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펜던트 워커 9인 - 회사에서, 회사 밖에서 독립적으로 일하기

회사에서, 회사 밖에서 독립적으로 일하기
인디펜던트 워커 9인

(맨 위 왼쪽부터 시계 방향) 박영훈·고지현, 무과수, 차우진, 박지호, 윤성원, 박신후, 김겨울, 정혜윤

*북저널리즘이 2월 말 전자책, 3월 초 종이책으로 발행할 예정인 인디펜던트 워커 9인의 심층 인터뷰 일부를 톡스 독자들께 미리 공개합니다. 전문은 곧 발행될 콘텐츠에서 확인해 주세요.
 
고지현·박영훈; 더키트·취향관 공동 대표 
@chwihyang.gwan

일에서 가장 중요한 우선순위는 무엇인가?

고지현 함께 일하는 사람과 나의 행복이다. 회사를 나와서 독립적으로 일하는 이유기도 하다. 나와 박영훈 대표는 청와대 인턴십을 하면서 만났고, 각자 다른 조직에서 일하다가 트레저헌터라는 회사에서 1년 정도 함께 일했다. 회사를 벗어나 우리가 하고 싶은 콘텐츠를 만들기로 한 다음, 본질적인 문제에 접근했다. 어떤 가치를 위해 일하고 싶은지, 일을 통해 이루고 싶은 건 뭔지, 삶에서 일이 어느 정도의 비중이기를 원하는지 등이다.

독립을 통해 일의 의미를 실현하기로 한 이유는 뭔가?

박영훈 나는 될 수 있으면 오랫동안 일하고 싶다. 지향하는 가치를 꾸준히 실현하고 싶어서다. 회사 생활을 하다 보면 누구나 ‘내가 언제까지 이 일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게 된다. 나에 대한 확신이나 자신감 부족, 일에 대한 낮은 만족도 때문이 아니라, 세상이 너무 빠르게 변하기 때문이다. 계속 새로운 기술이 쏟아져 나오고, 똑똑하고 유능한 사람은 너무 많다. 그런 가운데 일의 속성도 달라진다. 대응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나와 고 대표는 기술을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훈련하기보다 우리가 하고 싶은 일과 그걸로 실현하고 싶은 가치에 집중하기로 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독립하게 됐다.
 
정혜윤; 마케터, 작가, 유튜버
@alohayoon

독립적으로 일하려면 지금 하는 일이 원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점검하는 기준이 있어야겠다.

나는 일할 때 재미와 멋, 이 두 가지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 일이 재미있는가?’, ‘멋있는가?’를 따져 본다. 전자는 일하는 동안 본인이 가장 잘 알기 때문에 수시로 점검이 된다. 그런데 후자는 그렇지 않아 의식적으로 점검한다. 내가 생각하는 멋이란 밖으로 보이는 겉치레가 아니라, 하는 일에 담긴 의미와 진정성이다.

회사에 속해 일할 때부터 개인 브랜드를 잘 쌓아 온 것 같다. 그런데 개인 브랜딩을 하고 싶어도 회사 눈치가 보이는 경우도 많지 않나.

공감한다. 나는 회사 대표나 리더들께 실무진의 애정 담긴 경험담이야말로 사랑받는 브랜드의 비결이라고 말해 주고 싶다. 회사 대표가 공식적인 언론 인터뷰에서 한 정제된 말보다, 투박하더라도 자기 일에 애정이 있는 구성원의 이야기에서 더 큰 매력이 느껴진다. 브랜드의 진정성 역시 구성원이 자기 회사를 사랑하는 모습에서 느껴진다. 회사의 브랜딩은 결국 구성원에게서 나온다. 브랜드에 영혼이 있고 없고를 증명할 수는 없지만,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느낀다. 그리고 끌리는 브랜드에 지갑을 연다.
 
무과수; 오늘의집 커뮤니티·콘텐츠 매니저, 작가
@muguasu

지금 오늘의집 커뮤니티·콘텐츠 매니저로 일하면서 개인으로서도 활동하고 있다. 두 가지를 병행하기 어렵지 않나?

회사에서 하는 일이 나에게도 도움이 되고, 내가 하는 일도 회사에 도움이 된다. 사람들이 나한테 ‘딴짓하는 거 회사에서 싫어하지 않냐’고 많이 묻는다. 회사에선 오히려 응원해 주시는데, 여기엔 중요한 맥락이 있다. 내가 따로 하는 일들이 궁극적으로 나만을 위한 건 아니다. 예를 들면 지금 회사에서 라이브 방송 포맷을 신규 기획해서 진행하고 있는데, 여기에 내가 개인적으로 라이브 방송을 해본 경험이 쓰인다. 밖에서 하는 ‘딴짓’에서 얻은 경험으로 회사 일을 끌어가고, 성장시키고 있어서 회사도 내가 딴짓을 하고 있다고만 생각하지는 않는 거 같다.

