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이너 베이비
2화

더 나은 인간을 만드는 새로운 유전학

엄청난 윤리적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다

모든 것이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미국 캘리포니아에 사는 이 게이 커플은 내년에 아기를 갖게 될 것이다. 의문의 이 아기는 시험관 시술로 탄생한다. 이 커플의 경우에는 여성 기증자로부터 제공받은 난자와 두 아버지(각각 절반씩)의 정자를 수정하는 방식이다. 커플이 수정된 배아 중 하나를 선택하면 대리모에게 착상된다. 상당히 고무적인 이야기이긴 하지만, 그다지 뉴스가 될 만한 일은 아니다. 한 가지만 제외하면 말이다.

이 이야기가 뉴스가 되는 것은 ‘선택’이라는 단어 때문이다. 이 부모는 제노믹 프리딕션(Genomic Prediction)이라는 회사와 함께 질병의 위험 요소에 대한 유전적인 검사를 통해 운이 좋은 배아를 선택할 것이다. 이러한 착상 전 테스트 기술은 이미 몇몇 분야에서 사용되고 있다. 유전자 결함 하나로 발생하는 테이삭스(Tay-Sachs)병 같은 형질을 자녀가 물려받지 않도록 하는 일 등이다. 하지만 제노믹 프리딕션은 보다 폭넓은 서비스를 제공한다. 100만 개에 이르는 배아의 단일 염기 다형성(SNP·스닙)을 검사하는 것이다. 스닙은 각각의 유전체들이 개별 유전 염기의 수준에서 서로 다르게 나타나는 특징을 말한다. 스닙의 차이가 사람들 사이의 커다란 차이를 만들어 내지는 않는다. 하지만 스닙 차이가 중첩되면, 특정한 질병에 걸릴 가능성이 크게 증가하거나 줄어들 수 있다. 다수의 배아를 생성해서 스닙 테스트를 하게 되면, 가장 건강하게 자랄 것으로 생각되는 배아를 고를 수 있다.

 

위대한 유산


지난해 중국의 과학자 허젠쿠이(贺建奎)의 연구를 둘러싸고 큰 논란이 일었다. 그는 두 개의 인간 배아 유전체를 편집했는데, 에이즈를 일으키는 HIV 바이러스에 면역력을 갖도록 만들기 위해서였다고 주장했다. 제노믹 프리딕션의 제안은 다르다. 그들은 편집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모험을 감수하는 실험 과정으로 인해 아이가 위험에 처할 가능성은 없다. 제노믹 프리딕션의 특정한 기술이 실제로 특별히 건강한 아이들을 만들어 낼 수 있을지는 두고 보아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리 자체에는 신빙성이 있다. 역사는 이 순간을 ‘맞춤형’ 아기의 출발점으로 기록할 수도 있다. 이 기술은 GWAS라고 불린다.

GWAS는 전장 유전체 연관 분석(genome-wide association study)의 약자다. 이 기술은 19세기 중반 모라비아 교파의 수도원장이자 아마추어 식물학자였던 그레고어 멘델(Gregor Mendel)로부터 시작된 유전학의 역사가 다다른 종착역이다. 멘델은 유전에 관한 법칙을 처음으로 수립한 사람이다. 이 법칙은 유전자에 대한 개념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DNA라고 불리는 화학 물질이 유전의 매개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DNA의 구성 요소인 뉴클레오티드(nucleotide)의 배열에 의해서 DNA 내부에 유전 정보가 기록된다. 이를 바탕으로 뉴클레오티드 안에 특정 단백질의 청사진을 담고 있는 DNA 조각이 유전자라는 아이디어가 등장했다. 이 단백질은 영양 섭취와 같은 환경 요소와 결합해서 특정한 신체적, 습관적 특성을 갖게 만든다. 이러한 특성을 형질이라고 부른다.

