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 유니콘들의 문제점
2화

신화적 규모의 질주

유니콘 IPO의 열풍으로 실리콘밸리의 집단 사고가 드러났다. 블리츠스케일링만이 전부는 아니다.

유니콘을 직접 목격하고 싶다면 샌프란시스코의 트랜스베이(Transbay) 버스 터미널 옥상에 새로 문을 연 공원에서 주위를 둘러보면 된다. 오르락내리락하는 모양의 건물 자체가 신화 속 동물과 많이 닮아 있어서(모비딕 같은 모습) 그곳에 유니콘이 자리를 잡고 있는 광경을 볼 수 있다거나, 꽃을 사랑하는 캘리포니아의 고유종들로 이루어진 우아한 식물군이 심어져 있어서 특히나 이런 매력적인 말이 거주하기에 적당한 환경이기 때문은 아니다. 그보다는 샌프란시스코 산업 지구에서 하나의 상징과도 같은 이 공원이, 기업 본사들을 내려다보기에 아주 적당한 위치이기 때문이다.

기업 하나의 가치가 10억 달러(1조 1415억 원)가 넘는 비상장 스타트업들이 샌프란시스코 베이 에어리어(Bay Area)에만 88개가 있는데, 전 세계 어느 지역보다도 많은 수이고, 그중에서도 기업 메시징 서비스 업체인 슬랙(Slack)이나 배송 서비스 업체인 인스타카트(Instacart)가 특히 트랜스베이 터미널 바로 근처에 위치하고 있다. 녹음이 우거진 이곳 옥상에서 차량 호출 서비스의 두 강자인 리프트와 우버의 본사가 보이지는 않지만, 인근에 있는 호화로운 밀레니엄 타워에 올라가면 이 업체들도 볼 수 있다.

문제는 현재 이 공원은 출입할 수 없다는 것이다. 지난 9월, 개장한 지 불과 6주 만에, 두 개의 철골 구조에서 균열이 발견되는 바람에, 트랜스베이 터미널의 다른 시설들과 마찬가지로 이 영광스런 공원도 폐쇄되고 말았다. 밀레니엄 타워에는 올라갈 수 있지만, 이 도시에서 가장 높은 주거용 빌딩인 이곳 수직 건축물을 떠나는 사람들이 생겨나고 있다는 달갑지 않은 소식이 있다는 것을 알아 둘 필요가 있다. 이 과정에서 엄청난 양의 송사가 발생하고 있는데, 단순히 성가신 소송에 그치는 것들이 아니다.

위와 같은 결점들로 인해 이런 고급스런 건축물이 가졌어야 하는 상징성이 훼손되기보다는, 오히려 그 명성을 풍부하게 채워 주고 있다. 건물이나 비즈니스나 모두 마찬가지지만, 멀리서 바라보면 빛나고 새로워 보인다. 유니콘들은 알파벳(Alphabet, 예전의 구글)이나 애플(Apple), 페이스북과 마찬가지로 실리콘밸리의 마구간들에서 태어난 흥미로운 사업체들이다. 실제로 유니콘들의 상품들이 현재 실리콘밸리를 주름잡고 있다. 그리고 전례 없는 수의 괴물 업체들이 기업 공개를 통해 자신들의 주식을 세계에 내놓거나(리프트가 3월 29일에 상장을 했고), 또는 그렇게 하려고 준비하고 있다(우버는 5월 10일에 상장할 예정이다). 말의 행렬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수많은 중국의 유니콘들 또한 IPO에 동참하고 있다. 페이스북과 구글, 그리고 중국 기업의 투자자들 중에는 알리바바의 화려했던 증시 데뷔 기억에 영향을 받아 호기로운 전망치를 내놓는 이들도 있다. 미국의 펀드 겸 연구소인 르네상스 캐피털(Renaissance Capital)의 캐슬린 스미스(Kathleen Smith)에 따르면, 미국 기업들만으로도 1000억 달러(114조 1500억 원)를 끌어모을 준비가 되어 있다고 한다.

하지만 좀 더 자세히 보면, 문제는 일어나고 있다. 시장에 발이 묶인 유니콘들을 가까이에서 직접 들여다보면 그들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만큼 그렇게 대단하지만은 않다. 모든 말들이 경주에서 이겨야 하는 것은 아니듯, 어떤 말들은 사업을 위해서가 아니라 전시용으로 길러진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러한 약점은 어떤 특정한 기업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구조적인 약점과 불균형을 가진 채로 사업을 시작하는 이런 괴물들을 만들어 내는 데에 특화된 이 산업계가 가진 문화를 보여 주고 있는 것이다.