개인과 회사의 방향이 일치하면 좋지만, 쉬운 일은 아니다. 어떻게 일치시킬 수 있었나?

회사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결국 사용자가 원하는 것이다. 누구보다 사용자를 잘 이해하는 사람이라는 걸 어떤 방식으로든 증명했기 때문에 나의 의견에 귀를 기울여 주고, 기회도 줬다고 생각한다. ‘무과수는 감도 높은 인테리어나 콘텐츠를 좋아하는 사람들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라는 인식이 있기에, 관련된 업무가 있을 때 나를 먼저 찾는다. 물론 회사의 전체적인 방향은 내가 원하는 대로만 끌어가기 어렵고, 그게 정답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대신 나는 회사 안에서 내가 잘 이해할 수 있는 타깃을 대상으로 하는 업무를 맡아 이끌어 간다.
 
윤성원; 프로젝트 썸원 콘텐트 오너
@somewon_co

조직에 속한 사람으로서 일한 건 어떤 의미였나? 언론사, 스타트업 등 다양한 조직에서 일하다 독립했다.

스타트업에 입사한 후 이것 하나만큼은 비교적 명확했다. ‘내가 지향하는 가치 혹은 내가 검증하고 싶었던 가설을 검증하고 있는 회사를 찾고, 입사하게 되면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최선을 다한다’는 생각이다. 여러 회사를 옮겨 다녔지만, 늘 내가 생각한 방향이나 짐작이 맞는지를 테스트하려고 했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실패를 겪었지만 이를 통해 많은 것들을 배웠다. 사실 할 수만 있다면 월급을 받으면서 가설을 검증하는 게 최고다. (웃음)

가설 검증을 강조한다. 일하면서 어떤 식으로 가설을 세우고 검증하나.

증명하고 싶은 가설을 구체화하고, 검증할 때까지 내가 쓸 수 있는 시간을 계산한다. 계산을 끝내면 그 기간 동안 마음을 다한다. 예를 들어 뉴스레터는 회사를 옮기면서 한 달 정도 시간이 나서 그 시간이면 충분히 테스트할 수 있겠다고 판단해서 시작하게 됐다. 일을 시작하고 난 후에는 매일 뉴스레터를 보낼 수 없으니까 주말에 짬을 내서 썼다. 사업을 시작할 때도 세 가지 가설을 세웠다. 영업 비밀이라 공개는 어렵다. (웃음) 가설들을 검증하는 데 쓸 수 있는 시간이 1년 정도 될 것 같더라. 그래서 누가 뭐라고 해도 내가 생각하는 가설들을 검증하기 위해 1년을 써 볼 생각이다.
 
박지호; 영감의 서재 창업자, 전 《ARENA》 편집장
@joygeopark

조직의 일부로서 일하면서 얻는 것을 내 자산으로 만드는 방법은 무엇인가?

일하다 보면 내가 하는 일이 왜 필요하고, 왜 중요한지 맥락을 놓칠 때가 너무 많다. 나도 그랬다. 심지어 편집장일 때도. 일하는 사람들의 고민일 수밖에 없다. 일의 한 파트가 아니라 전체적인 영향과 효과를 파악할 수 있는 위치에 가거나, 그걸 고민하면서 일하거나, 아니면 과감하게 회사 일은 그대로 두고 내가 정말 좋아하고 하고 싶은 일을 따로 조직해야 한다. 아무리 작더라도 스스로 컨트롤할 수 있는 일을 찾아내는 거다.

일을 하면서 소모되는 것과 능력을 쌓는 것의 차이는 어디서 올까?

사실 누구나 소모된다. 나도 매거진에서 일한 17년 동안 절반은 소모됐을 거다. 문제는 지금 상황이 더 힘들어졌다는 거다. 회사에서 오랫동안 안정적으로 있기 힘들어지고 있다. 자기만의 무언가를 찾아야 한다. 내가 만난 훌륭하게 일하는 분들의 유형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정말 좋아하는 일만 하는 사람들. 아티스트에 가깝다. 그러나 이런 사람은 정말 드물다. 두 번째가 우뇌와 좌뇌를 같이 쓰는 사람이다. 해야 하는 일은 좌뇌로, 좋아하는 일은 우뇌로 한다. 보통은 회사 일을 하면서 좌뇌가 지치면 쉬는데, 그걸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극복한다. 일을 두 배로 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회사에 다니건, 독립하건 내가 좋아하는 일만 하기는 어렵다. 자신만의 조율 방법을 찾는 게 중요하다.
 
