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식 자본주의를 개혁하라
2화

거대 테크 기업 분할하기

헤어짐은 어려워

“레넌 신부님, 돈이 조금 있으신가요? 스탠더드 오일에 투자하세요.” 1911년 자신이 설립한 스탠더드 오일을 34개의 소규모 기업들로 분할하라는 대법원의 결정을 접한 존 D. 록펠러(John D. Rockefeller)가 골프 친구였던 신부에게 한 말이다. 이는 훌륭한 조언이었다. 해당 기업들의 가치는 몇 년 만에 세 배로 뛰었다. 분할한 기업들에 대해 각각 25퍼센트 이상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던 록펠러의 자산은 1911년 3억 달러에서 1913년 9억 달러로 늘었다. 당시의 9억 달러는 현재 가치로 약 230억 달러(26조 9261억 원)에 달하는 것이다.

산업의 특성을 고려했을 때,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애플과 같은 거대 테크 기업의 분할도 막대한 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 미국 민주당의 유력 대통령 후보인 엘리자베스 워런이 제안한 공약들 중에서도 가장 급진적인 이 계획이 완전히 실행될 경우를 상정한 추산에 따르면 분할되는 한 기업의 가치만 2조 달러(2339조 원)가 넘을 수 있다. 이는 현재의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애플 기업 가치의 절반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워런은 지난 3월 대기업 분할을 위한 양면 협공 전략을 발표했다. 그러나 민주당 경선이 본격화하면서 워런의 정책에 대한 정밀한 검토가 시작되고 있다. 워런의 첫 번째 전략은 다소 단순하다. 그녀는 테크 기업들의 “반경쟁적인” 인수 합병을 갈라놓고자 한다. 대기업들이 인수 합병으로 잠재적인 경쟁자들을 무력화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이 정책은 페이스북을 핵심 타깃으로 삼고 있다. 페이스북은 2012년 10억 달러(1조 1630억 원)를 들여 사진 중심의 소셜네트워크인 인스타그램을 인수했고, 2014년에는 190억 달러(22조 970억 원)로 인스턴트 메시징 서비스인 왓츠앱을 사들였다. 업계 관계자들은 두 기업 모두 페이스북의 강력한 경쟁자가 될 수 있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워런이 분리하려는 기업은 이외에도 더 있다. 구글이 인수한 광고 거래 플랫폼인 더블클릭(DoubleClick), 아마존이 인수한 슈퍼마켓 체인 홀푸즈(Whole Foods) 등이다.

두 번째 전략은 다소 복잡하다. 테크 기업들은 대부분 머리가 둘 달린 괴물들이다. 그들은 시장을 운영하는 동시에 그 시장에서 직접 경쟁한다. 아마존은 세계 최대의 전자 상거래 시장을 소유하고, 그 안에서 자사의 브랜드가 붙은 상품들을 판매한다. 애플은 아이폰용 앱스토어를 운영하고 있지만, 역시 직접 만든 앱을 제공하고 있다. 테크 기업들은 자기 상품을 불공정한 방식으로 홍보할 수 있다. 예를 들면, 검색 결과에서 자사의 제품들을 가장 먼저 보여 주는 것이다.

워런은 연간 글로벌 매출이 250억 달러(29조 825억 원) 이상인 모든 온라인 시장을 “플랫폼 공공재”로 규정하고, 플랫폼을 운영하는 동시에 플랫폼에서 사업을 하는 것을 금지하려고 한다. 이 정책이 시행되면, 최소한 아마존은 아마존 베이직스와 같은 자사의 브랜드를 분할해야 할 것이다. 애플은 메일이나 지도 앱을 버려야 한다.

거대 테크 기업들의 다양한 사업 부문에서 발생하는 매출액으로 가치를 추산할 수는 있지만, 실제 기업 분할의 효과를 판단하는 일은 쉽지 않다.(표 참조) “사업 부문별 가치 합산(SOTP)” 분석을 담당하는 애널리스트들도 유사한 기업을 기준으로 삼아 한 사업체의 단위별 가치를 추산하려 하고 있다. 상당히 과도한 수준인 사업 단위 가치는 때로는 터무니없는 망상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인스타그램처럼 비슷한 수준으로 비교 가능한 경쟁자들이 있는 사업 부문의 경우에는 이러한 접근법이 적절한 방식이 될 수 있다. 지난 6월 블룸버그 인텔리전스는 인스타그램의 가치가 1000억 달러(116조 38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실리콘밸리 일각에서는 인스타그램의 성장세를 고려하면 기업 가치가 2000억 달러(232조 7600억 원)에 달할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제프리스 은행의 브렌트 틸(Brent Thill)은 온라인 마켓은 제외하고 아마존 베이직스는 포함한 아마존의 온라인 소매 부문 가치를 약 2000억 달러로 평가한다. 대부분 홀푸즈 매장인 아마존의 오프라인 매장 가치는 60억 달러(6조 9840억 원)로 추산된다.
좀 쉬어 가세요/ 2019년 매출액 전망,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 알파벳(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애플/ 시가총액, 2019년 10월 23일 현재/ 알파벳(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애플/ 출처: 제프리스 은행, UBS, 에버코어(Evercore) ISI, 블룸버그.
만약 적절한 비교군이나 금융 데이터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이러한 추산은 과학보다는 예술에 가까워진다고 세계 최대의 광고 구매 회사인 그룹엠(Group M)의 브라이언 와이저(Brian Wieser)는 말한다. 구글의 광고 부문 전체를 수치로 가늠하는 일은 더 어렵다. (제프리스는 5390억 달러(627조 3960억 원)로 추산한다.) 워런은 광고 시장과 그 안에서 운영되는 서비스 부문을 분리하려고 한다. 하지만 구글이라는 기업의 구성 요소의 가치를 평가하는 것은 어림짐작에 불과하다. 구글은 관련 수치를 공개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구글의 광고 부문만 문제가 아니다. 페이스북이 막대한 금액을 들여서 인수한 왓츠앱은 많은 돈을 벌어들이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왓츠앱의 가치를 측정하는 일은 어렵다. 애플과 구글이 만드는 앱들의 가치를 평가하려는 시도는 부질없는 일이다.

