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오르는 바다
완결

세계의 해변을 집어삼키는 기후 변화

높아지는 해수면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A자 모양의 거대한 수평 철골 구조물을 상상해 보자. 누워 있는 2차원 형태의 에펠탑과 비슷한 모양일 것이다. 상상 속의 탑 꼭대기에 핀을 꽂고 90도로 돌려 보자. 다리 부분에는 길이 210미터, 높이 22미터, 폭 15미터의 거대한 흔들의자 로커(rocker, 의자가 흔들릴 수 있게 해 주는 활 모양 나무 막대) 같은 것을 붙일 것이다. 이제 똑같은 구조물 하나를 더 만들어 보자. 그리고 두 구조물이 360미터 폭의 운하에 떠오른 이미지를 그려 보자. 마지막으로 1만 3500톤에 달하는 강철 구조물 전체를 반짝이는 흰색으로 칠하자.

당신이 방금 상상한 구조물은 이미 현실에 있다. 네덜란드의 폭풍 차단 시설 마에슬란트 방벽(Maeslant barrier)이다. 방벽이 열리면 현존하는 어떤 크기의 배도 운하를 지나 유럽 최대의 항구 로테르담으로 갈 수 있다. 방벽을 닫으면, 80퍼센트의 땅이 해수면 아래에 있는 도시를 북해에서 불어닥칠 최악의 폭풍 해일로부터 지켜 낼 수 있다.
네덜란드의 마에슬란트 방벽
1953년, 허리케인으로 인한 강풍과 봄철 만조가 맞물려 발생한 최악의 폭풍은 네덜란드를 보호해 온 제방을 뚫고 수십 곳으로 밀려 들어왔다. 이 폭풍으로 2000명 가까이 사망했고, 농지의 9퍼센트가 침수됐다. 이후 50여 년간, 네덜란드는 역사상 가장 야심 찬 기반 시설 프로젝트 중 하나로 꼽히는 해상 방어 설비 현대화를 추진해 왔다. 1997년 시작된 마에슬란트 방벽 공사는 가장 빛나는 성과로 꼽힌다. 방벽은 해일의 높이가 3미터 이상일 때 닫히도록 설계되어 있다(1953년 해일은 4.5미터였다). 현재까지는 비상시에만 사용되는 구조물이다. 그러나 1500억 유로(201조 6300억 원)의 지역 경제 동력이 위태로운 상황에서는 후회하는 것보다 미리 대비하는 것이 좋다. 아흐메드 아부탈렙(Ahmed Aboutaleb) 로테르담 시장은 지난 1월 《이코노미스트》 인터뷰에서 방벽이 설계 당시의 계획이었던 10년에 한 차례보다 더 자주 닫히게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터뷰 전날, 해수면은 20센티미터 수준으로 상승했었다.

아부탈렙 시장은 급증하고 있는 해일 위협이 기후 변화의 결과라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 영토의 27퍼센트가 해수면 아래에 있는 네덜란드만큼 해일에 취약한 나라는 거의 없다. 그러나 다른 많은 지역도 상당한 위험에 직면해 있다. 대부분은 네덜란드와 같은 수준으로 대비하고 있지는 않다. 이것은 단순히 하드웨어를 마련할 자금이 있느냐의 문제가 아니다(네덜란드는 4만 킬로미터의 제방, 방조제를 비롯해 마에슬란트 방벽만큼은 강력하지 않은 무수한 수문 및 방벽을 갖추고 있다). 이것은 사회적 소프트웨어의 문제다. 수 세기 동안 파도에 맞서 싸우면서 발전한 수해를 관리하는 문화가 필요하다. 문제는 나머지 나라들에게는 네덜란드가 문화를 갖추는 데에 활용한 수 세기의 시간적 여유가 없다는 것이다.