김겨울; 유튜버, 작가
@writer_winter

혼자 일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건강, 돈, 멘탈, 자기규율이다. 건강은 기본이다. 돈도 당연히 어느 정도 벌 수 있어야 생활 유지가 가능하다. 꼭 본업이 아니라 알바를 하더라도 어쨌든 수입이 있어야 하니까. 그리고 멘탈을 잡을 수 있어야 한다. 이 세 가지를 유지하기 위해서 자기 규율이 꼭 필요하다.

자기 규율이 뭔가.

이를테면 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 선에서 일을 멈추는 능력이다. 일을 많이 해서 돈을 마구 긁어모을 수는 있지만 그랬다가는 건강이 망가지니까. 성공을 위해 나를 극한까지 밀어붙이는 게 자기 규율이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일을 지속할 수 있게끔 하는 능력이 자기 규율이다. 어떤 경우에는 대단히 욕망을 절제해야 한다. 일을 더 받을 수 있고, 그 일을 해 나의 커리어를 강화할 수 있지만 ‘아니야. 여기서 내가 자르는 게 맞아’라고 욕망을 눌러 주는 거다.
 
박신후; 오롤리데이 대표, 밑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lollyhu

혼자 일하다 보면 일을 많이 하게 되고, 그래서 힘든 점도 있겠다.

나는 사업을 시작하면서부터 오랫동안 ‘워라밸’이 무너진 상태로 일을 해왔다. 중간중간 내가 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선 일을 벌였을 땐 번아웃도 왔다. 그런데 2020년에 나는 오롤리데이 일도 하고, 밑미 일도 하면서 어느 때보다 바빴는데 번아웃이 오지 않더라. 이유를 고민해 보니 그전에 워라밸이 망가져서, 쉬지 못해서 번아웃이 온 게 아니었다. 좋아하는 일에만 시간을 투자하고, 그걸 더 잘하게 되면서 얻는 기쁨이 크니까 스트레스를 받지 않더라. 2020년 얻은 가장 큰 수확은 하지 말아야 할 일, 진짜 좋아하는 일, 잘하는 일의 경계가 분명해졌다는 거다.

일과 삶을 분리하는 편은 아닌 것 같다. 두 가지가 시너지를 내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일과 삶 각각의 퀄리티가 중요하다. 일에서 행복해야 퇴근해서도 행복할 수 있다. 반대로 일에 만족하고 있어도 가족들과 불화가 있다면 행복하지 않을 거다. 일과 삶 각각의 만족도가 높아져야 한다. 그러려면 결국 내가 어떤 걸 좋아하고, 잘하고, 쉬는 시간엔 어떤 걸 해야 힘이 나는지를 연구해야 한다.
 
차우진; 음악·산업 평론가
@woojin.re

혼자 일해도 동료는 필요하다. 피드백을 줄 동료를 만드는 법이 있다면.

보통은 내가 먼저 연락한다. SNS 메시지를 통해서 나는 글을 쓰는 사람이고, 당신이 요즘에 하는 것들이 너무 궁금하고 재밌어 보여서 만나고 싶다고 한다. 반대로 나도 그런 연락을 받는다. 그럼 일단 만난다. 그다음에 관계를 지속해 나가는 기준은 내가 좋아할 수 있고, 존경할 수 있는 사람이냐다. 동료는 뭘 같이 하고 싶은 사람이지 않나. 배울 게 있는 사람이랑 같이하고 싶다. 멋진 애 옆에 멋진 애가 되고 싶은 거다. 일을 엄청나게 잘할 것 같아서 연락하는 게 아니라, 저 사람은 나보다 진짜 훌륭한 사람이라는 판단이 나오면 계속 그 사람하고 만나게 된다.

‘멋진 애 옆에 멋진 애’는 어떻게 되나.

학교 다닐 때 보면 쿨하고 멋있는 애들이 있다. 누구나 그 친구들하고 어울리고 싶어 한다. 그런데 끼고 싶다고 다 끼워주나? 아니다. 그 친구들이 끼워주는 애들은 자기들하고 다른 애들이다. 약간 다른데 ‘간지’ 나는 애들이다. 쿨한 애들은 돈이 많고 화려하지 않아도 똑똑하고, 같은 영화를 봐도 다른 얘기를 하는 애들을 유심히 본다. 개성 있는 생각을 하는 애들이 있다. 거기서부터 자기 브랜딩, 자기만의 콘텐츠, 자기만의 관점이 나온다. ‘아, 이 사람이랑 같이 일해 보고 싶어’라는 생각을 만드는 경쟁력인 거다. 브랜딩이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떤 성과를 만드느냐가 중요하다. 작은 성공들과 내 삶에서 마침표를 찍은 것들을 잘 알려야 한다.

소희준·이세영·전찬우 에디터

* 2021년 2월 18일에 이메일로 전해 드린 ‘북저널리즘 톡스’입니다. 젊은 혁신가 인터뷰를 메일함에서 바로 받아 보시려면 뉴스레터를 구독해 주세요. 뉴스레터 구독하기