1950년대 이후로, 과학자들은 형질에 대한 유전자와 환경의 상대적 기여도를 수치화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대부분은 질병에 관한 연구였다. 하지만 행동 특성, 개성, 인지 능력 역시 이러한 관심을 받고 있었다. GWAS의 연구 범위는 개별 유전자가 갖는 영향뿐 아니라 유전체 전반에 관해 살펴보는 것으로 확대되었다. 한 사람의 DNA에서 겨우 2퍼센트를 차지하고 있는 바로 그 단백질로 암호화된 유전자를 찾기 위해서였다.

한 가계 안에서 어떤 특정한 형질이 세대에 걸쳐 얼마나 이어지는지를 비교해 보면 그 형질의 유전 가능성을 추정할 수 있다. 개별적인 유전자의 차이가 특정 인구 집단의 형질 변이에 미치는 영향을 측정하는 것이다. 유전 가능성이 100퍼센트라는 것은 해당 인구 집단 내의 개체들 사이에서 나타나는 모든 형질의 변이가 전적으로 유전적인 요소에 의한 것이라는 의미다. 반면 유전 가능성이 0퍼센트라는 것은 오로지 환경적인 요소에 의해 변이가 일어난다는 뜻이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특정 인구 집단”이라는 표현이다. 일부 인구 집단은 다른 집단에게는 알려지지 않은 환경적 변수들에 노출되어 있을 수도 있다. 반대로, 한 집단에서 나타나는 유전적 요소들이 다른 집단에는 결여되어 있을 수도 있다. (고지대에 사는 사람들이 산소가 부족한 환경에 더 잘 적응한다는 것을 예로 들 수 있다.)

2015년에 발표된 유전 가능성에 대한 2700편 이상의 연구 결과를 살펴보면 연구 대상이 된 모든 형질의 유전 가능성은 평균적으로 약 50퍼센트였다. 연구에는 심장병 민감도(44퍼센트)나 안과 질환(71퍼센트)과 같은 신체적 형질이 포함되어 있다. 정신적 형질로는 문제 해결력이나 추상적 사고와 같은 ‘고차원적’ 인지 기능(47퍼센트)이 있었다.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는 다른 형질들도 유전될 수 있다. 아이가 텔레비전을 시청하는 데 보내는 시간의 유전 가능성은 오랫동안 0에 가까운 것으로 추정되어 왔다. 그러나 런던 킹스칼리지의 로버트 플로민(Robert Plomin)이 이끈 1990년도 연구는 다른 결과를 내놨다. 생모와 함께 살고 있는 아이들과 입양된 아이들의 습성을 비교한 결과, 텔레비전 시청 시간의 유전 가능성은 약 45퍼센트로 추정됐다. 다소 의외인 이런 유전적 형질 중에서는 아이가 학교에서 괴롭힘을 당할 가능성(70퍼센트 이상)이나 사고를 잘 당하는 경향(51퍼센트) 같은 것들도 있다. 심지어 종교적인 신념이 강할 가능성(30~40퍼센트)이나 이혼할 가능성(13퍼센트)에 대한 것들도 있었다.

1989년 인간 게놈 프로젝트의 초대 책임자였던 제임스 왓슨(James Watson)은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우리의 운명이 별에 달려 있다고 생각해 왔습니다. 하지만 이제 우리는 우리의 운명이 유전자 안에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당시에는 인간 게놈 프로젝트가 유전자의 위치를 밝혀낼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텔레비전 시청 습관을 좌우하는 유전자가 있을 것이라는 순진한 생각을 가진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텔레비전 시청 습관에 간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일련의 유전자들이 있다는 생각은 합리적인 것이었다. 보다 중요한 것은 심장병과 같은 질환의 유전적 특질을 특정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었다. 이것이 밝혀진다면 병을 치료할 수 있는 약물에 대한 연구도 가능하다. 하지만 모두의 기대를 저버리고, 그런 유전자들은 거의 발견되지 않았다.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에는 유전자가 어떤 형질의 유전 가능성에 미치는 영향이 작았다. 그렇다면 잃어버린 유전 가능성은 어디에 있는 것인가?