바다에 면한 전 세계 140개국은 약 160만 킬로미터의 해안선을 공유하고 있다. 해안선을 따라 세계에서 가장 큰 도시의 3분의 2가 모여 있다. 현재 10억 명의 사람들이 해수면에서 10미터도 되지 않는 높이에서 살고 있다. 그리고 바다는 그들을 향해 다가오고 있다. 신뢰할 만한 위성 측정이 시작된 1993년부터 2017년까지 지구 평균 해수면(Global mean sea level·GMSL)은 매년 2.7밀리미터에서 3.5밀리미터 수준으로 상승했다(표 참조). 별로 심각하게 들리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구 평균 해수면이 1센티미터 상승하는 것은 3조 톤 이상의 얼음이 녹는 것을 의미한다. 해수면 상승 예측에 대해서는 불확실성과 편차에 따른 논란이 있지만, 온난화로 해수면 상승의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는 데에는 강력한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 유엔의 기후 변화 평가 기구인 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 IPCC)는 20세기 들어 해수면이 약 19센티미터 상승했다고 밝히고 있다. IPCC는 해수면이 이번 세기에 적어도 두 배, 혹은 상당히 더 많이 상승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게다가 40년간 해수면 상승 예측을 조사한 연구자들은 IPCC의 전문가들이 일관되게 “가장 덜 극적인 상황을 상정하는 실수를 범하고 있다”고 결론 내리고 있다.
발목 다음은 무릎/ 세계 평균 해수면 상승치/ 단위: cm/ 출처: 콜로라도 대학교
IPCC의 2100년 예상치보다 약간 높은 약 1미터의 해수면 상승으로도 세계는 엄청난 비용을 치르게 될 것이다. 2014년의 한 조사는 2100년에 해양 홍수의 위험에 노출되는 재산의 가치가 20조 달러(2경 4210조 원)에서 200조 달러(24경 2100조 원)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높은 바다에서 더 나쁜 영향을 미치는 폭풍과 해일 사망자를 제외한 규모다. 미국의 비정부 기구인 우려하는 과학자 연합(The Union of Concerned Scientists)은 현재 1조 1000억 달러(1331조 5500억 원)의 가치가 있는 해수면 2.5미터 높이 미국 해안가의 재산이 2100년이 되면 2주마다 홍수의 위험에 처할 수 있다고 추정한다.

해수면 상승은 어떤 사람들에게는 엄청난 문제이고, 또 다른 사람들에게는 실존하는 위험이다. 산호초로 이루어진 국가 키리바시와 같은 평균 고도 2미터 미만의 국가들은 상단 사진처럼 거의 모든 영토가 홍수에 사라질 위험을 안고 있다. 태평양 섬나라인 미크로네시아 대통령은 2015년 온실이 된 지구에서 이런 국가들은 “잠재적 대량 학살”에 처할 운명이라고 표현했다. 우리는 이런 표현이 너무 지나친 우려이기를 바란다. 난민이 발생한다면 분명 재정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아직 현대 사회에서 특정 국가의 영토 전체가 소멸한 선례는 없다.

 

빙하 분리에 대하여


이런 전망 중 일부는 피할 수 없다. 지금까지 증가한 해수의 약 5분의 2는 바다에 물이 더해진 결과가 아니라, 이미 바다에 있는 물이 따뜻해지면서 팽창한 결과다. 과학자들은 기온이 1도 상승할 때, 해수면의 높이가 20~60센티미터 정도 상승할 것으로 예상한다(실제로 현재의 세계 기온은 산업화 이전에 비해 1도 상승했다). 과학자들은 또 바다가 데워지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해수면 상승 역시 그만큼 시간이 걸린다고 말한다. 이는 당장 내일 지구 온난화가 멈춘다 하더라도 해수면은 한동안 상승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그런 일이 실제로 벌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오늘날의 완화 조치로는 2015년 파리 협정에 포함된 목표치인 2도 이하의 온도 상승을 유지하기 어렵다. 보다 급진적인 조치 없이는 상승 폭은 3도가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렇게 되면 열팽창[1]만으로도 해수면이 60~180센티미터가량 상승할 수 있다.

