지웨이는 톰킨스와 쉬나드의 오랜 친구이자, 현재 파타고니아에서 대중 소통 부문 부사장을 맡고 있다.

노스페이스와 파타고니아는 가이드북이 없는 외딴 곳을 탐험하는 데 그들의 뿌리를 두고 있다. 그 시절 부패하지 않은 자연으로 돌아가 캠프파이어 옆에서 헨리 데이비드 소로(Henry David Thoreau)의 책을 읽는 것은 초기 대항문화와 잘 어울렸다. 쉬나드는 《파도가 칠 때는 서핑을》에서 이렇게 밝혔다. “우리는 암벽이나 빙하를 오르는 것이 사회에서 경제적 가치가 없다는 사실에 특별한 자부심을 가졌다.”

톰킨스는 1966년 샌프란시스코 노스 비치(North Beach) 인근에 노스페이스 첫 매장을 열고 등산 장비를 팔았다. 록 밴드 그레이트풀 데드(Grateful Dead)가 개점 축하 공연을 했고, 가수 조안 바에즈(Joan Baez)와 그녀의 동생인 사회 활동가 미미 파리냐(Mimi Farina)가 등장하는 패션쇼가 열렸다.

캘리포니아 남부에서 ‘요세미티 등반의 황금기’를 이끈 선구자 중 한 명인 쉬나드는 1950년대 후반에 자신의 장비를 만들기 시작했다. 처음에 그는 바위 표면에 망치로 박은 뒤 뽑아서 재사용이 가능한 피톤(piton, 암벽 등반에 쓰이는 쇠못)을 만들었다. 이후 등반로 훼손을 막기 위해 피톤 대신 암벽 틈 사이에 손으로 끼워 흔적을 남기지 않는 알루미늄 초크를 고안했다. 당시 그의 열망은 가능한 한 적은 손상을 남기는 것이었다. 암벽 등반가인 더그 로빈슨(Doug Robinson)은 이를 ‘자연인을 위한 오가닉 클라이밍’이라 불렀다.

두 사람은 1960년대 중반에 만났는데, 그때 톰킨스는 노스페이스를 통해 쉬나드의 장비를 유통했다. 그들이 우정을 쌓던 초기, 둘은 캘리포니아로 급류 카약 여행을 떠났고, 그 여행에서 쉬나드는 얼굴에 15바늘을 꿰매는 부상을 입었다. 1968년 둘은 캘리포니아 벤투라(Ventura)에서 포드 이코노라인(Econoline) 밴을 타고 칠레와 아르헨티나 사이의 외딴 지역, 파타고니아로 갔다.

그해 톰킨스는 노스페이스의 지분을 5만 달러(5655만 원)에 팔고, 당시 아내였던 수지(Susie)와 함께 샌프란시스코에 기반을 둔 캐주얼웨어 브랜드 에스프리(Esprit)를 세웠다. 스포츠웨어의 힙한 버전인 에스프리는 1980년대 스타일을 주도했다. 이후 톰킨스는 환경 운동을 촉구하는 빌 디벌(Bill Devall)의 《Deep Ecology: Living as if Nature Mattered》를 읽고, 의류 산업을 떠나 환경 보호에 전념하기로 한다. 1990년 에스프리가 매각될 당시 연간 매출은 10억 달러(1조 1310억 원)였다.

쉬나드 역시 등산 장비에서 시작한 사업을 확장해 나갔다. 등반 의류를 수입하기 시작했고, 1973년 파타고니아라는 새로운 회사를 설립했다. 초창기 직원 중 한 명인 크리스 맥디비트(Kris McDivitt)는 활강 스키 선수였다. 그녀는 파타고니아의 총괄 매니저를 거쳐 CEO에 올랐다. 이후 이혼한 톰킨스를 만나 1993년 결혼했는데, 두 회사의 결합이 이루어진 셈이다. 이 커플은 자연을 보존하는 데 모든 시간을 쏟으며 살기 위해 파타고니아에 있는 220만 에이커(27억 평)의 땅을 사들였다. 그들은 이 야생 지역을 보호하는 계획을 세웠는데, 이를 위해 톰킨스가 야생을 탐험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열정에 불을 지펴 얻은 돈을 이용했다.
2009년 1월 더그 톰킨스와 그의 아내 크리스

회사가 최단 기간에 가장 높은 가격에 팔려야 하는 상품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나면, 미래를 위한 모든 의사 결정이 달라진다.


