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홍콩 민주화 운동
3화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목을 조르다

홍콩의 자유와 워싱턴의 이익

©Getty Images
홍콩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면, 전 세계가 지켜본다. 이번 주에 러시아에서 반대 시위를 진압했던 블라디미르 푸틴이라면 이 새로운 연구 사례를 관찰해 두었다가 다음에 권위주의 동맹의 파트너인 시진핑을 만나는 자리에서 불만 세력을 다루는 자신만의 비법을 전수해 줄 수도 있을 것이다. 과거 홍콩을 식민 지배했던 영국은 홍콩 정부에 침착한 대응을 주문하고, 시민들과 해외 우방국들의 우려에 주의를 기울여 달라고 촉구했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홍콩의 미래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워싱턴의 반응이다.

낸시 펠로시(Nancy Pelosi) 미국 하원의장은 6월 11일 성명을 내고 “끔찍한” 범죄인 인도 법안이 통과된다면 미 의회는 홍콩에게 부여된 중국과는 다른 특별한 무역 파트너로서의 지위가 합당할 만큼 “충분한 자치”가 이루어지고 있는지에 대해서 재평가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민주당 소속의 펠로시 의장은 중국의 인권을 위해서 오랫동안 싸워 온 인물이다. 1991년에는 천안문 광장에서 “중국의 민주주의를 위해 싸우다 죽은 모든 이들에게”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펼친 적도 있다.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만 홍콩의 시위대를 지지하는 것은 아니다. 미국 상원 다수당의 원내대표인 미치 맥코넬(Mitch McConnell)을 비롯해 마코 루비오(Marco Rubio)와 린지 그레이엄(Lindsey Graham) 같은 공화당 소속 정치인들도 이번 법안을 규탄했다. 미국과 홍콩의 관계를 재검토하기 위한 법안도 추진되고 있다.

미국과 홍콩의 관계에 대한 기본적인 틀은 1992년에 제정된 ‘미국-홍콩 정책 법(US-Hong Kong Policy Act)’이 규정하고 있다. 이 법안에 따라 홍콩은 1997년 중국에 반환된 이후에도 계속해서 특별한 경제적 대우를 받고 있었다. 이로써 홍콩은 선진국들과 중국 사이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었다. 가장 최근의 일을 예로 든다면, 홍콩은 미국이 중국에 부과한 관세를 적용받지 않는다.
부유한 홍콩 / 2019년 5월 현재, 최신 자료 /(위쪽부터)역외 위안화 표시 지급 비율, 역외 위안화 통화 거래 비율, 해외의 중국 본토 직접 투자에서 홍콩이 차지하는 비율(2013-17 평균), 중국 본토의 역외 직접 투자에서 홍콩이 차지하는 비율(2013-17 평균), 전 세계 금융 중심지 순위(102개국 중), GDP 대비 은행 자산, GDP 대비 주식 시장 가치, 아시아 지역 본부를 둔 다국적 기업의 수(중국에 본사가 있는 기업은 제외), 은행 수 / 출처: BIS, CEIC, 정부 통계, 홍콩 통화청, IMF, 롱 파이낸스, SWIFT, 세계 거래소 연맹
홍콩이 지금과 같은 어려움에 처하기 전에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과 벌이는 무역 전쟁에서 홍콩이 십자 포화를 맞게 될 것이라는 우려는 전부터 커지고 있었다. 미국의 중국 제재로 홍콩을 경유하는 무역 거래가 늘어날 것이고, 자연히 홍콩의 특수한 지위는 재조명될 수밖에 없다. 홍콩으로 기술을 전수하면 중국으로 넘어간다는 인식도 점점 확산되고 있다. 이는 정책법이 의도한 것과는 전혀 다른 방향이다. 중국과의 무역에서 안보와 관련된 사항들을 점검하는 미 의회 자문 기구 미중 경제안보검토위원회(UCESRC)는 지난해 권고안을 냈다. 중국과 홍콩의 각기 다른 관세 처우에 따라 이전되고 있는 미국의 중요한 기술들에 대한 통제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많은 것들이 위험에 처해 있다. 홍콩은 중국으로 가는 관문이다. 2012년부터 2016년까지 중국의 역외 직접 투자와 해외의 중국 직접 투자 가운데 60퍼센트가 홍콩을 경유했다.(표1 참조) 홍콩은 역외 위안화 표시 지급 비율에서도 막대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서양의 기업들이 홍콩에 자금을 대고 지역 본부를 설립하는 하나의 이유는 홍콩이 서양의 시스템을 채택하고 있다는 것이다. 홍콩의 환율은 미국 달러에 연동되어 있다. 홍콩은 세계 3위의 금융 중심지다. 홍콩의 은행 자산은 GDP의 851퍼센트에 달할 정도로 어마어마하다.

그러나 이런 강점이 홍콩을 취약하게 만들 수도 있다. 홍콩의 금융 시스템이 서양의 금융 시스템과 더 이상 호환될 수 없다는 인식이 퍼지게 되면 파괴적인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 법치의 붕괴, 무역국으로서의 지위에 대한 커지는 의문은 홍콩에 점점 더 큰 위협이 될 것이다.

홍콩의 특별한 지위를 박탈하는 것이 홍콩의 시위대에게 도움이 되는 일인지는 회의적이다. “솔직히 당기고 싶지 않은 방아쇠일 겁니다.” 싱크탱크 브루킹스 연구소의 제프리 베이더(Jeffrey Bader)가 말했다. 하지만 미국과 중국 사이의 전략적 라이벌 관계가 더욱 더 심각해진다면 홍콩의 지위에 대한 재검토 요구는 훨씬 더 거세질 것이다. 미국-홍콩 정책 법에 따르면 미국 대통령은 홍콩의 자치권이 충분하지 않다고 간주될 경우 행정 명령으로 홍콩에 대한 특혜를 중지시킬 수 있다. 중국과의 무역 전쟁 속에서, 트럼프의 트위터 메시지 하나가 홍콩의 미래에 엄청난 타격을 입힐 수도 있는 것이다.
 

* 관련 콘텐츠를 더 읽고 싶으신가요? 아래 키워드를 클릭해 보세요.
#이코노미스트 #정치 #민주주의 #시민 #권리 #경제 #세계경제 #중국 #미국

다음 이야기가 궁금하신가요?
프라임 멤버가 되시고 모든 콘텐츠를 무제한 이용하세요.
프라임 가입하기
추천 콘텐츠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