 

거꾸로 가는 규제


투자 펀드인 카우보이 벤처스(Cowboy Ventures)의 설립자 에일린 리(Aileen Lee)가 2013년에 현재 사용되는 ‘유니콘’이라는 말을 언급했을 때, 그녀는 이 용어에 뭔가 놀라우면서도 진기한 의미가 모두 담겨 있다고 생각했다. 그 당시에는, 합당한 표현이었다. 2013년 리가 알고 있던 유니콘들은 미국에 겨우 38개에 불과했다.

데이터 제공업체인 CB인사이츠(CB Insights)에 따르면 현재 그 숫자는 156개에 달한다(이는 다른 곳의 집계보다 약간 더 많은 수치다). 유니콘이 성행하는 이유는 세 가지로 설명할 수 있다. 먼저, 막대한 수의 이용자를 거느린 기업들을 빠르게 만들어 내는 것이 최선의, 아마도 유일하게 가능한 사업적 전략이라고 보는 사상이 있다. 그리고 이런 믿음을 실현하기에 전에 없이 쉬워진 인프라 배경이 있다. 게다가 최근까지의 환경에서는, 이러한 신생 기업들을 기업 공개로 내모는 압박이 거세지 않았다.

이러한 분석법은 낙관적 미래 지향성과 통제의 논리가 기묘하게 결합된 것이다. 우선은 그 풍부성이다. 실리콘밸리에는 ‘소프트웨어가 세계를 먹어 치운다’라는 것과, 아직까지도 세상에는 먹어 치워야 할 산업들이 아주 많이 있다는 믿음이 존재한다. 원자들이 비트들로 대체되면서, 조금 평범하게 표현하자면 실제 물품과 활동이 화면을 통한 주문으로 대체되면서, 여러 산업들이 스타트업들에 의해 혼란이 발생하는 일들이 일어나게 되었다. 하지만 이 혼란의 본질은 어떤 산업에서라도 좋은 성공을 거두는 스타트업들은 소수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더 많은 이용자들을 가지고 있을수록 시스템에서 새로운 이용자들을 더 많이 끌어모을 수 있게 만들어 주는 네트워크 효과는, 소규모 업체를 여전히 작게, 거대 업체는 더욱 커다랗게 만들어 준다. 그래서 더 일찍 대규모가 될 수 있다면 더욱더 거대하게 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이 굳이 독점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차량 호출 서비스와 같은 분야를 보면, 큰 물고기도 있지만 작은 물고기도 먹여 살릴 수 있다. 하지만 가능한 한 빠르게, 가능한 한 크게 성장하는 것, ‘블리츠스케일링’이라 부르는 것이 다른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목표가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블리츠스케일링에 관한 책의 공동 저자이기도 한 벤처 캐피털 업체 그레이록 파트너스(Greylock Partners)의 리드 호프먼(Reid Hoffman)이 이렇게 표현하는 것처럼 말이다. “긴밀하게 연결된 세상에서, 어떤 이는 아마존을 설립할 것이다. 다만 누가, 어떻게 하느냐의 문제일 뿐이다.”

이러한 사상적 배경을 바탕으로, 스타트업들이 태어나고 육성되는 방법들이 변화되어 왔다. 1990년대의 닷컴 붐 기간에 벤처 캐피털은 확실히 장인 정신이 있었다. 사업가들은 아이디어를 가지고 나타나서, 자신들의 사업에 대한 예상 실적치를 만들어서 벤처 캐피털 측에 제시했다. 그 아이디어가 팔리면, 스타트업들은 그들이 거둔 수백만 달러의 잭팟 가운데에서 상당 부분을 자신들의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지출했고, 기업 공개는 성장을 위해 훨씬 더 큰 규모의 투자를 얻어 내야 할 필요가 있을 때 일어나는 그다음의 일이었다.