비록 열팽창이 현재까지의 해수면 상승을 주도하고 있지만, 기온이 상승하면서 육지의 얼음이 녹는 일은 훨씬 더 심각한 문제다. 산악 빙하가 녹아 만들어지는 물은 결국 바다로 흘러 들어간다. 빙하가 녹은 물은 인간이 일으키는 지구 평균 해수면 상승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린란드와 남극의 거대한 빙하는 아직은 많은 변화를 일으키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 변화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바다를 욕조에 비유하면, 욕실에서 가지고 노는 고무 오리가 사람의 움직임에 반응하듯, 녹아내리는 대륙의 빙판은 열팽창에 반응한다. 가장 최근의 빙하기가 끝났을 때, 서유라시아와 북아메리카의 빙판이 녹으면서 지구 평균 해수면은 약 120미터 상승했다.

오늘날 남아 있는 빙하의 규모는 수면의 상승분을 기준으로 하면 70미터 이하에 해당할 만큼 작다. 그리고 남아 있는 것의 대부분은 매우 안정적인 것으로 알려진 동남극 빙하다. 두 번째로 큰 그린란드 빙판은 더 빠른 속도로 바다로 흘러가는 동시에 녹아 줄어들고 있지만, 질량의 손실은 아직 크지 않다. 과학자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서남극 빙하다. 많은 학자들은 서남극 빙하가 기온 상승으로 불안정해질 것으로 전망한다. 혹은 현 상태에서 이미 불안정한 상태에 돌입했다고 보고 있다.

서남극 빙판의 옆모습은 바다 표면에 착륙한 비행접시 같다. 얇은 테두리, 즉 빙붕(氷棚)이 바다에 떠 있는 형태다. 두꺼운 중심부는 해수면 훨씬 아래에 있는 단단한 바위 위에 자리 잡고 있다. 그 비행접시가 충분히 무거운 한 이런 배치는 안정적이다. 그러나 만약 얼음이 녹거나 빠르게 이동하면서 얇아진다면 적은 무게로 눌리는 접시가 부력에 의해 바위에서 벗어나 떠오르기 시작할 것이다. 고정되어 있었던 빙판과 수면 위로 떠올라 있는 빙붕 사이의 경계는 뒤로 밀려날 것이다.

이 경계선이 밀려남에 따라 빙붕의 조각들이 부서져 나온다. 보통 빙붕은 빙판의 접시 부분 상단에서 얼음이 떨어져 나와 바다로 흘러들어 가는 경향을 억제하는 역할을 한다. 빙붕이 부서지면 빙하 얼음이 바다로 향하는 속도는 빨라진다. 뒤로 밀려난 경계선 때문에 해수는 빙판을 더 깎아 내게 되고, 더 많은 빙판을 빙붕으로 만들어 빙하의 붕괴를 가속화한다(그림 참조).
수영하는 얼음, 얼음/ 해양 빙판의 불안정성/ (왼쪽) 얼음의 흐름/ 빙하/ 빙붕/ 접지선/따뜻해진 바다가 접지선에서 얼음을 녹여 얇아지게 한다/ (오른쪽) 빙붕이 부서지면 빙산이 더 쉽게 녹는다/빙붕/접지선이 후퇴하면서 떠다니는 얼음 덩어리가 증가하고 빙붕을 불안정하게 한다.
이런 종류의 해양 빙판 불안정성은 1970년대 처음 제시된 이래 오랫동안 이론적인 가정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1995년 서남극 빙판에 인접한 남극 반도의 라슨(Larsen) A 빙붕이 무너졌다. 사촌 관계라고 할 수 있는 라슨 B도 2002년 비슷한 운명을 겪었다. 2017년에는 라슨 C 빙붕에 160킬로미터의 균열이 생겼다. 반도의 빙하 붕괴는 가속화되고 있다. 빙판이 녹는 속도도 그렇다. 해양 빙판의 불안정성은 이제 이론적인 것 그 이상으로 느껴진다. 비록 서남극 빙판의 붕괴는 동부의 이웃과 비교했을 때 경미한 수준이지만, 약 3.5미터의 지구 평균 해수면 상승을 의미한다. 몇 세기에 걸쳐 벌어지는 일이라고 해도 어마어마한 수치다.

