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대전환》 저자 박종구 - ‘가성비’ 패러다임이 바뀐다

‘가성비’ 패러다임이 바뀐다

《산업 대전환》 박종구 저자


코로나19 백신이 개발되고 있다. 올해 경제는 회복세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모두들 정상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클 거다. 여러 국가에서 백신 접종이 시작되면서 희망도 갖게 됐다. 맥킨지 리포트는 접종을 시작하는 백신의 효과가 70퍼센트면 2022년 3~4월에는 집단 면역이 형성된다고 봤다. 개발된 백신 중 모더나 백신은 예방 효과가 90퍼센트 이상이니 면역 형성 시기가 더 빨라질 수 있다. 그러면 경제 회복도 빠르게 이루어질 것이다. 판데믹이 준 긍정적인 신호는 인류의 위기 대처 능력이 향상됐다는 점이다. 판데믹 이전만 해도 백신 개발에는 짧아도 3년가량이 걸렸다. 이번엔 1년 안에 성과가 나오기 시작했다. 경제 측면에서도 인류의 저항력이 커졌다.

위기를 겪으면서 변화도 시작됐다.

장기적으로는 아예 새로운 판이 만들어질 것이다. 사실 판데믹 이전에도 변화의 흐름은 진행되고 있었다. 미중 갈등, 4차 산업혁명, 기후 위기 등이다. 판데믹으로 시점이 확 당겨졌다. 경제를 회복해야 하는 상황에서 예전 구조로 돌아갈 필요 없이, 이전의 문제점을 해결한 새로운 판을 짜게 되는 것이다. 단순 경제 위기를 극복할 때와 달리 전환이 일어난다.

어떤 전환인가?

상품을 만드는 가치 사슬 변화가 핵심이다. 판데믹으로 우리는 세계가 얼마나 연결돼 있었는지 깨닫게 됐다. 가치 사슬에서 중국에 크게 의존하고 있었다. 중국이 문을 닫자 세계 곳곳의 제품 생산도 중단되는 경험을 했고, 앞으로 이런 사태가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해 중요한 생산 단계는 직접 보유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핵심 생산 시설은 국내화하고,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인공지능, 사물 인터넷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게 될 것이다. 해외에서 생산한 뒤 먼 거리를 운송하는 구조를 바꿔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판데믹 초기에는 중국 셧다운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었지만, 지금은 어느 정도 생산이 안정화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도 구조 변화가 일어날까?

소비자 입장에선 그렇게 보이지만, 언제든 다시 비슷한 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 전염병, 국가나 지역 간 분쟁 등 공급 사슬을 중단시키는 사건이 세계적으로 평균 3.7년만다 한 번씩 일어나고 있다. 빈도가 점점 잦아진다. 국가나 기업 차원에선 여기에 대비해야만 한다.

경제 변화 중에서도 제조업이 중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판데믹 이후 비대면 경제가 활성화되면서 온라인 플랫폼 기업들이 주목을 받았다.

경제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꿔 놓기 때문이다. 온라인 비즈니스의 기반은 제조업이다. 가령 스마트폰 없이는 SNS 같은 온라인 서비스가 영향력을 가질 수 없다. 제조업이 어떻게 바뀌는지에 따라 다른 비즈니스도 변화한다. 일하는 방식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인공지능을 생산에 도입하면 현장에 출근해 ‘9 to 6’로 일할 필요가 없다. 집에서 원하는 시간에 일하면서도 공장을 컨트롤할 수 있게 된다. 제조업은 서비스업과 결합하고 있기도 하다. 3D 프린팅 같은 기술이 발달하면서 필요할 때, 필요한 물건을 맞춤형으로 소량 제작하는 방식이 가능해졌다. 가격을 최대한 낮춰 대량 생산하는 산업 구조가 바뀌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은 그동안 많이 들어 온 단어지만, 변화를 실감하긴 어려웠다. 이번엔 정말 패러다임이 바뀔까.