의류 산업이 환경을 해치고 있다는 인식에 대한 톰킨스의 대응은 회사를 팔고 지구를 구하기 위해 직접적인 행동에 나서는 것이었다. 그와 대조적으로 쉬나드는 회사를 개인 소유에 두고 환경 파괴를 최소화하는 방법으로 운영하기로 했다. 달성이 거의 불가능한 임무이자 스스로를 짓누르는 무거운 짐이었다. 《파도가 칠 때는 서핑을》에서 그는 말한다. “우리가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항상 악마가 승리한다.”

물건을 만들어 팔면서 동시에 도덕적 우위를 차지하는 것은 릭 리지웨이가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는 도전이다. 릭 리지웨이는 말한다. “우리의 첫째 미션은 최고의 제품을 만들되 불필요한 환경 피해를 유발하지 않는 것이고, 두 번째는 본질적으로 덜 나쁜 일을 하는 것이다. 우리는 가능한 한 작은 발자국을 남기는 상품을 만들겠지만, 그래도 흔적은 남는다.”

급진적인 환경주의자 에드워드 애비(Edward Abbey)의 명언 “성장을 위한 성장은 암세포의 이데올로기다”에 반대하지 않을 두 사람에게, 윤리적인 사업이란 거의 불가능한 도전이거나 모순이다. 결국에는 버려질 물건으로 세상을 채우는 것은 지구에 해롭다. 모든 종류의 아웃도어 문화를 대중화하는 것은 자연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특정 장소에 도움이 될 리 없다. 사람들로 넘쳐날 수 있기 때문이다. 성장과 이익과 소비의 풍조는 인류와 지구 건강을 생각할 때 지속 불가능하다.

27년 이상 파타고니아에서 근무한 질 두메인(Jill Dumain) 환경 전략 책임자는 회사가 옳은 일을 하려고 노력한 모든 방법을 곧바로 열거했다. 예를 들어 1990년대에 유기농 순면만 사용하기로 했다거나, 2013년에 학대받지 않은 거위 털을 사용하기로 한 결정들이다(노스페이스는 2014년에 이 운동에 동참했다). 또 재활용 지퍼나 단추를 찾기가 쉽지는 않지만 합성 물질을 가능한 한 재활용품으로 대체하려고 노력했다. 사회적으로는 협력 관계인 직물 공장과 봉제 공장 같은 공급 체인의 공정 무역에도 매진하고 있다. 파타고니아는 이런 변화를 원하지 않거나, 수행할 능력이 없는 공급 업체와는 결별했다. 거의 강박적인 수준으로 검수하기로 하면서 생긴 문제들이다. ‘투명한’ 기업이라는 개념이 매우 과하게 쓰이고 있지만 파타고니아의 경우에는 정확히 들어맞는다.

쉬나드와 리지웨이는 이방인으로 나이를 먹어 갔다. 그들은 2010년 다큐멘터리 〈180 Degrees South: Conquerors of useless〉에 유쾌하고 기이한 오랜 친구로 출연했다. 다큐멘터리는 작가이자 사진가인 한 남성을 쫓아가는데, 그는 이제는 전설이 된 그들의 1968년 캘리포니아에서 칠레까지의 여행을 추적한다.

그들의 모험은 2015년 12월까지 계속됐다. 쉬나드, 리지웨이, 톰킨스와 세 명의 다른 친구들은 칠레 남부로 5일간 카약 여행을 떠났다. 겉보기에는 험하지 않은 여정이었다. 당시 리지웨이는 67세, 톰킨스는 72세였다. 둘은 카약을 같이 탔고, 큰 파도에 휩쓸려 카약이 뒤집혔다. 수온은 4도였다. 여섯 명의 남자들은 순찰 보트와 헬리콥터에 의해 구조되었지만, 톰킨스는 심각한 저체온증에 시달렸다. 그날 밤 그는 병원에서 숨을 거두었다.

“더그는 본능적으로 권위적인 걸 싫어했고, 항상 규칙을 깨는 걸 좋아했다”라고 쉬나드는 썼다. 오랜 친구에 대한 진심 어린 헌사였다. 쉬나드의 책을 보면 쉬나드는 성격이 고약하고 노련한 구세대에다, 세상 모든 이들이 신뢰가 부족하다며 끊임없이 한탄하는 사람이라는 인상을 풍긴다. 두메인은 “쉬나드는 세상에서 가장 비관적인 사람임을 자처한다”고 말한다.