닷컴 광풍의 붕괴 이후, 상황들이 훨씬 신중해졌다. 사이즈가 점점 더 중요해짐에 따라서, 그것을 구축하는 방법들이 개발되었다. 〈유니콘, 체셔 고양이, 그리고 기업 금융의 새로운 딜레마〉라는 논문의 공동 저자인 UC데이비스의 마틴 케니(Martin Kenney)와 UC버클리의 존 지스만(John Zysman)에 따르면, 현재는 ‘기업 형성의 새로운 기법’이라는 것이 존재한다. 유니콘을 설계하고 제작해 내는 것이 산업화되었고, 그에 필요한 많은 요소들은 온라인 서비스와 같이 언제든 이용할 수 있게 되었다. 스마트폰으로 인해서 기업들은 자신들의 서비스를 국내와 해외에서도 제공할 수 있고, 소셜 미디어가 그들에게 시장을 열어 주었으며, 클라우드 컴퓨팅으로 인해서 그들은 수요량에 발맞추어 성장할 수 있게 되었다.

유니콘들이 거침없는 속도로 만들어져 모여들었던 반면에, 그것을 처분하는 일은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다. 벤처 캐피털의 지원을 받아서 증시에 공개되는 기업들의 비율은 줄어들어 왔다. 2013년에는 벤처 캐피털의 지원을 받은 미국 기업들이 IPO에 나서기까지에 걸리는 시간은 평균 7년이었다. 2018년이 되자 그 기간은 10년으로 늘어났다.

그 원인의 하나가 규제다. 닷컴 광풍의 붕괴 이후, 투자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새로운 규정들이 생겨났다. 그중 하나가 바로 사베인스-옥슬리법(Sarbanes-Oxley Act)[1]인데, 기업 공개를 더욱 부담스러운 작업으로 만드는 것이었다. 이후 2012년의 일자리 법안은, 스타트업들이 스톡옵션 보유자를 제외하고 금융 정보를 공개해야 하는 주주의 수를 500명에서 2000명으로 늘렸다. 이는 기업을 비공개 상태로 보다 더 오래 남겨 두는 결과로 이어졌다.

 

뿔의 문, 상아의 문[2]


그렇다고 해서 민간 캐피털들의 투자에 대한 열망과 의지가 현저하게 줄어드는 결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다른 흥미로운 대체 투자처도 딱히 없었던 상황과 함께 좋은 기회를 놓치지 않을까 하는 고질적인 두려움들이 있는 가운데, 종종 헤지 펀드나 국부 펀드와 같은 기관 투자자들이 보다 더 큰 규모의 자금 조달을 원하는 상황과 만나게 되었다. 이에 대해 클라이너 퍼킨스(Kleiner Perkins)의 벤처 투자가 랜디 코미사르(Randy Komisar)는 이렇게 표현하고 있다. “규모의 확대에 대한 실리콘밸리의 욕망은 혁신에 대한 요구라기보다는 자본의 욕구로 인한 결과물이다.” CB인사이츠에 따르면, 지난해 투자자들로부터 1억 달러(1142억 원) 이상의 자금을 끌어모은 경우는 120회 이상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회계 감사 및 컨설팅 업체인 딜로이트(Deloitte)의 IPO 전문가인 배럿 대니얼스(Barrett Daniels)에 따르면, 몇 가지 요소들이 결합되면서 이러한 침묵의 시간은 종지부를 찍게 되었다. 수많은 벤처 캐피털 펀드들이 2010년경에 생겨났는데, 그들 대부분의 운용 기간, 그러니까 투자금을 회수하고자 하는 시점은 10년이었다. 작년에 공개된 몇몇 자료들을 보면, 주식 시장에서는 테크 기업들의 주식에 대한 선호가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기회의 문은 곧 닫혀 버릴지 모른다. 글로벌 경기 침체가 투자자들의 심리를 위축시키고, 몇몇 유니콘들의 비즈니스 모델에 대해서는 엄정한 검증이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몇몇 IPO들이 명성에 걸맞지 않게 실패할 경우에도 이런 결과들이 벌어질 수 있다. 그러니까 크고 빠르게 치고 나가는 것이 다시 한번 더 독려된다. 모두가 투자 회수를 위해서 몰려들고 있지는 않지만, 그리고 차라리 걸음걸이라는 표현이 맞기는 하지만, 전체적인 대열은 어쨌든 결연하게 그쪽으로 향하고 있다. 벤처 캐피털의 지원을 받는 235개 정도의 미국 기업들이 올해 기업 공개를 계획하고 있다고 캐슬린 스미스는 말한다.