워런의 계획이 모호하다는 점 역시 완전한 기업 분할에 따른 가치를 평가하는 일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만약에 페이스북이 왓츠앱과 분리되어야 한다면, 페이스북 내의 또 다른 인스턴트 메시징 서비스인 페이스북 메신저를 계속해서 유지할 근거는 무엇인가? 애플은 아이메시지를 계속해서 보유해도 되는 것인가? 두 메신저 모두 플랫폼 공공재의 최상위 영역에 있는 서비스들이다. 애플과 구글의 앱스토어는 물론, 아마존이나 구글의 클라우드 컴퓨팅 사업 부문에서도(이 부문의 아마존 경쟁사인 마이크로소프트를 포함해서) 기업 분할 이후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불투명하다. 예를 들어, 아마존 웹서비스(AWS)를 분리한다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비싼 기업 가치를 가진 IT 기업이 탄생하게 될 것이다. 모건스탠리는 AWS의 가치를 4380억 달러(509조 8320억 원)로 추산한다. 이는 IBM의 네 배에 달하는 가치다.

대부분의 애널리스트들은 기업이 하나로 묶여 있을 때보다 분할되었을 때 더 큰 가치를 평가받게 될 것이라고 추정한다. 그러나 그 반대도 가능하지 않을까? 기업 분할로 가치가 파괴되는 경우 말이다. 금융 기업 에버코어 ISI의 아미트 다르야나니(Amit Daryanani)는 기업을 분할하면 시너지 효과가 사라질 것이라고 지적한다. 애플은 경쟁 우위의 핵심인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그리고 서비스로 구성된 탄탄한 통합 패키지를 더 이상 제공할 수 없게 될 것이다. 아마존이 클라우드 컴퓨팅 부문을 잘라 낸다면, 가장 수익성이 뛰어난 부문을 잃게 된다. 그들에게 남은 것이 무엇이든 투자 대상으로서의 매력은 떨어진다. 디지털 세계에서 거대 기업들의 확장과 침투를 가능케 한 경제적 힘인 네트워크 효과가 약화된다면, 시장이 어떻게 반응할지도 알 수 없다.

기업 분할로 수혜를 입을 것이라 기대하는 사람들도 그리 희망적인 것은 아니다. 정치적, 제도적인 장벽들이 많기 때문이다. 워런이 내년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된다 하더라도, 상원은 여전히 공화당의 통제하에 놓여 있을 수 있다. 그렇다면 급진적인 분할을 기꺼이 지지해 주지는 않을 것이다. 규제 당국을 통한 경로 역시 여전히 험난하다. 워런은 “불법적이고 반경쟁적인 테크 기업들의 합병을 되돌리는 데 헌신적인” 사람들을 규제 당국의 수장으로 지명하고자 한다. 하지만 그들은 이런 사안들을 법정으로 가져가야 한다. 연방 항소 법원의 판사들과 대법원 재판부의 다수인 보수적 인사들은 독점 금지에 회의적인 입장이다.

두 번째로 현실적인 난관은 또 다른 문제가 될 것이다. 워런은 독점적인 지위의 남용을 막기 위해 시행되고 있는 “관련 업종” 금지 조항을 아마존과 애플에 적용하고자 한다. 이 조항에 따라 미국에서는 철도 회사가 직접 생산한 상품을 운송하는 일, 은행이 상거래에 관여하는 일이 금지되어 있다. 그러나 디지털 세계에서는 이러한 경계가 임의적이고 유동적이다.

 

플랫폼 금지


플랫폼과 플랫폼 안에서 운영되는 서비스를 분리하는 것은 멋진 제안처럼 들린다. 하지만 테크 기업들이 수집한 그 모든 데이터들은 어떻게 나눌 수 있을까? 플랫폼에 해당하는 것은 무엇이고 그렇지 않은 것은 무엇인가? 그 둘 사이를 가르는 경계가 달라지면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가? 인스턴트 메시징은 소셜 네트워킹 플랫폼의 기능으로 볼 수도 있고, 별개의 서비스로 볼 수도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1998년) 윈도우즈 운영 체제 안에 자사의 웹브라우저를 끼워 넣었다는 이유로 소송을 당했다. 당시의 웹브라우저는 별도의 소프트웨어로 취급받았다. 그러나 지금 웹 브라우저는 운영 체제의 일부로 간주되고 있다.

