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노컵 톰 챈, 카누르 파포 대표 - 혁신은 지난한 실험에서 탄생한다

혁신은 지난한 실험에서 탄생한다
우노컵 톰 챈, 카누르 파포 대표


우노컵은 어떤 회사인가? 하는 일을 소개해 달라.

톰 챈(Tom Chan) 100퍼센트 종이로 된 테이크아웃 컵을 만든다. 현재 여러 카페에서 쓰는 포장용 컵은 뚜껑 때문에 플라스틱 쓰레기가 나올 수밖에 없다. 우리가 개발한 우노컵은 플라스틱 뚜껑 없이 종이 부분을 안으로 접어 넣으면 뚜껑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뚜껑과 컵을 일체화한 디자인이 핵심이다. 바리스타가 컵을 꺼내 음료를 담고 3면으로 된 가장자리 부분을 접어 안쪽으로 밀어 넣은 후 홈을 이용해 고정하면 된다. 뚜껑 사이 부분으로 음료를 마실 수도 있고, 뚜껑을 열고 바깥으로 접은 뒤 컵의 가장자리를 이용할 수도 있다.
© Uno Cup
플라스틱은 다른 제품에도 많이 쓰인다. 왜 일회용 컵을 개발하기로 했나?

카누르 파포(Kaanur Papo) 우리가 사는 뉴욕시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었던 쓰레기가 일회용 컵의 플라스틱 뚜껑이다. 버스 정류장, 사거리 횡단보도, 지하철역 대합실 등 거리 곳곳에서 플라스틱 컵 뚜껑을 발견하게 된다. 미관상으로 안 좋을뿐더러 환경적으로도 재앙이다. 일회용 컵 뚜껑은 우리 일상의 일부분이라 이게 문제라는 생각조차 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우리는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고 소비자에게 선택권을 주고 싶었다. 매일 서너 잔 마시는 커피를 소비하며 환경 보존에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을 제공하는 거다.

우노컵이 시장에서 성공할 거라는 확신이 있었나?

T 커피 소비자들, 바리스타, 카페 경영진 등과 꾸준히 이야기하면서 사람들이 친환경 컵을 원한다는 걸 알아냈다. 지속 가능성이라는 개념은 주류가 된 지 오래다. 많은 소비자들이 매일 음료를 구매하며 플라스틱 쓰레기를 만들어 낸다는 것에 죄책감을 느낀다. 이전부터 친환경에 관심이 많았던 여러 카페들도 플라스틱 뚜껑이 없는 종이컵이라는 아이디어에 상당히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제품 개발 초기 단계에 시장 조사를 하며 ‘내가 만약 우노컵 프로젝트를 마무리하지 못한다면 큰 기회를 놓친 걸 후회하며 죽겠구나’ 생각했다. 그만큼 관심이 대단했다.

K 제품 아이디어 자체가 혁신적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확신이 있었다. 기업이 지속 가능성을 고민하고 진정성을 보여주는 것 자체가 마케팅이 되는 시대다. 친환경 메시지에 기반한 우노컵은 출발부터 반응이 좋았다. 플라스틱 쓰레기를 없앨 수 있는 구체적인 아이디어가 우리에게 있었다는 게 중요했다. 친환경을 내세우는 카페들은 생분해 플라스틱을 이용하곤 하지만 기술적 한계가 크다. 여름 기온보다 훨씬 높은 섭씨 50~60도 이상에서만 썩을뿐더러 사실상 분리수거되지 않고 다른 쓰레기와 함께 매립되거나 태워진다. 생분해 플라스틱보다 나은 대안인 일체형 종이컵을 제시하자 많은 이들이 열광했다. 2019년 12월에 크라우드 펀딩 과정을 진행하며 기존 목표인 1만 4500달러를 2배 이상 초과하는 3만 1200달러(3495만 원)를 모았다.

