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진짜 원하는 게 뭐야? - 2020년의 인터뷰

네가 진짜 원하는 게 뭐야?
2020년의 인터뷰

사람들과의 만남이 조심스러워진 연말, 오롯이 나를 들여다보는 시간이 늘었습니다. 난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생각합니다. 취향을 구독하는 사람은 점점 많아지고 있습니다. 취향의 사전적 정의인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방향’을 잘 찾으면 여러 사람을 모아 내 안에 담아 둔 이야기를 펼칠 수 있는 시대입니다. 2020년 마지막 날을 맞아 올 한 해 톡스에서 소개한 젊은 혁신가 가운데 자신의 취향을 정의하고 일로 발전시킨 세 팀의 인터뷰를 소개합니다.
 

#1. 우리가 꼭 멋있어 보여야 하는 이유

디에디트 공동 창업자 이혜민, 하경화 에디터
 
디에디트는 어떤 매체인가?

이혜민(에디터M) “사는 재미가 없으면 사는 재미라도”라는 슬로건으로 도움 되는 서비스나 흥미로운 제품을 소개한다. 디에디트를 보고 세상 살아가는 재미가 생긴다면 좋겠다.

왜 리뷰 미디어를 창업했나?

하경화(에디터H) 재밌는 콘텐츠를 만들고 싶어 시작했다. 소비재를 소개하는 리뷰 콘텐츠를 만드는 회사에서 오래 일했다. 물건과 서비스를 구매하는 일은 내 삶과 굉장히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소비 생활을 다루는 콘텐츠가 제일 흥미로웠다.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실제로도 그런가?

H 좋아하는 일이기 때문에 욕심이 많이 난다. 높은 목표치 때문에 절망감이 들 때도 있다. 그럴 때마다 회사 경영이 항상 즐거울 수 없다는 점을 상기한다. 타협도 하게 된다. 에디터이기 이전에 경영자이기에 내 선호만 생각할 수 없다. 브랜드가 내야 하는 색깔이 개인과 다를 수 있다.

M 우리도 매일 아침 정해진 시간에 사무실로 출근해 업무를 처리하는 직장인이다. 그렇지만 많은 분이 디에디트가 재밌는 일만 골라 하며 성공했다고 생각해 주신다. ‘우리처럼 살 수도 있어’라는 메시지를 던지는 콘텐츠를 제작 중인 입장에서 좋아하는 일만 하는 것처럼 보인다는 건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콘텐츠 기획은 어떻게 하나?

M 아이디어가 생각나면 다른 에디터에게 살짝 던져 본다. ‘나 이런 거 하고 싶은데 어때?’라고. 서로가 서로의 안전망 같은 느낌이다. 피드백을 계속 주고받아야 가능성 낮은 기획은 정리하고 함께 신나서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할 수 있다.

콘텐츠를 기획할 때 참고하는 기준이 있나?

H 고려하는 점은 딱 두 가지다. ‘팔리는 콘텐츠’가 될 것 같은가, ‘했을 때 내가 얼마나 멋있어 보이는가’다. 사실 우리에게는 대단한 스펙이 없고 특별한 게 없다는 걸 잘 알고 있다. 운 좋게 여기까지 왔지만 언젠가 추락할지도 모른다. 평범한 30대 여성인 우리가 지금의 ‘멋있는’ 위치에 되도록 오래 머물며 본보기가 됐으면 좋겠다. 그러려면 멋있어 보일 수 있도록 쉬지 않고 열심히 물장구를 쳐야 한다. 평범한 배경을 가진 사람도 남부럽지 않고 특별하게 살 수 있다는 희망을 줄 수 있도록.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성과를 내고, 성장하는 방법은 무엇인가?