일부 전문가들은 붕괴가 더 빨라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2016년 매사추세츠대 로버트 디콘토(Roberto DeConto)와 펜실베이니아 주립대의 데이비드 폴라드(David Pollard)는 빙판 가장자리에서 발견되는 얼음 절벽의 높이가 결코 100미터를 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들은 100미터 이상의 얼음 절벽이 얼음 자체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넘어진다고 결론지었다. 빙하 분리(calving)라 불리는 프로세스에 의해 빙붕이 높이 100미터 이상의 빙판으로부터 떨어져 나온다면 그 절벽은 무너질 것이고, 노출된 높은 절벽은 역시 다음 순서로 무너질 것이다. 이 모든 과정은 얼음이 바다로 흘러들어 가는 속도를 높인다. 그린란드의 야콥샤븐(Jacobshabvn) 빙하의 급속한 후퇴는 이러한 이론을 뒷받침할 수 있는 몇 가지 증거를 제공한다.

연구자들은 이러한 연속된 움직임들이 서남극의 붕괴를 가속화하고 그린란드에서 붕괴를 일으킬 수 있다고 추정한다. 전례가 없는 일은 아니다. 13만 년 전에 시작된 빙하기 가운데 1만 5000년 동안 지속된 소강 상태에서 지구 평균 해수면은 지금보다 9미터 더 높았을 것이다. 이는 서남극과 그린란드 빙판의 대부분이 붕괴되었음을 암시한다. 디콘토와 폴라드는 빙벽의 불안정성을 이유로 지적한다. 이들은 과거의 붕괴 과정을 현재의 모델에 적용했을 때, 온실가스 수준이 현재와 같은 무지막지한 속도로 계속 상승한다면, 남극의 붕괴만으로도 지구 평균 해수면이 2100년까지 1미터, 2200년까지 3미터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이 결론은 논쟁의 여지가 없는 사실은 아니다. 지난 2월 영국 런던 킹스칼리지의 탐신 에드워즈(Tamsin Edwards)와 동료들은 큰 규모의 빙벽 붕괴가 없었던 고대 해수면의 높이를 복제한 더욱 정교한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좀 더 낮은 지구 평균 해수면 상승률을 제시했다. 앞선 연구가 이번 세기에 남극 빙하로 인해 1미터가 상승될 것으로 지목한 곳에서 이들은 22센티미터 상승을 전망한다. 하지만 전체 상승폭은 여전히 심각한 수준인 1.5미터였다. 그리고 앞으로 수 세기 동안 수위가 더 높아질 가능성은 여전히 현실적이다.

 

연못보다 훨씬 덜 평평한[2]


빙판 붕괴의 범위와 속도를 정확하게 밝히기 위한 노력 역시 가속화되고 있다. 안데르스 레버만(Anders Levermann)이 2014년 이끈 IPCC의 해수면 연구를 통한 최신 기후 진단에서 해양 빙판의 불안정성은 각주(脚註)에 불과했다. 레버만은 당시 이 과정에 4개의 컴퓨터 모델만 있었으나 오늘날은 16개가 있다고 말한다. 지난 1월, 영국과 미국의 과학자 팀은 서남극의 스웨이츠(Thwaites) 빙하와 빙판의 상단과 하단을 해저 드론을 이용해 조사하는 5년 단위의 2500만 달러(302억 6250만 원) 규모 현장 연구에 착수했다. 연구가 진행됨에 따라 새로운 데이터는 추가되고 있다.