 

등잔 밑이 어둡다


돌이켜 생각하면, 답은 뻔하다. 멘델의 유전 법칙에만 몰두하던 과학자들이 상상했던 것보다 더 많은 변수들이 질병에 걸릴 위험성에 관여되어 있었던 것이다. 모든 인류의 유전자가 99.9퍼센트 일치한다 하더라도, 60억 명 인구 모두가 서로 다른 유전자 염기를 갖고 있다. 스닙이 숨어 있는 부분이 바로 여기다. 0.1퍼센트의 차이로 수백만 개 경우의 수가 나타날 수 있다. 스닙이 서로 결합하면, 그 차이는 더욱 증폭될 수 있다. 예를 들어 키를 살펴보자. 성인이 되었을 때의 키에서 0.14mm를 크게 하거나 작게 하는 데 관여하는 스닙의 수는 대략 10만 개로 추정된다. 그리고 이런 스닙의 대부분은 단백질로 기록되지 않는 유전체의 일부에 들어 있다. 스닙들은 다른 유전자들의 활동을 통제할 뿐, 우리가 알고 싶어 하는 형질과는 뚜렷한 연관성을 갖지 않는 경우가 많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하나의 유전자가 커다란 영향력을 갖고 있다는 단순한 멘델식 모델에 사로잡혀 있는 것은 주로 유전학자들이다. 호주 퀸즐랜드대학교의 피터 비셔(Peter Visscher)에 따르면, 인간 게놈 프로젝트가 시작되기 오래전부터 많은 식물학자들과 동물학자들은 형질의 유전학적 복잡성에 대해 알고 있었다. 다만 그들은 그러한 복잡성에 대한 생물학적 이해보다는 작물과 가축의 종 개량에 더 많은 관심을 가졌을 뿐이다.

비셔 박사는 인간 형질을 결정하는 유전적 요소들을 전부 밝혀내기 위해서는 보다 많은 참가자들을 모집하고 수천 명의 스닙을 더 조사해야 한다는 사실을 일찌감치 깨달은 사람들 중 하나다. 2007년 그와 동료들은 여러 모델을 이용해서 필요한 규모를 계산했다. 일반 인구의 10퍼센트에서 발병하는 어떤 질병이 있다고 가정했을 때, 그 질병에 걸릴 위험이 가장 높은 5퍼센트를 보여 주는 스닙을 확인하려면 대략 1만 명의 지원자가 필요한 것으로 추산됐다. 그보다 앞선 연구들은 겨우 수백 명의 참가자를 대상으로 한 경우가 많았고 제대로 된 분석을 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데이터를 얻을 수 없었다. 이런 과정을 거쳐 GWAS가 탄생하게 되었다.

이상적으로 GWAS는 모든 참가자 개인들의 유전체 배열 순서 전체를 밝힐 수 있다. 하지만 비용이 엄두를 낼 수 없을 만큼 비싸다. 게놈 프로젝트가 종료된 이후 비용이 급격히 떨어졌는데도 여전히 회당 1000달러에 달한다. 대신에 연구자들은 스닙 어레이(SNP arrays)라고 불리는 장비를 사용한다. 이 장비는 대략 50달러 정도의 가격에 가장 일반적인 스닙 수십만 개를 감지한다.

이제는 스닙 어레이 분석, 보다 많은 자원자 샘플, 발전된 컴퓨터 분석 기법의 결합으로 한 가지 형질에 영향을 미치는 수백만 가지의 변이를 찾아낼 수 있다. 이런 변이들을 바탕으로 개인별 점수를 측정한 것을 다원 유전자 점수라고 부른다. 이 점수는 향후 특정한 질병이 나타날 위험성 등 어떤 형질에 유전자 변이가 기여하는 정도를 합산한 결과다.