쉬나드와 그의 아내 말린다(Malinda)는 벤투라와 그들의 오래된 집이 있는 잭슨 홀(Jackson Hole)에서 시간을 보낸다. 잭슨 홀은 와이오밍주에 있는 숲 속 리조트 타운인데, 지금은 슈퍼 리치들의 유원지로 알려져 있다. 해리슨 포드(Harrison Ford), 산드라 블록(Sandra Bullock), 딕 체니(Dick Cheney) 같은 유명인들이 그곳에 집을 갖고 있다.

파타고니아 직원들은 종교 지도자에게 품을 법한 열성을 가지고 쉬나드에 대해 이야기한다. 동시에 그를 다소 변덕스러운 천재로 보는 듯한 느낌도 있다. 로즈 마카리오(Rose Marcario) 파타고니아 CEO의 말이다. “그는 늘 그렇듯 대부분의 시간을 야외에서 보냅니다. 대개 낚시를 하거나 아이들에게 낚시하는 법을 가르치며 시간을 보내죠.” 내가 전화를 할 때마다 그는 항상 어디론가 떠나 있었다. 그가 정확히 어디에 있는지는 아무도 몰랐다.

파타고니아를 개인 소유의 회사로 유지했기에 쉬나드는 그의 가치에 따라 회사를 경영할 수 있었다(파타고니아는 사회적, 환경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에만 부여되는 B-Corp 인증 기업이다). 쉬나드는 자서전에 이렇게 썼다. “회사가 살찐 송아지가 되면 이익을 위해 팔리고, 자원과 자산은 황폐화되고 산산조각이 나며, 이로 인해 가족 관계가 무너지고, 지역 경제의 장기적인 건강이 악화된다. 회사가 최단 기간에 가장 높은 가격에 팔려야 하는 상품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나면, 미래를 위한 모든 의사 결정이 달라진다.”

노스페이스를 포함해 파타고니아의 경쟁사 대부분은 주주들이 이끄는 공개 기업이다. 마카리오는 말한다. “파타고니아의 미션과 가치는 완전히 다릅니다. 우리가 사랑하고 즐기는 야생 공간을 보존하고 보호하는 데 우리가 얼마나 많은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사업으로 세상을 변화시키는 데 얼마나 많은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가 우리의 미션과 가치입니다.”

톰킨스는 자연을 지키기 위해 사업을 그만뒀지만, 쉬나드는 성공적인 사업이 되려면 무엇이 필요한지에 대한 고민을 멈추지 않을 사람으로 보인다. 저서에서 쉬나드는 말했다. “파타고니아는 사회적으로 완전한 책임을 질 수 없을 것이다. 완벽하게 지속 가능하고 자연을 훼손하지 않는 제품을 만들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그렇게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 재킷을 사지 마세요.


파타고니아의 본사는 벤투라에 있다. 산타 바바라(Santa Barbara)와 로스앤젤레스 사이에 있는 캘리포니아 남부의 작은 해변 마을이다. 건물 규모는 5.5에이커(6733평)인데, 전 세계 파타고니아 매장에서 대부분 볼 수 있는 상징색인 황토색으로 칠해져 있다. 어린이집을 위한 큰 운동장도 있다. 미국에서는 보기 드문 직원 복지인데, 파타고니아는 아이 친화적인 철학에 대한 책을 내기도 했다. 파타고니아는 비교적 적은 인원만 고용하는 대신 직원들의 모든 것을 돌보는 데 자부심을 가진다.
벤투라에 있는 파타고니아 본사 ⓒPatagonia
파타고니아 캠퍼스에는 바나나 나무, 활짝 핀 용설란, 자카란다 나무가 있기는 하지만, 북유럽에 와 있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하는 것들이 있다. 태양 전지판이나 직원들이 사용하는 서핑보드 더미, 시골뜨기라고 쓰여 있는 번호판이 달린 자동차가 있다. 사무실에는 빈백과 짐볼이 있고, 구내식당은 유기농 케일 블랙베리 샐러드를 제공한다. 쉬나드가 등반 장비를 만들던 대장간도 있다. 1970년대에서 멈춘 모습이라 더 이상 사용되지 않는 것 같지만, 여전히 쉬나드가 종종 들러 그곳을 손본다고 한다.