결과적으로 발생하는 해수면 상승이 거대한 규모라 하더라도, 모든 바다가 같은 정도로 높아지지는 않을 것이다. 특히 남극과 그린란드 근처의 해수면은 내려갈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두 지역 빙판의 질량은 달의 질량이 조수를 끌어당기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바다를 끌어당긴다. 빙판의 질량이 줄어들면서 바다를 당기는 인력은 약해질 것이다. 또 다른 지역적 현상은 기후 변화의 결과로 달라지는 조류의 방향으로 인한 것이다. 지구 온난화로 멕시코 만류(Gulf Stream)가 약화되면 지구 평균 해수면이 전혀 변하지 않는 상황에서도 미국 동부 해안의 해수면은 상승할 수 있다.

그리고 육지라고는 하기 어려운 땅의 상승과 하강이 발생하고 있다. 일부 움직임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빙하기의 얼음덩어리에 오랫동안 눌려 있었던 북쪽의 많은 땅은 1만 5000년 전, 빙하의 무게에서 벗어난 이후 계속 상승하고 있다. 원인의 일부는 인간의 활동이고, 일부는 지역의 특성일 수 있다. 그러나 일부는 지나치게 급격한 변화다.

만약 당신이 땅속 퇴적물에서 충분한 양의 물질을 제거한다면, 당신이 서 있는 땅의 표면은 가라앉을 것이다. 물이 빠져나가는 대수층(帶水層, 지하수를 품고 있는 지층)에 수도관을 연결하기 이전인 20세기 전반기, 도쿄는 4미터나 가라앉았다. 인도네시아 주민들과 당국이 일본의 실수를 반복하면서 자카르타의 일부 지역은 현재 매년 25센티미터씩 가라앉고 있다. 지난해 샌프란시스코만 지역을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해수면 상승만을 고려해 향후 100여 년간 예상되는 최악의 홍수로 인한 위험을 측정한 ‘100년 홍수 위험 지도’는 지반 침하를 반영한 지도에 비해 위험성을 90퍼센트나 과소 평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땅이 가라앉으면, 바다는 땅을 침식시킨다. 방글라데시의 홍수 범람 지역인 찬드푸르(Chandpur) 마을에 살고 있는 콜마 사르카르(Kolma Sarkar)는 부모님이 오두막과 바다 사이에서 농작물을 재배하고 염소와 닭을 기르던 어린 시절을 회상한다. 그녀는 말한다. “아침에 집을 나섰다 저녁에 돌아왔을 때 농작물과 동물들이 그대로 있을 거라는 확신이 없었어요.”

인간의 활동은 종종 지반 침식을 악화시킨다. 위성 사진을 보면, 부동산 개발업자들과 빈민가 거주자들이 보호 구역인 맹그로브 삼림을 덮어 포장 도로로 만들어 버린 인도 뭄바이 해변은 2000년 이후 18미터나 깎여 나갔다. 기후 변화의 다른 측면들도 영향을 미친다. 상류에서 강우량이 폭증하면 일부 저지대 해안선은 넘쳐 나는 강물이 밀려들어 간 바다에 습격당할 수 있다. 2012년 일본의 한 연구팀은 2200년이 되면 벵골(Bengal)만의 사이클론은 지금보다 31퍼센트 줄어들고, 인도 아대륙 반대편에서는 지금보다 46퍼센트 더 많은 사이클론이 나타나 아라비아해를 휘젓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인간 활동의 가장 큰 부작용은 인구 밀도가 높고 부유한 세계 각국이 바닷가에 도시를 건설하면서 더 많은 재산을 위험에 빠뜨리고 있는 일일 것이다. 부유한 국가와 신흥 도상국에서는 콘도나 사무실 건물을 해변에 가까운 곳에 지을수록 인기가 있다. 뉴욕에서만 7만 2000채의 건물이 홍수 위험 지역에 자리 잡고 있다. 그 건물들의 가치는 1290억 달러(156조 1545억 원)에 이른다.