기존 플라스틱 뚜껑의 문제점은 무엇이었나? 종이 뚜껑을 만들지 않고 일체화된 제품을 만든 게 인상적이다.

T 종이컵과 플라스틱 뚜껑의 이중 구조로 된 기존 일회용 컵 디자인에는 사실 문제가 많다. 1960년대에 처음 개발된 이후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 뚜껑과 본체가 분리되어 있어 컵을 건네받을 때 윗부분을 잡으면 뚜껑이 빠지면서 내용물이 다 쏟아지곤 한다. 새로운 컵을 개발하면서 이 부분을 해결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컵과 뚜껑을 합친 디자인을 구상했더니 쏟아지는 문제(spillage problem)가 말끔히 사라졌다. 지금까지 아무도 컵과 뚜껑을 하나로 합쳐야겠다고 생각하지 못했고, 그 생각 자체가 혁신이 되었다.

K 뚜껑이 별개의 제품이라는 게 기존 일회용 컵 디자인의 약한 고리다. 바리스타는 하루 수십 개의 테이크아웃 커피를 만들며 손님에게 음료를 제공할 때마다 뚜껑을 찾아야 한다. 업무에 불필요한 단계가 하나 추가됐던 셈이다. 카페 운영 측면에서도 종이컵 외에 뚜껑을 따로 주문하고, 물류비를 지급하고, 창고에 보관하는 데 추가 비용이 들어간다. 하나로 만들 수 있다면 훨씬 좋다. 디자인은 간단할수록 좋고, 일회용 컵도 마찬가지다.

우노컵을 만들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쳤나?

T 일체화된 컵은 선례가 없는 콘셉트였다. 참고할 만한 다른 제품도 없었다. 개척되지 않은 곳을 여행하는 기분이었다. 그럴수록 실험을 반복하는 게 중요했다. 첫 시제품부터 최종 디자인을 확정하기까지 1300여 개에 달하는 프로토타입을 만들었다. 시제품을 하나 만들면 여러 기준으로 평가를 했다. 뚜껑 부분이 잘 접히는지, 음료를 마시기 쉬운지, 제조 단계에서 어려움은 없는지, 컵을 들고 걷는 도중 음료가 새진 않는지 등을 단계마다 확인해야 했다. 새로 확인한 부분을 개선해서 시제품을 다시 만든 다음 바리스타, 커피 소비자, 지인에게 사용을 권유하며 피드백을 받았다. 대부분의 제품 개발은 과학 기술의 한계를 돌파해야 하는 로켓 제조(rocket science) 과정이 아니다. 개선하고 실험하고 피드백을 받는 지난한 과정을 밀고 나가는 게 혁신이다.

K 제품 개발 과정에서 아예 새로운 프로토타입 여러 개를 만들기보다는 기존 제품을 점진적으로 개선해 나갔다. 우노컵은 3년에 걸친 느린 진화의 과정에서 탄생했다고 말하는 게 맞는 거 같다.
© Uno Cup
가장 해결하기 어려웠던 문제는 무엇이었나?

T 좋은 제품 디자인은 우선 본질적인 기능에 충실해야 한다. 그러면서도 사용하기 쉬워야 하고, 예쁘진 않더라도 못생기면 안된다. 이 세 가지 기준 모두를 충족하는 게 가장 어려웠다. 우노컵의 경우 내용물이 쏟아지지 않을 정도로 단단한 뚜껑을 만들면서도 소비자가 쉽게 종이를 접어 음료를 덮을 수 있도록 만들어야 했다. 단단한 뚜껑을 만드는 데만 집중하면 뚜껑 부분을 쉽게 접기가 어렵다. 기능에 집중하다 보면 사용성이 희생되는 거다. 반대로 이용자 편리성만 강조하면 정작 액체가 새는 컵이 될 수도 있다. 기능과 편리성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을 찾아야 했다. 개발 과정에서 1300개의 프로토타입을 만들었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K 제품의 미적 요소도 기능성과 밀접하게 연결된다. 우노컵처럼 담긴 음료가 쏟아지지 않게 윗부분을 고정하는 기능 자체가 제품 디자인에서 가장 핵심적인 요소를 차지할 때 더더욱 그렇다. 제품의 기능과 성능에 집중하다 보면 미적 요소가 따라오게 된다. 사용하기 편리하면서 기능에 충실한 친환경 종이컵으로 음료를 마시는 경험 자체가 미적 요소다. 전에 건축가로 일하며 깨달은 점이었고, 이를 우노컵에 적용했다. 머물기 불편하지만 아름다운 공간은 미적으로 느껴지지 않는 것처럼 제품 디자인의 핵심은 사용 편리성에 있다.