세 번째로, 의도치 않은 결과에 대한 불안감이 기업 분할에 제동을 걸 것이다. 워런의 정책은 법학자 리나 칸(Lina Khan)에게서 부분적으로 영향을 받았다. 2017년 “아마존의 반독점 패러독스”라는 제목의 영향력 있는 논문을 발표한 칸은 현재 거대 테크 기업에 대한 조사를 담당하는 하원 반독점 소위원회에 자문을 하고 있다. 하지만 그녀는 최근 논문에서 강력한 규제로 발생할 수 있는 여러 문제점들을 열거하고 있다. 급속한 기술의 발전 속도는 기업 분할 조치를 무의미하게 만들 수 있다. 기업 분할이 조직 간 마찰을 일으키고, 기업 가치를 상승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플랫폼이 할 수 있는 일을 제한하면, 플랫폼은 투자를 줄일 것이고 혁신은 더뎌질 것이다. 칸은 이러한 문제점들을 지적하면서도 “그렇다고 행동하지 않는 것이 좋다는 근거가 될 수는 없다”고 말한다.

더 중요한 것은 기업 분할이 테크 기업을 길들이기에 충분한 방법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좌파 성향의 싱크탱크인 퍼블릭 놀리지(Public Knowledge)의 해롤드 펠드(Harold Feld)는 “불가사리 문제(starfish problem)”를 언급한다. 불가사리 가운데에는 놀라운 재생력을 보이는 것들이 있다. 여러 조각으로 절단해도, 잘린 부분들이 빠르게 자라나서 다시 완전한 형태로 만들어진다. 마찬가지로, 테크 기업들의 각 부문들도 네트워크 효과를 활용하는 방식으로 다시 지배적인 지위에 오르게 될 것이다. 그는 기업 분할을 할 때는 이러한 효과를 약화할 수 있는 규제가 보완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예를 들면, 한 종류의 인스턴트 메시징 서비스 이용자가 다른 서비스 이용자와도 메시지를 주고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런 모든 장애물에도 불구하고 테크 기업들은 나뉠 것인가? 업계 전반에 걸친 사업 부문 분할은 일어나지 않을 것 같다. 그러나 법무부의 반독점 부문장인 마칸 델라힘(Makan Delrahim)은 10월 22일 해당 법안이 “분명한 검토 대상”이라고 말했다. 아마존은 취약할 것으로 보인다. 아마존은 다수의 산업을 파괴하면서 수많은 적들을 만들어 내고 있기 때문이다. 관련 업종 금지 정책은 정치적인 면에서 상대적으로 쉽게 받아들여질 수 있다. 이 법안의 최대 피해자는 페이스북이 될 것이다. 페이스북은 개인 정보 유출 사고와 허위 정보 유포 문제로 민주당과 공화당 모두의 표적이 되고 있다.

페이스북에 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간단하다. 뉴욕에서 활동하는 두 명의 법학자인 스콧 헴필(Scott Hemphill)과 팀 우(Tim Wu)는 이미 소송을 추진하고 있다. 페이스북의 공동 창업자에서 비판자로 돌아선 크리스 휴즈(Chris Hughes)의 지원을 받고 있는 그들은 규제 당국을 대상으로 한 발표에서 “2010년에 페이스북이 지배력을 유지하기 위한 일련의 방어적인 합병 프로그램을 실행했다는 것을 보여 주는 증거가 있다”고 설명했다.

법적 주장에도 불구하고, 테크 기업들의 계란을 나눠 담는 일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왓츠앱은 인수 후에도 여전히 별개의 법인이지만 인스타그램은 그렇지 않다. 인스타그램은 페이스북의 소셜 네트워크로서 동일한 광고 플랫폼을 사용하고 있다. 그리고 페이스북은 두 서비스의 주소록을 하나로 합치면서 대규모 서비스들을 더 긴밀하게 통합시키고 있다. 페이스북 이용자들은 언젠가는 왓츠앱으로 메시지를 보낼 수 있을 것이다. 페이스북은 기능을 통합하는 일의 목표가 이용자의 생활을 더 편리하게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비평가들은 그들의 목표가 사업 분할을 어렵게 만드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헴필과 우는 “회복 불가능한 피해”를 막기 위해 규제 당국에 페이스북의 통합 작업을 중지시키는 가처분 신청을 요구하고 있다.

페이스북의 대표인 마크 저커버그(Mark Zuckerberg)는 자신이 표적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는 최근 직원들에게 워런이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우리가 법적인 문제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자신이 승리할 것을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저커버그는 아마도 스탠더드오일의 역사를 공부해야 할 것이다. 록펠러도 비슷한 생각을 했었다. 너무 늦었을 때까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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