좋은 일을 하기 위한 과시적인 노력도 눈에 띈다. 인사 담당 부사장인 딘 카터(Dean Carter)가 내게 말했다. “어느 날 계단을 내려가는데, 보도 곳곳에 종이가 있었어요. 종이 위에 화살표와 함께 이런 글이 적혀 있었어요. ‘조심할 것. 나비 번데기가 있음’”

이런 유별난 이타성이 신경에 거슬린다면 파타고니아에서 일하기 어렵다. 그런데도 회사는 환경 의식이 있는 공상적인 박애주의자만을 고용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카터가 말했다. “특정한 유형의 사람만 뽑는다면 무슨 사교 집단 같겠죠. 하지만 우리는 완성된 퀼트(quilt)가 아니라 실을 찾고 있어요. 환경을 보살피는 실, 아웃도어를 돌보는 실, 가족과 협력, 일에 관심을 기울이는 실을 찾는 거죠.”

꼭 광신적이라고만 할 수는 없지만 파타고니아 직원들은 사내 결혼을 많이 한다. 가족 구성원이 함께 일하는 경우도 더러 있다. 실제로 부사장 카터의 딸은 접수 담당자로 일한다.

대중적 이미지를 개선하려는 회사들은 윤리적인 매력이 회사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하기 위해 파타고니아를 방문한다. 코카콜라는 팀을 꾸려 남아프리카에서 날아왔다. 심지어 2012년 동성 결혼에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표명한 미국 패스트푸드 체인 칙필레(Chick-Fil-A)도 파타고니아를 찾았다. 이 얘기에 놀라움을 표하자 카터가 말했다. “나도 그랬어요. 그래서 그들이 와도 되는지 물었을 때 진심인가 싶었어요. 우리가 그들의 가치에 공감하지 않는 것은 분명하지만, 그들에게도 그들만의 특별한 문화가 있습니다. 친절하고 따뜻한 사람들이었어요.”

안경을 파는 스타트업 와비파커(Warby Parker)의 공동 창업자인 닐 블루멘탈(Neil Blumenthal)이 왔을 때, 그는 연구 개발에 얼마나 많은 노력이 들어가는지를 접하고 감명을 받았다. 그는 파타고니아가 세계 각지에서 내리는 비를 모방한 다양한 종류의 알칼리성 물로 비옷을 테스트하는 방식을 언급했다. 그러나 그에게 정말 충격을 준 것은, 파타고니아 임원 두 명과 만난 장소였다. “회의실이 아니라 해변을 걸으며 미팅을 했어요. 그들에게는 꽤나 일상적이었겠지만 나에게는 정말 특별했습니다.”

리지웨이는 대중 소통 부문 부사장으로서 콘퍼런스나 대학에서, 본사를 방문하는 타사 경영진에게 회사를 소개한다. 그는 방문객을 맞이하는 과정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방문객들은 투어를 합니다. 우리는 함께 걸으며 우리의 가치와 그 가치를 지키며 사는 법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우리 지역에서 수확한 유기농 음식을 먹으며 질문에 답하고 대화를 나눕니다. 그러고 나서 그들의 이야기는 무엇인지 궁금해하죠.”

파타고니아에서는 자연스러운 삶의 방식이지만 외부인에게는 다소 피곤한 소리로 들릴 수도 있다. 리지웨이는 “우리는 오만한 배타성을 띠고 싶지는 않습니다”라면서도 파타고니아에 굳이 초대하고 싶지 않은 유형의 고객을 묘사했다. 바로 에베레스트를 과시하기 위해 오르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부유한 모험가들인데, 일정 부분 파타고니아에 영향을 받아 등반에 이끌렸다. 그런 영향력을 쉬나드는 무척 후회하고 있다. 리지웨이는 말한다. “가이드가 있는 등반에 10만 달러(1억 1305만 원)를 지불한 사람은 셰르파가 짐과 산소통을 대신 짊어지고 목숨을 담보로 개척하고 수정한 루트를 따라 올라갔다 내려와서 에베레스트를 등반했다고 말합니다. 우리와는 맞지 않죠. 우리는 이런 얘기를 서슴지 않습니다.”