현재 진행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이코노미스트》는 실리콘밸리 및 다른 지역에서 인터넷을 기반으로 사업을 하는 열두 곳의 전·현 유니콘들을 살펴봤다(표1 참조). 이 업체들은 임의로 선정된 것은 아니다. 인지도와 접근 가능한 데이터 모두를 고려해 목록을 추렸다. 그럼에도 이 목록은 주요 예상치와 업종을 대부분 포함하고 있다. 교통 분야에서는 우버와 리프트, 음악 스트리밍 분야에서는 스포티파이, 부동산 분야에서는 위워크, 중국의 이커머스에서는 메이투안(Meituan)과 핀뚜어뚜어(Pinduoduo)가 보인다. 미국 기업 여섯 곳, 아시아 기업 다섯 곳, 유럽 기업 한 곳이다. 대부분의 유니콘들과 마찬가지로 이들은 설립된 지 평균 10년 정도 되었다.
Horse for courses(트랙에 선 말들) / Selected companies(선발 기업 명단) / Equity value(주식 가치, 2019년 4월 기준, 단위: 10억 달러) / 2018 sales(2018년 매출, 단위: 10억 달러) / Business type(업종) / Global users(글로벌 이용자 수, 단위: 백만 명) / * 비공개 기업
이들 기업의 밸류에이션 합계는 1조 달러(1142조 원)의 3분의 1을 상회하는 수준인데, 1조 달러는 알리바바(2014)와 페이스북(2012), 그리고 구글(2004)이 IPO로 얻은 금액이었다. 1조 달러를 모았던 이들 세 기업의 IPO는 펀드 매니저들의 기억 속에 깊게 자리 잡고 있는, 지금까지 가장 성공적이었던 기업 공개다. 만약에 그 주식을 갖고 있었다면 일을 제대로 했던 것이며, 그렇지 않았다면 해고의 위협에 시달렸을 것이다.

현재의 대기 명단에 선 그룹은 모두 그들이 저 빛나는 삼위일체와 같은 종류의 그런 기회를 갖게 될 것이라는 비전을 제시하고자 한다. 막대한 잠재력을 가진 시장, 한정된 유형 자산과 임직원 수, 높은 이윤, 드높은 진입 장벽 말이다. 그러면서 자신들의 이용자 수를 강조하고 있다. 모두가 활발한 소비자이거나 구매자는 아니라 하더라도, 그들의 이용자 수를 합하면 20억 명이나 된다. 그들은 사업을 하고 있는 분야가 자신들이 지배하기를 바라는 시장의 일부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우버와 리프트는 그저 그런 택시 업종뿐만이 아니라 운송 산업 전체가 자신들의 사냥터라고 말한다. 에어비앤비는 모든 종류의 숙소에 대한 사업을 검토하고 있다. 그들은 또한 지난 분기에 전년 대비 44퍼센트의 높은 매출 증가가 있었다고 말한다. 과장된 부분은 거의 없다. 그들에게 고정 자산은 겨우 60억 달러(6조 8490억 원) 정도이며 직원들도 많지 않다.

 

공기와 어둠의 여왕들[3]


하지만 문제는 바로 수익이다. 열두 업체 중 열한 곳에 해당한다. 플로리다 대학교의 제이 리터(Jay Ritter)에 따르면, 현재 IPO를 준비하고 있는 기업들의 84퍼센트가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 이는 이례적으로 높은 수치다. 10년 전에는 그 비율이 겨우 33퍼센트였다. 수익을 내지 못하는 기업들의 비율이 이처럼 높은 것을 보려면, 2000년대 닷컴 버블이 정점이었던 시기로 되돌아가야 한다.
Losing their way(길을 잃고 있는 기업들) / Selected companies, cumulative profits since founding(선별된 기업들의 창립 이후 누적 손익 현황, 단위: 10억 달러) / *Excluding exceptional items booked in 2018(2018년에 기재된 거액 손익 항목들은 제외된 수치임)
당시에는 기업들이 성장하기만 하면 수익이 뒤따를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다(이는 곧 처참하게 무너지고 말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수익이 나지 않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이 이미 성장을 해버렸다. 실제로 우리의 조사 대상에 있는 기업들은 그렇게 470억 달러(53조 6505억 원)를 불태워 버렸다(표2 참조). 이들 기업은 2018년에만 140억 달러(15조 9810억 원)를 날려 버렸다. 이는 아마존에 비춰 봐도 낭비가 심한 편인데, 아마존은 IPO를 전후하여 수익이 쉽게 나지 않을 것으로 여겨졌었다. 아마존은 1995년부터 2002년까지 누적 손실액이 30억 달러(3조 4245억 원)였다. 우버는 작년에만 40억 달러(4조 5660억 원)의 손실을 기록했는데, 거액의 손익 항목을 제외한 수치다.