2012년 10월 허리케인 샌디(Sandy)는 뉴욕이 지질학적 요건, 중력, 멕시코 만류가 결합하면 해수면이 세계 평균치의 1.5배로 높아질 수 있다는 새로운 위협을 깨닫게 된 계기였다. 다른 도시들도 우려하고 있다. 네덜란드 로테르담에는 매년 네덜란드의 노하우를 배우고자 하는 뉴저지, 자카르타, 이외 주요 지역들의 조사 대표단 70명이 방문하고 있다.

 

차단법


위와 같은 문제에서 벗어날 방법을 찾기 위해 많은 공학적 노력이 투입되고 있다. 뉴욕은 또 다른 허리케인 샌디로부터 맨해튼 하부를 보호하기 위해 공원, 벽 그리고 고가 도로가 목걸이 형태로 연결된 빅 유(Big U)에 거의 8억 달러(9700억 원)를 투입하고 있다. 뭄바이는 거대하고 값비싼 방조제 4개를 건설하고자 한다. 네덜란드와 비교하면 인구는 10배이고 경제력은 30분의 1인 삼각주 지역 국가 방글라데시는 해안 제방 시스템을 두 배로 늘리고 기존 기반 시설을 보수하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자카르타를 바다로부터 지키기 위해 신화 속 새 모양을 한 거대한 방벽에 400억 달러(48조 5000억 원)를 들이려 하고 있다.

이러한 방안은 계획과 실행에 수십 년이 걸린다. 실행 과정에서 직면하게 되는 조건들이 계획 당시의 예상과는 다를 수 있다는 의미다. 샌디 1년 후, 빅 유가 처음 제안되었을 때만 해도 미국 동부 해안의 해수면 상승 시나리오는 최악의 경우 1미터였다. 그러나 올해 4월 발표된 환경 영향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1미터는 최상의 시나리오에 가깝다.

네덜란드의 델타 방어선과 마찬가지로 1953년 홍수 이후 구상된 영국 런던의 템즈(Thames) 방벽은 개통된 1982년부터 1990년까지 겨우 8번 문을 닫았다. 그러나 2000년 이후의 폐문 횟수는 144차례다. 55억 유로(7조 3800억 원)의 엄청난 비용이 투입된 이탈리아 베니스의 홍수 장벽 시스템 모세(MOSE)는 바다가 50센티미터 상승한다면 매일 닫혀 있어야 할 것이다. 이처럼 방벽을 지속적으로 사용하게 된다면, 사용하지 않을 때 수면 아래 잠겨 있게 만드는 엄청난 노력과 비용은 고려할 가치가 없을 것이다. 해수면의 높이가 1미터만 상승해도 잠수 상태에 대한 고려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가장 지식이 풍부한 국가인 네덜란드조차 겨우 1미터의 해수면 상승을 염두에 두고 마에슬란트 방벽을 설계했다.
뉴욕의 빅 유(Big U) 프로젝트/ 100년 기준 가장 거대한 폭풍의 영향 범위(청록색)/ 500년 기준 가장 거대한 폭풍이 영향 범위(초록색)/ 2012년 허리케인 샌디의 영향 범위(파란색)
조경 건축 전문가인 케이트 오르프(Kate Orff)는 방벽 건설에 대해 다차원적 문제를 1차원적으로 해결하려는 시도라고 본다. 그녀는 뉴욕 스태튼 섬 서쪽 끝에 연안 방파제를 건설해 해양 생물을 보존하면서 해안 침식을 막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허리케인 샌디 이후 신설된 10억 달러(1조 2100억 원)의 RBD(Rebuild by Design) 프로그램이 지원하는 “보다 유연한 기반 시설” 프로젝트 중 하나다. 인도 싱크탱크인 에너지 환경 수자원 협의회의 아루나바 고쉬(Arunabha Ghosh)는 위협이 증가함에 따라 규모를 키울 수 있는 접근 방법을 선호한다고 밝혔다. 순차적인 맹그로브 삼림 복원부터 필요에 따라 추가할 수 있는 인터로킹 블록[3]으로 만들어진 장벽 등이 대표적이다. 고쉬는 “모듈화로 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아이디어들은 환영받고 있지만, 여전히 비주류다. RBD의 10억 달러는 의회가 허리케인 샌디 피해 복구를 위해 책정한 예산 600억 달러(72조 6900억 원)에 비하면 새 발의 피다. 예산의 일부는 발전소와 병원 안전 강화에 현명하게 쓰였다. 그러나 많은 돈은 폭풍으로 붕괴된 빌딩을 똑같은 자리에 똑같은 방식으로 다시 짓는 데 쓰였다.