H 좋아하는 일을 오래 하려면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 약속을 잘 지키고 마감을 제때 해내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일을 하다 보면 기대보다 성과가 낮은 경우가 부지기수다. 적절한 긴장감을 갖고 일정한 업무 속도로 마감을 지키려는 태도가 확실하다면 슬럼프도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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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아무것도 안 하면서 열심히 살기

두낫띵클럽 김규림, 이승희
 
두낫띵클럽이 뭔가? 회사인가? 모임인가?

김규림 두낫띵클럽은 아무것도 안 하고 싶어 하지만 사실은 매우 열심히 살고 있는 백수 듀오이다. 이름대로 아무것도 안 하려고 결성했는데, 주변에서 ‘나도 합류하면 안 돼?’ ‘같이 뭐 해볼까?’ 하는 관심과 제안을 받고 있다. 이름값 못하는 클럽으로 디자이너에게 협업 제안을 받아 유니폼까지 제작했다. 아무것도 안 하는 데에도 준비물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우리와 같은 이들을 위한 물건들을 만들고 있다.

어떻게 탄생했는지 결성 계기가 궁금하다.

이승희 우아한형제들에서 마케터로 일하다 휴식을 위해 퇴사했지만 늦잠을 자면 죄책감을 느끼고 시간을 효율적으로 써야 한다는 부담감을 느끼고 있었다.  때마침 한 달 차이로 퇴사한 전 직장 동료 김규림이 있었고, ‘진짜 백수니까 아무것도 하지 말아 보자’는 목표로 두낫띵클럽을 만들었다.

마케터, 문구인으로 셀프 브랜딩을 하고 있다. 

직장인 모임에서 회사명으로 자기소개 하는 모습을 봤다. 회사를 소개하는데 본인이 부끄러워하거나 떳떳해하는 장면이 이상했다. 회사 이름을 떼고도 스스로에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나는 마케팅을 정말 좋아해서 마케터라고 소개한다.

이직, 퇴사를 겪으면 내게 남는 것이 뭘까 생각했다. 회사나 직업은 배지 같은 거라 생각한다. 배지를 떼는 순간 자연인이 된다고 생각해서 좋아하는 분야인 문구와 관련해서 스스로를 소개하곤 한다.

좋아하는 것을 잘하는 것 같다.

좋아한다고 말하면 선점하는 효과도 있고, 좋아한 지 오래되지 않아도 사람들이 내가 좋아한다는 걸 알게 되더라. 치과에서 마케팅을 했지만 아무도 마케터로 인정 안 해줬었다. 당시 배달의 민족이 너무 좋다고 페이스북에 매일 쓰고, 배달의 민족에서 일하는 멤버들에게 모두 친구 신청을 걸었었다. 마침 배달의 민족에서 광고 시작하기 전에 블로그 관리자가 필요했는데, ‘지방에 우리 좋다고 맨날 외치는 애가 있으니까 오라고 해야겠다’ 해서 합류하게 되었다. 서울에 있는 기업에 취업할 거라 생각도 못했고, 그게 목표도 아니었다. 기회는 내가 말한 만큼 돌아온다고 생각한다.

스스로의 길을 발견하고, 발전시키는 자신만의 방법이 있을까?

미련이 남을 건 하고 보자는 좌우명이 있다. 스스로의 결정 기준은 ‘이 일을 다른 사람이 했을 때 내 기분이 어떨까’다. 질투 나서 미칠 것 같으면 내가 해야 하는 일이다.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를 때에는 ‘옆 친구가 이 일을 하면 어떨까’ 생각해 봐라. 그래서 《아무튼 문구》도 쓰게 되었다. 처음 쓰는 줄글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지만 문구에 대한 책을 다른 사람이 쓴다고 생각하니 그날 잠이 안 오더라. 다음 날 바로 승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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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아무 말 대잔치’ 아이디어가 현실이 되려면

위키드와이프 이영지 대표
 
위키드와이프를 운영하고 있다. 어떤 일을 하는지 소개해 달라.