만약 이렇게 비싼 비용으로 구입한 성장이 수익을 담보하지 못한다면 어떻게 될까? 유니콘들에게는 세 가지 선택지가 있다. 그래도 더 성장을 하거나, 현재의 고객들이 더 지출을 하거나, 더 높은 이윤을 올리는 것이다. 첫 번째는 별로 그럴듯하게 보이지 않는다. 조사 대상 중에서 미국 내 고객의 숫자가 공개된 기업들의 회원 증가세는 작년에 9퍼센트로 둔화되었다. 대상 기업들은 자신들의 전반적인 이용자 수를 자랑하고 있지만, 경쟁 업체로 넘어가거나 아예 완전히 탈퇴를 해버리는 등의 고객 이탈 현황에 대해서는 밝히기를 주저하고 있다.

더욱이 알리바바, 페이스북, 구글을 보호했던 것처럼 막강한 진입 장벽 뒤에 서 있는 기업들도 거의 없다. 그들은 이용자들을 모았던 것과 마찬가지로 잃을 수도 있다. 수많은 부동산 기업들이 위워크가 하는 것처럼 사무 공간을 임대할 수 있다. 스포티파이의 고객들은 애플에서도 음악을 들을 수 있다. 운전자들은 리프트와 우버 사이에서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하는데, 승객들도 마찬가지다. 중국의 대형 이커머스 업체들에 대한 선택지는 이미 여러 개가 존재한다.

이런 우려에 맞서기 위해 해당 기업들은 투자자들에게 ‘코호트 분석(cohort analysis)’을 고려할 것을 요청하는데, 이는 소비자들을 연령대나 연도와 같은 빈티지로 구분하는 것이다. 리프트는 2015년에 처음 자신들의 서비스를 이용했던 고객들이 당시보다 작년에 2.7배 더 많이 승차를 했다고 말한다. 위워크는 ‘활성화된’ 사무실들에서의 책상당 임대 수익이 다른 지역들보다 50퍼센트가 더 높다고 말한다. 이들 기업들은 또한 자신들의 신상품을 기존 고객들은 물론이고 새로운 고객들에게도 판매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아마도 이러한 전략들 중에서 가장 잘 알려진 것이 우버가 제공하는 음식 배달 서비스인 우버 이츠(Uber Eats)일 것이고, 다른 11개의 기업들 또한 그들의 서비스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그렇지만 여기에는 어떤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만약 이 기업들이 다른 기업의 영역으로 옮겨 갈 수 있다면, 그들은 투자자들이 생각해 주기를 바라는 것만큼 자신들의 영역이 잘 보호되고 있다고 확신할 수 있을까? 수많은 기업들이 핸드폰을 통해서 사람들에게 다양한 서비스들을 제공하고 싶어 하는데, 이런 욕구를 가진 업체들은 미국에는 월마트, JP모건 체이스, 애플, 아마존, 넷플릭스가 있고, 중국에는 알리바바와 텐센트가 있다.
Flat out(죽기 살기) / Total of ten unicorns that have listed or have plans to(상장이 되었거나 계획이 있는 유니콘 10곳 합계) / Revenues(매출액, 단위: 10억 달러) / Operating profit(영업 이익, 단위: 10억 달러) / Operating margin(영업 이익률, 단위: 퍼센트)
세 번째 방어 논리는 ‘영업 레버리지’라는 것인데, 규모의 경제로 진입하게 되면 이익률이 치솟는다는 것이다. 그럴듯하지만 참이라는 증거는 거의 없다. 분기별 자료를 얻을 수 있는 기업 열 곳의 데이터를 보면, 2017년 중반 이후로 총 매출이 두 배가 되었다는 것이 인상적이다. 하지만 영업 이익률이 증가했다는 뚜렷한 지표는 보이지 않는다. 합산해서 보나, 중간값으로 보나 영업 이익률은 대략 마이너스 30퍼센트 수준이다(표3 참조). 판매 시장과는 대조적으로, 이들 기업들 중 일부는 높은 변동비에 직면하고 있다. 차량 호출 업체들은 이용 횟수가 점점 더 증가하면서 보험 비용이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지적들은 이들이 벌이는 비즈니스가 나쁘다는 의미가 아니다. 오히려 이들 업체들을 매우 비싸 보이게 만들고 있다. 표에 오른 기업들의 시가 총액과 IPO 시 밸류에이션을 모두 합하면 3500억 달러(399조 5250억 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현금 흐름 할인법으로 보자면, 이러한 밸류에이션이 맞으려면 열두 군데 기업들이 모두 합쳐서 10년 동안 매년 49퍼센트의 매출액 증가를 이루어 내야 한다. 이 수치는 아마존과 알파벳, 페이스북이 IPO 이후 10여 년 동안 이루어 낸 평균 성장률과 맞먹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이들 기업들은 자신들이 이전에 거두었던 최고의 성적을 마치 아직 제 기량을 발휘하지 않았다는 것처럼 뛰어넘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으로도 충분하지 않다. 밸류에이션 평가가 맞았다는 것은 단순히 매출액 신장만 뽐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이익률에 있어서도 매우 커다란 진전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합쳐서 보자면 이들은 34퍼센트포인트를 끌어 올려야 한다. 그렇게 된다면 전례 없던 수치가 될 것이다. 아마존과 페이스북, 구글의 평균 이익률이 겨우 19퍼센트이기 때문이다.