파타고니아는 진정성을 추구하기 위해 쇼핑몰 입점을 지양하고 지역 사회의 의미 있는 공간에 자리를 잡는다. 뉴욕 맨해튼에 있는 4개 매장 중 한 곳은 바우어리(Bowery)가에 위치하는데, 과거 펑크 클럽 CBGB가 있던 자리 바로 옆이고, 지금은 그곳에 존 바바토스(John Varvatos) 부티크가 있다. 그들은 기업이 물건을 팔면서도 어디까지 윤리적일 수 있을지에 대한 한계에 도전하는 것에 자부심을 가진다. 좋은 제품, 윤리적 노동과 생산, 부채 제로, 심지어 쉬나드의 책에 나온 대로 ‘한 푼을 더 벌기 위해서가 아니라 공정한 몫을 지불하기 위한’ 세금 전략이 바로 그것이다.
2011년 11월 25일 《뉴욕타임스》에 실린 파타고니아 광고
파타고니아는 이런 모순을 지나치게 의식하고 있다. 스스로를 곤경에 빠트릴 정도다. 2011년 미국 최대 쇼핑 행사인 블랙 프라이데이에 파타고니아는 플리스 재킷의 사진을 담은 광고를 냈다. 거기에는 ‘이 재킷을 사지 마세요(DON’T BUY THIS JACKET)’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이 광고는 소비자들이 구매를 줄이도록 권유하고, 장비를 수리하거나 더 이상 필요하지 않는 물건을 재활용하도록 유도했다(파타고니아의 네바다주 리노 캠퍼스에는 북미에서 가장 큰 장비 수리 시설이 있다). 그러나 광고는 역효과를 불러왔다. 파타고니아의 블랙 프라이데이 판매액이 이전 해 대비 30퍼센트 이상 증가했다. 그들이 기대했을 반(反)세일 문구는 오히려 소비자들이 더 사고 싶도록 만들었다.

파타고니아는 새로운 시장으로 사업을 확장할 때도 재정 여건과 함께 도덕적 책임을 고려한다. 2013년 파타고니아는 환경적, 사회적으로 책임 있는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벤처 펀드를 조성했다. 2012년에는 ‘파타고니아 프로비전(Patagonia Provisions)’이라는 식품 회사를 설립했는데, 버펄로 육포와 훈제 연어, 그리고 2016년 10월부터 컨자(kernza)라는 1년 내내 재배 가능한 곡물로 만든 맥주를 판다. 로즈 마카리오에 따르면 아이들에게 유기농과 비(非)GMO 식품을 먹이고 싶은 어머니들이 주요 고객이다. 그녀는 새로운 식품 부문이 회사에 ‘완전히 새로운 유형의 소비자’를 데려왔다고 말한다.
 

노스페이스는 아웃도어웨어 브랜드인 만큼이나 패션 브랜드로도 자리 잡고 있기 때문에 새로운 딜레마가 발생한다.


샌프란시스코에서 만을 가로지르면 나타나는 앨러미다(Alameda)의 노스페이스 본사에도 친환경적이고 낭비를 줄이는 것에 대한 비슷한 집착이 있다. 2016년 여름 그곳을 찾았을 때, 나는 2011년에 회장이 된 토드 스파레토(Todd Spaletto)와 친환경적인 방식으로 양식된 연어를 점심으로 먹었다. 우리가 식사를 한 빌딩은 재활용 청바지를 이용해 단열 처리되었고, 퇴비통과 태양열 전지판, 전기차 무료 충전소가 있었다. 커다란 빌딩 하나는 평생 품질 보증에 따라 옷을 수선해 주는 작업장으로 사용되고 있었다. 식사를 하는 동안 잔디 위에서 크고 복잡해 보이는 육각 텐트를 테스트하는 사람들이 보였다.

노스페이스 캠퍼스를 방문한 사람들은 파타고니아 본사에서와 같은 스포티한 느낌을 받는다. 그러나 파타고니아의 건강한 ‘소울 서퍼’ 분위기 대신, 노스페이스에는 엘리트적 운동주의가 있다. 설비가 좋은 체육관에서 직원들이 고강도 체력 훈련과 민첩성 훈련을 하거나, 딘 카르나제스가 전날 무리를 이끌고 강변을 뛰었다는 이야기처럼 말이다.