만약 소유주나 보험사가 건축비를 지불한 것이었다면, 받아들일 만할 일이다. 그러나 보험사와 은행은 이제 막, 그것도 아주 느리게 해수면 상승이라는 변수를 보상 정책과 대출 상품에 반영하기 시작했다. 건설, 매입 또는 개발에 열을 올리는 자본이 넘쳐 나는 세상에서 가격은 장기적인 위협을 거의 반영하지 못한다. 문제가 심각한 곳에서는 일부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 콜롬비아 경영대학원의 크리스토퍼 메이어(Christopher Mayer)는 홍수 위험을 안고 있는 플로리다 지역의 부동산 가격은 좋은 전망과 편의 시설에도 불구하고 홍수 위험이 없는 지역에 비해 지난 몇 년간 10~15퍼센트 이상 낮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플로리다 부동산이 완전히 망한 것은 아니다.

과거와 똑같이 재건하는 것보다는 유연하면서도 단단하게 설계된 적절한 방어 시스템을 갖춘 장소에, 지역의 조건에 부합하는 형태로 다시 짓는 것이 낫다. 그렇게 할 수 없다면, 어떤 경우에는 거주자들의 이주를 독려, 지원하거나 요청해야 한다. 풍요로운 자본의 사회에서 “퇴거 요청”은 받아들이기 어려운 일이다. 사람들은 정부가 주민을 이주하게 할 것이 아니라 보호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뉴욕에서 다른 지역으로 이주하려면 이웃 주민들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저항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이주 결정은 몇 년이고 막힐 수 있다. 뉴욕 시청에서 기후 정책을 담당하고 있는 댄 자릴리(Dan Zarrilli)는 “전국적으로 (정부의) 토지 수용권에 대한 호감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방글라데시는 총리실이 직접 운영하는 아슈레이안(Ashrayan) 프로젝트를 통해 사이클론, 홍수, 하천 침식으로 피해를 입은 16만 가구를 총 5억 7000만 달러(6909억 5400만 원)를 들여 더 높은 지대로 이주시켰다. 각 가정은 육군이 지은 막사에 수용되어 30킬로그램의 쌀과 360달러(43만 6000원)의 융자를 받고 다시 삶을 시작한다. 이 프로젝트는 3년 더 연장돼 추가로 9만 가구를 지원할 계획이다. 피지는 저지대의 여러 지역 사회를 재정비하고, 수십 개 지역을 재배치 지역으로 분류했다. 한편 2000킬로미터 떨어진 키리바시는 피지 영토의 20제곱킬로미터에 대한 소유권을 얻었다. 11만 7000명의 주민이 집을 떠나야 하는 날에 대비한 피난처를 마련하기 위해서다.