 

공공연한 다운 라운드


밸류에이션이 높다는 것은 비밀이 아니다. 유니콘 육성 산업의 논리에서는 그것을 필요로 한다. 기업들이 커지는 것만이 아니라 여전히 커지고 있는 것처럼 보여야만 하는 것이다. 유니콘의 지위를 획득하고 그 이후로도 빠르게 성장을 지속하는 것은 브랜딩을 하고 최고의 인재들을 끌어모으는 데 있어서 중요하다. 그래서 매번의 투자 단계마다 이전보다 더 높은 평가를 만들어 내기 위해서 조작이 이루어진다. 그 대신에 ‘다운 라운드(down round)’가 되면 암울한 신호로 간주된다. 성장할 일밖에 없다는 것에 대한 확신을 주기 위해서, 나중에 들어온 투자자들은 이전의 투자자들에 비해서 보장 수익과 같은 특혜를 받게 된다. 이는 그들이 받은 주식의 가치가 예전에 발행된 것보다 더 높은 가치를 지닌다는 것을 의미한다.

투자 단계에서 밸류에이션을 평가할 때는 모든 주식이 이제 막 발행된 주식과 동일한 가치를 지니는 것으로 가정한다. 만약 그렇지 않고 이전에 발행된 주식의 가치가 사실상 더 낮다는 걸 고려한다면, 그러한 가치가 어느 정도까지 과대평가되어 있는지는 계산에 의해서 추정할 수 있다. 스탠포드 경영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는 일리야 스트레불라에프(Ilya Strebulaev)가 계산한 바에 따르면, 유니콘들의 주식은 평균적으로 약 60퍼센트 정도 과대평가되어 있다.

과대평가라는 것은 다가오는 IPO의 홍수가 진행되지 않는다든가, 투자금을 모으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다만 뭔가 험난한 시기가 앞에 놓여 있다는 것을 추정할 수 있다. 몇몇 유니콘들은 사전에 알려진 것보다 낮은 가격에 이미 상장되어 있다. 핀터레스트는 120억 달러(13조 6980억 원)의 가치가 있다고 평가되었던 것으로 알려졌지만, 110억 달러(12조 5565억 원)에 상장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다른 업체들에서는 IPO를 할 때 그들이 경험했던 폭등 현상이 순식간에 사라지는 걸 봐왔다. 리프트가 상장되었을 때 거래 첫날 그들의 주가는 8.7퍼센트 뛰어올랐고, 한때 시가 총액이 224억 달러(25조 5696억 원)까지 이르렀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주식을 팔고 나갔고, 공매자들이 몰려들었다. 현재 리프트의 시가 총액은 160억 달러(18조 2640억 원)이며, 주가는 IPO 당시 가격보다 훨씬 아래로 떨어져 있다.