“일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됐을 때였어요.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는데, 주말에 뭘 할 거냐고 묻더군요.” 스파레토가 미소를 지으며 회상했다. “하프마라톤에 나갈 거라서 너무 기대된다고 했어요. 그랬더니만 이러더라고요.” 스파레토는 아이들에게 영감을 불어넣는 듯한 어조로 말했다. “좋네요. 누구에게나 처음은 있죠!”

최근 노스페이스는 더욱 젊고 일반적인 고객에게 집중하고 있다. 이들이 하이킹을 할 때 주된 관심사는 캠프파이어 주변에서 맥주를 마시는 것이다. 스파레토는 말한다. “왜 젊은 밀레니얼 고객이 야외로 나갈까요? 그들은 다른 무엇보다 한 가지에 가치를 둡니다. 친구들과 함께하는 진정한 체험의 순간이죠.”

이런 젊은 고객들은 아예 하이킹을 건너뛰고 곧장 맥주를 마시러 가기도 한다. 노스페이스는 아웃도어웨어 브랜드인 만큼이나 패션 브랜드로도 자리 잡고 있기 때문에 새로운 딜레마가 발생한다. 평범한 고객들은 스타일과 전문 장비를 소유하는 진정성 모두에 이끌리지만, 장비의 기술적 유용성을 너무 크게 알리면 더 이상 패셔너블하지 않게 된다.

노스페이스의 수석 제품 책임자 수미 스콧(Sumie Scott)의 말이다. “아웃도어 산업은 밀봉된 이음새나 테이핑 처리가 된 지퍼 같은 기술을 외부에 선보이는 것에 자부심을 가져왔습니다. 그게 이 산업의 핵심이고, 모두가 그렇게 합니다. 그러나 점점 더 많은 젊은 고객들이 기술이 숨겨지길 원하고 있어요. 이것이 바로 과제입니다. 어떻게 해야 기술이 존재한다는 걸 알게 할 수 있을까요?”

“노스페이스가 추구하는 것은 성능의 극한입니다.” 10년 전 노스페이스에서 상품 전시를 담당했고 이후 프라다(Prada), 오프닝 세리머니(Opening Ceremony), 워비 파커에서 일한 캐시 비진(Cathy Begien)은 말한다. “그들은 내가 에베레스트나 암벽 등반 이미지를 사용했다고 말하겠지만, 나는 아침 8시의 쇼핑몰에 있었고 사람들은 유모차를 끌고 있었어요. 산악인이나 울트라마라토너가 이 제품을 원하는지 원하지 않는지 고객은 관심도 없어요. 연휴 시즌은 등반이나 래프팅에 대해 말할 필요 없이, 전형적인 쇼핑몰 고객들이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재킷들을 보여 줄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었어요. ‘이 제품은 당신을 따뜻하게 해줄 거고, 이건 더 따뜻하게 해줄 거고, 이건 가장 따뜻하게 해줄 거예요’라고 말이죠.”

노스페이스 장비의 높은 가격은 높은 기대치를 만든다. 2008년 금융 위기 때 기자직을 잃고 뉴욕 교외의 노스페이스 아울렛에서 일한 저널리스트 케이틀린 켈리(Caitlin Kelly)는 말한다. “세심한 서비스를 기대하는 상당히 부유한 고객이 있어요. 루이비통이나 구찌에서 일하는 것처럼 행동해야 하죠.” 이후 그녀는 자신의 경험을 담은 《Malled》라는 책을 펴냈다. “길고 좁은 매장이었어요. 매장에 들어오면 절반은 패션이고, 절반은 에베레스트 등반에 관한 거죠. 쇼핑객에게 굉장히 혼란스럽죠.”