 

우리에겐 기술이 있습니다


연구 대상의 모집 방식에서도 발전이 있었다. 바이오뱅크(생체 자원 은행)라는 기관이 생긴 것이다. 바이오뱅크는 수많은 사람들의 세포 샘플, 의료 정보를 비롯한 다양한 데이터들을 확보하고 있다. 지원자들은 바이오뱅크가 수립한 기준에 따라 고용된 연구 인력이 자신의 세포를 바탕으로 한 데이터를 활용하는 것에 동의하고 있다.

영국에 있는 UK 바이오뱅크는 이러한 세포 저장소 중에서도 최대 규모로 꼽히는 것이다. UK 바이오뱅크의 예금주는 50만 명이다. 미국 보스턴 매사추세츠 종합 병원의 세카 캐서레산(Sekar Kathiresan)과 동료들은 이곳의 지원을 받아 진행한 연구 결과를 2018년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관상 동맥성 심장 질환과 2형 당뇨병을 포함한 다섯 가지의 질병에 대한 다원 유전자 점수를 계산해 냈다. 그리고 600만 가지 유전적 변이를 대상으로 점수를 합산해서 영국의 일반 인구 가운데에서 이러한 질병이 나타날 위험성이 3배 이상 높은 사람들을 가려낼 수 있는 스닙 패턴을 발견했다. 영국 인구의 8퍼센트가 심장병 위험군으로, 3.5퍼센트는 2형 당뇨병 위험군으로 나타났다.

케임브리지대학교의 나심 마바닷(Nasim Mavaddat)과 동료들도 비슷한 계산을 통해서 유방암 위험에 대한 점수를 산출해 냈다. 이 연구는 47세 영국 여성의 10년 내 유방암 발병 위험성을 2.6퍼센트로 계산했다. (잉글랜드의 국민 건강 보험은 47세부터 유방암 진단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 연구는 또 유방암 고위험군에 해당하는 점수를 기록한 여성들의 19퍼센트가 약 40세에 유방암 발병 위험 수준에 도달하게 된다는 사실을 밝혔다. 반면 위험 점수가 낮은 하위 10퍼센트는 80세가 될 때까지 발병 위험에 이르지 않았다.

위와 같은 연구를 활용하면 평생에 걸쳐서 일어날 수 있는 다양한 의학적 상태에 대한 위험 항목을 작성할 수 있다. 제노믹스(Genomics)라는 영국 기업은 16가지 질병에 대한 목록을 만들었다.(표 참조) 이 목록은 살아가는 동안 어떤 위험이 일찍 나타날 위험이 높은 사람들에게 적절한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건강 진단 프로그램의 운용을 도울 수 있다. 다이어트나 운동이 필요한 사람들에게는 위험성과 관련한 적절한 조언을 해줄 수도 있다. 그리고 스타틴(혈관 내 콜레스테롤 억제제)이나 고혈압 약 등으로 효과를 얻을 수 있는 사람들은 조기에 처방을 받을 수도 있다. 이런 모든 측면을 고려해서, 잉글랜드 국민 건강 보험은 지난 7월 500만 명의 건강한 영국인에 대한 무료 유전자 검사 서비스 제공 계획을 발표했다.
인생이라는 복권/ 유전적 요소로 측정되는 유병률*/ 연령별 발병률(%)/ 위험성/ 붉은 선-상위 3%, 하늘색 선-가운데 40~60%, 파란 선-하위 3%/ 관상 동맥성 심장 질환/ 남성만 해당/ 유방암/ 여성만 해당/ 출처: 제노믹스/ * 유럽인 혈통 대상
UK 바이오뱅크의 지원으로 수행된 또 다른 연구는 조금 달랐다. 지난 10월에 발표된 이 연구는 GWAS가 비의료적인 형질도 분석할 수 있음을 보여 줬다. 이 연구는 영국 내의 거주지 이동을 분석했다. 광산이 있었던 지역에서 빠져나가는 사람들은 높은 학업 성취도와 관련된 스닙 패턴을 갖고 있었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이들은 경제적으로 붕괴한 도시가 절대로 놓쳐서는 안 되는 유형의 사람들이다.