이런 순탄치 않은 길은 예외적인 사례일 수도 있다. 리프트는 투자 은행인 모건 스탠리(Morgan Stanley)가 통상적으로 6개월 정도의 일정한 기간 동안에 자신들의 주식을 팔지 못하도록 계약이 되어 있는 상장 전 투자 유치(pre-IPO) 투자자들에게 공매도 상품을 판매했다는 이유로 그들을 고소를 하겠다며 위협하고 있다(모건 스탠리는 이런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하지만 리프트의 주가 롤러코스터가 일반적인 현상으로 밝혀지게 된다면, 유니콘들은 훨씬 덜 매력적인 투자 대상이 될 것이며, 실리콘밸리로 흘러드는 현금의 흐름은 주춤해질 것이다.

이 모든 것이 실리콘밸리가 블리츠스케일링에 희망을 거는 전략에 대한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 현명할 것이라는 사실을 암시한다. 현재까지는 그런 움직임이 없다. “저는 비용을 얼마든지 들여서라도 성장을 시켜야 한다는 모델을 좋아하진 않지만, 아직 그것이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코미사르의 말이다. 대신에 투자자들은 유니콘 육성 시스템을 정밀하게 손보고 있는 중이다. 인덱스 벤처스(Index Ventures)의 마이크 볼피(Mike Volpi)가 예견하기로는, 펀드들에서는 보다 많은 데이터와 투자 결정에 대한 자동화된 알고리즘을 활용해서 전문화하는 작업을 계속할 것이다. 몇몇 벤처 투자가들은 아예 IPO를 하지 않는 방법에 대해서도 생각하고 있다. 20여 곳의 유니콘들에 투자하고 있는 세쿼이아 캐피탈(Sequoia Capital)의 마이크 모리츠(Mike Moritz)는 말한다. “기업들이 너무 거대해지고 있어서, 더 이상 주식을 공개할 수 없는 수준이 되었습니다. 20년이라는 시간 동안 뜻을 같이할 수 있는 네다섯 군데의 투자자들만 있으면 됩니다.”

해당 모델에 대한 보다 근본적인 위협은 진입 장벽과 규모의 혜택이 둘 다 점점 더 얻기 어려워지고 있으며, 점유를 한다 하더라도 예전만큼의 가치가 나오지 않는다는 점이다. 테크 산업은 합법적 예외주의의 혜택을 받아 왔다. 특히 소비자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할 때 그랬다. 현재의 공룡들은 서방 정부들의 불완전함을 그들의 사업에 충분히 활용했다. 그들은 자사 서비스의 이용자들이 만들어 내는 콘텐츠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기 위해서, 또는 개인 정보를 가지고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것에 대해 규제를 받지 않기 위해서, 또는 성가신 독점 금지법에 시달리는 것을 회피하기 위해서 성공적으로 로비를 벌였다. 규제 당국은 규모를 불려 나가는 데 혈안이 된 블리츠스케일링 스타트업들에게 종종 압도를 당하곤 했다.

현재 세계는 ‘거대한 전환’이라고 불릴 수 있는 상황을 겪고 있는데, 스타트업들이 자신들의 원래 아이디어가 먹히지 않을 경우에 곧바로 태세를 전면 전환하는 것을 일컫는 표현이다. 정치적으로는 허위 정보 유포나 데이터 유출, 독점적 행태와 같은 몇몇 온라인 서비스들이 가진 부정적인 면들은 점점 더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 되어 가고 있다. 규제 당국들은 반격을 시작했다. 유럽에서는 개인 정보 보호 규정이라는 엄격한 개인 정보 관련 법률이 새로 도입되었는데, 이로 인한 파급 효과가 전 세계에 미치고 있다. 온라인 규제의 선두 주자인 영국은 온라인 콘텐츠에 대한 새로운 규제와 함께 더욱 엄격한 독점 금지법을 모두 고려하고 있다. 규제받지 않는 거대 규모의 비즈니스가 가진 장점과 특혜들은 현재 도전을 받고 있다. 그것이 달성될 수 있었던 과정 역시 마찬가지다.

 

정원을 가꿔야 할 시간


이외에도 일부 유니콘들에 의해 생산된 기술 혁신이 사회를 더 좋게 내버려 두지 않는다는 우려가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점점 더 많은 일상생활이 화면을 통해 이루어짐으로써 얻는 혜택이 과연 비용보다 더 큰 것인가 하는 것은 해결되지 않은 문제라고 토론토 대학교의 댄 브레즈니츠(Dan Breznitz)는 주장한다. 실제적인 혜택들은 있다. 하지만 비평가들은 부정적인 면들도 실제로 있다고 지적한다. 혼잡을 비롯한 다른 환경적인 비용의 증가, 대중교통 시스템의 약화, 이러한 플랫폼을 가능하게 만드는 노동자들의 불안정한 생활, 그리고 보다 허약해지는 정치 집단.