노스페이스는 스타일과 모험을 모두 원한다. 마니아층이 있는 스케이트보딩 브랜드 슈프림(Supreme)과 함께 슬리퍼와 푸퍼 재킷을 공동 작업했다[가수 드레이크(Drake)는 2011년 싱글 〈the Motte〉 뮤직 비디오에서 그 컬렉션의 재킷을 입었다]. 전문 기술 장비를 만드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에베레스트 캠프4에 오르려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 디자인을 만드는 것이 유행이다. 동시에 명품 디자이너들은 아웃도어 제품에 영감을 받은 아이템을 점차 선보이고 있다. 패트릭 에르벨(Patrik Ervell), 스티븐 알란(Steven Alan), 루이비통은 파타고니아의 레트로X처럼 보이는 플리스 재킷을 디자인했다. 발렌시아가의 3000달러짜리 파카 덕분에 푸퍼 재킷은 패션 잡지 표지에 등장하기 시작했다.
노스페이스와 슈프림의 공동 작업
멋있게 보이면서 동시에 모험심을 드러내려는 욕망은 최근 몇 년 사이 스포츠웨어 업계의 가장 큰 트렌드와 관련이 깊다. 운동과 일상 모두에 적합하게 디자인되었고 성능을 주장하기보다 제안하는 ‘애슬레저(athleisure, athletic과 leisure를 합한 말)’가 부상하면서, 갭(The Gap)에서 만들었든 알렉산더 왕(Alexander Wang)에서 만들었든 레깅스는 여성에게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용 실내복(또는 실내용 스포츠복)이 되었다. 여성이 가장 선호하는 캐주얼웨어로 데님을 대체했다. 영국 스포츠웨어 시장은 애슬레저의 등장에 힘입어 2020년까지 80억 파운드(11조 6320억 원)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노스페이스와 파타고니아는 고지대 캠핑이나 오픈 워터 다이빙(강이나 바다에서 하는 잠수)을 위한 장비뿐만 아니라 레깅스, 운동복, 티셔츠, 그 밖에도 평상시에 입기 좋은 온갖 종류의 제품을 팔고 있다.

노스페이스에게 운동은 도시의 도덕적 의무와 같다. 파타고니아의 재활용과 비슷한 느낌이다. 자연을 보살피는 동시에 자신을 돌보는 것이다. 노스페이스는 지구를 보호한다는 점에서 파타고니아와 같은 정신을 명목상 공유하지만, 공개된 상장 회사이기 때문에 이익을 극대화해야 한다. 그래서 느린 성장을 선언한다거나 ‘이 재킷을 사지 마세요’ 같은 광고를 기대할 수는 없다. 2016년 10월 노스페이스가 3분기 매출이 1퍼센트 떨어졌다고 발표한 이후, 그해 여름 나와 점심을 함께했던 스파레토는 조용히 회사를 떠났다.

환경만큼이나 이익에도 신경을 쓰는 다른 회사들과 마찬가지로 보이는 것이 파타고니아에게 위협이라면, 노스페이스에게 이와 유사한 위협은 트레일러너(trailrunner, 포장도로가 없는 자연을 달리는 사람)나 등산가, 또는 잘 차려입는 래퍼보다 운동을 거의 하지 않는 교외에 거주하는 부모들이나 대학생들과 관련이 있다. 그런 일반적인 고객들이 충분히 느낄 수 있을 만큼 진정성을 갖추되, 구입을 중단할 만큼 진정성을 지나치게 강조해서는 안 된다.
 

솔직히 말해 봅시다. 건방지게 굴고 싶지는 않지만, 파타고니아는 레인지로버를 몰고 홀푸드에 들르는 사람들에게 어필하고 있어요.


“노스페이스는 불행을 겪고 있어요. 동부의 사립초등학교 여학생들이 검정 푸퍼 재킷을 입고 어그 부츠를 신고 있거든요.” 뉴멕시코에 거주하는 사이클 선수이자 파타고니아 고객인 맷 랭거(Matt Langer)는 말한다. 그의 친구의 친구는 인스타그램에 플라잉 낚시, 장거리 산악자전거, 사랑스러운 개, 폭포 사진을 올리는데, 파타고니아의 카탈로그에 나오는 삶 그대로다. 파타고니아의 마케팅은 정확히 들어맞았다. 그는 약간 멋쩍게 말했다. “나는 캠프파이어 주변에서 맥주를 마시는 수염 난 백인이죠.”