위키드와이프는 온오프라인에서 와인 관련한 콘텐츠를 제공한다. 와인 수업과 와인 숍으로 시작해서 와인과 음식을 페어링해 주는 레스토랑으로 확장했다. 오프라인 사업을 기반으로 와인을 배송하는 구독 멤버십 서비스 ‘위키즌’을 9월부터 운영 중이고, 뉴스레터와 유튜브, 네이버 블로그, 인스타그램 등에서 와인 콘텐츠도 발행한다. 웹사이트와 숍에서는 와인의 맛을 익숙한 언어로 풀어서 해설한다. 최근 굿즈 사업으로까지 확장해 접시, 와인잔, 와인 오프너 등의 제품을 론칭했다.

와인 수업과 와인 숍으로 시작했다. 확장의 계기가 있나?

닥친 걸 하나씩 하다 보니 사업이 커졌다. 와인 수업을 하다 보니 집에서 수업하고 싶지 않아 작은 공간을 얻었다. 와인을 사가고 싶다는 수강생들이 생겨 2018년 봄부터 주류 소매 면허를 취득하고 와인을 함께 팔았다. 판매를 시작했더니 선별한 와인을 브랜딩하는 즐거움이 있었다. 들여온 와인 소개와 내 감정을 인스타그램 계정에 짧게 작성해서 올렸더니 와인을 주문하는 고객이 덩달아 늘었다. 그래서 정식으로 숍을 냈는데, 내가 좋아하는 한식과 와인을 페어링하는 유튜브 콘텐츠를 만들고 싶어졌다. 떡볶이와 어울리는 스파클링 와인, 솥밥과 어울리는 소비뇽 블랑의 조합을 소개하고 싶어 2019년 9월에 키친을 열었다. 본격적으로 와인바를 할 생각이 없었지만 음식을 팔기 시작하니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올해 6월까지 와인바 매출이 꾸준히 상승하다 8월 코로나19 2차 확산에 직격탄을 맞았다. 그때 온라인 서비스로 피벗하고, 9월부터 위키즌 멤버십을 도입했다.

그때그때 상황에 맞게 유연하고 빠르게 대처하는 거 같다.

계획해서 하는 일은 없어도 계획적으로 일할 수는 있다. 하고 싶은 일을 생각하고, 아이디어를 빠르게 낸다. 추진하는 단계에서는 세부 항목의 계획을 밀도 있게 짜고 철저하고 빠르게 실행시켜야 한다. 일의 결과물이 나오면 알리고 홍보하고 소통하는 데 집중한다. 아이디어 내기, 추진하기, 소통 및 홍보하기의 세 단계가 정말 중요하다. 세 단계의 반복이 우리가 업무를 처리하는 방식이다. 여러 프로젝트가 다른 타임라인으로 움직이고 있다. 아이디어는 미리 생각하고, 실행은 조금 천천히 해도 된다. 월 단위라도 꾸준히 나눠서 조금씩 진행하면 큰일을 해낼 수 있다. 나는 ‘작은 성공주의자’다. 큰 프로젝트를 세세하게 나눠서 하루에 하나씩 성공시키는 걸 좋아한다. 작은 성공을 연달아서 해내는 게 큰일을 끝마치는 방법이다.

세 단계 중 가장 힘을 줘야 하는 부분은 뭔가?

하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하는 좋은 아이디어를 찾는 거다. 사람들은 추진력이 제일 중요하다고 말하는데, 하고 싶은 마음만 있다면 누구든 움직일 수 있다. 예전에는 이영지 개인이 좋아하면 달려들어서 불나방처럼 일을 처리했는데, 7명의 팀원과 함께 일을 하는 지금은 조금 다르다. 하나의 공동체로 업무를 처리하는 것, 직원들을 설득하고 마음을 맞추는 일이 제일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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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년 12월 31일에 이메일로 전해 드린 ‘북저널리즘 톡스’입니다. 젊은 혁신가 인터뷰를 메일함에서 바로 받아 보시려면 뉴스레터를 구독해 주세요. 뉴스레터 구독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