IPO의 물결은 이런 흐름을 뒤집을 수 있을 것 같지 않다. 오히려 이런 흐름은 그런 현상을 더 악화시킬 수도 있다. 특히나 그 기업들이 기대보다 훨씬 못 해낸다면 말이다. 구글은 상장 이후 1년 동안 가치가 거의 네 배가 올랐는데, 이로써 테크놀로지 업계에서 다양한 사업들을 벌일 수 있게 되었다. 우버가 그렇게 할 것이라고 예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현재의 유니콘들이 자신들이 창출할 수 있는 가치의 대부분을 상장 이전에 개인 투자자들을 위해서 다 써버렸다는 사실이 밝혀지게 된다면 대중들은 이제 알아차릴 것이다.
실리콘밸리는 어떻게 반응해야 하는가? 업계의 지식인 리더 중 한 명인 출판인 팀 오라일리(Tim O’Reilly)는 깊이 재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독점에 대한 추구가 실리콘밸리를 잘못된 방향으로 이끌어 왔습니다.” 그는 최근 웹사이트 쿼츠(Quartz)의 독자들을 대상으로 이렇게 말했다. “리프트와 우버, 그리고 블리츠스케일링에 몰두하고 있는 다른 모든 사업체들의 목표는 자신들의 회사를 보다 지속 가능하게 만드는 것이 되어야 합니다. 언제 터질지 모르게 만드는 것이어서는 안 되죠.” 하지만 실리콘밸리가 개발해 내는 기술들에 내재된 원리 자체가 원래부터 독점적인 것이라면, 게임 이론의 관점에서는 그의 말대로 하는 것이 어려울 수도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블리츠스케일링에서 우위를 점하지 못하는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이라면, 도대체 무슨 가치가 있다는 말인가?

다시 트랜스베이 터미널의 옥상으로 되돌아가 보자면, 그 공원은 적절한 비유다. 공원은 사랑스럽고 바람도 잘 통하는 곳이다. 하지만 공원은 기업체의 빌딩들에 둘러싸여 있어서 그 기업들에서 일하는 직원들만 일반인들의 접근이 금지된 꽃동산과 분수대에 쉽게 접근하는 호사를 누리고 있다. 공원은 몇 개의 출입문이 있다고는 하더라도 장벽이 둘러쳐진 정원이다. 한편 공원이 자리를 잡고 있는 터미널은 원래의 계획이었던 교통의 허브가 되려면 아직 10년이나 더 남아 있다. 반짝이고 빛나고 소수의 선택된 사람들이 즐기는 것들은 그 자체로 나쁜 것이 아니다. 설령 과장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하지만 인간의 혁신과 영감, 열망의 가장 중대한 목표가 그러한 형태일 수는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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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영 #기업 #테크 #스타트업 #미국 #이코노미스트
[1]
2002년 7월 제정된 미국의 상장 기업 회계 개혁 및 투자자 보호법이다. 미국 에너지 기업 엔론의 대규모 회계 조작 사건 이후 기업의 내부 통제 강화를 목적으로 제정됐다. 회계 감시를 강화하기 위한 회계 감독 위원회(PCAOB) 설립은 물론 기업 경영진이 기업 회계 장부의 정확성을 보증하고 잘못이 있으면 처벌을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한 분식 회계를 한 기업에 대해 정부가 3년 주기로 직접 감리하는 것이 핵심이다. 법안을 발의한 폴 사베인스 당시 민주당 상원의원과 마이클 옥슬리 공화당 하원의원의 이름을 따 명명됐다. 〈사베인스-옥슬리법〉, 《한경 경제용어사전 - 네이버 지식백과》
[2]
고대 그리스 문학에서 사용되는 비유로, 뿔의 문은 실제로 실현되는 꿈을, 상아의 문은 거짓된 꿈을 가리킨다.
[3]
〈공기와 어둠의 여왕〉은 카산드라 클레어의 판타지 소설 연작인 〈섀도우 헌터스〉의 후속 시리즈인 〈검은 책략들〉의 마지막 3권의 제목이다. 모두가 파멸할 수도 있는 위기에 처한 세계를 구하기 위한 섀도우 헌터들의 험난한 싸움을 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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