야외 활동에 열성적인 사람들은 스스로를 철저한 개인주의자라 칭하고 변덕스러운 유행에도 동요하지 않기 때문에, 그렇게 정확하게 묘사된다는 것에는 모순이 있다. 내가 2016년 캘리포니아에서 단체 하이킹을 하다가 만난 조쉬 콩투와(Josh Contois)는 그들에게 어떤 고정된 이미지가 있다고 말한다. ‘후줄근하고 검소하게 살지만 250달러(28만 원)짜리 재킷을 입는다’는 것이다(《아웃사이드(Outside)》 매거진은 한때 쉬나드를 후줄근함의 최고봉이라 불렀다). 랭거와 콩투와 둘 다 쉬나드가 좋아할 만한 방식으로 파타고니아를 입었지만, 실제 장비의 대부분은 틈새 브랜드 제품이었다. 진정한 등반가들은 노스페이스를 맥도날드나 월마트처럼 여긴다. 심지어 파타고니아도 대부분 도시의 여피족(도시에 사는 젊고 세련된 고소득 전문직 종사자)에게 팔린다.

진짜 모험가들은 훨씬 더 비싸고 귀하고 전문적인 장비를 콜라라도주의 볼더(Boulder), 오리건주의 벤드(Bend) 같은 아웃도어 메카에서 동료 등반가들이 운영하는 작은 업체에서 구입한다.

“솔직히 말해 봅시다. 건방지게 굴고 싶지는 않지만, 파타고니아는 레인지로버를 몰고 홀푸드(Whole Foods, 유기농 식품을 판매하는 미국의 슈퍼마켓 체인)에 들르는 사람들에게 어필하고 있어요.” 유타주에 기반을 둔 블랙 다이아몬드 이큅먼트(Black Diamond Equipment)의 임원 더그 하인리히(Doug Heinrich)는 말한다. 이 회사는 쉬나드가 만든 최초의 등반 장비 회사다. 1980년대 그의 직원에게 팔린 이후 이름이 바뀌었다. “그렇다고 그들이 전문 등반가를 염두에 두지 않는다는 뜻은 아닙니다. 하지만 우리는 파타고니아보다 더 열성적으로 하드코어 등산가들에게 어필하고 있습니다.”

스펙트럼의 다른 쪽 끝에는 기술적 정교함과 가격 면에서 파타고니아와 노스페이스를 넘어서려 노력하면서 슈퍼 리치(또는 디자인 페티시스트)에게 호소하는 기업들도 있다. 캐나다의 작은 브랜드인 아크테릭스(Arc’teryx)는 베일런스(Veilance)라는 고급 라인을 만들었는데, ‘모든 기능을 갖춘 미니멀리스트 스타일’을 지향한다. 마치 프라다가 그 가격대에 맞는 하이테크 아웃도어 제품을 만든 것처럼 보인다. 남극 과학자들이 입는 ‘극한의 럭셔리 어패럴’을 만드는 캐나다 구스(Canada Goose)는 켄싱턴(Kensington) 파카를 850유로(한화 110만 원)에 판매한다.

이 모든 최첨단 제품의 기술적 장점에 대한 상세한 설명에는 부인할 수 없는 매력이 있다. 열 손실을 줄이고 보온성을 높이기 위해 사용된 단열재, 겨드랑이 부분의 통풍 기능, 손목에 달린 주머니, 평생 맨해튼을 떠나지 않겠지만 평생 품질을 보증한다는 알림. 어쨌든 이것이 항상 최신 유행의 기본이었다. 사람들은 그들이 구입한 옷이 아름답게 잘 만들어졌고 평생 지속된다는 이유로 캐시미어 스웨터나 가죽 재킷의 가격을 정당화했다.

최근 샌프란시스코 노스페이스 매장에 들러 1000달러(113만 원)짜리 거위 털 히말라얀 슈트를 구입한 남자 같은 고객에게는 바로 그런 부분이 마음을 움직이게 한다.

광고 카피는 제품을 이렇게 설명한다. “8000미터 봉우리를 오를 수 있는 단열 기능의 전신 슈트인 히말라얀 슈트는 세상의 정상에 도달하려는 운동선수에게 필수품이다.” 이 옷은 팔과 다리가 달려 있는 노랗고 검은 침낭처럼 생겼다. 카탈로그에 따르면 암벽 등반가이자 환경 운동가인 콘래드 앵커(Conrad Anker)의 피드백을 반영해 주요 기능을 넣었고, 이 옷을 입은 등반가들이 에베레스트 등정에 성공하면서 성능이 입증되었다. 노스페이스 직원이 고객에게 히말라얀 슈트를 입고 어디에 갈 계획인지 물었다. 고객이 답했다. “아무 데도 안 갑니다.” 그는 단지 멋지다는 이유로 구입하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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