진행이 더뎠던 데는 여러 이유가 있다. 모두가 판데믹을 겪으면서 그중 상당수가 해소될 걸로 보인다. 대표적으로 인공지능 도입에는 항상 일자리 문제가 따라왔다. 기업 입장에서도 기술을 도입하면 ‘우리 구성원 몇 명이 나가야 할까’를 생각해야 했다. 그러나 판데믹으로 직원들이 출근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경영자들 입장에선 직원은 물론 다른 기업들을 설득하는 데 드는 노력을 줄일 수 있게 됐다. 그동안 기술이 없어서라기보다 비용 문제, 사회적 논란 때문에 도입하지 못했던 기술과 제도를 도입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제조업 분야뿐 아니라 사회 시스템에서도 마찬가지다.

대표적으로 어떤 기술을 도입하게 됐나?

원격 진료다. 기술적으로는 가능했지만 판데믹 전까지는 도입을 둘러싸고 사회적 논쟁이 있었다. 진단의 정확성 문제 등 부정적인 측면이 부각됐다. 그러나 판데믹을 겪으면서 단점보다는 의료 체계의 부담 완화, 그로 인해 살릴 수 있는 생명이 더 중요하다는 공감대가 생겼다. 원격 진료를 제한하던 우리나라에서도 빠르게 도입할 수 있었던 이유다.

변화하는 경제 흐름 속에서 한국 기업들은 어떤 전략을 짜야 할까.

한국은 다른 선진국에 비해서는 코로나 영향을 적게 받았지만, 수출에 의존하는 경제 구조상 선진국들의 경제 회복 속도가 중요하다. 그런데 이들은 판데믹을 경험한 뒤로 부품을 수입하기보다 국내 생산을 늘리려 할 것이다. 고도의 기술을 기반으로 대체 불가능한 제품을 내놔야 여기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예를 들면 어떤 방식인가?

큰 흐름을 보고, 거기에 필수적인 기술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 테슬라에 이어 애플도 자율주행 전기차를 개발하고 있다. 자동차가 IT 기기가 되는 세상이 오고 있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자율주행차, 사물 인터넷 기기 등에 사용되는 지능형 반도체 개발에 나서고 있다. LG화학은 전기차용 2차 전지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미국, 유럽 등 국가들이 가치 사슬을 내재화하더라도 대체하기 어려운 부품을 만들어야 한다.

산업의 변화가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인가?

그동안은 가장 좋은 제품을 가장 싼 가격에 이용할 수 있었다면, 앞으로는 소비자도 편리함을 희생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기후 위기를 막을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탄소 배출 등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규제가 강화될 것이다. ‘가성비’ 패러다임이 바뀐다.

기후 변화의 심각성은 그동안 많은 사람들이 말해 왔지만, 실질적인 변화가 크지는 않았다. 언제쯤 구속력 있는 변화가 일어날까.

각종 제도를 정비할 시간도 필요해서 1~2년 만에 확 변화가 오지는 않겠지만, 생각보다는 빠를 것 같다. 기후 변화를 둘러싼 합의와 규제가 주요 국가들이 세계를 리드하는 방법이 될 것이다. 일단 바이든 당선자가 미국 대통령으로 취임하면 파리 기후 협약에 복귀할 것이고, 유엔의 지속 가능 개발 목표(SDGs)도 점점 구속력 있는 형태로 바뀔 전망이다. 특히 탄소세는 지금보다 훨씬 구체적으로 제도화될 것이라고 본다.

지금, 깊이 읽어야 할 것을 추천해 달라.

《총, 균, 쇠》를 추천한다. 기술과 문명의 변화와 발전 과정을 거시적으로 바라보게 해주는 책이다.

소희준 에디터

* 2021년 1월 7일에 이메일로 전해 드린 ‘북저널리즘 톡스’입니다. 젊은 혁신가 인터뷰를 메일함에서 바로 받아 보시려면 뉴스레터를 구독해 주세요. 뉴스레터 구독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