교육 수준은 유전 가능성이 환경에 따라서 얼마나 다르게 나타나는지 보여 주는 예다. 예를 들어 노르웨이에서는 2차 세계 대전 이후에 교육이 확대되면서 교육 수준의 유전 가능성이 상승했다. 요즘에는 모든 아이들이 학교에서 어느 정도 동등한 기회를 갖기 때문에 환경적인 요소들은 대체로 제외된다. 그래서 유전적 요소들이 가지는 효과는 지속적으로 부풀려져 왔다.

앞선 두 가지 사례는 GWAS 기법에 의한 유전학이 가진 정치적 영향력을 암시하고 있다. 국내 거주지 이동에 관한 연구가 보여 주는 것은 그곳을 떠난 사람들에 비해서 남겨진 사람들의 처지가 평균적으로 더 암울하다는 것이다. 노르웨이에 관한 연구 역시 학업 성적이 좋고, (보수가 가장 많은) 최고의 직업을 낚아챌 가능성이 높은 이들을 유전자 복권에 당첨된 사람들이 아니라 그 성공을 누릴 자격이 있는 유전적 엘리트로 보이게 만들 수 있다.

이 정도는 한 나라 안에서 벌어지는 일들이다. 세계 각지의 사람들을 비교하기 시작하면 진짜 지뢰밭으로 들어가게 된다. 현재의 유전자 데이터의 대부분은 유럽인 혈통 인구를 대상으로 하고 있어서 그에 기반한 예측력은 다른 지역 사람들에게는 발휘되기 어렵다. 매사추세츠 브로드 인스티튜트(Broad Institute)의 알리시아 마틴(Alicia Martin)과 동료들은 유럽인 및 유럽 혈통 인구에 대한 연구로 추출한 스닙을 기반으로 서아프리카인들의 키를 예측하는 다원 유전자 점수를 매겼다. 점수에 따르면, 서아프리카인들은 유럽인보다 키가 작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비유럽인 혈통의 사람들의 유전자 배열에 대한 데이터가 늘면 이러한 문제는 줄어들 수도 있다. 하지만 더 나은 데이터에도 불구하고 집단 기반의 차이가 나타나거나 지속된다면 우려할 만한 상황이다. 키와 같은 요소들에서 집단 간 차이가 나타나는 것은 단순한 농담거리를 넘어 편견의 원인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반면 교육 수준과 같은 기준에서 차이가 발생하게 된다면, 정치적 동기를 가진 그룹들이 인종적 우월성의 근거로 악용하려 할 수 있다.

일부 역사학자들은 끔찍한 경험을 떠올리고 있다. 그들은 우생학이라는 오래된 망령이 새로운 모습으로 나타날 가능성을 우려한다. 볼티모어 존스홉킨스대학교의 내서니얼 컴포트(Nathaniel Comfort)는 이렇게 설명한다. “IQ 테스트는 원래 학업에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을 가려내기 위해 개발되었습니다. 하지만 10년도 지나지 않아서 이른바 ‘정신 박약아’를 제거하는 용도로 사용되었죠. 학교뿐 아니라 유전자 풀(pool)에서 제거하려고 했습니다.” 다원 유전자 점수가 시험관 시술 과정에서 어떤 배아를 착상시킬지 결정하는 데 적용된다면 유전적 계층화에 대한 우려는 더 심각해질 것이다. 제노믹 프리딕션은 바로 이 시술을 하려고 한다.