이러한 계획에는 토목 기술자가 거의 필요하지 않지만, 엄청난 사회 공학적 판단이 필요하다. 아슈레이안 프로젝트에 정통한 방글라데시 관계자들은 어부를 농부로 바꾸는 것이 그리 간단한 일이 아님을 알게 되었다. 어떤 사람들이 거주하기 원하는 높은 지대는 다른 사람들도 탐낼 수 있다. 최근 키리바시 정부 대표단은 피지의 피난처를 방문했을 때, 키리바시인이 아닌 사람들이 거주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영구적인 재정착은 고려할 수 있는 유일한 형태의 이동 방식은 아니다. 통신이 잘 되고 폭풍우가 잦은 곳은 대피가 효과적으로 생명을 구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 하지만 큰 폭풍이 매우 드문 곳은 어떨까? 사람들을 한 번도 시도해 본 적 없는 계획에 익숙하게 만드는 훈련은 가능하지만, 엄청나게 불편하고, 어쩌면 더 나쁜 상황을 일으킬 수도 있다. 몇 년 전, 로테르담의 아부탈렙 시장은 1만 2000명의 로테르담 주민을 대피시키는 훈련을 계획했다가 취소했다. 소수의 노인과 병약한 피난민들이 사망할 가능성이 있다는 컴퓨터 모델링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었다.
사람들이 이주한다고 해도, 소중하게 여기는 모든 것을 가지고 갈 수는 없다. 단지 사유 재산의 문제는 아니다. 지난 10월 키엘대학의 레나 라이만(Lena Reimann)은 지중해 연안의 유네스코 세계 문화 유산 유적지 49곳 중 37곳에서 적어도 한 세기에 한 번 이상 홍수가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일곱 곳을 제외한 모든 유적지가 앞으로 수십 년 안에 지반 침식으로 인한 피해를 입을 위험이 있다. 세계 문화 유산으로 지정된 지역만 문제가 아니다. 홍수를 피하기 위해 정부가 재정착시킨 피지의 첫 번째 지역 공동체 책임자는 묘지를 바다에 버려 두고 왔다는 사실을 한탄한다.

 

우리는 카누트[4]가 아니다


기후 시스템의 관성은 급격한 탄소 배출량 감소로도, 지구 공학적 수단을 활용한 태양광의 조절로도 해수면 상승의 경향을 멈출 수 없음을 보여 주고 있다. 필요한 것은 적응이다. 그러나 비용을 지불할 생각을 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지구 과학자들이 예상하는 가파른 상승 폭은 대부분의 산업계에서 준비하고 있는 예상치를 훨씬 넘어선다. 심지어 공익 사업들조차 한 세기 단위의 장기 전망을 거의 반영하지 않는다. 정부는 국내와 해외에서 도움을 받아야 할 사람들이 있을 때마다 더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다른 문제를 찾아내곤 한다. 전 세계의 연간 기후 변화 원조액 700억 달러(84조 7980억 원)의 10분의 1도 안 되는 금액이 해수면 상승을 비롯한 기후 변화의 영향에 놓인 가난한 나라를 돕는 데에 쓰인다.

대응이 부족한 것은 극적인 상황을 접할 기회가 많지 않다는 의미다. 거의 모든 사람들에게 올해 혹은 지난 10년간 발생한 최악의 홍수는 다른 지역의 문제다. 바다는 어떤 성서적 보복이나 할리우드 영화의 쓰나미처럼 어느 날 갑자기 전 세계의 모든 해안을 파괴하지는 않을 것이다. 바다는 파도처럼 천천히 떠오를 것이다. 멈출 수 없는 이 잠식은 매 순간 인식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파도와는 달리, 방향을 돌릴 수는 없다. 일단 떠오르면, 바다는 뒤로 물러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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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세계 #경제 #과학 #도시 #이코노미스트
[1]
물체의 온도가 올라감에 따라 그 길이, 면적, 부피가 늘어나는 현상.
[2]
연못(millpond)은 물레방아를 돌리는 데 쓰이는 저수지를 뜻하는 단어로, 많은 영문학 작품에서 잔잔하고 평평한 수면을 비유하는 표현으로 쓰인다.
[3]
보도나 광장 등의 포장에 사용하는 콘크리트제 조합 블록.
[4]
11세기 잉글랜드의 왕이었던 덴마크인 카누트는 바닷가에 서서 자신이 바다에서 육지로 밀려 오는 물살을 되돌릴 수는 없음을 보여 주려 했다고 한다. 이 이야기가 와전되면서 카누트는 바닷물의 흐름을 조종할 수 있다고 생각한 인물을 상징하는 표현이 되었다. 영어 사전에서 카누트는 무슨 일의 발생을 막으려고 애쓰지만 결코 성공하지 못할 사람을 뜻하는 단어로 설명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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