아이디어를 실존하는 제품으로 발전시키는 데 가장 중요한 건 무엇인가?

T 프로토타입을 만들어 보는 거다. 일단 시작을 해야 발전시킬 수 있다. 서점에 가서 ‘우노컵 만드는 법’이라는 책을 집어 들고 공부할 수 있는 게 아니지 않은가. 무엇인가를 손으로 만들어 보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눈앞에 형태를 가진 무언가가 있어야 발전시켜 나갈 수 있다.

K 사실 특별한 노하우라고 할 게 없다. 가장 쉬운 대답은 실험을 지속하는 거다. 그것도 엄청나게 많은 횟수의 실험. 디자이너로서 제품 개발 과정은 선례가 있는 제품인지, 혹은 새로운 컨셉인지에 따라 달라진다. 이미 시장에 존재하는 제품을 개량하는 프로젝트라면 선례를 참고하는 게 제일 중요하다. 새로운 진공청소기를 만들거나 의뢰인의 요구에 맞는 건물을 짓는 일이라고 가정해 보자. 잠재 고객과 의뢰인이 만족할 만한 선례를 꾸준히 제시하고 디자이너 본인의 아이디어를 추가해 제품을 개선해 나가게 될 것이다. 반면 우노컵 개발 이전에는 일체형 종이컵의 선례가 없었다. 그러면 실험이 중요하다. 실험을 반복하고 참고할 수 있는 선례를 조사하는 게 제품 디자인의 핵심이다.

다음 단계가 궁금하다.

T 제품 다양화다. 여러 크기와 디자인의 우노컵을 만들어 다양한 사용자 경험을 제공할 생각이다. 지금 사용하는 일회용 컵처럼 고민 없이 쓰고 버리지 않도록, 우노컵이라는 이름을 소비자에게 각인시키고 싶다. 재사용이 가능한 텀블러도 만들 예정이다.

K 현재 대량 생산에 들어가기 직전이다. 어떤 기계를 사용해 무슨 종이로 생산할지 결정하고 적합한 생산 업체를 찾는 과정이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지난 몇 달간 코로나19 때문에 생산이 지연됐지만 현재는 순조롭다. 우노컵을 미 전역의 카페에서 보게 될 날이 머지않았다.

지금, 깊이 읽어야 할 콘텐츠를 추천해 달라.

T 가이 가와사키의 《리얼리티 체크: 성공하는 창업의 진짜 비밀》을 추천한다. 네 차례 창업하고 벤처 캐피탈에서 일하는 저자가 스타트업을 창업하기 전에 고려해야 할 점을 짚어 준다. 90개가 넘는 챕터로 구성되어 있어 창업 지침서라고 할 만하다. 가진 아이디어와 기술을 상용화하는 방법부터, 투자 유치의 노하우, 지속적인 혁신의 길, 마케팅, 판매, 고용까지 스타트업 창업과 경영의 A부터 Z까지 망라한다. 창업에 관심이 있다면 적극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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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호 에디터

* 2021년 2월 4일에 이메일로 전해 드린 ‘북저널리즘 톡스’입니다. 젊은 혁신가 인터뷰를 메일함에서 바로 받아 보시려면 뉴스레터를 구독해 주세요. 뉴스레터 구독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