 

멋진 신세계


제노믹 프리딕션 외에도 마이옴(MyOme)이라는 회사가 배아의 유전체에 대한 정확한 청사진을 그려 낼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마이옴은 아직 고객을 받지는 않고 있다.) 그들이 주장하는 작업이 까다로운 이유는 배아에서 추출한 몇 개의 세포 안에 들어 있는 극히 적은 수의 DNA만으로 염기 서열을 분석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얻어진 염기 서열은 대부분 오류투성이다. 두 기업은 생물학적 부모의 유전자와 배아의 염기 서열을 비교함으로써 이러한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다고 말한다. 배아 안에 들어 있는 DNA는 모두 부모 중 한 명에게서 물려받은 것이므로, 부모의 DNA를 분석한 데이터를 배아의 DNA와 자세히 비교할 수 있고, 배아의 정확한 염기 서열을 만든다. 이렇게 해서 배아의 스닙 패턴을 밝혀낼 수 있다.

그래서 제노믹 프리딕션은 시험관 시술을 하는 부모에게 각 배아의 1형 당뇨, 2형 당뇨, 유방암, 고환암, 전립선암, 기저 세포암, 악성 흑색종, 심장 마비, 심방세동, 관상 동맥 질환, 고혈압, 높은 콜레스테롤 수치를 비롯한 다양한 질병에 대한 다원 유전자 위험 점수를 제공할 수 있다고 말한다. 현재로서는 키나 학업 성취도 같은 비의료적 형질에 대한 점수는 제공하지 않는다. 하지만 제공하려고 한다면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의료적 연관성이 있는 점수라고 해도 이러한 접근법에는 몇 가지 우려가 있다. 그중 하나는 다면 발현(pleiotropy)이라는 것이다. 다면 발현이란 하나의 동일한 DNA가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다른 여러 형질에 영향을 주는 현상을 말한다. 말하자면 심장병의 발병률이 적은 배아를 선택했는데, 우연히 간질 발병 가능성이 높아질 수도 있다. 지능이나 키와 같은 긍정적인 형질과 관계된 점수를 최대화하기 위해서 성실하게 노력한 결과가 다른 유전 질환의 위험성을 높일 수도 있는 것이다.

제노믹 프리딕션의 공동 창업자인 미시간주립대학교의 스티븐 슈(Stephen Hsu)는 이러한 이론적인 위험성을 인정하기는 하지만, 다면 발현으로 인한 심각한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IQ가 160이나 170정도 되는 아이들 집단을 살펴보면, 아주 심각한 문제를 발견하지는 못할 겁니다. 그 아이들이 그냥 괴짜들이라는 것만 빼고요.” 슈 박사는 2014년에 생식과 관련된 기술이 지적인 아이들을 선택하는 데 활용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는 부모가 10개의 배아 가운데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면 아이의 IQ를 10~15 정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그는 또 사람들이 이렇게 지능을 기준으로 아이들을 선택한다면 많은 이익이 축적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이는 설득력 있는 예측이다. 2008년 이전에 소를 대상으로 한 스닙 마이크로칩이 처음으로 판매된 후, 미국에서는 젖소의 1마리당 우유 생산량이 연간 50킬로그램 정도 증가했다. 마이크로칩을 이용한 다원 유전자 선택법이 적용되고 6년이 지나자, 증가율은 두 배가 되었고 생산량은 연간 100킬로그램 이상 늘었다. 이 기술이 가진 힘이 얼마나 막강한지 알 수 있는 결과다. 적어도 소에 대해서는 말이다. 하지만 슈 박사의 낙관적인 예측에도 불구하고, 소들에게도 다면 발현이라는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소들의 생식력은 떨어졌고, 면역 체계는 약해졌다.

결국 인류는 이미 강력한 방식으로 최적화되어 왔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편이 좋을 것 같다. 자연 선택이라는 방식 말이다. 서로 다른 생리학적 특성 간 균형은 진화라는 험난한 과정을 통해서 만들어진다. 대개는 최적화된 형태로, 또는 최적에 가까운 형태로 나타날 것이다. 가축도 마찬가지다. 유전자 조작은 개선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언제나 그런 것은 결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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